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5화 〉25화 (25/92)



〈 25화 〉25화

두 여자 역시 나에 대해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행이라면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확실히 화제성이 높고 인터뷰 영상의 조회수가 높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모든 헌터가 다 알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특히 각성한 지 얼마 안 되는 초보 헌터들은 그런 화제 거리에 둔감한 측면이 있었다.

아직 본격적으로 헌터가 본인의 직업이라고 자각을 하지 못하고, 일반인과 비슷한 감각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내가 15년간 경험했듯이, 헌터의 세계는 다른 직업군과 전혀 다른 세계라고 할 수 있었다.

게이트에 들어가는 일은 기본적으로 목숨을 거는 일이고,헌터 등급에 따라 뚜렷한계급이 형성되어 있다.


그만큼 비정하고 힘든 곳이 바로 헌터계였다.

‘내가 잘 키워줄게.’

나는 나처럼 이 미녀 헌터들이 헤매지 않고 한곳에 잘 정착할 수 있게 서포트할 것이다.


그 대가라고 해야 할까?
파티장의 매력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수도 있지만.


섹스를 해야 할 수도 있다.


#




차은아와 차은미에게는 금방 연락이 왔다.


애초에 나를 알고 있었고, 인터뷰 영상을 보고 이연화가 그랬던 것처럼 끌림을 느낀 모양이니까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었다.

마치  세트인 것처럼 자매가 함께 면접을 보러 왔다.


“안녕하세요.”

나를 보고 인사하는 차은아를 마주하고 나는 심장이 저격당하는 느낌을 받았다.


‘이것 참......’


사진으로 보았을 때도 느꼈지만 그녀는 정말 아름다웠다.


이연화도 예쁘지만 차은아는 그녀와는 타입이 다른 미녀였다.

이쪽의 피지컬도 만만치 않으나 이연화가 좀 더 서구적이고 탄탄한 몸매를 자랑한다고 하면 차은아는 더 여성적인 분위기가 있었다.


길고 풍성한 머리칼을 금발로 염색했다는점에서 연동 대상인 세린을 떠올리는 측면도 있다.

“네, 안녕하세요.”


기분 좋게 인사했더니 슬쩍 얼굴을 붉혔다.

나는 오늘 나름대로 힘을 주고 나왔다.


처음 이연화의 면접을 진행한 날은 늘 하던 대로 복장이나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았었다.


하지만 오늘 면접 대상자가 앞으로 파티원으로 활약하게 될 것이라는 게 거의 확정적인 상황에서, 게다가 엄청난 미녀라는 것을 아는데 아무렇게나 나올 수는 없었던 것이다.

코디는 이연화에게 도움을 받았다.


오랜만에 깔끔하게 입어보려고 했더니 전혀 감이 오지 않아서 그녀에게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도움을 요청했다.


이연화는 적극적으로 나서주었다.


내 옷장에 있는 옷들을 보여주었더니 그것으로는 가망이 없다고 빠르게 판단내린 그녀가 만나자고 하면서 집까지 찾아왔다.


우리는 당연하다는 듯 섹스를 하고 나서 쇼핑을 하러 갔다.

이연화는 패션 감각도 무척 뛰어났다.

본인의 피지컬이 모델처럼 훌륭하니 어떤 옷도  어울린 나머지 패션에 관심을 갖게 되어 일반인보다 많은 지식을 가지고 되었다...라는 루트를 탄 것일까?
뭐, 이런 건  편견일 수 있지만, 충분히 그럴  있다고 생각한다.

친구 따라서 헬스장을 다녔는데, 생각보다 근육이 잘 나와서 헬창의 길로 접어드는 남자처럼.

아무튼 남자 옷을 고르는 데도 발군의 센스를 자랑한 이연화 덕분에 오늘 나는 스스로 보아도 제법 괜찮다는 생각이  정도로 잘 꾸미고 나올  있었다.

하는 김에 미용실에서 헤어스타일도 새로 했고, 향수도 사서 뿌렸다.

