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9화 〉89화 (89/92)



〈 89화 〉89화

‘전장을 아우르는 눈’ 스킬은 게이트의 상당 범위를 3차원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이었다.
게이트 조사 이야기가 나왔을 때 나는 이 스킬을 떠올렸다.
그래서 더 쉽게 이 일을 해치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남자는 내게 이런 스킬이 있는 걸 알고 일을 의뢰한 것은 아니겠지만.

스킬 등급이 B가 되면서 내가 선 채로   있는 범위가 더 넓어졌다.

나는 게임을 하는 감각으로 맵의 구석구석을 살폈다.

“응?”

오래지 않아 특이한 반응을 발견했다.

우글우글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었던 것.

커다란 모래산 뒤에서 집중적으로 그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나는 각도를 조절해서 모래산 뒤를 보았다.

그러자 그곳에 제법 큰 호수가 있고, 그곳에서 몸집이 작은 ‘모래게’들이 우글우글 올라오고 있었다.

“아......”

나는 본능적으로 이것이 잭팟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산란 시점의 ‘모래게’를 발견하는 것은 무척 드문 일이다.

이런 대규모 산란은 대개 게이트 형성 전에 완료된다.
성숙할 만큼 성숙한 ‘모래게’들이 내부를 채우고 난 뒤에 비로소 게이트가 제 역할을 시작하는 것이다.

운 좋게 산란기에 있는 ‘모래게’ 무리를 발견한 헌터들이 있었는데 하루에 번 돈이 수십 억이라고 했다.
새끼 ‘모래게’는 몬스터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약했다.
하지만 각각이 결정석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그 정도 수입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작은 결정석인 만큼 가치는 적지만 그 숫자가 수만 개라면.
당연히 수입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의뢰 수락 안 했으면 어쩔 뻔했냐.’

나는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것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 내 능력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모래게’가 올라오고 있는 장소는 입구에서 무척 멀었다.
게다가 거대한 모래산에 완벽히 호수의 존재가 가려져 있었다.

나 말고 다른 헌터가 이곳에 들어왔다면 ‘이상 없음’ 판정을 내렸을 것이었다.

성장 단계의 작은 ‘모래게’들은 굳이 헌터를 공격하는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
놈들의 존재를 본격적으로 눈치채는 것은 최소 10~20년 후가 되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좋았어.”

이것은 땅에 떨어진 돈을 줍는 것만큼 쉬운 일이다.

나는 ‘카드 소환’ 스킬로 이계 여자들을 불러냈다.

[초기 위치를 설정하십시오.]

초기 위치는 당연히 호수 주변으로 설정했다.

세린, 세라, 칸나, 엘린, 제시, 리카를 그곳으로 소환했다.

내가 있는 곳과는 멀리 떨어진장소에서 번쩍 번쩍 빛이 떨어져내렸다.

나는 클래스인 ‘지휘관’ 능력을 발휘하여 갓 소환된 여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거기 새끼 게들이 보일 거야. 오늘 할 일은  게들을 죽여서 결정석을 얻는 거야.”

내 말에 리더 격인 세린이 대표로 대답했다.

“네! 보입니다!”

“세린, 칸나, 제시는 호숫가에서 놈들을 죽이도록 해. 그리고 세라, 엘린, 리카는 범위를  넓게 잡고 도망치는 게들을 사냥하도록 하고.”

“알겠습니다!”
“네!”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여자들은 내가지시한 대로 당장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와 함께 사냥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닌 만큼 이제는 세부적인 지시를 내리지 않아도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줄 아는 그녀들이었다.

‘이거 진짜 좋은데?’

나는 오늘 벌게 될 많은 돈 이외에도 부가적으로 얻게 될 보상에 흐뭇했다.

왜냐면 이 정도 숫자의 몬스터를 사냥하면 이계 여자애들의 경험치도 많이 오르게  것이기 때문에.

‘진짜 의뢰 수락  했으면 어쩔 뻔했냐.’

나는 여자들이 사냥을 시작한 호수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


여자들이 사냥을 진행할 동안 내가 한 일은 모래산 위에 서서 세부적 지시를 내리는 것이었다.
기본적으로는 단순한 사냥이다.

새끼 ‘모래게’의 경우에는 전투력이라고  만한 것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숫자가 많다고 하더라도 반격을 걱정해야 할 정도는아니었다.

다만 아무리 작은 게라고 해도 물리면 아프다.

따라서 나는 여자들이 사냥에 정신이 팔려서 사각에서 다가오는게들에게 물리는 일이 없도록 세세한 지시를 내렸다.

“좀 쉬었다 하자.”

 시간 동안 사냥해도 게들의 절반도 죽이지 했다.

나는 여자들을 뒤로 물려서 전열을 정비케 했다.

나는 차라리 드워프인 리카는 사냥에서 제외시키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대규모 사냥을 하는 만큼 무기의 날이 빨리 상했다.
무기의 정비가 필요한 멤버는 리카에게 무기를 맡긴 뒤 그녀가 정비를 할 동안 사냥에서 빠져있도록 했다.

그리고 엘린에게는 호수 주변에 화염 마법으로 불을 지르는 역할을 맡겼다.

게들이 작아서 작은 불에도 겁을 낸다.
따라서 호수 주변에 불을 지른다면 그 범위 밖으로는 나가지 못 할 것이었다.

