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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화 〉90화 (90/92)



〈 90화 〉90화

대규모 새끼 게 사냥을 끝낸 이후로 많은 시스템 보상을 받았다.
그것으로 카드를 업그레이드할  있었지만, 나는 그것을 천천히 하기로 했다.

지금 당장 할 필요가 없는 데다가, 피곤한 상태라서 집에 가서 천천히 하기로 한 것.
조금 신경 써서 해야 할 일이니까 더 그랬다.

게이트에서 나와 남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몇 번   그가 전화를 받았다.

- 헌터님. 혹시 벌써 일이 끝나셨습니까?

피차 볼 일은 의뢰하고 의뢰 받은 게이트 조사 건밖에 없었으므로 그가 물었다.

"네. 오늘 한 군데 조사를 끝냈습니다."
오! 잠깐 기다리십시오.

휴대폰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아마도  말이 맞는지 확인하는 모양.

그가 내게 말했다.

- 정말이군요. 지금 계신 곳이 게이트 안이시군요. 그 안에 6시간 넘게 들어가있으셨습니까? 그렇게 꼼꼼하게 조사하실 필요 없습니다.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으니까요.

남자는 내가 처음 맡은 일인 만큼 너무 열심히 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 말이 맞을 것이다.
같은 의뢰를 받은사람들은 대충 둘러보고 이상이 없다고 보고할 테니까.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그런 식으로 조사를 끝내도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었다.

"그게 아니라요."

나는 게이트 조사를 하러 들어갔다가 겪은 일은 남자에게 말했다.
피곤해서 긴 설명을 하기 싫었기 때문에 간단하게 말했다.

사실 복잡한 내용도 아니었지만.

- 그게 정말입니까?

남자는 화들짝 놀랐다.

- 그렇게 많은 게들을 혼자 사냥하셨다고요?
"네, 그것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죽는 줄 알았어요.”

내게 소환 능력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말했다.
B급 헌터  명이 그 정도 많은 게들을 6시간 만에 사냥을 끝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는데 어쩌겠는가?

그런......

남자는 탄식했다.
하지만 지금은 의구심을 가질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곧 말했다.

-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는데, 정말 감사합니다.

헌터에게 쓰레기 게이트를 빌렸는데 게들이 나타나서 그 헌터들을 공격하기라도 했다면 큰일이 났을 것이다.

어떤 헌터들도 사냥을 할 목적으로 쓰레기 게이트에 들어가는 게 아니니까.
예상치 못한 일을 당하면 제대로 대응할  없다.
헌터들의 쓰레기 게이트에 들어갔다가 죽기라도 한다면 남자의 조직도 크게 신용을 잃었을 터였다.

-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여 주시겠습니까?결정석을 가지고 나오셨다고요?

나는 게이트 안에서 가지고 나온 자루를 보여 줬다.
얼핏 보면 자루는 그리 크지 않다.

나는 입구를 열어서 자루 안을 보여 주었다.

- 정말 있군요. 하지만 양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 같은데......

예상했던 대답이 돌아왔으므로, 나는 자루 끝을 잡고 내용물을 쏟아냈다.
끝도 없이 결성석들이 쏟아져 나왔다.

아마 안에 들어있는 결정석을 전부 꺼낸다면 컨테이너 박스가 가득찰 것이었다.

- 아, 괜찮습니다. 이제 그만 보여주셔도 됩니다. 보통 자루가 아니었군요,  물건은.

남자는 자루에 대해서는 크게 호기심을 갖지 않았다.
사실 이런 물건은 비교적 흔하니까.

제가 직원들과 함께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혹시 바쁘십니까?
“네, 좀 있다 일정이 있어서요. 빨리  주셨으면 좋겠는데."
- 알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가겠습니다.

#

나는 남자를 기다리는 동안 컨테이너 안에서 간식을 먹었다.
이곳 쓰레기 게이트는 지금 운영이 중단되어 있었지만, 이미 구비되어 있던 간식거리들을 냉장고 안에 있었다.

냉장고에는 음료수도 있었으므로, 게이트 안에서 사냥하면서 소모된 체력을 그것을 먹음으로써 어느 정도 회복시킬  있었다.

남자와 그 일행은 약 15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예상했던 것보다훨씬 빨랐다.

아마도 가까운 곳에 있었던 모양.

그들은 승합차를 타고 왔다.
승합차 안에서 이미 한 번 만난 적이 있는 남자를 비롯해 세 명의 직원이 더 내렸다.
그중  명이 남자고 명은 여자였다.

모두 검은색 작업복을 입고 있었다.
표정이 날카롭고 체격이 다부진 것이 다들 한가락 할 것 같은 인상을 풍겼다.

그들은 나에게 별말을 하지 않고 자루에서 결정석들을 쏟아낸 뒤에 그것들의 개수를 세기 시작했다.
행동이 재빠르고 일사불란한 것이 한두 번 이런 일을 해본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있을까요?"

남자가 내게 물었다.

배도 차고 어느 정도 체력도 회복되었으므로 나는 좀  여유 있게 게이트 안에서의 일을 이야기했다.