물론 이 모든 것을 감안하고라도 나는 여전히 39살의 평판 나쁜 C급 헌터였다.

20대 초반의 차은아가 보고 반할 정도로 괜찮은 외모와 스펙을 지니고 있지 않다는 뜻.


하지만 시스템의 호감도는 절대적이었다.

그녀는 싱긋 웃으며 인사하는 나를 보고 부끄러운 표정으로 얼굴을 붉혔다.


그녀가 내게 호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기분이란 확실하게 삼삼했다.


차은아의 뒤를 이어서 미리 알고 있지 않았더라면 그녀와 자매라고는 생각할  없었을 법한 체형의 여자가 들어왔다.

170cm 가까운 키를 가진 차은아와 달리 차은미는 150cm 중반대의 신장을 가지고 있었다.

어떻게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매가 이렇게키가 다를 수가 있나 여겨지지만, 눈으로 직접 보고 있으니 믿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차은미는 키만 작은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다 오밀조밀한 느낌이었다.


헤어스타일도 짧은 단발이고 눈. 코, 입... 거기에 가슴과 엉덩이의 볼륨까지 작았다.

하지만 이게 여성으로서의 매력을 반감시키느냐 하면, 절대로 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차은아와다른 의미로 예쁜 여자였다.

차은아가 드라마에 나올 법한 탤런트 스타일의 미녀라면 동생은 아이돌 그룹에서 깜찍함을 담당할 만한 캐릭터였다.


둘이 자매라니, 둘이 한 세트라니......


거, 참.


설정만 놓고 보면 심장이 쫄깃한데, 이게 현실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나는 과연, 이 두 여자와 모두 섹스를 할 수 있을까?
다소 실례되는 발상이지만, 이미 이연화와 정열적으로 몸을 섞는 관계가 되었기 때문에 내가 하는 생각은 실현불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뭐, 어쨌든.’


지금은 섹스보다 면접이 더 중요하니까.


“안녕하십니까?”


외모에서 풍기는 분위기와 달리 차은미가  깍듯한 느낌으로 인사했다.


그 모습이 참을  없을 만큼 귀여웠다.

“두 분이 보내주신 서류는  보았습니다. 이미 합격 결정을 했지만, 얼굴을 보고 차후 파티 운영 방향에 대해서 알려드리고자 오시라고 했어요.”
“네, 감사합니다.  볼 일 없는 경력인데 그렇게 좋게 봐주시다니......”


 사람은 내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형식은 면접이지만 이미 합격이 결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필요 이상이 격식을 차릴 것은 없었다.

“저는  파티에서 오랫동안 함께 해주실 분들을 모시고자 합니다. 아무리 파티가 길드와 클랜에 비해 규모가 작다고는 하지만 매번 파티원이 바뀌면 일관성이 사라지거든요. 전술과 호흡 면에서 그것은 굉장히 좋지 않습니다.”
“네, 파티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두 사람은 자신들의 마음에  맞는 말을 들었다는 듯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모습을 보니 확실히 자매 같아 보이기는 했다.


“두 분의 클래스가  제가 찾고 있는 클래스이기도 하고요. 두 분의 경력이 길지 않다는 것도 오히려 플러스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텔레파시 능력으로 전술적 지시를 내리는 역할을 할 거니까 필요 이상으로 다른 습관이 몸에 많이 밴 경력자들보다는 두 분처럼 경력이 많지 않은 분들을 선호하고 있거든요.”
“아, 그러시군요.”
“다행이에요.”

사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초보보다는 경력자가 나은  사실이다.


초보는 기본적인 것부터 차근차근 가르쳐야 한다는 점에서 골치가 아프니까.

게이트 안에서 조심해야 할 사항은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만큼 많다.

게다가 전술적 지시를 따르는 것도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보다는 경력자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빨랐다.

내가 하는 말은 두 사람이 내가 쉽게 자신들을 합격시켰다는 사실에 대한 위화감을 줄이기 위해 둘러댄 것에 불과했다.

