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153화 (153/225)

해외 첫 고스트헌팅. 5

어색한 분위기에 손을 먼저 내미는 악마 연구가 염세환.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연우 씨. 그리고 제수 씨.”

제수씨라는 호칭에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임아린이 고개를 푹 숙였다.

“아, 안녕하세요.”

여유 있어 보인다.

표정을 봐도 알 수 있다.

키가 크지 않아도 남자다운 덩치와 인상이 분위기를 압도한다.

이 넘치는 기운이라면 어디 가서도 꿀리지 않았을 것 같다.

“일단 숙소로 먼저 가서 짐 좀 둘까요? 숙소는 다시 한국 가실 때 편하시라고 이 근처로 미리 잡아두었어요.”

“아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 외국으로 초대해 주신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숙소까지 잡아주시고.”

염세환이 고개를 가볍게 흔들며 웃어 보였다.

“귀한 손님인데 당연히 그 정도는 해야죠.”

“아차, 정말 실례가 안 된다면 저희 시청자들한테 인사 한번 부탁드립니다.”

나는 카메라를 움직여 악마 연구가 염세환을 비추었다.

카메라를 보자마자 고개를 푹 숙여 인사하는 염세환.

“안녕하세요. 악마 연구가라는 유트브를 운영하고 있는 염세환입니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 워! 핸섬가이 형 안녕!

- 잘생겼네! 나보다는 아니지만

- 형. 왜 그 얼굴로 악마를 연구해? 여자를 연구해야지!

- 대박. 되게 듬직하게 생기셨네

- 귀신이 접근하지 못할만하겠다. 뭔가 기가 엄청 세 보여

- 마당쇠 귀신이라도 빙의된 거 아냐?

- 어쨌든 연우와 함께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 ㅇㅈ. 저놈은 뭐든 걸 가능하게끔 하는 놈이거든.

- 이번 방송 대박 납시다! 파이팅!!

개구쟁이 같은 채팅에도 여유 있게 웃으며 주먹까지 들어 보인다.

“네. 파이팅 하겠습니다.”

곧이어 염세환이 임아린과 나에게 얘기했다.

“자 그럼 숙소로 일단 가실까요?”

택시를 타고 30분도 안 되는 거리에 도착했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지며 입이 자동으로 벌어진다.

우리 동네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뻔쩍뻔쩍한 고층 빌딩들이 사방에 널려있다.

고개를 한참 올려다봐도 끝이 없다.

도대체 몇 층이야 이거?

대충 어림잡아도 30~40층은 돼 보인다.

“진짜 미쳤다 여기···”

곧이어, 다물어지지 않는 입을 하고 염세환이 안내해 주는 호텔 안으로 들어섰다.

앞장 서서 카운터에서 키까지 받아와 우리에게 건네는 염세환.

“어? 혹시 방이 하나인가요?”

염세환이 살짝 놀라며 내게 물었다.

“네. 뭐가 혹시 잘못됐나요?”

“아, 아니요. 그냥 혹시나 해서 물어봤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금방 짐만 놓고 내려올게요.”

- 로또에 당첨되면 이런 표정일까?

- 입 찢어지겠네 이 새끼.

- 후원받을 때 나오는 표정 같기도 하고

- 야. 근데 미성년자끼리 한 방은 너무 심한 거 아니냐?

- 그거 범죄야 이 녀석아!

- 됐고! 잠방 해야되는 거 알지?

- 넌 무조건 바닥이야 개색갸!

- 아냐. ㅅㅂ 화장실에서 자. 어떻게든 미션 줄꺼여.

왠지 모르게 싱글벙글인 나는 임아린을 데리고 객실로 올라갔다.

객실 번호는 2104호.

객실로 올라가는 엘레베이터도 하나의 놀이기구를 타는 것처럼 황홀했다.

“아린아. 방을 두 개 잡아줄 줄 알았는데, 하나네. 어, 어쩔 수 없네. 불편해도 조금 참아 줘.”

괜한 먼 상을 보던 임아린이 조심스럽게 중얼거렸다.

“저는 괜찮아요···”

객실 문을 열었다.

호텔 로비는 그저 미리보기였다.

다시 한번 몸에 전율이 흐른다.

바깥 전망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넓은 창문.

베이지 및 화이트가 절묘하게 섞인 인테리어.

새하얀 디자인으로 깔끔하게 놓인 화장실은 우리 집 부엌보다 컸다.

부자들은 이런 호텔을 밥 먹듯이 드나드는 건가?

모든 게 내 눈에는 신세계 그 자체였다.

