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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증권사 생활-644화 (644/650)

644화 합리적으로 인수하겠다

월리 해치슨의 제안받은 한진영은 아무런 말 없이 한동안 탁자를 내려다봤다.

그리고 곁에 앉아 있는 조수아와 조용히 대화를 나눴다.

월리 해치슨은 차분한 모습을 유지하려 했지만, 입안이 바싹바싹 마르는 모습을 완전히 지우지는 못했다.

그만큼 지금 한진영과 마주한 자리의 중압감이 무시무시하게 정부 측 인사의 어깨에 내려앉았던 것이었다.

한참 이야기를 나눈 한진영은 월리 해치슨을 바라보고 말했다.

“블랙문을 얼마나 살펴보셨습니까?”

“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저희는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블랙문을 살폈습니다. 처음 블랙문이 가상화폐에 발을 들이밀었을 때부터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질 걸 예상했습니다.”

한진영의 말에 월리 해치슨은 입을 벌렸다.

1년 전부터 예상했다는 한진영의 말이 거짓으로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한진영과 세이지의 행보가 그것을 증명했다.

그리고 그런 행보 속에서 1년 전부터 블랙문을 살폈다는 것에 월리 해치슨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진영은 입을 벌리고 있는 월리 해치슨을 향해 계속 이야기했다.

“그래서 블랙문의 정확한 가치를 저희는 알고 있습니다.”

“그게 얼마입니까?”

월리 해치슨이 놀라 물은 질문에 한진영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되면 협상이 안 되지 않습니까? 저희가 가진 패를 먼저 내보일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지금 말씀하신 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이라는 것만 알아주십시오.”

“흐음…….”

월리 해치슨은 한진영의 말에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미국 정부와 연준에게 2순위는 없었다.

무조건 세이지가 블랙문을 인수하게 만들어야만 했다.

세이지가 아니면 블랙문이라는 고래를 삼킬 수 있는 존재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블랙문이 보유한 채무 또한 세이지가 아니면 감당이 안 될 수준이었다.

세이지 외에 다른 방법이 없는 상황에 월리 해치슨은 지금 자리에서 자기들이 무조건 약자임을 깨달았다.

한진영은 짧은 한숨과 함께 불편한 기색을 얼굴로 표현하는 월리 해치슨을 향해 말했다.

“하지만 저는 지금 상황에서 정부와 채권단을 상대로 장사를 하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한진영의 말에 월리 해치슨을 비롯한 채권단의 표정이 기대에 차기 시작했다.

한진영은 그런 그들을 번갈아 바라보며 계속 이야기했다.

“지금과 같이 어려운 상황에서 제 잇속만 채우려고 하는 것은 사람으로서 할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한진영의 말에 세이지 반대쪽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얼굴이 점점 더 밝아졌다.

한진영은 이제 그들의 마음을 황홀하게 만들 마지막 말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채권단의 어려움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저희가 블랙문을 인수하게 되면 블랙문이 보유하고 있는 채무를 모두 현금으로 즉시 납부할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정부가 블랙문 고객들의 계좌를 책임진다고 하셨는데…… 그것도 저희가 책임지고 고객께 돈을 돌려드리도록 할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한진영의 말에 결국 참지 못하고 월리 해치슨이 입을 열었다.

“그게 정말입니까?”

“세이지가 인수하게 된다면 채무 또한 세이지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채무는 떨어내고 알짜배기 물건만 쏙 빼먹겠다고 나선다는 것은…… 저는 그건 옳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회장님…….”

월리 해치슨은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채권단 대표로 자리에 앉아 있는 소시오트 은행과 퍼플러 은행 대표들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각오하고 자리에 나온 것과 너무 다른 이야기를 들은 바람에 순간적으로 머리가 멍해지기까지 할 정도였다.

이런 정부 측의 모습과 달리 세이지 측은 어느 정도 한진영의 말을 예상한 듯했다.

그들도 놀랄만한 이야기이건만 한진영의 말에도 세이지 측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이렇게 극명하게 갈리는 자리에서 홀로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

“저는 지금 놓인 상황을 이용하여 블랙문에 피해를 본 사람들까지 희생하게 만들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잘못은 블랙문이 했는데 손실을 감내하는 것을 피해자가 해야 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한진영의 말에 자리에 있던 채권단 대표들은 박수를 칠 뻔했다.

