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화 〉5화
<조태웅>
등급 : C
잠재력 : S
클래스 : 지휘관
칭호 : 이계의 부름을 받은 자
업적 : 전술 마스터
스탯 : 힘 D/ 민첩 D/ 지능 A/ 물리 방어 D/ 스킬 방어 D
스킬 : 전장을 아우르는 눈(C, Lv 1/20), 카드소환(F, Lv 1/2), 텔레파시(C, Lv 15/20)
진행 중인 임무 : 파티 창설비를 모으시오.
나는 ‘내 정보’라고 눈앞에 떠올라있는 것을 찬찬히 보았다.
먼저 등급이 C라는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니까 별 감흥이 없었다.
하지만 그 아래 있는 잠재력......
‘S라고?’
성장 속도가 S라는 거야, 아니면 내가 잠재적으로 S급까지 성장할 수 있다는 뜻이야?
적어도전자는 아닌 것 같았다. 왜냐면 내가 진짜 성장 속도가 S였다면 지난 10년 동안 계속 같은 등급이었을리가 없으니까.
‘뭔가가 근본적으로 바뀌었어.’
내가 겪고 있는 불가사의한 일들을 생각한다면 성장 속도 자체가 바뀌었다는 것도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이었다.
어느 쪽이든 결과는 같을 터였다.
초고속 성장을 한다면 나중에는 진짜 S급 헌터가 될 수 있을 테니까.
‘클래스......’
내가 헌터관리소에서 판정받은 클래스는 ‘C종 서포터’였다.
가장 쓸모없는 직종.
그나마 노력해서 리딩 능력을 키웠기 때문에 파티를 꾸려 오래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이지, 아니었다면 나는 그냥 여기저기 허접한 파티를 오가야 했을 것이었다.
그런데 여기 적힌 클래스는,
나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지휘관’이라는 클래스는 처음 보는 것이었으니까.
뭔가 굉장히 있어 보여서 멋있기는 한데, 이게 뭐 하는 클래스인지 알 수 없었다.
[자세한 정보를 보고 싶으면 해당 항목을 터치하십시오.]
“아!”
그런 거였어?
나는 ‘지휘관’이라고 적힌곳에 손가락을 올렸다.
그러자 뽁, 하고 팝업창이 튀어 올랐다.
<지휘관>
레벨 : 1/5
진화 : 지휘관 -> 뛰어난 지휘관 -> 특급 지휘관 -> 전설적인 지휘관 -> 전장의 지배자
설명 : 팀 원 전체의 사기를 북돋고, 집중력을 높인다. 지휘를 받는 인물들의 성장 속도가 상승하며, 그들의 잠재력을 계발한다.
파생 스킬 : 전장을 아우르는 눈
“어?”
게임을 해 본가락으로 예상을 해보자면 레벨이 표시된방식은 최대 5레벨 중 현재 레벨이 1이라는 것 같았다.
이 클래스는 진화도 가능한 모양으로, 앞으로 진화할 수 있는 클래스 명이 쭉 적혀 있었다.
아마도 레벨 5에 도달하면 ‘뛰어난 지휘관’이 된다는 뜻이겠지.
‘‘전장의 지배자’ 뭐냐......’
보기만해도 무척 대단할 것 같은 클래스다.
“하아아......”
정말 마음에 들었다.
설명까지 보니 사냥을 리딩하는 헌터에게 가장 적합한 클래스이지 않나 싶었다.
사기와 집중력, 그리고 성장 속도까지 높여준다니......
어떤 헌터가 이런 리더 밑에서 사냥하고 싶지 않겠는가?
게다가 잠재력을 계발한다면, 아마도 스킬 같은 것을 추가로 갖게 할 수 있을지 몰랐다.
‘이걸 다른 헌터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면 당장내 파티에 들어오려고 줄을 설 텐데.’
나는 혹시 이 정보창을 띄워 다른 헌터에게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상대가 믿어줄 리 없었다.
