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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화 〉#3. 사랑의 증표 (6) (30/162)



〈 30화 〉#3. 사랑의 증표 (6)

 후   더 이어진 대화로 그들이 바로 옆방의 투숙객임을 알아냈다. 이런저런 아귀가 딱 맞아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숙소로 돌아온 후, 묘한 기대감으로 상기된 여자들에게 한 가지 지시를 내렸다. 이불 덮고 누워 있으라고. 처음엔 무슨 소리인지 몰라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힌트를 주자 바로 눈치를 채고는 바닥에 이불을 펴기 시작했다.



일본식 다다미방에  개의 두꺼운 이불이 깔린다. 여자들은 바로 눕진 않았고, 거울을 보거나 핸드폰을 하거나 수다를 떠는 등 자기 할 일을 했다.

드륵.


미닫이문을 닫고 미라와 함께 나왔다. 미라만 따라나온 이유는 그녀가 제비뽑기에서 유일하게 '꽝'을 뽑았기 때문이다. 저쪽 인원수가 네 명이라 이쪽도 여자들을  명으로 맞췄고, 남은 한 명은 용사와 짝을 짓기로 했다. 용사가 당첨이 아니라 꽝이라는 말에 여자들에게서 불만이 나왔으나, 네토 플레이에  같은 부정적인 단어를 쓰면 안 좋을  같다는 말에 일단은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용사가 네토 플레이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잘 알았기에, 머리론 이해 못해도 일단 고개는 끄덕여준 것이다.



그렇게 해서 당첨 같은 꽝을 뽑은 미라는 싱글벙글한 얼굴로 팔짱을 끼고 용사와 같이 움직이고 있었다. 이번 제비뽑기는 미라에겐  행운이었다. [바람기]는 파트너에게 오랜 시간 공들여야 재미를 볼 수 있어서, 지금 같은 원나잇은 그녀에게  쾌락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 자기. 이거 정말 신기해."

"나도 그래."


미라가 용사의 핸드폰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화면에는 각자 편한 자세로 얘기를 나누는 나머지  여자들이 보였다. '큐피드'의 첫 번째 실전이다. 레이아는 완성된 큐피드의 촬영 기능을 단순히 영상 저장 정도에서 멈추지 않고, 용사가 생중계로 볼 수 있도록 추가적으로 연구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큐피드와 핸드폰을 호환시키는데 성공했다. 레이아의 말에 의하면 컴퓨터와도 호환시켰으니 핸드폰에 호환시키는건 쉽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레이아가 접근 권한만 주면 핸드폰으로 큐피드의 화면을 볼  있게 됐다. 용사의 핸드폰에는 하트 모양 어플 아이콘이 다섯 개가 생성되어 있었는데, 특정 아이콘을 터치하여 실행하면 각각의 큐피드와 연결된다. 어플은 각각의 큐피드를 구분할 수 있도록 각기 다른 색을 가졌는데, 연노랑색 하트는 미라, 연두색 하트는 지나, 보라색 하트는 레이아, 남색 하트는 아리스, 황금색 하트는 델렌이었다. 지금은 보라색 하트를 터치해 레이아를 담당하는 큐피드와 연결한 상태였다.



어플을 종료해 연결을 끊고, 이번엔 연노란색 하트를 누른다. 레몬빛 금발을 틀어올린 미라의 뒷모습이 보였다. 살짝 흘러내린 몇 가닥의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하얀 목덜미를 손으로 슬슬 쓸듯이 탐한다. 움찔거리는 미라의 나체가 핸드폰 화면에 출력된다.

"후후, 왠지 자기한테 더 예속되는 기분이야."

간질이는 듯한 손길에 몸을 가볍게 떤 미라가 짜릿하다는 듯이 말하며 용사에게 깊게 팔짱을 꼈다. 탄탄한 팔을 양손으로 끌어안고 가슴을 비벼대니 안긴 팔을 옴짝달싹할 수가 없었다.

어플을 끄고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는다. 옆 객실이었기에 금방 도착했다. 문을 열고 객실 안으로 들어간다. 저녁 식사를 한지 얼마 안 된듯  안에 음식 냄새가 옅게 배어있었다. 안쪽의 남자들이 인기척을 듣고는 반색하며 손님을 반겼다.