그런 것치고  사람의 반응은 너무 순순했다.


마치 사기를 쳐도 금방 넘어올 것처럼.

당연히  사람이 원래 조심성이 부족한 성격이라거나 얼른 아무 파티에나 들어가고 싶어 안달하는 형편은 아닐 것이었다.


 모든 현상은 내게 연동된 시스템, 그리고 호감도의 영향 탓이었다.

나는 아직 구체적이지 않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간단히 얘기했다.

“저는 두 분을 끝까지 같이  각오로 영입하는 겁니다. 제 포부는 파티를 길드, 나아가서 전 세계를 호령하는 클랜 수준까지 키우는 거예요. 두 분이  중추적인 역할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네? 아, 그건......”

아무리 시스템이 좋은 분위기 형성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해도 방금  말을 그냥 받아들이기에는 좀 무리였던모양이다.


그것은 당연했다.


이제 경력을 시작하다시피한 C급 헌터들 앞에서 클랜이니, 세계를 호령할 거니 하는 말을 해버렸으니까.


하지만 나는 진심이었다.

아무리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나는 100백퍼센트 온 마음을 담아서 진심을 말한 것이었다.


다행히 그런  마음이 차은미에게는 잘 전해진 모양이었다.

“물론이죠! 꼭 ‘온리갓’의 발전에 일익을 담당하겠습니다!”
‘아......’

아직 어려서 그런지 순수한 포부가 정말로 마음에 들었다.


그건 그렇고 남의 입을 통해서 듣는 파티 이름은 아직도  부끄럽기는 했다.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착각이었나 보다.

다음부터는 술 먹고 파티 이름 안 지어야지.
물론 다음은 없을 거지만.


나는 ‘온리갓’을 이름에 걸맞은 클랜으로 키울 생각이었다.

지금은 다소 부끄럽다고 하더라도 나중에는 세상 사람 전부가 저 클랜은 그런 이름을 가질 만하다고 생각하게 만들 것이었다.

“두 분 식사는 하셨어요?”
“아, 저는 먹었어요.”
“나는 아닌데......?”

차은미가 언니에게 배신자를 보는 눈빛을 보냈다.

아마 둘이서 만난 것은 집에서부터가 아닌 모양이었다.

따로 살고 있거나 일정이 달라서 다른 곳에 있다가  앞에서 합류해서 들어온 것 같았다.


그래서 저녁 식사 시간이 애매하게 걸쳐진 지금, 차은아는 식사를 했고 차은미는 아직 먹지 않은 것이었다.

“그래요? 저는 오늘 얼굴 뵙고 식사 같이 하자고 하려고 했는데.”


그래서 일부러 시간을 저녁 식사 시간 때로 잡았다.

오후는 이연화와 만나 섹스하고 쇼핑을 하면서 보냈다.


내가 이렇게 면접 대상자와 식사를 하려고 한 것은 이연화 때의 전례가 있기 때문이었다.


사람이 가까워지는 데에는 같이 식사를 하는 것만  일이없으니까.


호감도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오르게 되어있었다.


두 사람이 자매인 만큼 2 대 1 섹스를 한다거나 하는 공상을 하지는 않았지만-사실 조금 했다.- 이곳은 유럽이나 남미가 아니니만큼 식사를 하면서 호감도나 올려야지 하고 생각했었다.


아쉽게도 차은아는 함께 밥을 먹기가 어려운 모양이었다.

“죄송해요. 저는 다음에 일정이 있어서, 다음에 꼭 식사를 같이 해요, 파티장님.”

아닌 게 아니라 정말로 아쉬운 얼굴이었다.

“저는 괜찮아요! 시간 많아요!”

차은미가 질세라 빠르게 말했다.

“하하. 네, 그러면 은미 씨는 저랑 식사하러 가시죠. 은아 씨는 다음에 같이 하도록 하고요.”
“네에......”
“네!”

대답하는 자매의 표정이 극명하게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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