“우어어어어어! 정말 예쁘다 그치?”

“꺅. 완전 예뻐요!”

임아린이 이곳저곳을 사진 찍으며 아이처럼 좋아한다.

나도 잔뜩 들뜬 마음에 그곳을 일일이 카메라를 비추며 시청자들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형님들. 이것 보세요. 욕조가 제 키보다도 더 커요! 우와! TV도 미쳤다 왜 이렇게 커!”

곧이어 반쯤 보이는 침대를 보며 크게 소리쳤다.

“그리고 우워어어어어어어! 대망의 침대가아아아!”

내 표정은 급격하게 썩어갔다.

“두, 두 개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우캬캬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시벌! 하느님 제 기도를 들어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 오 부처님. 아린이와 연우를 좀 더 떨어트려주신다면 부처님을 따라 이 머리를 홀랑 밀겠습니다.

- 아닌데. 부처님 머리 있는데.

- 그거 칸쵸 아님?

- 미친놈들. 그건 모욕이야. 사과해.

- 연우의 불행을 보며 행복을 느끼는 자들

- 사이코패스들인가

- ㄴㄴ 걍 도라이들임.

아무것도 모르고 구경하느라 바쁜 임아린을 뒤로하고.

나는 시청자들에게 방송 일정을 미리 일러두었다.

“형님들. 일단 저희는 이곳에서 3일 머물기로 했어요.”

지카이숲이 방대한 크기를 자랑하기에 제대로 된 탐험을 하기엔 하루는 벅차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총 이틀을 탐험하기로 계획했는데.

염세환이 하루 쉬고 움직이자고 하는 걸, 내가 바로 가자고 제안했다.

지옥 같은 곳을 드나들고 반 녹초 상태로 집에 가느니, 차라리 매를 먼저 맞고 하루 푹 쉬겠다는 느낌으로 말이다.

내게 나머지 하루는 포상 겸 휴식시간이었다.

숙소 안에는 최신형 컴퓨터와 수영장. 각종 편의 시설들이 다 준비되어 있어 어디 나갈 필요도 없었다.

임아린이 TV를 틀었는 지 일본어로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 3か月前、行方不明になっていた有名芸能人Aの行方が分からず、警察が困っています。]

[ 준비 다 되셨으면 로비에 내려오세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나는 TV소리에서 휴대폰으로 시선을 돌린 후. 임아린에게 얘기했다.

“아린아. 쉬고 있어. 난 잠깐 염세환님이랑 그곳에 좀 다녀올게.”

TV채널을 구경하던 임아린이 나를 보며 얘기했다.

“오빠 거기서 길 잃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래요.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죠?”

흐뭇한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인 후. 나는 가방의 물품을 확인했다.

선녀보살님의 주신 부적, 방울, 그리고 각종 장비들.

모든 걸 꼼꼼하게 체크한 후, 곧장 로비로 내려갔다.

저 멀리서 기다리고 있는 염세환.

나는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말했다.

“가실까요?”

“네. 그러시죠.”

그렇게 우린 다시 택시를 타고 세계 7대 미스터리인 숲.

지카이 숲으로 향했다.

도쿄에서 지카이 숲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1시간 50분이 찍혔다.

킬로수는 130km 가량.

생각보다 꽤나 먼 거리였다.

도착하게 되면 이미 해는 떨어져 있겠는데···

과연 어떤 모습일까?

긴장되는 그 마음을 조금이라도 풀기 위해 나는 카메라를 보며 시청자들이랑 떠들었다.

“형님들. 지금 지카이 숲으로 가고 있습니다. 두근두근 완전 기대되네요.”

- 기대되는 거 맞지?

- 화면 왜캐 흔들려

- 지금 비포장길 달리고 있냐?

- 아스팔트임

- 흔들리는 건 연우의 손이라는 뜻.

- 악마 연구가랑 배틀을 뜨기도 전인데 벌써부터 떠는 겨?

- 정신차려 인마! 셀프 싸대기 한 대 ㄱㄱ

- 이미 개쫄

“오우. 긴장이 안 될 수가 없습니다 형님들. 여긴 국내 폐가가 아닌 세계적으로 유명한 숲이라고요. 그나저나 이 숲은 언제 만들어졌을까요?”

그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염세환이 껴들었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주 여유 있게 설명을 시작했다.

“지카이 숲. 이 숲의 공식 명칭은 [아오키가하라 수해] 라고 합니다. 나무가 많은 숲이라고 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지카이 숲이라고 불리는 곳이죠. 원래 이 숲은 굉장히 큰 호수였는데, 후지산 인근의 산에서 용암이 흘러내린 이후로 이곳이 숲으로 형성되었다고 해요.”

