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3화 〉13화 (13/92)



〈 13화 〉13화

“응?”


나는 스킬의 업그레이드된 정보 중에서 예상 밖의 내용이 있는 것을 깨달았다.
보유 가능 카드 수와 보유 가능 최고 등급이 오른 것은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지만, 설명에 나온 ‘제작’, ‘합성’은  무엇이란 말인가?

[‘제작’은 보유 가능 최고 등급 내의 카드를 제작할  있는 능력입니다.]
[‘합성’은  장 이상의 카드를 합성할  있는 능력입니다.]

튜토리얼 메시지가 나온 것은 좋았지만, 이 메시지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그냥 상식적인 이야기였다.

“그러니까 내 말은 뭘 카드로 제작할  있느냐는 거야.”


[‘제작’의 범위는 무한합니다.]


“거, 참.”

무한이라는 단어는 참 듣기 좋은 것이기는 했다.말 그대로 제한이 없다는 거니까.

‘설마 여자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건가?’

지금까지 내가 가진 모든 소환카드의 객체는 여자였다. 카드는 본체 그 자체가 아니라 복제품을 소환하는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실제 카드를 생성한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닐 터.


‘이론적으로는 그렇겠지만.’

하지만 소환술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그 대상이 있어야 성립할 수 있는 능력이다.
내 능력만 해도 이계에 버젓이 본체가 있기 때문에 그들을 복제해서 소환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정말로 인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것은 이미 신의 능력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내 등급이 아직 C이고, 카드소환 스킬의 등급도 E에 불과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는 정답이 아닐 듯했다.

‘일단두고 볼까?’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은 내버려 두고, 나는 당장 해야 할 일에 돌입하기로 했다.

‘오케이! 이제 C급 게이트에 들어갈 수 있다!’




#

- 진짜야? C급 게이트에 들어가겠다고?

박동오는 전화로 내가 한 말을 듣더니 깜짝 놀랐다.

 혼자 들어가겠다는 거잖아. 맞지?
“응.”
- 야! 너 죽고 싶어서 환장했냐?

나는 박동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할  있었다. 공무원인 그는 당연히 이게 상식에 어긋나는 일인  알고 있을 테니까.
내 등급은 아직 C이고,  세계로 눈을 돌려봐도 C급 헌터가 혼자서 C급 게이트에 들어갔다는 예는 없었다.
물론 모든 통계가 투명한 것은 아니므로 굳이 찾자면 어딘가에는 있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절대로 상식적인 일이 아니었다.
공무원 입장에서는, 아니, 친구된 입장으로서는 무조건 말려야 할 일이겠지.

“동오야,  사실 너한테 말 안 한 게 있다.”
- 그게 뭔데?
“내가 지난번에 직업 변환석 썼다는 얘기한 적 있잖아.”
그랬지.
“그때 내가 얻은 능력이 소환술이거든.”
- 소환술?

전화기 안에서 헉하고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소환술은 일반적으로 대단한 능력으로 분류된다. 이 능력을 가진 헌터는 대개 복불복의 능력을 보이는데, 엄청나게 뛰어나거나 아니면 아무짝에도 쓸모없거나 한다.
전자는 본신의 능력을 훨씬 뛰어넘는 미지의 존재를 소환할 수 있는 경우고, 후자는 돌멩이나 나뭇가지, 아니면 이계 고양이나 강아지 같은 전투에 쓸  없는 것을 소환하는 경우였다.

당연히 박동오라면 이해했을 것이다.
내가 이렇게 자신 있는 어투로 말하는 이유는 내 케이스가 전자에 해당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의 목소리가 침착해졌다.

- 그게 진짜냐......?
“너도 봤잖아. 내가 그런 능력 아니면 어떻게 3주 동안 이렇게 많이 게이트에 들어갈 수 있었겠냐?”
- 하긴......
“그래도 아직 이 능력은 비밀로 하고 싶어. 혼자 연구해야 할 부분이 있기도 하고.”
- 아...... 알았어.
“그러니까 C급 게이트에 넣어주면 안 될까? 내가 진짜 공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서 그렇거든. 너 아니면 내가누구한테 부탁하겠냐?”
- 내가 진짜 너만 아니면 이렇게까지  하는데......

나는 박동오가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는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정직한 공무원이니까.
물론 ‘정직’이란 공무원이 지녀야 할 기본 덕목이기는 하지만, 요즘 세상에는 그렇지 않았다.
특히 헌터 관리소는 비리의 온상이라는 말을 듣고 있었다.
정부 차원에서 그것을 컨트롤하기 어렵고, 헌터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는 일반인들도 묵인하는 분위기라서 그런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박동오는 나를 C급 게이트에 넣어줄 것이다.
하지만 C급 헌터 개인에게 C급 게이트를 들어갈 허가를 내려주는 것은 있어서는  될 일이었다.
그래서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명을 임시 파티라는 명목으로 넣어줄 생각인 것이다.
나는 이런 것까지 고려해서 박동오에게 부탁한 것이었다.
원래는 불법적인 부탁을 할 생각이 없었지만, 일주일 안에남은 돈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  급박한 상황에 처해 있으니 어쩔 수 없었다.

