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첫 고스트헌팅. 4
무구 방울 같으면서도 뭔가 차원이 다른 느낌.
특이한 건 방울의 개수가 둘도 아닌 하나였다.
선녀보살님이 내 손에 들이밀며 얘기했다.
“아주 살짝 손에 쥐어보세요.”
건네받은 방울을 손에 살며시 쥐었다.
신당 안의 공기가 무겁게 내려앉았다.
선녀보살님의 기운이 아주 진하게 내게 느껴지는가 싶더니.
곧장 그 뒤에 장군 동상에게로 시선이 쏠렸다.
‘우워어어어어! 뭐지 이거?’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린다는 건 이럴 때 쓰는 말일까?
그 위엄 있는 눈빛을 단 3초도 쳐다보지 못하고 눈을 피했다.
마치 살아 숨 쉬는 것 같았다.
이 신당에 있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 막히고 커다란 돌덩이 같은 산 더미가 내 어깨를 짓누르는 것만 같다.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 방울을 떨어트렸다.
“신기하죠? 그건 영적인 기운을 증폭시켜주는 무구예요.”
- 워. 시바 제자에게 무구 선물을?
- 신기하게도 방울이 한 개네
- 그럼 연우는 이제 방울이 세 개···
- 오늘 나무꾼 보살 탄생일인가!?
- ㅋㅋ 아니 ㅅㅂ 왜 나무꾼 보살임
- 더 세밀하게 기운을 느껴서 빤스런하라는 용도일듯
- 반대로 더 무서운 귀신을 찾을 수도 있다는 거네
- 음··· 왠지 지카이숲에서의 상황이 그려지는 군
- 다들 같은 마음인가?
- ㅇㅇ. 우리는 모두 한 마음!
- ㅅㅂ 이럴 때는 똘똘 잘 뭉치네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선녀보살님에게 물었다.
“허··· 이런 걸 왜 저에게···”
선녀보살님이 장난기 없는 표정으로 얘기했다.
“그 숲은 수많은 한 맺힌 영혼들이 잠들어있는 곳이에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기운을 가진 곳이라는 얘기죠. 저희에겐 그런 영혼들을 만나기 위한 용도지만, 그런 기운이 부족한 연우 씨는 그걸 이용해서 위험한 상황을 피하라는 얘깁니다.”
곧이어 선녀보살님이 내 가방으로 시선을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방송에서 보니 EMF측정기 같은 보조 기계가 있으시더라고요. 그 측정기 보다 영민하게 반응할 거예요.”
“와··· EMF 측정기보다요? 진짜 대단한 물건인데.”
“다만···”
나는 고개를 들어 선녀보살님을 주시했다.
또 다만···?
이것도 또 단점이 있는 건가?
“이것 또한 제한이 있어요. 2~3시간가량만 기운을 증폭시켜줄 뿐. 그 이상은 다시 무의미해집니다.”
“2~3시간이요?”
그 말은즉슨, 2~3시간 안에 상황을 모두 끝내야 한다는 얘기와 같았다.
그 시간이면 충분하다.
반대로 어차피 하루 정도로 끝날 크기의 숲이 아니다.
방대한 크기의 숲인 만큼 철저한 계획과 정해진 방법에 따라 움직일 계획이다.
이로써 나는 선녀보살님에게 두 가지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왜 이렇게까지 나에게 잘해주시는가 의문이 들었는데.
선녀보살님이 그 속을 알아챈 듯,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내게 얘기하셨다.
“저희 신령님이 연우 씨를 많이 예뻐하십니다. 제 마음도 같지만, 신령님이 원하시는 건 연우 씨의 안전이에요. 그러니 꼭 조심히 돌아오세요. 아셨죠?”
곧장 벌떡 일어나 두 팔을 크게 올려 장군 동상을 보며 큰 절을 올렸다.
물론 선녀보살님에게도.
“성은이 망극하옵니다아아아!”
- 사극 찍냐?
- 야 인마. 사람한테는 절 한 번만 하라고
- 선녀보살한테 자꾸 두 번 절하네
- 이 새끼 이거 일부러 그러는 거 아냐?
- 선녀보살 표정 관리 안 된다.
- 신령님이 예뻐하니 줘 팰 수도 없고 이거 곤란하시겠네
- 그나저나 이놈은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 아린이에선녀보살. 게다가 신령님의 예쁨까지?
