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7화 〉57화 (57/92)



〈 57화 〉57화

이연화도 몸가짐이 바르지만,그녀는 전체적으로 조금 엄격한 분위기를 풍긴다면 차은아는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어떤 남자라도 이런 그녀에게 반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그러면서 남자 경험이 많은 것 같은 분위기도 아니다.


어쩌면 언니와동생이 이토록 다른 것인지, 같은 환경에서 자란 것이 맞는지 의심 될 정도였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성격이 180도로달라서 자매가 각기 다른 쪽의 유전자를 강하게 이어받기라도 한 것일까?

뭐, 내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지만.


오히려 성격이 다른 두 자매를 모두 받아들일  있어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들은 던전에서 자기 개성에 맞는 활약을 할 것이고, 또 침대에서도......

“후후후.”
“왜 갑자기웃으세요? 제가 혹시 실수라도......”


차은아가 칼질을 하다 말고 걱정스러운 투로 물었다.

그녀는 다소 굳은 얼굴로 자기 옷에 뭔가가 묻지 않았나 확인했다.


“아니요. 새삼 재밌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자매가 성격이 완전히 달라서.”
“아, 네. 그런 말 자주 들어요. 부모님이 일 때문에 바쁘셔서 은미는 할머니 손에 많이 컸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우리 자매는 사이가 좋은 편이에요. 오히려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는  같기도 하고요.”
“아, 그렇군요. 아무튼 저는 좋습니다. 이렇게 아름답고 성격 좋은 자매를 파티에 영입할 수 있어서.”
“별말씀을요......”


차은아의 얼굴이 잔잔하게 붉어졌다.

시간이 깊어지고 있었고, 한잔 두잔 와인이 들어가는 사이에분위기는 점점 더 무르익었다.


고급 식당에서 코스 요리를 주문한 것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경우보다 식사 시간이 길었다.


우리는 디저트까지 먹으면서 천천히  분위기를 즐겼다.

와인 한 병은 금방 바닥을 드러냈고, 새로 한 병을 주문했다.

“제가 오늘 너무 많이 마시는 것 같네요. 평소에는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데...... 파티장님이 저를 편하게 해주셔서 그런 것 같아요.”
“다행이네요.”

확실히 차은아는 나처럼 이 자리가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벌써 엉덩이를 뗄 타이밍이  번이나 있었는데도 그녀는 머뭇거리며 계속 자리에 앉아있었다.

내가 먼저 장소를 옮기자고 할 수도 있었지만, 굳이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이런 식당은 가게 측에서 다 먹었으면 빨리 나가라는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는다.

더구나 나는 장소를 옮기게 된다면 그곳이 내 집이나 혹은 호텔이-차은아와 모텔로 가는 그림은 좀처럼 그려지지 않았다. 나는 상대가 차은아라면 호텔비 출혈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분위기가 무척 좋음에도 불구하고, 차은아의 나에 대한 호감이 넘칠 만큼 느껴짐에도 불구하고 그런 말을 꺼내기는 어려웠다.


그것은 고상한 성품의 여성을 대할 때 특유의 어려움이기도  것이었다.


처음으로 같이 식사를 하면서 그게 섹스까지 이어지기를 바라는 것은 이런여자를 상대로 할 때는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평소라면 나는 오늘 자리를 파하고 다음 기회를 노리는 방법을 택했겠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나는 다른 날이 아니라 오늘 차은아와 끝까지 갈 수 있기를 바랐다.

이미 그것을 성공시킨 전력이 몇 번이나 있기 때문에 절대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아무리 상대가 단정한 성품의, 쉽게 잠자리를 허락하지 않을 것 같은 타입이라고 해도 그런 이유 때문에 물러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내게는 무엇도 불식시킬 수 있는 시스템 능력이 있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서 거의 두 병의 와인을 비워서, 스스로도 술을 자주 마시지 않는다고 했던 차은아는 얼굴이 완전히 빨개져 있었다.

헌터는 기본적으로 술이 강한 편인데, 이 정도까지 취했다면 각성하기 전에는  냄새만 맡아서 취할 정도였다는 뜻이다.


얼굴만 붉어진 것이 아니라그녀의 행동도 조금씩 흐트러지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는 단정한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가슴 쪽의 볼륨감이 상당한 편이라서 그 가운에 부드러운 골짜기가 들여다보였다.

예를 들어 상체를 숙이게  때 처음에는 잊지 않고 손으로 가운데부분을 눌렀었지만, 이제 점점 그것을 하지 않게 되었다.

이야기를 할 때도 내 쪽으로 상체를 많이 기울이고 있었다.

눈빛이 촉촉하여 나는 나도 모르게 키스하고 싶은 충동을 여러 번 느꼈다.


장소는 절대 그런 것을 할 수 있는 곳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점점 나 자신이 본능에 충실한 인간형이 되어가는 기분이었다.

뭐, 지금의 환경을 생각하면 절대 나쁜 것이 아니겠지만.

