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화 〉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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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환카드라고?’
소환능력이라면 그것을 구사하는 헌터가 존재했지만, 카드라고 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거 너무 게임 같잖아?
아니, 애초에 눈앞에 이런 메시지가 뜬다는 자체가 현실적이지 않았다.
이 판타지 게임에나 나올 법한 여자들과 고블린도 마찬가지고.
“저, 남자님......”
세린(검사)가 우물 쭈물대며 말을 걸었다.
왜 여기 여자들은 나를 ‘남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
“네?”
“혹시 존함을 여쭈어도 될는지......”
“존함이라고 할 것도 없어요. 그냥 편하게 얘기하세요.”
솔직히 여기 있는 여자애들은 내가 사는 세상을 기준으로 할 때 고등학생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런 어린 여자애들이 파티를 이루어 던전에 들어왔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뭐, 딴지를 걸자면 끝도 없지만.
이런 어려 보이는 여자애들 앞에서 서른아홉 아재가 편하게 얘기하라는 것도 좀 그렇기는 하지만, 적어도 존함이 어쩌고 얘기를 들은 나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제 이름은 조태웅입니다.”
“아, 조태웅 님......”
“이름은 태웅이에요. 성이 조고요.”
“태웅 님......”
“태웅......”
네 명의 여자들은 황홀하다는 듯 내 이름을 읊조렸다.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다.
이곳의 여자들이 나를 대하는 방식이 좀 평범하지 않은 것 같았다.
“태웅 님은 남자면서 어떻게 그렇게 전투를 잘 아시나요?”
엘린이 물었다.
“제가 원래 이쪽 일을 하거든요.”
“네?!”
네 여자는 약속이나 한 것처럼 한꺼번에 놀랐다.
“연약한 남자가 던전에서 전투라니...... 아......”
내가못 들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칸나는 “완전 호감형이다.” 하고 중얼거렸다.
‘이게 뭐지, 진짜?’
나는 특별히 잘생긴 편이 아니었다. 헌터라서 어느정도 보정 효과는 있지만, 15년 동안 일에만 푹 빠져 지낸 탓에 자기관리 같은 것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에 비해 칸나는 무척 아름다웠다.
키가 나보다 더 크고 회색의 짧은 단발에 시원스럽게 생긴 미녀였다.
노출이 많은 의상 때문에 드러난 피부는 깨끗하고 고왔다.
무엇보다 길게 쭉 뻗은 다리는 모델의 그것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그런 여자가 나한테 ‘호감형’이라고 한다고?
나는 정말로 볼을 꼬집고 싶어졌다.
내가 좋아하는 전투 리딩을 하고, 여자들의 관심도 받고.
어쩌면 나는 어제 게임을 하다 잠든 것인지도 몰랐다.
그 게임의 내용대로 꿈을 꾸고 있는 것이고.
[귀환 시간까지 10분 남았습니다.]
[10분 안에 돌아가지 않으면 통로가 닫힙니다.]
“응?”
나는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수 있었다. 만약 10분 안에 내가 사는 곳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영영 이곳에 남겨지고 만다는 뜻이겠지.
솔직히 이곳은 천국 같았다.
이곳이라면 마음껏 전투 리딩을 할 수 있고, 귀여운 여자들의 관심을 한몸에받을 수도 있을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내 삶의 터전은 다른 곳에 있다.
이런 식으로 다른 세상에 남는다는 것은 가족에게도 못할 짓이었다.
게다가 어쩐지 지금은 처음에 느꼈던 무력감이 많이 사라진 상태였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돌아가면 인생이 달라져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저, 미안한데 나는 이만......”
“네?!”
내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네 명의 여자들은 당황했다.
“칸나! 네가 쓸데없는 말을 해서 태웅 님이 기분이 상하셨잖아!”
“죄송해요! 제가 남자랑 이야기해본 것이 처음이라서 많이 서툴렀습니다!”
“저희는 태웅 님께 더 전투에 관한 것을 배우고 싶어요!”
“아, 그런 게 아니라......”
나는 괜히 난감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 돌아가서 해야 할 일이 있어서요.”
“그럼, 이만!” 나는 그렇게 말하고 뛰기 시작했다.
10분이라면 아직 여유가 있었지만, 왠지 여기 붙잡혀 있으면 끝이 없을 것 같았다.
더 있으면 나도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뛰다 보니 처음의 그 자리에 통로가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속도를 늦추지 않고 그대로 블랙홀 같은 통로 속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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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웅!
갑자기 몸이 부상하는 바람에 깜짝 놀랐다.