“고맙다, 동오야! 다음에 만나면 내가 소고기 살게!”
- 당연히 그래야지.




#


그리하여 나는 C급 게이트에 입성하게 되었다.

두근두근.

새 카드들을 소환할 생각이 가슴이 두근거렸다.
내가 오늘 선보일 새 카드는  세 장이었다.
제시와 리카.
그리고 또  명, 2성이 된 칸나!


아무래도 처음 잡아주는 C급 게이트이니만큼 박동오는 가장 무난하게 사냥할 수 있는몬스터로 골라주었다.

여기서 나오는 것은 필룸부스라는 이름의 몬스터이다.
형태와 특징은 원숭이에 가까웠다.
여기서 가장 활약해야  인물은 엘린이었다.
물론 그녀가 하는 역할은 ‘몰이’이고, 진짜로 몬스터를 때려잡아야 할 것은 2성급 멤버들이었지만.

- 다들 집중해! 놈의 움직임을 놓쳤다가는 크게 다친다!
“네!”
“알겠습니다!”
“집중하겠습니다!”

이 커다란 원숭이는 높다란 나무 사이를 오간다.
게이트의 배경 자체도 심하게 어두워서, 놈이 나무를 타고 돌아다니면 눈으로 좇기가 어려웠다.

나는 ‘전장을 아우르는 눈’으로 지형을 파악했다.

그런 뒤에 엘린에게 명령했다.

- 엘린! 동쪽에 있는 나무부터 불태워!
“알겠습니다!”

소환 멤버들은 내 말에 일언반구 저항을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소환된 인물이라는 이유가 클 테지만, 나는 본체를 소환하더라도 크게 다르지 않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계의 여자들은 이상할 정도로 내게 호감이 높고 순종적이니까.

“끼익! 끼이이익!!”


필룸부스는 나무 사이를 오가다가 한 번씩 내려와 우리를 위협했다.
하지만 파티원들은 모두 집중력을 높인 상태였기 때문에 놈의 간헐적인 공격에 쉽게 대처했다.


놈은 팔을 내밀자마자, 세린과 제시의 검에, 그리고 칸나의 발차기를 얻어맞았다.
만약 방심하고 있다가 놈이 낚아채서 끌고 올라가 버리면 집중적으로 린치를 당한 끝에 바닥에 내던져지고 만다.
방어력이 약한 헌터가 그런 상황을 겪으면 심한 경우 목숨을 잃기도 했다.

엘린은 본진과 무관하게 계속 불을 지르고 있었다.
나는 동쪽 나무를 모두 불태운 그녀에게, 서쪽 나무도 태우라고 명령했다.


이곳에서 바람은 시시각각 다른 방향으로 분다.
그래서 동쪽 나무를 먼저 태웠고, 그다음에 서쪽 나무를 태운 것이다.
바람을 탄 불길은 금방 번져갔다.

나뭇잎과 가지가 타버리면 필룸부스도 몸뚱이를 노출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놈이 이동할 수 있는 나무의 숫자도 적어졌다.
이것은 내가 고안한 공략법이 아니라 보편적인 필룸부스 사냥법이었다.
요는 지형을 잘 파악하고, 바람이 부는 방향을 잘 감지할 수 있으며, 말  듣는 파티원들이 있어야 한다는 거였지만.
지금은 그 모든 조건이 갖춰진 상태였다.
그래서 오늘도 세라는 ‘힐’을 자주  필요가 없었다.

마침내 모든 나무가 불에 타버리고 한 그루의 커다란 나무만 남았다. 필룸부스는 거기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나는 리카에게 명령했다.

- 리카! 나무를 베어버려!
“넵!”

리카는 도끼를 사용하는 드워프이다. 하나 남은 나무를 찍어내기에는 제격인 멤버라는 뜻.


쿵!- 쿵!-

그녀가 휘두른 도끼에 나무가 빠르게 패였다.
당황한 필룸부스가 나무에서 내려와리카를 방해하려고 했지만, 제시의 검에 찔려 후다닥 다시 올라가야 했다.


결국,


“나무 넘어가요오~~!!”

리카의 외침과 함께 커다란 나무가 기울어졌다.
바닥으로 추락하는 필룸부스는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쿠웅!!-

“끼이익!!”

- 자! 이제 집단 리치!


내 명령에 네 명의 딜러가 필룸부스에게 달려들었다.
“끼잉! 끼잉!” 하는 구슬픈 비명이 이어진 끝에 원숭이 몬스터의 숨이 끊어졌다.


여느 때처럼 스탯 포인트를 얻었다는 메시지가 뜨고,

[세린의 등급이 ★★으로 상승했습니다!]
[엘린의 등급이 ★★으로 상승했습니다!]
[세라의 등급이 ★★으로 상승했습니다!]

나를 즐겁게 하는 메시지가 더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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