추가 지시를 내린 뒤에 다시 사냥을 시작했다.

시간이 갈수록 게를 죽이는 익숙해져서 속도가 붙었다.

그리고 얼추 80% 정도 새끼 게들을 죽였을 때 다른 게들보다 덩치가 50배는 큰놈이 안쪽에서 기어나왔다.

‘나왔구나.’

새끼 게들이 있으니 당연히 어미 게도 있을 것이었다.
나는 놈이 언제 나오나 기다리고 있었다.

모래 벌판에서 ‘모래게’를 상대하는 것은 어렵지만 호수 밖으로  기어나온 놈을 상대하는 것은 쉬웠다.

수천 마리의 새끼 게를 산란한 어미 게인 만큼 덩치가 평균보다 훨씬 컸다.
다만 이 정도 알을 낳은 게가 기력이 좋을 리 없었다.

아마 십 년은 물 밑에서 휴식을 취해야 했을 텐데 이런 사태를 맞게 되자 마냥 쉴 수도 없게 되었다.

“작은 놈들은 내버려두고 어미 게를 먼저 사냥해!”

명령이 떨어지자 칸나가 가장 먼저 날아올랐다.

‘스피닝-킥!’

그녀의 화려하고 강력한 발차기가 어미 게의 미간을 찍었다.

쩌억!-

몬스터는 커다란 집게 발을 휘둘렀지만, 그것로 맞추기에는 칸나의 움직임이  민첩했다.

세린이 대검으로 어미게의 몸통을 찔렀다.

“꾸에에에에~~”

길고 무력한 비명을 토한 어미게는 벌렁 뒤로 자빠지고 말았다.

배를 드러낸 ‘모래게’는 이미 사냥이 끝났다고 보아도 무방했다.

제시가 몸을 띄우더니 어미게의 배로 올라타서 번개처럼 빠르게 쌍검을 휘둘렀다.

팍! 팍! 팍! 팍!

등껍질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배 쪽의 게 껍질이 부서지며 살점이 튀었다.

‘순조롭구만.’

나는 사냥을 지켜보며 자평했다.

#


빠직!

경쾌한 소리를 내며 마지막 남은 새끼 게가 박살났다.

그렇게  다섯 시간이 넘는 사냥을  끝에 우리는 족히 만 마리 정도는 될법 한 새끼 게 무리를 박살냈다.

'엄청난 사냥이었네.'

사냥이라기보다는 노가다에 가까웠다.
오늘 쓰레기 던전의 조사를 나왔다가이런 노가다를 할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제 남은 것은......'

또 하나의 노가다였다.
호숫가와 얕은 호수 안에는 엄청난 양의 결정석들이 쌓여 있었다.

바로 새끼들이 죽으면서 남은 결정석.

죽인 새끼 게의 숫자만큼 많은 결정석들이 있었다.

하나당 10만 원만 잡아도 얼마나 말인가?
만 마리면 10억이었다.

'이런 초대박이......'

어쨌든 돈도 결정석들을 전부 챙겨야지 벌 수 있는 것이었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나는 혹시 이만큼 많은 결정석들을 쉽게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했다.
그랬더니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 떠올랐다.

바로 상점에서 카드를 살 수 있는 것.

오늘 사냥으로 나는 제법 많은 양의 SP를 얻었다.
SP로 상점에서 도구나 무기, 장비 같은 것들을 살  있었다,

카드 합성으로 그것들을 이계 여자들에게 장착시킬 수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소환된 상태니까 그럴 필요까진 없어 보였다.

너는 상점으로 들어갔다.

'역시!'

 안에는 지금 상황에  쓰기 좋은 도구들이 있었다.

일단 나는 사람 수에 맞게 일곱 개의 삽을 샀다.
간단한 도구인 만큼 삽의 가격은 개 당 2 SP씩밖에 하지 않았다.

그리고 커다란 자루도 하나 샀다.
그것에는 설명이 붙어 있었는데, 마법 자루라서 웬만한 양을 집어넣어도 자루가 다 차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그야말로 딱 상황에 어울리는 물건이 아닐  없었다.

가격은 20 SP.
좀 비싸지만 그럴 가치가 있는 물건이었다.

'상점에 들어가보길 잘했네.'

나는 여자들에게 삽을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지시했다.

"이제 이걸로 결정석들을 한  모으자."

여자들이 한군데로 모은 결정석들을 나는 벌려 놓은 자루에 퍼 담았다.
정말로 그것은 계속해서 결정석들을 넣어도쉽게 부풀지 않았다.

이런 방법으로 나와 여자들은 결정석 회수 작업을 1시간 만에 끝냈다.
호수 안에는 반짝이는 결정석들이 적지 않게 남아있었지만, 그런 것까지 일일이 줍고 싶지는 않다.

말 그대로 엄청나게 지쳤다.

여자들도 마찬가지로 지쳐 보이고.

"오늘 고생했어."

나는 사냥이라기보다는 힘든 노가다 작업을 끝낸 여자들에게 말했다.

"아닙니다."
"대장님도 고생하셨습니다."
"다음에 뵐게요."

나는 여기 있는 모든 여자들과 섹스했다.
자연스럽게 이들과의 호감도도 최고치였다.

우리는 웃는 얼굴로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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