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7화 〉 첫 경험
* * *
늦은 밤.
집에 있다가 미유키의 연락을 받은 나는, 그녀가 말해준 장소로 차를 몰고 갔다.
인적이 거의 없는 골목에 차를 세운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덜컥.
조수석 문을 연 미유키가 차에 탔다.
“늦었지? 미안해. 애들이랑 인사 나누느라...”
“3분 정도밖에 안 기다렸으니까 신경 쓰지 마라.”
“응...”
미유키의 표정은 긴장으로 가득했다.
집에서 벌어질 일을 어렴풋이나마 예상하고 있는 듯한 모습.
그녀 나름대로 각오를 했다는 방증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은 고요했다.
미유키는 집에 도착할 때까지 창밖만 쳐다보고 있었는데, 나는 그녀가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입을 연 건, 집에 도착한 내가 차의 시동을 껐을 때였다.
“마츠다 군.”
“왜.”
“나 샤워먼저 할래.”
“탕에 물 받아놨어.”
“마츠다 군은 씻었어?”
“나도 씻어야지. 샤워실에서.”
“응.”
결의가 담겨있는 목소리다.
미유키 혼자 있었다면 주먹을 불끈 쥐었을지도 모르겠다.
미유키와 나란히 돌길을 걸어 집 안으로 들어온 나는, 그녀가 쇼핑백을 들고 노천탕으로 향하자 재빨리 옷을 벗어던졌다.
이후 샤워실에서 꼼꼼하게 샤워를 마치고, 요 위에 편하게 누워 TV를 켜고 미유키를 기다렸다.
미유키는 오랜 시간이 지난 끝에 탕에서 나왔다.
수건을 머리에 쓴 상태로 나온 그녀가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굳게 닫혀있는 창이었다.
주방을 나눈 미닫이창마저 닫혀있는 완전히 밀폐된 거실.
그곳을 둘러본 미유키의 목젖이 크게 꿀렁거렸다.
그런 미유키를 쳐다본 나는, 덮고 있던 이불을 살짝 들춰 옆을 두드렸다.
그러자 미유키가 조심조심 다가와 눕더니, 이불을 턱밑까지 덮었다.
이불 자락을 잡은 그녀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는 것을 본 내가 말했다.
“오늘 수고했어.”
“.... 마츠다 군도 수고 많았어...”
“난 한 것도 없는데?”
“그래도... 표 검사하고 심부름도 하면서 우릴 도와줬잖아. 그것만으로도 엄청 만족해.”
“그러냐?”
“응... 아, 그리고 마츠다 군이 들어와서 애들한테 밥 먹으라고 했을 때 있잖아... 욕했을 때...”
“어.”
“그때 분장한 귀신이 사야였거든? 뒤풀이 때 사야가 놀란 마츠다 군이 엄청 웃겼다고 말하니까, 애들이 좋아했어.”
그 손톱 긴 요괴 분장을 한 애가 사야였구나.
어차피 내일이면 까먹겠지만.
“뒷담했네? 내 앞에서도 그럴 수 있나 보자.”
문화제 이야기를 하면서 가벼운 농담을 곁들이자 긴장이 풀렸을까?
미유키가 실소를 터뜨리더니 내 옆으로 살짝 다가왔다.
옆으로 누운 그녀가 내 앞머리를 정리해주며 말했다.
“오늘 애들이 말하는 거 들어보니까... 슬슬 마츠다 군을 편하게 대하려고 하는 것 같아. 그러니까 예전처럼 막... 삐딱하게 굴면 안 돼. 알았지?”
“굳이 그래야 되나?”
“안 그러는 것보단 훨씬 낫다고 봐.”
“그래... 알았다.”
순순히 고개를 주억거리자, 미유키의 눈가에 호선이 그려졌다.
방긋 웃은 그녀는 자신과 시선을 맞추는 날 바라보며 자신의 도톰한 입술을 움직였다.
“TV 볼 거야...?”
“글쎄... 모르겠다.”
“왜 몰라...?”
은연중으로 오늘 뭘 할 거냐고 묻고 있는데, 말투에 겁먹은 기색이 역력하다.
마음의 준비는 했지만, 막상 그 시간이 닥치게 되니 두려운 마음이 커졌겠지.