구구절절 맞는 말에 한진영에게 존경심이 일어나기까지 했다.

월리 해치슨을 비롯한 정부 측 관계자들도 한진영의 말에 감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번 일로 정부가 입을 손실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었다.

직접적으로 피해자들을 구제하는 것에 더해 정부 정책의 방향성까지 틀어질지도 모를 일이었다.

또한 이번 사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정부 역량이 결정될지도 몰랐다.

잘했다고 칭찬받지도 못하고, 잘못하면 다음 정권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지금 상황에 정부는 곤란함을 느끼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진영이 잘못을 블랙문으로 국한하는 말을 내놓았다.

그리고 피해 구제를 세이지가 모두 책임지겠다는 말로 정부의 마음을 흔들었다.

정부 측 관계자는 이제 한진영이 내놓을 조건이 무엇인지 바짝 긴장한 상태로 한진영의 입을 주목했다.

이렇게까지 양보하는 것에 한진영이 혹시 다른 꿍꿍이가 있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자기 입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정부 측 인사들을 향해 가볍게 웃었다.

“제가 원하는 것은 따로 없습니다. 그저 합리적인 가격에 블랙문을 인수하고 싶어질 따름입니다.”

“한 회장님. 그게 정말입니까?”

원하는 것조차 없다는 한진영의 말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 월리 해치슨이었다.

한진영은 당황한 표정의 월리 해치슨을 향해 똑바로 말했다.

“그럼 협상이 진행되기 전에 먼저 약속부터 하고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블랙문은 저희 세이지가 무조건 인수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른 것을 요구하지 않은 채 저희는 합리적인 가격에 블랙문을 인수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한진영은 말을 마치고 마주하고 앉은 정부 측과 세이지 측 사람들을 하나하나 바라본 뒤 말했다.

“여기 증인이 많으니 제가 번복을 할 걸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한번 뱉은 말은 지키는 사람이니까요.”

“그럼 세이지가 원하는 가격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건 이제부터 이야기를 나눠야겠지요.”

한진영은 조수아와 홍대민을 손으로 가리키고 말했다.

“자세한 협상 진행은 여기 실무진이 하게 될 겁니다. 저는 확답을 드리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고요.”

“협상 진행을…… 한 회장님께서 하시는 게 아닙니까?”

“저와 장관님은 결정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것 아닙니까? 그리고 장관님과 제 생각이 일치하니 이제 자세한 내용은 실무진에게 맡기고 우리는 뒤로 물러나는 편이 좋을 것 같은데…… 안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한진영의 말에 월리 해치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우리는 결정하기 위해 이 자리에 온 것이지요. 자세한 내용은 실무진이 진행하는 게 맞습니다.”

월리 해치슨도 한진영의 말에 동의하자 한진영은 기분 좋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부 측 인사들은 이런 한진영의 모습에 당황했다.

협상장에 도착한 지 이제 10분 남짓이 됐을까 한 시간이 흐른 게 전부였다.

그런데 마치 협상이 마무리된 것처럼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이 당황스럽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월리 해치슨만큼은 당황하지 않은 것 같았다.

오히려 한진영의 이런 모습에 오늘 자리에서 얻을 것을 얻어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한진영을 향해 반갑게 말했다.

“빨리 이야기가 끝나 다행입니다.”

월리 해치슨이 밝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한진영은 그런 월리 해치슨의 손을 맞잡고 가볍게 웃었다.

“서로가 이미 마음을 먹고 자리에 왔는데 이것저것 신경전을 벌일 필요가 뭐 있겠습니까? 서로의 의견이 맞는다는 것을 확인하면 그거로 충분하지요.”

“한 회장님의 성격이 시원하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여기 계신 콜린스 이사님께서도 저에게 자주 하셨던 이야기이고요.”

월리 해치슨이 로라 콜린스를 가리키자 로라 콜린스는 으쓱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오늘 자리로 이제 자기 영향력이 더 커질 거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낀 로라 콜린스는 기분 좋은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한진영은 그런 로라 콜린스를 향해 가볍게 웃어 보이고는 월리 해치슨을 향해 제안했다.

