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5화 〉15화 (15/92)



〈 15화 〉15화

나는 일단 인터뷰 요청을 무시하기로 했다.
물론 이것은 나를 알릴 좋은 기회이기는 하다. <코리아헌터즈>는 헌터나 헌터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입해서 활동하는 사이트니까.
하지만 나는 방금 두 개의 좋지 못한 정보를 접했다.
하나는 나를 까 내리는 인터뷰를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내 실적을 비웃는 사람들의 반응을 본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굳이 인터뷰에 응하고싶지 않다.


굳이 나서서 조롱을 받을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나는 노트북을 닫고 이 일에 대해서는 잊어버리기로 했다.




#


“칸나, 왜 말하지 않았니?”

제시는 칸나를 보며 추궁했다.


“그게...... 사람들한테 말해도 도무지 믿지를 않아서...... 바보취급당하는 것도 한두 번이어야지......”
“음, 그건 이해가 가네. 확실히 쉽게 믿을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제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남자 진짜 누구일까?”
“내 생각에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아. 입고 있는 옷도 그렇고, 우리가 아는 상식으로는 그런 남자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잖아.”
“정말 그렇지.”

여기까지 대화를 진행했을 때 제시는 마음속에 있는 말을 했다.


“칸나!”
“응?”
“나와 리카를 너희 파티에 넣어주면 안 될까?”
“우리 파티에? 하지만 너희는 경험도 많은데 우리랑 같이 다니면 불편하지 않겠니?”
“그건 상관없어! 제발 우리를 파티에 넣어줘!”

옆에 있던 리카도 적극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칸나는 이 여자애들이  자기네 파티에 들어오고 싶어하는지 알 수 있었다.
생각할 것도 없이 그 남자 때문이겠지.

“알았어. 나도 너희들이라면 환영이야.”

솔직히  남자를 독점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하지만 이 세상의 상식으로 한 여자가 한 남자를 오롯이 독차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오히려 지금까지 경험으로 던전에 들어가야 남자를 만날 수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파티의 수준을 높여서 던전에  자주 들어가는 것이 좋으리라고 판단할 수 있었다.

게다가 지금까지 본 바로 남자는 전투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고 파티를 지휘하는 데 익숙한 것 같았다.
그의 호감을 사기 위해서는 파티의 수준을 높여서 더 강한 몬스터와 싸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게 그녀가 내린 결론이었다.

“고마워! 세린, 너는 검사라고 했지? 혹시 내가 도움이 된다면 너의 수련을 도와줄 수 있을까?”
“내가 먼저 부탁하고 싶었던 일이야. 꼭 좀 부탁해.”


리카가 질세라 얼른 말했다.


“나는 고장 난 무기와 장비를 고치는  잘해. 내게 그것들을 가져오면 너희들을 위해 수선해줄게.”
“와! 그것 좋다!”

이계의 파티 멤버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우호도를 높이고 있었다.
이것은 모두 다른 세상에서 가끔씩 건너오는 한 남자를 중심으로 대동단결했기 때문이었다.





#


일주일이 지났다.

“오케이!”


나는 오늘 이번 달 들어 마지막으로 게이트에 들어갔고, 드디어 원하는 성과를 얻었다.

 번째 목표였던 파티 창설금 2억 원 모으기를 끝낸 것!
정산금이 통장에 들어오자마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첫 번째 임무, ‘파티 창설비를 모으시오.’를 달성했습니다!]

[스킬 ‘연동 스카우터’를 얻었습니다!]
[[전용상점]이 열렸습니다!]
[1,000SP를 획득했습니다!]


“아......”

이게 뭐지?
임무를 완수하자마자 여러 개의 메시지가 나타났다.

‘하긴, 페널티가 있는데 보상이 없으리라는 법이 없지.’

게임을 할  퀘스트를 달성하면 자연스럽게 보상이 따라오곤 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내게 임무만을 주었을 뿐, 보상에 대한 이야기는전혀 없었다.
물론 임무를 달성하는 자체가 내게 좋은 일이기는 했지만 약간 부자연스러웠다고 할까?

‘새 스킬!’

나는  정보를 즉시 확인해 보았다.




<연동 스카우터>
설명 : 동화가 가능한 인물을 찾아냅니다.

“응?”

스킬 설명란에는 짧은  개의 문장만 적혀 있을 뿐이었다.

‘뭔 소리야, 이게?’

뭐랑 동화한다는 거지?
등급과 레벨 표기가 없는 것으로 보아 이 스킬은 따로 성장할 필요가 없는 능력 같았다.

나는 평소 스킬을 쓰는 감각으로 이것을 사용해보려고 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느낌상으로 패시브 스킬 같은데.


일단 알 수 없는 부분은 내버려 두고, 새로 추가된 다른 요소 쪽에 관심을 두기로 했다.

‘전용 상점?’

이미 메뉴에는 ‘특별 상점’이라는 것이 존재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머리카락이 자라게 하거나, 살이 빠지게 하는  이로운 아이템들을 살 수 있었고.
반가운 마음에 얼른 메인 메뉴를 불러내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거기에는 새로 추가된 메뉴가 있었다.

[전용 상점]


나는 당장상점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안에 펼쳐진 목록들.

“음......”

새로 생긴 상점을 들여다보는 내 기분은 일단 당황스러웠다.
왜냐면 여기 있는 물건들은 ‘특별 상점’에 있는 것들과 크게 달랐으니까.
일단 물건이 아니고 죄다 카드들이었다.