미유키 쪽으로 스르륵 몸을 돌린 나는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
안 그래도 조용하던 분위기가 더욱 가라앉는다.
TV에서 나오는 광고 소리가 아니었다면 이보다 훨씬 어색했을 거다.
“머리 예쁘다...”
내 얼굴 이곳저곳을 살피던 미유키의 뜬금없는 칭찬.
한쪽 입꼬리를 올린 내가 말했다.
“네가 정리해줬잖아.”
“그랬지...”
“피곤해?”
“아니... 하나도 안 피곤해.”
“눈이 풀려있는데?”
그 말에 미유키가 눈에 힘을 빡 주었다.
“안 풀렸는데?”
그 귀여운 행동에 웃음을 터뜨린 나는, 분위기가 꽤나 환기되자 은근슬쩍 미유키의 골반으로 손을 뻗었다.
툭.
손이 닿자 움찔하는 그녀.
그녀는 이내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려는 듯 기다란 한숨을 내쉬었다.
“후아...”
자주 하던 스킨십임에도 오늘따라 반응이 격하다.
미유키의 눈가는 어느 샌가부터 촉촉해졌고, 몸은 다시 지진이라도 난 듯 떨리고 있다.
스스로를 다스리지 못하고 있구나.
미유키를 조심스레 껴안은 나는 아주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오늘은 그냥 잘까?”
“.....”
그녀는 내 겨드랑이 사이에 자신의 팔을 들이밀고 부서져라 힘을 주었다.
나는 살구 향이 솔솔 올라오고 있는 미유키의 정수리에 애정이 담겨있는 키스를 해주고, 마치 아이를 재우듯 그녀의 엉덩이를 살살 토닥거렸다.
“흐응...”
이런 내 애정표현이 마음에 들었을까?
미유키가 저번처럼 간드러지는 콧소리를 내뱉더니, 자신의 얼굴을 내 가슴팍에 더욱 깊게 파묻었다.
그리고는 아까 물었던 내 질문에 대답했다.
“안 잘래...”
“안 잘 거야?”
“응... 안 자... 그거... 그거 해줘...”
“그게 뭔데?”
“아까 그거... 야키토리 먹고 있을 때... 했던 거어...”
애교가 잔뜩 묻어나오는 야릇한 목소리로 귀신의 집에 있었을 때의 그 스킨십을 언급하는 미유키.
그게 마음에 들었나보다.
평소보다 더욱 적극적이게 된 그녀를 향해 씨익 웃어보인 나는,
스윽.
미유키의 어깨를 약하게 밀어 그녀를 정자세로 눕힌 뒤, 그 위에 그대로 올라탔다.
“.....”
자신의 가슴께에 팔을 바짝 붙이고는 눈을 끔벅거리는 그녀.
아까와는 다르게, 기대감으로 설레어하는 게 보인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내리면서, 미유키의 입가가 아닌 입술을 핥았다.
그녀와 첫 키스를 할 때처럼, 아주 느릿하게.
“흣...!”
그에 짧은 신음을 내뱉은 미유키의 오똑한 코에서부터 기다란 바람이 뿜어져 나와 인중을 간지럽혔다.
첫 키스 때와 같이 미유키의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어 당기며 키스를 마무리한 나는, 그녀의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이후 미유키를 처음 봤을 때부터 하고 싶었던,
지금까지 가슴속에 꾹꾹 담아두고 있었던 말을 꺼냈다.
“좋아해, 미유키.”
그와 동시에 미유키의 파리하게 떨리던 몸이 멎었다.
안 그래도 큰 눈을 더더욱 크게 뜬 그녀는,
“나, 나도... 나도 좋아해... 켄...”
경칭을 완전히 뺀 내 이름을 부르며 고백에 화답해주었다.
아주 환한 미소를 지으며, 진심을 다해서.
그것이 도화선이었다.
서로를 향한 마음을 겉으로 드러낸 우린, 서로의 입술을 맞대고 더없이 격한 스킨십을 하며 쾌감을 높여갔다.
입 안으로 쏘옥 들어온 미유키의 혀.
그것이 내 이빨을 탐하고 있을 때, 나는 그녀의 티셔츠를 쭈욱 올렸다.
“흡!”
상의가 말려 올라가자 흠칫하는 미유키.