- 개 열받네. 나는 전생에 대체 뭐 한 거야 ㅅㅂ
- 걍 노비였겠지 뭐
그렇게 선녀보살님에게 받은 선물을 가방에 넣고 집에 돌아왔다.
돌아오자마자 임아린에게도 기분 좋은 문자가 도착했다.
[ 엄마한테 허락받았어요 오빠! 꺄악! ]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제 내가 생각할 건 악마 연구가 염세환의 지식을 대비해 어떻게 그 영적인 존재들을 증명할 수 있을지에 대한 준비였다.
잘 할 수 있지 정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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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조회 수는 지금의 배가 되어, 사랑하는 엄마와 그리고 쥐포랑 같이 살 파란 지붕의 단독주택으로 이사 가는 거다!
D-day.
여권까지 만든 나는 드디어 공항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맑은 파란 하늘에 구름이 솜사탕처럼 둥둥 떠있는 게 보인다.
가슴이 콩닥거린다.
입꼬리는 한없이 찢어져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물론, 맑은 하늘 덕분이 아닌 너무 예쁘게 차려입고 온 내 옆에 한 여자 때문에···
“아린아. 근데 너 오늘 너무 예쁜 거 아니야? 사람들이 다 너만 쳐다보는 것 같아.”
화려하면서 냥냥한 분위기를 내는 꽃무늬 패턴의 원피스.
레이스, 플로럴 패턴 등 다양한 무늬가 존재하는데, 몸의 굴곡이 나타나는 몸매가 있어 더 조화롭고 부각을 시켜주게 된다.
게다가 그 위에 걸친 새하얀 가디건 때문인지 성숙한 분위기도 풍겨 감탄이 절로 나온다.
“에이, 거짓말하지 마요 오빠.”
칭찬이 부끄러운지 괜히 두 손을 모으고 나한테 더 찰싹 붙는 임아린.
껌딱지처럼 붙은 임아린 덕분에 나까지 심장이 폭발할 것 같아 괜히 휴대폰으로 시선을 돌렸다.
“음··· 일단 우리 섬네일 하나 찍을까? 그리고 비행기 타면 인터넷 사용 못 하니까 미리 시청자들한테 알려주자.”
임아린이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휴대폰을 멀리 들어 임아린과 붙은 상태로 브이까지 그리며 사진 몇 장을 찍었다.
찰칵. 찰칵.
그리고 시청자들이 볼 수 있도록 올렸다.
[ 형님들. 공항 도착했습니다! 2시간 조금 더 걸리니까 조금 있다가 봐요! 뿅! ]
나는 임아린의 짐까지 뺏어 들었다.
그리고 공항 안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와··· 공항 진짜 엄청 크네.”
난생 처음 와보는 공항.
크기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넓었다.
어디가 끝이야?
그나저나 비행기가 왔다 갔다 하는 곳이라서 그런가.
이 공항이라는 곳이 낯설기만 하다.
“아린아. 너는 공항 와본 적 있어?”
“아니요. 나도 처음이에요.”
임아린 역시도 낯설어하는 모습이 귀여워 웃음이 지어진다.
눈앞에 사람들이 점점 보인다.
여행을 떠나는 설렘으로 가득 차서 그런지, 밝고 활기찬 에너지가 넘쳐흐르는 것 같다.
남은 시간을 통해 임아린과 공항 내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곳곳의 반입불가 물품 안내가 자세히 쓰여있는 게 보이고···
검역도 철저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TV에서나 보던 눈에 띄는 여성들이 전용 출입구를 통해 지나가는 것도 보인다.
새하얀 바지, 스커트를 입고 하늘색 윗옷을 입고 승무원들이었다.
나는 반가운 듯이 손까지 흔들며 중얼거렸다.
“우워어어! 승무원 누나들 엄청 예뻐요!”
그 말을 뱉자마자 옆에서 뜨거운 레이저가 내 얼굴을 관통한다.
마치 흉가에서 느낄법한 살기를 감지한 내가, 늦게나마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도 여윽시 우리 아린이보다는 아니네. 그치?”
“아니야. 저 아줌마. 아니. 언니들이 더 예쁘죠 뭐···”
그렇게 자연스레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난 후.
시간에 맞춰 아린이와 나는 보안검색 절차를 밟았다.