“그럼, 저희는 따로 뒤로 돌아가 이야기를 나누실까요? 이곳에서는 실무진들끼리 자세한 내용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게 좋겠습니다. 가시지요.”

한진영이 자리를 나갈 것을 이야기하자 월리 해치슨이 그 말에 반갑게 손을 들어 직접 한진영을 안내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진영은 몸을 돌려 나가기 전에 조수아와 홍대민에게 눈짓을 건넸다.

두 사람은 그런 한진영의 눈짓에 자기들이 할 일이 무엇인지를 명심하고 있다는 표정으로 한진영을 향해 대답했다.

한진영은 두 사람이 잊지 않고 있는다는 표정을 확인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자리를 떠났다.

정부 측 인사들은 떠나는 월리 해치슨과 한진영을 멍한 눈으로 바라봤다.

예상과 전혀 다르게 흘러가는 모습에 뭐가 뭔지 제대로 정신을 차리기에도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자 그러면 시작해볼까요?”

한진영이 떠난 뒤 세이지 측의 대표를 맡은 조수아가 입을 열었다.

반은 서 있고, 반은 앉아서 떠나간 한진영과 월리 해치슨 쪽을 바라보고 있던 정부 측 관계자들은 고개를 돌려 조수아를 바라봤다.

조수아는 자기로 모이는 시선을 느끼고는 겉옷을 벗었다.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으니 편하게 입고서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조수아의 말이 신호가 됐든지 자리에 있든 세이지 측 인사들은 모두 겉옷을 벗고 편한 옷차림으로 바꿨다.

그리고 가지고 온 서류들을 일제히 책상 위로 올렸다.

정부 측 관계자들은 이런 세이지 측의 모습에 여간 당황한 모습이 아니었다.

그들의 예상과 완전히 벗어난 상황이 펼쳐진 것에 그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했다.

지금 상황을 정리해 줄 월리 해치슨이 자리에 없었기 때문이다.

“우선 블랙문의 채무부터 확인하도록 하겠습니다. 고객 예탁금부터 시작할까요? 현재 저희가 판단한 고객 예탁금은…….”

조수아가 팔을 걷어붙이고 서 있는 정부 측 관계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나 정부 측에서는 어떤 대답도 나오지 못했다.

***

협상장에 찾았을 때는 열 대의 차였지만 협상장을 나가는 차는 한 대에 불과했다.

홀로 떠나가는 차 안에는 한진영과 조지훈이 앉아 있었다.

조지훈은 멀어지는 협상장을 잠시 돌아보고는 한진영에게 말했다.

“협상장에 자리한 비서실 직원에 의하면 지금 협상장 안은 혼란의 도가니라고 합니다.”

“그렇겠지.”

한진영이 목 받침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은 채로 대답했다.

조지훈은 그런 한진영을 향해 안의 내용을 계속 이야기했다.

“회장님 예상대로 그들은 회장님을 설득하기 위해 준비를 했을 뿐이라고 합니다. 세부 조정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자 어쩔 줄 몰라 하여 제대로 협상이 진행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협상이 며칠은 더 걸릴 것 같다고 합니다.”

“수백억 달러 아니 관련된 충격파까지 생각한다면 수조 달러짜리 협상이니 섣불리 협상을 진행할 수 없지. 제대로 정신을 차리고 준비하는 데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거야.”

조지훈은 대단하다는 눈으로 눈을 감고 있는 한진영을 바라봤다.

사실 세이지에 블랙문의 가격은 큰 의미가 없었다.

정부 측의 제안대로 123억 달러에 인수하더라도 세이지에는 이득이 되는 거래였다.

하지만 한진영은 블랙문의 인수를 통해 더 큰 걸 얻으려고 했다.

“회장님께서 협상 자리 주제를 인수가 아닌 인수 가격으로 돌리시는 바람에 인수 협상의 진행이 더디게 됐습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시간을 확보하여 물량을 수월하게 잡을 수 있게 됐고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협상 자리의 주제가 인수가 됐다면 분명 오늘 인수와 관련된 뉴스가 터져 나왔을 거야. 그렇게 됐다면 우리는 물량을 잡을 시간을 확보하지 못했겠지. 하지만 인수 가격이 된다면…… 인수 협상은 끝이 나지 않은 채 가격이 서로 맞을 때까지 계속 진행될 수밖에 없지. 오래도 필요 없어. 일주일만 시간을 확보하면 우리 주머니에 물량을 다 담을 수 있을 테니까 그때까지만 시간을 끌면 돼.”