이제, 본격적인 시작이다.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 상세한 내용은 말하지 않았지만, 이쪽도 저쪽도 모두 어떤 내용인지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이름이나 출신, 성적 취향 같은 자세한 것은 서로 묻지 않았다. 그저 즐겁게 하룻밤을 보내기로 합의했다. 통성명조차 안해서 그들은 용사를 '귀인'이라고 하고, 여자들은 각자의 이니셜로 불렀다. 옆에 있는 미라는 'M 양'이고, 지나는 J 양, 레이아는 R 양, 아리스는 A 양, 델렌은 D 양이다.



남자들의 경우 조금씩 달랐다. 유일한 청년인 유토는 어차피 이름이 밝혀졌으니 그냥 유토라고 불렀다. 중년 남성들의 경우 각자 스스로 호칭을 정했다. 누런 피부의 남성이 먼저 나서서 자기를 오지상(아저씨)이라고 불러달라 했다. 간단하면서도 무난한 호칭이었다. 흰 피부의 남성은 좋은 호칭을 빼앗겼다며 껄껄 웃으면서 오니상(오빠, 오라버니)을 자칭했다. 까만 피부의 남자는 스스로도 민망한지 약간 머뭇거리다가 파파(아빠)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처음 서로의 호칭을 말했을때, 오지상을 제외한 두 아저씨는 여자들의 묘한 시선을 받으며 멋쩍게 웃었다. 그러면서도 지나가 시험삼아 오라버니, 파파라고 불러주니 헤벌레 웃으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오니상은 젊은 아가씨에게 아저씨가 아니라 오라버니라고 불리고 싶다고 해서 그런 호칭을 정했다고 한다. 파파의 경우 집에 아들만셋이어서 딸 같이 귀여운 여자애가 그렇게 불러줬으면 했다고 한다. 지나가 그런 예쁜 딸이랑 섹스가 하고 싶냐면서 여우처럼 몸을 비벼대자 그저 헤벌쭉 웃기만 했다. 변태라고 매도했지만 전혀 대미지가 없었다.



분위기는 제법 괜찮았다. 남자들은 자신의 익명이 보장되면서 부담 없이 하룻밤을 보낼 수 있어서 만족하는 눈치였다. 여자들은 기본적으로 용사가 좋아하는 행동이라면 하기 싫어도 하겠다고 나서는 데다가, 가면 갈수록 네토 플레이에 맛을 들여서  그런척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 큐피드로 자신의 모든 것이 찍히고 있다는 사실에 오히려 흥분하는 듯했다.

"그나저나, M양과 둘이서만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오지상이 술잔을 기울이며 말했다. 목넘김도 좋고 입 안에 풍미가 은은하게 감도는 것이 제법 비싼 술 같았다. 최고의 여자들을 안겨주는 대가로 받는 일종의 접대라고도 할 수 있었다. 상황이 재밌게 느껴졌다. 유토에게 접대를 받는  남자들이 오히려 유토 또래 정도로 보이는 붉은 머리의 사내를 접대하고 있었다. 먹이사슬의 가장 아래에 위치한 유토는 처음엔 분위기를 봐가며 안절부절 안쓰러운 모습을 보였으나, 남자들의 분위기가 좋아지면서 무슨 언질을 받았는지 지금은 꽤나 편해 보였고, 또한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기대와 흥분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아, 이 아가씨는 저와 함께합니다."


"예? 아, 귀인께서도 즐기셔야죠. 참. 하하하…."

옆에서 오니상이  잔에 술을 따랐다. 맑은 갈색 빛깔의 술로 가득찬 술잔을 받아서 옆에 있는 미라의 입에 가져갔다. 미라가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술을 받아마셨다.



"으음, 후아…."

"하하, M양에겐 술이 좀  수도 있겠습니다."

