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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7화 〉#4-1. 아리스, 한 아리 (8) (47/162)



〈 47화 〉#4-1. 아리스, 한 아리 (8)

남성민. 학생. 집안 사정은 괜찮지만 가족 구성원들 상태가  좋지 않음. 엄마는 얼굴과 목소리가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옛날에 돌아가셨고, 아빠는 해외에서 개인 사업을 성공한 뒤로 아예 눌러앉아서 돈만 보내고 있고, 누나는 성인이 되자마자 출가를 해버림.

본인 또한 상태가 좋지 않음. 공부에 관심도 없고, 놀기를 좋아하다보니 어울리는 친구들도 상태가 썩 좋지않음. 아주  데까지 간건 아니고 선을 잘 지키지만, 언제 맛이 가도 이상하지는 않음.


특이사항으로, 최근에 정말 끝내주게 예쁜 누나한테 찝쩍대는 중. 다행히 차단당하진 않음.


성민은 스스로의 인생을 객관적으로 돌아보았고,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뭔가 아니다 싶으면서도 벗어날  없는… 소위 말하는 '노답'의 수렁에 빠져버린  같았다.

그렇게 재밌게 놀면서도 마음 속은 썩 좋지 않은 나날을 보냈으나….

"으히히히."

"드디어 미쳤군."

최근 들어 인생 최고의 황금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이렇게 가만히 있다가도 행복한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같은 반 친구가 모자란 놈 보듯이 보았으나 기분이 나쁘긴 커녕, 자신이 느끼는 행복감을 눈으로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 미치도록 행복하다."

"또 그 누나 얘기냐?"

"음음, 그렇지."

그 누나를 떠올리니 순식간에 발기해버렸다. 성민의 물건이 평균보다 큰 것도 있지만, 워낙 순식간에 벌떡 일어난 탓에 친구는 보기 싫어도  광경을 봐야만 했다.

"시발,  버렸네."

"크흐흐흐…."

성민은 친구의 썩은 표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며칠 전 찾아온 커다란 행운을 떠올리며 음흉하게 웃었다.




[너 혹시….]

[네? 뭐요?]

톡이 오자마자답장을 했다. 문자로도 호들갑을 떨 수도 있을 줄은 몰랐다며 누나가 타박했지만, 이제까지 손에 닿을 듯 말듯 아른거리던 누나가 먼저 톡을 보내니 설레어서 호들갑을  수밖에없었다.

[여자가 며칠 지낼만한 곳 아는데 있어?]

두근!

아플 정도로 뛰는 심장을 부여잡느라 답장이 늦어버렸다. 매일 같이 빌어먹을 집안꼴 좀 보라며 자조했었던 가정 환경이 지금은 인생 최고의 축복처럼 느껴졌다. 그는 손가락에 마찰열이  정도로 빠르게 '좋은 집' 하나를 소개해줬다.


….


그리고, 현재. 하교하고 교복 차림 그대로 오토바이를 몰아 순식간에 집에 도착한 성민은 단독 주택의 주차고 문을 닫은 후 빠르게 집 안으로 들어갔다.

원래는 아무도 없어야  집 안에는 마치 빛이 나는 듯한 찬란한 존재가머물고 있었다. 혼자 살기엔 너무 넓어서 냉랭하게만 느껴졌던 빈 공간이 따스한 황금색 태양빛으로 가득차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요즘은 학교 진짜 빨리 끝나는구나."

"하하, 나라가 발전했다는 증거죠."

"…공부 안 하니?"

"네!"

과하게 당당한 성민을 아리가 어이 없다는 듯이 보았다. 이내 둘 다 피식 웃는다.

"뭐, 나도 어렸을 때 공부 안 하긴 했지."

"그럼 뭐 했어요?"

"음… 운동?"

"와, 진짜요?"

성민의 풍부한 리액션에 아리가 민망한지 시선을 살짝 피하며 멋쩍게 웃었다.

"체육 특기생 같은게 아니라 그냥 취미로 한 거야. 몸매 좀 예쁘게 하려고. 그리고 요즘은 잘  해."

반은 진실이고 반은 거짓이니, 딱히 거짓말도 아니다. 아리스는 이젠 익숙해진 거짓말에 요만큼의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으면서, 한편으로는 자신의 몸에 대해 생각했다.

운동량의 저하는 지구로 넘어온 후, 용사 파티 모두가 겪는 공통적인 현상이었다. 날카롭게 몸을 벼릴 생각도 들지 않을 정도로 너무나도 평화로운 세상이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네토 플레이를 즐기느라 시간이 없었다. 누가 봐도 명백한 섹스 중독이다. 아무리 해도 해도 너무 기분 좋고 재밌어서 도저히 끊을 수가 없다.  끝난 후 뒤처리를 할  자괴감 때문에 기분이 다운되지만, 그 잠깐의 순간만 지나면  정도의 후폭풍이야 언제든지 감내할 의지가 마구 샘솟아 올랐다.


만약 운동 부족으로 근육이 빠지거나 살이 찌거나 몸매가 망가지거나 했다면 얘기가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마나 유저의 신체는 물리적 운동보다도 짤막한 명상 호흡에 가까운 마나 운용이 수십 배는 효과적이었다. 애초에 운동이 딱히 필요 없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거의 항상 집에 틀어박혀 있는 레이아도 몸매가 운동으로 다듬은 것처럼 유려했다.