그때 실수로 포크를 떨어뜨렸다.


이런 식당은 직원이 그 소리를 귀신 같이 듣고 새 포크를 가져다주지만, 나는 그런 데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상체를 숙여서 그것을 집어들려고 했다.

그러다 테이블 아래를 보고 흠칫 했다.


차은아가 허벅지를 오므리고 그것을 비비고 있는 것이 눈에 띄어서.

뭔가 굉장히 소변이 마려운 것 같은 행동이기도 했지만, 다른 곳에 자극을 받아서 어딘가가 근질거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내 머릿속에는 섹스밖에 없었기 때문에 이런 차은아의 행동이 무척 자극적으로 보였다.

원피스 아래로 드러난 예술적인 종아리의 각선이 그런 내 생각을 부추겼다.

‘진짜 몸매좋네.’

차은미는 말할 것도 없고 김소희와도 다른 느낌으로 몸매가 좋았다.


굳이 비교한다면 그 대상이 이연화가 되어야 할 것인데, 물론 그녀와도 차은아는 타입이 달랐다.

어쩌면 이렇게 개성적인 매력을 가진 미녀들이 파티에 들어오게  것인지.

헌터 파티의 멤버를 구한 것이 아니라 걸그룹 멤버를 모은  아닐까 하는 착각이 일 정도였다.

나는 한동안 테이블 밑으로 차은아의 예술적인 각선을 감상하다가 직원이 다가온 것을 깨닫고 몸을 일으켰다.


남자 직원이  포크를 들고 서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와인  병을 들고 왔다.

우리가 마시던 것과 다른 종류의 와인이었다.

와인에 대해  모르는 내가 보아도 훨씬 비싼 것임을  수 있었다.


주문한 기억이 없어서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더니 직원이 나직히 말했다.

“저희 지배인님이 서비스하신 것입니다. 지배인님이 헌터님의 팬이라고 전해달랍니다.”
“팬이요?”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곧은 자세로 서 있던 중년 남자가 나를 보고 웃음을 지었다.

살짝 고개를 숙이는 모습은 정중했지만 마음이 복잡하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헌터는 일반인 팬을 거느린 경우가 적지 않지만, 내게팬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내가 대외적으로 얼굴과 이름을 알린 것은 최근 있었던 ‘코리아헌터즈’ 사건밖에 없다.

그 사이트는 헌터들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많이들락거리는 사이트인 만큼 이곳의 지배인이 내 인터뷰 동영상을 보았을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팬이라니.

그런 동영상을 보고 팬이 될  있을까?


물론 같은 말을 하면서 파티 면접에 응모한 헌터는 많이 있었다.


그들은 절반이 나를 조롱할 목적이었고, 절반은 어딘지  군데 나사가 빠진 특이한 인물들이었다.


이 식당의 지배인은 어떤 쪽일까?


모습을 보아하니 이상한 사람 같지는 않다.

아마도 팬이라고 한 만큼 순수하게 내게 호감을느낀  같지만 그래도 내 입장에서는 조금 불편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 동영상을 접하고 나를 알아본사람이 있는 장소에 오래 있고 싶은 기분이 아니라고 할까?

비싸보이는 와인을 마시지 못하는 것은 아쉬웠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차은아에게 이제 그만 일어나자고 말하려고 했다.


오늘 섹스까지 이르지 못한 것은 아쉬웠지만, 사실은 이게 더 자연스러운 것이다.

차은아 같은 여자를 상대로 해서 첫 식사가 첫 섹스로 이어지기란 어려운 일이겠지.


아무리 시스템으로 호감도가 높아진 상태라고 해도 힘든 일은 있기 마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차은아 쪽을 바라보았을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파티장님. 저 화장실에  다녀올게요.”


역시 테이블 아래에서 허벅지를 비비던 것은 소변이 마려워서 그랬던 것일까?


어쨌든 일이 이렇게 되었으므로 나는 그녀가 화장실에서 돌아오면 일어나자고 말하기로 했다.

차유나가 멀어지는 것을 보고, 나는 여전히 와인을 들고 서 있는 직원에게 물었다.

"그거 포장되나요?"
"아, 네. 물론입니다. 포장해 드릴까요?"
"네."

비싼와인을 제공 받았는데 그것을 마시지 않는다는 것은 아까운 노릇이다.

굳이 내가 가져가지 않아도 차은아에게 주면 될 것이었다.

지배인이 어떤 생각으로와인을 주었는지 모르겠지만, 그것을 거절하는 것이 오히려 옹졸한 행동이 아닐까 하고 생각이 들었다.

나는 ‘코리아헌터즈’ 사건 때문에 굉장히 심란한 며칠을 보냈지만, 그 뒤로 아름다운 파티 멤버들을 영입하고 그녀들과 뜻깊은 시간을 보내면서 마음이 많이 누그러졌다.

 정도 여유는있어야 미녀들로 가득찬 파티를 운영할 앞으로의 인생에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지.

화장실에 갔던 차은아는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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