미라가 술을 마시고 깊은 숨을 내뱉자 남자들이 껄껄껄 웃었다. 어느새 그녀의 차림이 제법 흐트러져 있었는데, 당연히 용사의 작품이었다. 옷이 반쯤 풀어헤쳐져 어깨가 다 드러났고, 가슴께도 유두가 간신히 숨을  있을 정도로만 아슬아슬하게 가려졌다. 미처  숨지 못한 분홍빛 유륜이 보였다 말았다를 반복해서 한동안 사내들의 시선을 독차지했다. 치맛단도 시원하게 걷어져서 다리가 전부 드러난 상태였다.


미라는 항상 그렇듯 그 특유의 도도하고 비싸보이는 태도로 일관했다. 그러나 술자리가 이어지면서 옷이 조금씩 벗겨지고 술을 마셔서 점차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였고, 그 모습에 남자들은 은근한 정복감을 느끼고 있었다. 콧대 높은 아가씨를 흐트러지게 만드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었다.


"힘들면  쉴래?"


미라가 품에 안겨들자 용사가 그녀의 머리와 뺨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미라는 고개를 저으며 손으로 부채질을 했다.




"으응, 좀 덥네…."


갑자기 시선이 집중된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야릇한 상황에서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은, 남자들 입장에선 옷을 벗겠다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예상대로 미라는 손 부채질을 하다가 애매하게 걸쳐진 유카타에서 팔을 뺐다.


"크흠…."

"오…."

남자들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따지고 보면 그리 큰 노출은 아니었다. 다리가 전부 드러나고, 가슴이 반쯤 벗겨진 상황에서 맨 팔을 드러낸  뿐이었다. 그러나 느낌이 많이 달랐다. 일단 스스로 옷을 벗었다는 것이 가장 컸다. 또한 반쯤 벗겨진 상황에서 팔까지 드러내니 가린 부분보다 벗은 부분이 더 많아졌다. 이제는 조금만 벗어도 중요한 부분이 드러나는 아찔한 상황이라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없었다.

"흠."

분위기는 충분히 달아올랐다. 슬슬 본 게임에 들어갈 시간이다.



"귀인?"


용사가 일어났다. 아래로 손을 뻗자, 한 손으로 가슴 부근을 가린 미라가 부축을 받으며 일어났다.

"이 료칸(여관)은 온천이 객실마다 전부 다르다던데, 여기는 어떨지 궁금하군요."

용사가 온천 쪽으로 걸어가며 미라를 앞장세웠다. 하얀 살을 드러낸 미라의 몸이 용사에게 전부 가려졌다.




슥, 스르륵.



유카타의 끈이 풀어져 땅바닥에 떨어진다. 곧이어 그녀가 걸쳤던 유카타 역시 힘없이 바닥으로 추락한다. 미라의 몸을 가리고 서있던 용사가 씨익 웃으며 몸을 슬쩍 옆으로 피했다.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새하얀 나신이 남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미라는 처음부터 속옷을 입지 않았던 것이다.


속으로 3초를  용사가 다시 미라의 몸을 가렸다. 미라를 보여주는건 여기까지. 오늘 밤은 용사와 미라가 한 커플이다. 이제까지 미라가 남자들에게 눈으로 분위기로 잔뜩 범해져서 충분히 흥분했으니, 지금부턴 둘만의 시간이다. 흘러가는 듯한 말투로, 그러나 똑똑히 들을 수 있게 용사가 또박또박 말했다.


"그러고보니, 일본의 옛 풍습 중엔 '요바이'라는 것이 있던데…."

그리곤 씨익 웃는다.



요바이. 아주간단히 말하자면 외간남자가 여자의 침실에 숨어들어 여자를 덮치는 행위다. 여기까지 말했는데  알아들을 바보는 없을 것이다. 안 그래도 점점 끓어오르던 남자들의 분위기가 터지기 직전까지 갔다.




"서로가 만족하는 밤이 되길 바랍니다."


드륵.




그 말을 끝으로, 용사는 미라와 함께 온천으로 향했다.




곧이어, 남자들은 홀린듯이 용사 파티의 숙소로이동했다.




철벅, 철벅.


은은한 조명이 비치는 온천에 몸을 담그며,  손으론 핸드폰을 조작해 큐피드에 연결한다. 옆에 자리를 잡은 미라가 달라붙어 한 손으로 용사의 자지를 부드럽게 주물러주며 같이 화면을 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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