"그러니까 모래산 뒤편에 호수가 숨겨져 있었다는 겁니까? 거기 어미게가 한 마리 있었고 부화한 새끼가 그렇게 쏟아져 나왔다고요?"
"네, 운이 좋았죠. 왠지  모래산이 수상해 보이더라고요."

남자는 수상한 것은 나라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드물기는 해도 아예 있을  없는 일은 아니었다.
이론적으로 가능한 이야기고, 나는 실제로 엄청나게 많은 양의 결정석을 게이트 안에서 가지고 나왔으니까.

남자가 인벤토리에 손을 넣더니 현금 뭉치를 꺼냈다.
내게 건네면서 말했다.

"약속했던 보수입니다. 기계도 가져왔으니 세워 보시죠."

기계라면 돈 세는 기계를 가져왔다는 뜻인 것 같았다.
정말로 일을 잘하는 사람들이다.
그것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니까 더욱   돈은 세어 볼 필요가 없겠지.

"맞겠죠."

나는 쿨하게 오만  권으로 이루어진 현금 뭉치를 인벤토리에 넣었다.
아닌 게 아니라 게이트 조사 비용으로 7천만 원을 받은 것보다 새끼 게들을 사냥하고 얻게  돈이 훨씬 많을 터였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결정석 개수를 세고 있었지만, 그것은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제가 정말 사람 하나는제대로 찾은 것 같습니다."

남자가 웃으면서 말했다.

"다른 사람이라면 절대로 이 일을 이렇게 해내지 못 했을 겁니다. 혼자서 그 많은 게들을 사냥하시다니요. 그런 마음을 먹은  자체가 자신감이 넘치고 실력이 좋다는 뜻이니까요. 하지만 헌터님의 가장 큰 능력은 바로 이거겠지요."

남자가 자신의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

"헌터님은 자신만의 전략을 가지고 계신 겁니다. 그래서 이번 일도 가능했던 거겠죠."

남자는 그런 식으로 결론을 낸 것 같았다.
나는 ‘모래게’를 사냥하는 독자적인 전략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사냥에 그 전략을 사용한 것은 아니었다.
게들은 모래속으로 파고들지 못하는 알에서 깨어난 지 얼마 안 된 새끼들이었으니까.

내가  일을 해낼  있었던 이유의 99%는 카드 소환 능력 때문이었다.
하지만 당연히 그 능력에 대해서는 남자에게 말할 생각이 없었다.

"끝났습니다."

얘기를 나누는 사이 남자 직원 하나가 다가와서 말했다.

"몇 개지?"
"총 13,712개입니다."
"오......"

남자가 경이롭다는 음성을 냈다.
이런 일을 하고 지위도 있는 만큼 놀라운 일들을 많이 겪었을 텐데.

나도 놀랐다.
만 개는 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13,000개가 넘는다니.

우리 애들이 고생이 많았구나.

"결정석 시가는 얼마야?"
"개 당 15에서 20만 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그러면   20만 원을 잡으면 되겠군."

남자가 쿨하게 말했다.
결정석 단가 폭이 넓은것은 당연히 그 각각의 크기가 다르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일괄적으로 최고가로 계산해 준 것이다.

13,000개가 넘는 만큼 금액 차이가 엄청나게 난다.

"입금은 오늘 바로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많은 돈을 오늘 입금하겠다니, 진짜 상식을 벗어나는 조직이구나.
물론 그 상식이란 것도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던 상식일 뿐이지만.
지금까지 미처 알지 못하던 세계에서는 전혀 다른 상식이 통용되고 있었다.

개  20만 원에 만 개가 넘으니까 얼추 계산해도 25억이 넘는 돈이었다.
당연히 이런 돈을 하루 사냥으로 벌어  적은 없었다.
그럴 수 있을 거라고도 생각해 본 적이 없고.

그야말로 운이 엄청나게 좋았다고 밖에 말할  없었다.

"저녁에 일정이 있으셨다고 했죠?"
"네."
"헌터님께서 약속이 없으셨다면 같이 식사라도 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네요."
"다음에 하죠."

다음에도 별로 식사 같은 건 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처럼 적당한 거리가 있는 편이  좋았다.
이런 식이면  거리가 계속 줄어들 것 같지만.

"그럼 어쩔 수 없이 오늘은 보내 드려야죠."

남자가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와 악수했다.

손을 잡고 다시  번 느끼지만 보통 사람이 아니다.
내가 함부로 등급을 짐작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B급, 그걸 넘어 A급도 너끈히 될 것 같은 남자였다.
웬만하면 가까이 하지 말아야지.

자루는 내가 상점에서 산 것이었지만 굳이 챙겨갈 필요가 없었다.

"그럼."

나는 고개를 꾸벅 해서 인사한 뒤 현장을 떠났다.


등 뒤에서 진득한 시선이 느껴졌다.

#


별 일이 없었으면 바로 사무실로 가려고 했지만 게이트 안에서  일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몸이 더럽혀졌으니 최소한 샤워는 해야지.

나는 옷을 갈아입고 향수도 뿌렸다.

돈을 많이 벌고 났더니 기분이 한껏 고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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