내 정보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도 꺼려지는 일이고.
‘파생 스킬도 있다고?’
‘전장을 아우르는 눈’은 ‘전장의 지배자’ 못지않게 멋있는 이름이었다.
이 스킬은 당연히 내가 기존에 갖고 있던 것이 아니다.
헌터 경력 내내 내가 가졌던 스킬은 ‘텔레파시’가 유일했으니까.
나는 계속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칭호.
이것도 게임 정보창에서나 볼 법한 단어였다. 그 옆에 적힌 말은 더 게임 같았다.
‘이계의 부름을 받은 자.’
이계라면 거긴가?
여자 파티원들이 고블린을 상대로 전투를 벌이고 있던 곳.
이 칭호를 해석하면 내가 그곳에 갈 수 있었던 게 누군가의 부름을 받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아니면 이계 자체가 나를 불러들였을 수도 있고.
나는 칭호의 정보를 보았다.
<이계의 부름을 받은 자>
설명 : 이계를 구원하기 위한 부름에 따라 소환되었다. 두 개의 차원을 오갈 수 있으며, 경험치와 능력을 공유한다. 임무를 달성할 시 보상을 얻는다.
파생 스킬 : 카드소환
‘뭐라는 거야?’
날 더러 이계를 구원하라고?
나 같은 C급 헌터더러 어떻게 이런 걸 하라는 거야?
“아......”
그렇게 생각하자 내가 더이상 평범한 C급 헌터가 아니라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
지금 읽고 있는 이 정보창대로라고 하면 나는 장차 정말로 세상 하나를 구원할 능력을 갖게 될지도 몰랐다.
파생 스킬 ‘소환 카드’.
이건 뭔지 모르겠다.
나는 일단 다음으로 넘어갔다.
업적.
‘전술 마스터!’
가슴을 울리는 업적명이었다.
나는 정보가 궁금해서 얼른 손가락으로 그것을 터치했다.
<전술 마스터>
내용 : 오랜 시간 전술을 연구해 온 결과 마스터의경지에 이르렀다.
효과 : 지능, 전술 창의성, 전술 응용력 상승.
특수 효과 : 잠재력 상승(‘지휘관’ 클래스를 가졌을 경우 효과 X 100).
진짜 꿈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나는 업적 설명을 보면서 가슴이 찡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것은 마치 지난날의 내 노력을 보상해주는 듯했으니까.
내용 또한 엄청났다.
나는 기본적으로 전술 덕후이다.
게이트 사냥에 대한 국내외 모든 자료를 숙지하는 것은 물론 개인적으로 연구한 전술 노트만도 수십 권이었다.
물론 C급 파티장이 현장에서 써먹을 기회가 주어진 전술은 그중 극히 소수에 불과했지만.
‘특수 효과’에 이르러서는 나는 왜 내 잠재력이 S인지 알 수 있었다.
이 업적이 잠재력을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는 데다, ‘지휘관’ 클래스를 가지고 있으면 그 효과가 100배나 올라간다고 하니까.
‘스탯’은 ‘등급’처럼 원래 내가 가지고 있던 것과 다르지 않은 것 같았지만, 그래도 ‘지능’이 A라는 것은 놀라웠다.
클래스가 서포터인 데다 오랫동안 파티장을 해온 만큼 높을 줄은 알았지만, A일거라고는 예상 못 했다.
아마도 이것은 ‘전술 마스터’ 업적 효과로 그 수치가 상승했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다음은 스킬.
분명 내 스킬은 ‘텔레파시’하나밖에 없으련만, 여기 적힌 스킬은 세 개나 되었다.
이중 ‘전장을 아우르는 눈’은 ‘지휘관’ 클래스의 파생 스킬이라고 했지.
나는 그 정보를 보았다.
<전장을 아우르는 눈>
등급 : C
레벨 : 1/20
설명 : 전장을 3차원으로 볼 수 있다. 등급이 오를수록 시야가 넓어지며 확인 가능한정보가 늘어난다.