당혹스러워하고는 있지만, 내게 굳은 믿음이 있는지 혀를 놀리는 걸 멈추지 않고 있다.
그대로 미유키의 갈비뼈 부근과 옆가슴을 간지럽히듯 쓰다듬자,
“후흡... 흡!”
미유키가 짧은 콧바람을 여러 번 내쉬며 자신의 다리를 내 다리 사이에 끼워넣으려고 했다.
자신이 점점 흥분하고 있음을 온몸으로 알려주고 있는 미유키에게서 얼굴을 떼어낸 나는, 입술 사이에서 길게 늘어지고 있는 타액을 혀로 톡 끊어 내 입으로 가져갔다.
그 모습이 어지간히 외설적이었는지, 미유키가 입을 헤 벌렸다.
그 틈을 탄 나는 미유키의 브라 감촉을 느껴보았다.
넥 라인이 무척 짧다. 손끝을 조금만 올리면 물렁한 맨살이 느껴질 정도.
그리고 평소의 밋밋한 느낌이 아닌, 서글서글한 느낌이 난다.
언더와이어 가운데에 있는 브릿지엔 리본 같은 게 있다.
란제리구나. 이런 속옷도 준비하고... 기특하다.
“마츠다 군... 변태 같아...”
그녀의 앙탈을 가볍게 웃는 것으로 넘긴 나는, 말려 올라가있는 티셔츠를 마저 벗기려고 했다.
“.....”
그러자 미유키가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눈을 마주치기 부끄러워하는 듯한 미유키의 행동에 낮은 웃음소리를 내뱉은 나는, 그녀의 일자로 쭉 찢어진 배꼽 바로 위에 입술을 대고 쪼옥 빨아들였다.
“아학...!”
거의 튕기다시피 꿈틀하는 허리.
들어올렸던 팔은 어느 샌가 내려와 내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있다.
제대로 느꼈구나. 다행이다.
나는 티셔츠를 올리던 것을 그만두고 미유키의 뽀얀 피부를 애무하는데 집중했다.
허리부터 시작해 갈비뼈, 명치, 그리고 윗가슴.
내 입술과 혀가 피부에 닿을 때마다,
“핫...! 흑...!”
미유키는 간헐적인 신음을 터뜨리며 온몸을 푸들푸들 떨어댔다.
**
얼마나 지났을까? 대충 30분 정도는 미유키의 상체를 애무하는데 쓴 것 같다.
이런 내 노력의 결과물은 만족스러웠다.
“하아... 하아...”
온몸에 힘이 쫙 빠져버린 미유키가 거친 숨을 토해냈던 것이다.
잔뜩 흥분했음을 나타내듯, 그녀의 몸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윤기가 감돌기 시작한 그녀의 허리를 손가락으로 콕 찔러본 나는,
“히약...!”
미유키의 입에서 교성과 비슷한 탄성이 터져 나오자 그녀의 옆에 밀착했다.
그리고는 손을 내려, 중지의 끝을 미유키의 가랑이 사이에 대고 꾸욱 눌렀다.
“우으...”
이를 악 물며 다리를 오므리는 그녀.
중지 끝이 촉촉하다. 상당히 많이 젖어있는데, 이제 슬슬 때가 된 것 같다.
그녀의 귓가에 입을 가져간 내가 나긋한 투로 말했다.
“팔 올려볼래?”
“시러... 시러어...”
흐트러진 말투로 거부하면서도 팔을 드는데, 사랑스러워서 미치겠다.
천천히 미유키의 티셔츠를 벗긴 나는, 그녀의 등에 손을 대고 약간 힘을 주었다.
살짝 올라오는 미유키의 상체.
나는 그대로 뒤에 달려있는 브라 후크를 풀었다.
툭 하는 소리와 함께 양옆으로 튕겨나가는 밴드.
“아...!”
탄식을 하는 미유키의 브라마저도 벗긴 나는, 그녀를 바르게 눕히다가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미유키의 커다란 가슴이 출렁이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순간 나도 모르게 감탄이 튀어나올 뻔했다.
정신이 멍해질 정도로 아름다운 모양과 크기.
이미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오른 자지에 더욱 피가 쏠린다.
잠깐 미유키의 가슴을 감상하던 나는, 톡 튀어나와있는 분홍색 유두를 손톱으로 콕 건드려보았다.