대신 전투에 소환할 수 있는 여자들의 정보가 담긴 카드가 아니라 무기나 방어구가 그려져 있고, 등급과 간단한 정보가 적힌카드들이었다.
그뿐 아니라 도무지 쓸모가 없어 보이는, 돌멩이라든지 나뭇가지라든지 하는 카드들도있었다.
그것들에는 아예 등급이 붙어 있지 않았다.
가격도 아주 쌌다.

‘SP는 여기 쓰는 거였구나.’

나는 임무를 달성하고 나타난 마지막 메시지를 떠올렸다.


이계에 가서 카드를 얻으면 ‘특별 상점’에서  수 있는 포인트를얻고, 현실에서 임무를 달성하면 ‘전용 상점’ 포인트를 얻는다.
아주 알기 쉬운 시스템이었다.

나는 일단  카드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가장 싼 아이템은 ‘돌멩이’를 구입해보았다.
돌멩이 카드의 정보는 다음과 같았다.


단단한 돌멩이. 한 손에 쥐기 편하며, 맞으면 아프다.

[‘돌멩이’는 10SP입니다.]
[구입하시겠습니까? Y/N]

아이템을 사자 내 앞에 홀로그램으로 된 카드가 나타났다.
나는 ‘카드소환’ 스킬을 발휘해서 그것을 소환해보았다.


카드가 사라지고 내 손에 돌멩이가쥐어졌다.

“아......”


나는 이 상점에서 팔고 있는 카드 아이템의 기능을 단번에 이해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을 알자마자 가슴이 설렜다.


‘이거혹시......’


나는 며칠 전에 ‘카드소환’ 스킬의 등급이 오르면서 새로 등장한 개념인 ‘제작’과 ‘합성’을 떠올렸다.
아직도 ‘제작’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혹시 ‘합성’은 여기 쓰는 게 아닐까?


이 카드를 사서 여자들의 카드와 합성한다면 그녀들의 장비가 바뀌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하면 당연히 그녀들의 전투력은 높아질 것이다.


나는 ‘검’이 그려진 카드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얼핏 보아도 2성을 넘어가는 카드는 상점에 존재하지 않는다.
아직 내가 다룰  있는 등급이 거기까지밖에 되지 않아서겠지.

‘세린의 검은 별로 좋지 않았지.’

그녀를 소환해서직관적으로 비교하면 편하겠지만, 이미 오늘 게이트 안에서 소환해버려서 쿨타임이 돌아오지 않았다.


뭐, 세린을 한두 번 소환해서 싸우게  게 아닌 터라 굳이 눈으로 보지 않아도 그녀가 가진 검보다 더 나은 물건을 고르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이거면 적당하겠네.’

나는 200SP의 가격이 붙어 있는 검을 선택했다.
2성 카드.
세린은 얼마 전에 등급이 올랐고, 아직 1성일 때의 검을 사용하고 있으니 절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롱 소드+’는 200SP입니다.]
[구입하시겠습니까? Y/N]

검을 구입하자 돌멩이 때 그랬던 것처럼 홀로그램 카드가 나타났다.


나는 [소환카드] 메뉴로 들어갔다.
‘기본 덱’에 있는 카드  세린을 선택했다.

그녀의 카드가 도드라진 상태에서 ‘롱 소드+’ 카드를 터치했다.
설명을 들은 바는 없지만, 왠지이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세린’은 ‘롱 소드+’를 장착할 수 있습니다.]
[카드를 합성하시겠습니까? Y/N]

‘역시!’


예상이 맞았다. 나는 Y를 터치했다.
두 장의 카드가 겹쳐지더니 번쩍, 밝은 빛이 터졌다.

세린의 카드에 그려진 그림이 바뀌었다. 다른 것은 그대로고 손에 쥔 검만 새것으로 바뀐 것.
또 달라진 점은 내 앞에 새로운 카드 한 장이 생겼다는 것이었다.

‘롱 소드’라고 적힌 카드가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장비를 바꾸었으니 기존의 장비는 쓸모없게  것이었다.


세린이 사용하던 ‘롱 소드’는 50SP의 가격이 적혀 있었다.


“음.”


카드를 상점에 팔자, 정확하게 50SP를받을  있었다.
대부분 게임이 아이템을 상점에 팔 때는 가격을 후려치기 마련인데 이 시스템은 꽤 양심이었다.

시스템을 이해했으니 이제 그것을 적용할 때였다.

나는 파티 멤버들의 방어구를 전부 바꿔주기로 했다.
새 옷을 사고,  옷을 파는 식으로 하니 50SP만 남긴  모든 파티원들의 옷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다.

‘효과는 아쉽지만.’

혹시 의상을 체인지할 때 나체가 드러나는 효과가 있지는 않을까 살짝 기대했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멤버의 의상을 바꾸자 덱 정보에 있는 방어력이 E에서 D로 바뀌었다.
아이템의 효과가 확실하다는 것이 입증된 셈.

“좋네!”


능력이 오른 여자들의 카드를 보자니 기분이 좋아졌다.


6

나는 박동오에게 연락해서 새 파티를 만들겠다고 했다.
정식 파티는 창설할 때와 해체할 때 행정 절차가 필요했다.
사무실을 마련하기 위해서도 이것은  필요한 일이었다.


- 축하해. 이제 파티원들만 모집하면 되겠네.
“응. 제발 지원자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 첫술에 배부를  있냐?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구해봐.

하지만 서두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생겼다.
박동오와의 전화를 끊자마자 메시지가 떠오른 것.

[새 임무가 주어졌습니다.]

 임무라는 것은 다음과 같았다.

임무 : 파티원을 모집하시오.
목표 인원 : 1/5
모집 기간 : 30일
페널티 : 칭호 삭제

“그놈의 칭호 삭제는 되게 좋아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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