술술 귀에 들어오는 친절한 설명에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물론 나도 미리 공부는 하고 와서 알고는 있었다.

“아··· 그래서 지카이 숲이라고 불렸구나. 근데 왜 자살 명소로 유명해진 건가요?”

염세환이 자신감있게 말을 이었다.

“원래 이 숲은 인지도가 높은 지역은 아니었는데, 1960년대에 자살을 소재로 한 소설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베르테르 효과에 영향을 받은 이들이 이 숲에 몰려가 자살을 하는 바람에 유명해진 것이라고 합니다.”

내가 염세환의 말이 끝나자마자 보충 설명을 도왔다.

“형님들. 여기서 베르테르 효과는 사회적으로 존경을 많이 받거나 인기를 끈 사람들의 자살을 똑같이 따라하는 사회적 심리현상을 말합니다.”

- 올. 정연우 좀 치네?

- 잘 치고 들어오네. 내 새끼.

- 밤새 공부한 거 아니지? 이 한 마디 하려고?

- 그나저나 그렇게 해서 일본 제일의 자살 명소가 됐다고?

- 넹. 실제로 가면 자살한 흔적들이 엄청 보인대요.

- 밧줄, 옷, 등등 생활 품들이 곳곳에 널려있다는 얘기가···

- 괜히 유명한 게 아님

- 오우. 얘기만 들어도 벌써 소름 끼치네

- ㅇㅇ 여긴 찐 리얼이니까.

“실제로 이 숲에는 자살한 사람이 워낙 많아 아직까지 수습하지 못한 시신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곳에 방문하면 사체의 흔적이나 사체를 쉽게 발견할 수 있을 정도라네요. 1978년도부터 2003년까지 25년 동안 발견된 유골만 천여 개가 넘는다는 말이···”

그렇기에 다른 지역에는 시체가 발견되면 경악하여 뉴스나 신문에 대서특필 되지만, 이곳의 사체가 발견되는 건 워낙 흔해서 큰 뉴스거리가 되지 못하는 불상사가 일어난다.

내가 염세환에게 물었다.

“혹시 염세환님은 전에 이곳을 방문하셨을 때, 그런 끔찍한 장면들을 목격하신 적이 있나요?”

염세환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아니요. 제가 갔을 땐 신기하게도 그런 것들이 없었어요. 있어봐야 누가 버리고 간 텐트라든지, 옷가지라든지··· 그런 것들만 있었죠.”

“혹시 밤에 가셨나요? 아니면 낮에 가셨나요?”

“전에 갔을 땐 낮에 갔었습니다. 밤에 가는 건 저도 이번이 처음이에요.”

“아하··· 그렇군요.”

- 연우야.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 공포에 질리는 모습을 보고 싶긴 하지만, 여긴 살짝 예외야

- 너 잘못되면 다신 그런 모습을 못 보니까 말이다

- 우리도 정신 바짝 차리고 너 길 잃지 않게 도와줄게

- 오늘 세기의 대결이다

- 내가 사랑하는 유트버가 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 ㅇㅈ. 이기즈아!

나는 피식 웃으며 카메라에 대고 주먹을 쥐어 보였다.

‘영적 존재는 분명 존재한다.’

그렇게 시청자들이랑 신나게 떠들다 보니 어느새 그 긴 거리를 금방 도착해버렸다.

도착한 시간은 오후 9시.

한국이라면 아직 완벽하게 어둠이 찾아올 시간은 아니었지만, 여긴 달랐다.

사람들에게서 왜 위험한 장소로 손꼽히는지 택시를 내리자마자 단 번에 알 수 있었다.

“와··· 대박이네 이 숲. 대낮에 와도 햇볕이 다 가려지겠는데요?”

빼곡하게 자리하고 있는 나무들.

주변 분간이 매우 어려울 정도였다.

험하게 우거져 있는 나무들이 하늘을 죄다 가려버려 달빛조차 들어올 틈이 없었으니까.

게다가···

“오늘 진짜 조심해야겠는데요. 길이 사람이 자유롭게 다닐만한 길이 아니에요.”

사람이 오다닐 수 있는 길이 하나도 형성되어 있지 않다.

용암으로 생긴 곳이라 그런지 습기도 엄청나다.

이끼가 끼어 있는 건 기본이고, 높낮이가 불규칙한 길 여기저기에는 푹 패인 구덩이도 너무 많았다.

저 멀리서 내 귀를 번뜩이는 소리가 숲에서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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