그러자,
“햐아앙!”
흥분으로 가득 찬 신음을 터뜨린 미유키의 몸이 꿈틀했다.
자신이 이런 목소리를 낸 것이 창피했을까?
입을 꾹 다문 그녀가 한쪽 팔로 자신의 가슴을 가렸고, 남은 팔은 눈가를 가리며 쑥스럽기 그지없는 표정을 감추었다.
그 행동에 퍼뜩 정신을 차린 나는, 그녀가 부끄러워하는 틈을 타 골반에 걸쳐진 반바지를 잡아당겼다.
미유키가 뭐라고 할 틈도 없이 스륵 하고 내려간 반바지.
나는 여기서 잠깐 멈추고 미유키의 아랫배에 손을 올렸다.
이후 약손을 하듯 살살 쓰다듬었다.
그에 안심이라도 했는지, 미유키의 다리에 힘이 풀렸다.
앙증맞은 발가락을 꼼지락대고 있는 다리를 보며 피식한 나는, 아주 조심스럽게 팬티 옆라인으로 손을 가져가 미유키의 반응을 살폈다.
“.....”
얌전한 미유키의 몸.
거부하는 기색이 전혀 없다.
무릎마저도 올라와있다. 다리를 들 준비를 하고 있다는 뜻.
그냥 될 대로 되라... 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안도한 나는 느릿하게 미유키의 팬티를 벗겼다.
내려가는 팬티가 볼록한 치구 아래를 지나가자, 그 아래로 촉촉해진 보지가 드러난다.
가슴만큼 예쁘고 매끈하다.
나는 저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키고는 발끝에 걸쳐진 미유키의 팬티를 마저 벗겼다.
그리고는 완전한 나체가 된 그녀의 몸을 감상했다.
“마츠다 군... 그만 봐아... 제발...”
눈가를 가린 팔 아래로 내 시선을 느낀 건지, 미유키가 간절한 투로 날 나무랐다.
“후...”
한숨을 내쉬어 쿵쾅대는 가슴을 진정시킨 나는, 바지를 벗고 미유키의 다리를 벌려 내 허벅지 위에 올려놓고, 보지에 자지를 올려다놓았다.
톡.
묵직하고 단단한 것이 얇고 민감한 살갗에 닿자,
“힉!”
미유키가 움찔하며 눈가를 가린 팔을 치웠다.
아래는 볼 생각도 못한 채로 날 올려다보고 있는 그녀의 눈은 크게 뜨여져있었다.
제대로 놀란 표정이지만, 걱정이 담겨있는 내 얼굴을 바라보고는 이내 입술을 꽈악 깨문다.
“아, 아프지 않게... 해...”
결심이 서린 말투.
고개를 끄덕인 내가 대답했다.
“노력할게. 아프면 바로 말해.”
“응...”
그렇게 내가 삽입을 시도하려고 하는데,
“악!! 아아아아악!! 마츠다 군...! 아파...! 아파아!!”
미유키가 돌연 고래고래 비명을 질러댔다.
잠시 벙 찐 내가 미유키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자, 그녀가 실눈을 뜨더니 겁먹은 투로 물었다.
“넣었어...? 넣은 거야...?”
“아니. 아직 대지도 않았는데.”
“.... 정말...?”
미유키는 나만 바라보면서 자신의 손을 아래로 내렸다.
삽입이 되었는지 안 되었는지 확인해보려는 행동이었다.
자신의 그곳에 그 어떤 것도 닿지 않았음을 확인한 그녀는,
“.....”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옆으로 돌려버렸다.
한동안 그러고 있던 그녀가 자그마한 목소리로 울먹거렸다.
“마츠다 군 때문에...”
“나 때문이라고?”
“마츠다 군이... 몰라... 어쨌든 마츠다 군 때문이야...”
그 귀여운 투덜거림에 살웃음을 지은 나는 미유키를 달랬다.
“내가 조금 급했나보다. 미안해. 잠깐 쉴까?”
“.... 응... 안아줘...”
입술을 삐죽 내밀며 양팔을 뻗는 미유키.
그런 그녀를 소중한 듯 껴안은 나는, 땀으로 범벅이 되어있는 그녀의 등을 톡톡 두드려주며 시간을 보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