‘전장이 3차원으로 보인다고?’
나는 그간 많은 사냥을 리딩하면서 답답하게 생각한 것이 있었다.
바로 시야가 가린 경우디테일한 지령을 내릴 수 없다는 점.
만약 여기 적힌 대로 전장을 3차원으로 볼 수 있다면 훨씬 효율적인 리딩이 가능할 게 분명했다.
마치 전술 게임을 하는 것 같겠지.
‘카드소환......’
지금까지 보았던것 중에 가장 이해가 안 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이 스킬이었다.
‘뭔 소리야? 카드라니?’
그렇게 생각하자 불쑥 저쪽 세상에서 건너오기 전에 나타났던 문장들이 떠올랐다.
‘무슨 카드를 얻었다고 했는데?’
나는 스킬 정보를 열어보았다.
<카드소환>
등급 : F
레벨 :1/2
보유 가능 최대 카드 수 : 10
보유 가능 최고 등급 : ★
설명 : 이계에서 인연을 맺은 여자들을 카드로 소환할 수 있다.
‘이게 뭐야......’
‘이계의 부름을 받은 자’의 파생 스킬인 ‘카드소환’은 내게 의문만 남겼다.
마지막에 적힌 설명은 충격적이었다.
이계에서 ‘인연’을 맺은 ‘여자들’을 카드로 소환할 수 있다고?
이 내용과 똑같은 상황을 방금 이계에서 겪고 왔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다.
‘카드가 어딨는데?’
스킬 설명이 적힌 팝업창 여기저기를 눌러보아도 카드는 나타나지 않았다.
‘아, 맞다!’
생각해보니 맨 처음 메뉴를 열었을 때 마지막에 적혀 있던 것이 ‘소환 카드’였다.
그 메뉴에 들어가면 보유 카드를 확인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일단 보류하고......
나는 정보창의 맨 마지막에 적힌 ‘진행 중인 임무’를 보았다.
‘임무?’
거기 적힌 내용은 ‘파티 창설비를 모으시오.’였다.
나는 더 세부적인 정보를 보았다.
임무 : 파티 창설비를 모으시오.
모금 목표액 : 35,478,000원/200,000,000원
모금 기간 : 30일
페널티 : 칭호 삭제
내용을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시스템이 왜 내게 이런 임무를 주었는지 알 수 있었다.
시스템이 목표를 설정하라고 했을 때 나는 “나만의 길드를 만들어서 세계 최고로 키우는 것이다!”라고 외쳤으니까.
지금 상황에서 길드를 창설하는 것은 말이안 된다.
등급이 낮을뿐더러 자금, 자격 무엇 하나 충족하는 조건이 없으니까.
다만 이전에 했던 것처럼 파티를 만들 수는 있을 것이었다.
모금목표액이라고 적힌 2억 원도 현실적이었다.
내가 비품과 장비를 전부 팔고 받은 돈이 8천만 원이니까.
그것들을 다시 사고 사무실을 계약하려면 2억 정도가 최저선이었다.
‘......기간이 30일이라고?’
말도 안 된다. 전 재산이 3천 오백만 원인 내가 무슨 수로 한 달 안에 2억 원을 모은단 말인가?
그 아래 적힌 페널티는 절망적이었다.
‘칭호 삭제......’
나는 이것이의미하는 바를 깨달았다.
정보창에 보이는 대부분의 것들은 이 칭호가 있었기에 얻은 것일 터.
칭호가 삭제되면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간다.
다시 희망 없는 낙오자가 되고 말리라.
“하아아......”
한숨이 나왔다. 하지만 대출을 받는다거나 하는 방법도 있으니 완전히 불가능한 임무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 돈을 모으지 못해 페널티를 받는다면 정말 억울할 것이다.
나는 일단 ‘내 정보’ 메뉴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아까부터 궁금했던 ‘소환 카드’가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해당 메뉴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