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화 〉6화 (6/92)



〈 6화 〉6화

[기본 정보]
[덱]
[보유 카드]


이것이 ‘소환 카드’를 누르자 나타난 내용이었다.
메뉴 아래 하위 메뉴가 또 있었던 모양.

나는 일단 ‘기본 정보’부터 보았다.



보유 카드 수 : 4/10
보유 가능 최고 등급 : ★
 타임 : 24시간
최대 사용 가능 시간 : 4시간
최대 설정 가능 덱 수 : 1



이것은 말 그대로 기본 정보였다. 게임을 조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곧장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단출한.

나는 두 번째 ‘덱’ 메뉴로 들어가 보았다.


[기본 덱]



하위 메뉴는 하나뿐이었다.
기본 덱.
여기까지  나는 어느 정도 감이 왔다.


오래전에 TCG(Trading card game)를 해본 적이 있으니까.
헌터 일이 바빠지면서 게임을 거의 하지 않았지만,그 전에는  즐겨 하던 장르였다.
원래 나는 팀을 만들어서전투하는 시뮬레이션 게임을 좋아했다.
따지고 보면 내 성향은 오래전에 게임을 하면서 형성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억 돋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으면서도 호기심이 강하게 일었다.


나는 ‘기본 덱’이라고 적힌 메뉴를 터치했다.

그러자 눈앞에홀로그램처럼 생긴 그래픽이 나타났다.
열 개의 칸이 그려진 커다란 판.
그중 네 개의 칸에 카드가 놓여있었다.


그 중심에 간단한 정보가 나와 있다.



덱 등급 : ★
덱 성향 : 밸런스
공격력 : F
방어력 : F
우호도 :  ★

‘이거 마치......’


오래전에 유행했던 게임을 보는 듯했다. 전세계적으로 유행한 그 게임은 애니메이션도 있었는데, 거기 나오는 캐릭터들이 이런 식으로 덱을 불러내곤 했다.

나는 첫칸에 있는 카드를 터치해보았다.

파락!


작은 카드가 뒤집히더니 홀로그램 그래픽이 확 커졌다.
그것은 실제 사람처럼 생동감 넘치는 그래픽이었다.


나는눈앞에 나타난 이 여자를 알고 있다.
가죽옷을 입고 풍성한 금발을 휘날리고 있는 여자.
그렇다.
이계에서 봤던 그 검사였다.

‘이름이 세린이었나?’

기억을 더듬을 필요도 없이 그래픽 아래에 정보가 나와 있었다.



<세린>
등급 : ★
종족 : 인간
클래스 : 검사
스탯 : 근력 6/ 민첩 5/ 건강 7/ 지능 3/ 지혜 4/ 매력 8
스킬 : -
우호도 높은 멤버 : 세라(동생), 칸나(친구), 엘린(친구)
관심사 : 강해지고 싶다!  날카로운 검이 있었으면 좋겠다!
친밀도 : 50




“아......”


이렇게 보니상황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예상했던 대로 TCG의 향기가 물씬 나는 시스템이다.
고블린을 상대로도 헤맸던만큼 등급은 역시  하나였다. 내가 보유할 수 있는 카드의 최고등급이 일성인 만큼  장의 카드를 모두 뒤집어도  이상은 나올  같지 않지만.

‘파티 멤버들이랑 친한 것 말고는 장점이 없네.’

그나마 더 강해지고 싶은 욕구가 있는 것으로 보아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해야 할까?
나와는 번밖에 만나지 않았는데 친밀도가 50이었다.
원래 이계의 사람들은 처음 보는 사람들하고 금방 친해지는 걸까?
이런 식이면  번, 세  만났을 때는 거의 가족이랑 동급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나는  앞에 용맹하게 검을들고 있는-그래픽으로 보이는 기세에 비해 실제 실력은 형편없지만- 세린을 마주 보았다.
그녀는 마치 살아있는 사람처럼 눈빛을 빛내고 있었다.

‘예쁘긴 하네......’


나도 모르게 몸을 납작하게 숙여 그녀의 치마 밑을 보려고 했다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무리 오랫동안 연애를 못 했어도 이건 아니지.’


나는 눈앞에 있는 그래픽을 터치했다. 그러자 다시 카드가 뒤집히면서 원래 상태로 돌아갔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이해를 했으므로 나는 나머지 세 장의 카드를 한꺼번에 뒤집었다.


파각! 파각! 파각!


예쁜 용모의 여자들이 세  나란히 나타났다.
한 명일 때는 그런가 보다 했지만, 세 명이서 나오니 참 장관이었다.
마법사와 힐러는 로브를 쓰고 있어서 제대로 얼굴을 보기 어려웠는데, 지금은 그것이 벗겨져 있어서 용모가 더 잘 드러났다.


세라는 언니처럼 금발이었다.
앳된 용모에 순진한 표정을 짓고있는 것이, 남한테 잘 속아 넘어갈 것 같은 인상이었다.