보안검색 담당 직원의 안내대로 소지품을 꺼내고 거기 있는 바구니에 넣었다.
엑스레이를 찍고, 직원이 세부적으로 한 번 더 검사를 하고···
‘비행기 타는 게 쉬운 게 아니구나. 절차가 신속하고 확실하긴 해도 이거 완전 일이다 일.’
심지어 가방에 가져온 물품도 빼앗겼다.
“어? 내 김치. 헐! 안 되는 건가요?”
엄마가 직접 만든 전설의 김치였다.
직원이 웃으며 친절하게 내게 대답해 주었다.
“액체류는 1L 지퍼백에 넣어 입구를 닫아 밀봉되어야 반입 가능합니다.”
“그럼 나머지 제 김치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직원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가져가시려면 위탁 수화물로 처리하시면 되세요. 아니면 택배회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보관 서비스가 있어요 그걸 이용하시거나···”
내가 살며시 직원에게 물었다.
“이거 그냥 버리기 너무 아까운데 사실래요? 싸게 드릴게요. 우리 엄마가 황금손이거든요. 김치가 기가 막혀요. 이 김치 먹고 귀신 된 사람이 한 둘이 아니에요. 레알.”
직원이 귀엽다는 듯 날 보고 깔깔대며 웃었다.
임아린이 옆에서 조용히 날 불렀다.
“오빠.”
나는 표정을 싹 지우고 반사적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
“그냥 보관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곧이어 티켓 확인을 위해 승무원 앞으로 다가갔다.
예의를 차려 고개를 꾸벅 숙이고 티켓을 내밀었다.
티켓을 보고 내 얼굴을 재차 확인한 후, 멈칫 거리는 승무원.
웃으며 입을 열었다.
“비즈니스석이시네요. 이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안내를 받아 들어간 그곳은 비행기가 총 2층으로 설계되어 있었다.
게다가 2층 모든 좌석이 비즈니스 석이었다.
다행히 아린이랑 딱 붙어 있을 수 있는 2인 석으로 되어있어 너무 편했다.
“꺄아! 되게 예쁘다!”
“우워어어어 시벌! 완전 미쳤···”
밖을 볼 수 있게 만들어진 조그마한 창문은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전율이 흘렀다.
그 넓은 땅이 한눈에 다 들어오며, 사람이 개미처럼 보인다.
그마저도 뜨기 시작하니, 눈에서 아예 사라져버렸다.
또, 비즈니스석만의 혜택.
비빔밥부터 시작해 불고기 덮밥, 쇠고기 안심스테이크 등등 여러 가지 음식들과 음료들.
전용 헤드폰과 슬리퍼··· 모든 게 신선하기만 한 그 순간을 내내 즐겼다.
그렇게 두 시간 조금 더 흘렀을까.
우린 드디어 도쿄에 도착했다.
나는 임아린의 손을 잡고 기다렸다는 듯이 비행기 밖으로 나가 방송을 먼저 켰다.
[ 이렇게귀한곳에누추한분이 님이 입장하였습니다. ]
반갑게 내 얼굴을 비추며 인사했다.
“형님들 연이루! 드디어 저희가 도쿄에 도착했습니다아아아아! 짜잔!”
- 오~ 첫 해외 나들이 축하한다!
- 그나저나 네 얼굴 치우고 임아린 비춰라
- 내가 보고 싶은 건 네 얼굴이 아니었다고.
- 우워어어! 임아린 개 예쁘다 진짜 미치겠다!
- 꽃 원피스가 저렇게 잘 어울리지? 진심 도랐···
- 부럽다 연우···
- 그나저나 악마 연구가 그 사람은?
나는 마침 보조 폰으로 건네온 전화를 받았다.
“네 여보세요? 앞이요? 정면에서 오른쪽으로··· 아! 저기 계시네요!”
그렇게 조심스럽게 다가간 곳엔 악마 연구가 염세환이 서있었다.
첫 대면이었다.
와··· 화면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잘 생겼는데?
175cm 정도로 보이는 키에 쌍꺼풀이 진한 눈.
이목구비가 굉장히 뚜렷하다.
그리고 시선을 사로잡는 이마.
잡티 하나 없는 시원한 이마는 그 사람의 속을 가늠할 수 있을 만큼 넓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악마 연구가 염세환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염세환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