하지만 이것은 별일이 아니었다. 내가 뛰어든 장소가 바로 침대 위였으니까.
이제 보니 통로라는 것이 내 침대 바로 옆에 있었다.
곧바로 침대로 뛰어들 수 있게 한 것은 나름대로 배려라고 할수 있을까?
통로는곧 사라졌다.
그리고 나타나는메시지.
[튜토리얼이 완수되었습니다.]
‘튜토리얼? 무슨 튜토리얼?’
[유저는 지금부터 두 개의 차원을 오가면서 경험치와 보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목표를 설정하면 그에 맞는 임무가 주어집니다.]
“뭔 소리야? 갑자기?”
너무 당황스러운 나머지 허공에 육성을 뱉고 말았다.
하지만 좀 전까지 메시지를 내보였던 허공은 아무 대답도 없었다.
“하아아......”
나는 지금까지의 상황을 가만히 되새겨보았다.
‘이게 꿈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고.’
침대 머리맡에 노트가 놓여있는 것으로 보아 나는 게임을 하면서 잠들지도 않았다.
평소 판타지 세계에 큰 관심이 있던 것도 아니라서 이유 없이 그쪽 세계의 꿈을 꿀 일도 없었다.
“뭐지......”
생각하다 보니 한 가지 가정이 떠올랐다.
믿기 어렵지만 다른 이유를 찾기 어려웠다.
‘직업 변환석......?’
아이템을 사용하고 며칠이 지나도록 아무 반응이 없었고, 헌터 관리소에서 검사받았을 때도 바뀐 게 전혀 없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그게 이런 결과를 만들었다고?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직업 변환석이 두 개의 차원을오갈 수 있게 한다는 이야기는 전혀 들어보지 못했다.
[목표가 정해지면 육성으로 그것을 말하십시오.]
다시 메시지가 나타났다.
아마도 내가 그 ‘목표’라는 것을 말하길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는 모양.
나는 생각나는 대로 외쳤다.
“내 목표는 나만의 길드를 만들어서 세계 최고로 키우는 것이다!”
그렇게 말하고 났더니 약간 허전한 기분이 들었다.
자연스럽게 저쪽 세상에서 보았던 귀여운 여자들이 생각났다.
“그리고 모든 여자들이 나를 좋아하게 만드는 거다!”
좀 쑥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내 인생에 가장 한이 되는 것 중 하나가 연애를 못 해봤다는 거니까.
‘......이런 소원을 들어줄 리가 없지.’
내 눈앞에 나타나는 메시지의 정체를 아직 모르겠지만, 이런 황당한 말을 하면 “웃기지 말라.”고 하면서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목표가 설정되었습니다.목표에 따라 시스템을 재설정하는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하아아......”
진짜 뭐하자는 건지.
나는 그냥 턱을 괴고 메시지가 무슨 말을 하나 기다리기로 했다.
‘의사한테 가 봐?’
아니면 헌터 관리소에 가서 문의해봐야 하나?
하지만 알 수 있었다. 거기 가서 내가 겪은 일을 말해봤자 웃음거리밖에 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이것은 나만 알고 있어야 할 일이었다.
애초에 나도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 일인지 알지 못하니까.
[설정이 완료되었습니다.]
[기본 메뉴를 확인하려면 전방의 단추를 누르십시오.]
‘단추라고?’
그렇게 의식하고 바라보자 과연 살짝 빛이 나고 있는 노란 점이 보였다.
헌터의 시력이 아니면 볼 수 없을 정도로 희미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그런 것이 떠 있다는 것은 신기한 일이었다.
손가락을 들자 단추가 알아서 손가락 위로 날아와 붙었다.
[내 정보]
[임무 확인]
[소환 카드]
[특별 상점]
여기까지 오면 더 이상 헤맬 필요가 없었다. 모든 것이 마치 게임을 하는 것과 비슷했으니까.
왜 이런 일이 생겼는가 하는 것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나는 첫 번째 메뉴인 ‘내 정보’를 터치했다.
<조태웅>
등급 : C
잠재력 : S
클래스 : 지휘관
칭호 : 이계의 부름을 받은 자
업적 : 전술 마스터
스탯 : 힘 D/ 민첩 D/ 지능 B/ 물리 방어 D/ 스킬 방어 D
스킬 : 전장을 아우르는 눈(C, Lv 1/20), 카드소환(F, Lv1/2), 텔레파시(C, Lv 15/20)
진행 중인 임무 : 파티 창설비를 모으시오.
‘이게 내 정보라고......?’
이런 식으로 본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어쩐지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많이 다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