세이지의 규모가 이제 세계 최고를 바라볼 수 있을 정도가 됐다.

그래서 포지션을 바꾸기 쉽지는 않았다.

공매도를 청산하는 것까지는 어떻게든 됐지만 지금 상황에서 하루 이틀 만에 물량을 원하는 만큼 담을 수는 없었다.

물량을 담는 데 시간이 필요했고 그 시간을 벌기 위해 협상의 주제를 바꾸는 묘수를 선보인 것이었다.

조지훈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탁월한 방법에 감탄하면서도 걱정을 모두 떨쳐내지는 못했다.

“해치슨 장관이 약속을 지킬까요?”

“저들 입장에서는 약속을 지킬 수밖에 없어.”

둘만 만난 자리에서 한진영이 월리 해치슨에게 협상과 관련된 이야기를 마무리되기 전까지 언론에 흘리지 말아 달라는 부탁을 건넸다.

월리 해치슨은 이런 한진영의 부탁을 받고 살짝 머뭇거렸다.

조지훈은 그런 월리 해치슨 재무부 장관의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그래서 걱정되기도 한 것이었다.

약속을 어기고 정부가 협상이 진행된다는 것을 터트렸다가는 시장이 먼저 치고 올라갈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진영은 한치의 불안함도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로 오히려 조지훈을 안심시켰다.

“정부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협상 결과를 알리고 싶겠지. 우리가 이렇게 노력하여 불을 껐다는 것을 알려 혼란한 지금의 시장을 안정시키고 싶을 테니까. 하지만 그러지 못할 거야. 내가 요구한 건 딱 한 가지였는데 그걸 어긴다? 구두로 합의하기는 했지만, 종이에 사인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언제든 깨질 수 있는 계약이라는 것을 저들도 모르지 않을 테니 입단속을 할 거야. 협상이 진행 중 입을 잘못 놀려 협상이 깨졌다는 것은 협상 자리가 마련되지도 못한 것보다 더 타격이 클 테니까.”

“그래도…… 정부는 입단속을 했지만 언론이 은밀히 취재하여 터트릴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그렇지.”

한진영은 감았던 눈을 뜨고 조지훈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래서 먼저 움직여야지.”

“먼저요?”

“입이 싸고 조금은 경박해 보이는 이가 부정적인 이야기를 먼저 내놓는다면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더라도 사람들은 그걸 호재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거야.”

“입이 싸고…… 조금은…… 경박한 사람?”

조지훈은 한진영이 말한 사람이 한 명 떠올랐다.

한진영은 자기가 이야기하는 사람을 조지훈이 떠올린 것을 확인하고 고개를 돌리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차분한 목소리로 조지훈에게 지시했다.

“내가 그를 왜 재기할 수 있게 해줬겠어? 다 이런 때 이용하기 위해서야. 그리고 지금 그를 써먹을 수 있는 상황이 왔으니 제대로 써먹어야지. 그에게 세이지는 블랙문 인수에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는 원고를 넘겨줘. 그리고 협상이 잘 진행되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를 시장에 먼저 내놓으라고 해.”

“알겠습니다.”

세이지가 건네주는 원고가 사실인지 아닌지 머치 버치킨스는 관심이 없을 거로 조지훈은 생각했다.

수렁에 빠져 있던 그를 일으켜 세워준 곳이 세이지였던 만큼 세이지가 시키는 일이라면 거짓 선동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기쁜 마음으로 할 게 분명했다.

조지훈은 지금의 상황에서 나팔수로 쓰기 위해 자기를 향해 욕을 한 그를 다시 품었다는 한진영의 말에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모든 것이 한진영의 계획 속에서 하나하나 이루어지는 것에 한진영이 인간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조지훈은 세상이 자기가 보는 것의 1/10만이라도 한진영에 대한 것을 보게 된다면 종교가 생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만약 종교가 생긴다면 자기가 1호 신자가 되지 않겠냐는 생각하며 한진영의 옆얼굴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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