엘린은 검은색 머리칼에 진지하고 정숙한 이미지를 가진 여자아이였다. 농담이 통할 것 같지 않은 모범생 이미지다.


그리고 칸나......


그녀의 신장이나 몸매의 성숙도는 옆의두 여자와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나올 데는 나오고 들어갈 데는 들어간 시원스러운 몸매다. 특히 길고 탄탄한 다리가 참으로  만했다.
짧은 머리칼에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흠......”

실력은 없어도 외모만큼은 버라이어티한 여자들이다.

‘......미연시가 아니지.’


나는 장르를 혼동하지 않기 위해 머리를 붕붕 내젓고 각 카드의 정보로 눈을 돌렸다.

<칸나>
등급 : ★
종족 : 인간
클래스 : 무투가
스탯 : 근력 6/ 민첩 7/ 건강 9/ 지능 1/ 지혜 2/ 매력 8
스킬 : -
우호도 높은 멤버 : 세린(친구), 세라(친구), 엘린(친구)
관심사 :고블린은 약하다!  남자가 신경 쓰인다♥
친밀도 : 70



<엘린>
등급 : ★
종족 : 인간
클래스 : 마법사
스탯 : 근력 2/ 민첩 4/ 건강 5/지능 6/ 지혜 6/ 매력 6
스킬 : 파이어볼
우호도 높은 멤버 : 세린(친구), 세라(친구), 칸나(친구)
관심사 : 언제쯤 두 번째 마법을 익힐 수 있을까요?
친밀도 : 40


<세라>
등급 : ★
종족 : 인간
클래스 : 견습사제
스탯 : 근력 1/ 민첩 3/ 건강 6/ 지능 6/ 지혜 4/ 매력6
스킬 : 힐
우호도 높은 멤버 : 세린(언니), 칸나(친구), 엘린(친구)
관심사 : 견습이라는 수식어를 떼고 싶다. 언니가 나를 너무과보호한다.
친밀도 : 50



세 명 모두 세린과 대동소이한 능력치를 갖고 있었다. 클래스 또한 예상했던 것과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칸나 관심사 뭐냐?’


그 남자가 신경 쓰인다고?
그 뒤에는 하트까지 붙어 있었다.

‘설마 나는 아니겠지......’

무시하고 넘어가기에는 그녀의 친밀도가 너무 높았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나는 장의 카드를 원래 상태로 되돌리고 메뉴에서 빠져나왔다.


아직  카드들의 의미에 대해서 잘 모르겠다.
이런 카드로 날 더러  하라는 건지.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순간,

[당신은 쿨 타임이 남아있는 카드를 스킬로 소환할 수 있습니다.]
[소환된 여자는 당신의 지령을 받아 싸우며, 당신처럼 두 차원 모두에서 경험치와 능력을 공유합니다.]

“어?”

이 말대로라면 나는 ‘카드소환’ 스킬을 사용해 여자들을 소환할 수 있다는 것 같았다.
혼란스러웠지만 시험 삼아 스킬을 사용해보기도 했다.
스킬을 쓰는 방법은 이래 봬도 경력이 많은 헌터인 만큼 익숙했다.

‘카드소환!’


눈앞에 네 장의 카드가 떠올랐다.
앞면이 드러난카드에는 여자들의 그림과 정보가 표시돼 있었다.


나는 그중 세린 카드를선택했다.


파앗!

눈앞이 번쩍이는가 싶더니......

“뭐야?”

아무 일도  일어났다.
다만  장의 카드  한 장이 사라졌을 뿐이다.


“부르셨습니까?”

갑자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천천히 고개를 돌렸을 때, 침대 위에 한 여자가 누워 있었다.
기분 탓인지눈빛이 요염하고볼은 빨갰다.


가죽옷을 입은 그녀의 오른손에는 검  자루가 쥐어져 있다.

“엄마야!”

나는 깜짝 놀라 침대에서 굴러떨어졌다.

“세, 세린?”

내 부름에 세린이 몸을 일으켰다.
고저의 차이가 커서 홀로그램일 때 보이지 않던 팬티가보였다.
평범한 하얀색 팬티였다.

“네! 지령을 내려주시겠습니까?”

나는 그녀가 이계에서 보았을 때와  다른분위기라는 것을 깨달았다.
생기가 부족한 것이, 마치 게임의아바타 같았다.


“침대에서 내려와.”


내 명령에 세린이 침대에서 사뿐히 내려왔다.

“저쪽을 향해서 검을 휘둘러.”
“넵!”

“이얏!” 소리를 내며 세린이검을 휘둘렀다. 자세가 엉성한 것이, 내가 이계에서 보았던  세린이 맞았다.


‘이거 어쩌면.....’

나는 벼락같은 영감을 받았다.


‘대출을 받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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