"와, 어쩐지 딱 봐도 느낌이 오더라고요. 예전부터 운동하는 여자 되게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성민이 입에 발린 소리를 이어가자 아리가 피식 웃으며 그만 하라는듯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나 입꼬리가 올라간 것이 칭찬을 들어서 기분이 좋은 듯했다.

둘은 빠른 속도로 친해졌다. 성민은 과하지 않은 선에서 친근하게 다가갔고, 아리도 문자 공세를 받을 때처럼 마냥 밀어내지 않아서 둘의 관계는 순식간에 가까워졌다. 그리고, 같은 집에서 짧은 동거를 하게 된 성민은 은근히 무방비한 아리와 이성으로서도 가까워지고 싶어했다.


"여자애들은 팔다리에  생긴다고 좀만 몸쓰는 일도 안 하려고 하던데, 진짜 그래요? 알이 생겨요?"

"음, 무식하게 힘만 팍팍 쓰면 그렇게 되겠지. 그건 운동이 아니라 노동이야. 어린 애들이 흔히들 착각하는데, 운동을 하는게 오히려 여자로서도 좋아. 건강도 건강이고, 몸을 탄력있게 가꿔야 나중에 살이 늘어지지 않거든. 여자는 생각보다 빨리 늙기 시작하는데 어릴 땐 그걸 잘 모르지."

"흐음…."

잠자코 듣던 성민이 아리의 팔을 물끄러미 보았다. 계절은 한가을을  넘어섰지만, 벌써 초겨울이 찾아온 것처럼 공기가 차가웠다. 하지만 그녀는 별로 안 추운 건지 편한 반팔과 반바지 차림이어서 매끈하게 쭉 뻗은 팔다리가 시원하게 드러나 있었다.

마냥 하얗게 칠한 짙은 화장으로 인해 얼굴과 목의 톤이 완전히 다른 또래 여자애들과 달리, 누나는 화장기가 없는데도 얼굴이 뽀얗고 촉촉했고 피부 전체가 상당히 하얀 편이었다. 여자애들의 마술에 가까운 화장을 보았기에 아리의 맨얼굴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성민은 실감하고 있었다. 눈밭처럼 잡티 없이 새하얀 피부, 쭉쭉 뻗은 허리와 다리 라인, 그리고 사기적인 비율을 라이브로 영접해보니 아리 누나는 정말 차원이 다른 여신이 분명했다. 왜 성공할게 분명한 연예인을 안 하고 자기 집에 잠시 얹혀 지내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으나, 성민은 찾아온 행운에 의심 없이 감사할 줄 아는 소년이었고, 괜히 따져묻기보단 천금 같은 기회를 잡아 그녀와 친해지기를 선택했다.


"성민아. 뚫어지겠다."

"에? 아, 하하하…."

잠시 넋을 잃었던 성민이 머쓱하게 웃었다. 아리는 무심하게 성민을 보다가 물었다.

"만져볼래?"

"…네?"

내가 들은게 맞나? 심장이 미친듯이 쿵쾅거려서, 가슴팍이 펄떡펄떡 움직이는 것 같았다.

"요즘 운동 거의 안 해서 좀 민망하긴 한데. 운동한다고 막 알 생기고 근육 때문에 딱딱해지고 그런거 아니야. 자, 만져봐."

사춘기를 막 지난 혈기왕성한 소년이 덜덜 떨리는 손을 내뻗었다. 저도 모르게 반응한 아랫도리가 혹시라도 보일까 조마조마했으나, 그러면서도 주어진 기회를 놓치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았다.


손을 가볍게 얹는다는 느낌으로, 내밀어진 아리의 하얀 팔을 만졌다. 손길이 하도 조심스러워서 간지럽히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아리가 귀엽다는 듯이 피식 웃으며 다른 손을 움직여서 성민의 손을 꾹 눌렀다.


"어? 어어!"

"간지럽히지 말고 남자답게 팍팍 만져 봐. 응? 그래야 어떤 느낌인지 알 거 아냐."

"아, 아아, 네…."

아리는 성민을 이끌면서도 묘한 느낌을 받았다. 처음 만났을 땐 대담하게도 몸을 위아래로 스윽 훑길래 어린애가 혈기왕성해서 본능적으로 이러는 건가, 아니면 벌써 닳고 닳은 건가 싶었다. 그런데 막상 가까워지니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기는 하는데, 약간의 스킨십에도 쑥맥처럼 굴어댔다. 스킨십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간지럽히는 수준의 터치에 얼굴이 빨개지고 물건을 세우는게 귀여웠다.


싫진 않았다. 처음부터 순수함과 응큼함이 적절하게 섞여 있는 모습이 마음에 들어서 선택했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반응 없이 빠르게 진도를 뺐다면 너무 재미가 없었을 것 같다. 아직 어려서 그런지, 다 큰 아가씨가 며칠 신세 지자면서 동거를 하는데도 순진하게 선을 넘지 않는게 신선했다.


아리의 저주는 [외강내유]여서, 강하게 들이미는 남자를 거절하기가 어렵다. 물론 번호 좀 달라고 한다고 바로 구멍을 내주는 정도는 아니지만, 끈질기게 달라붙으면 허무할 정도로 쉽게 함락된다. 그래서 아리는 남자와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은근한 긴장감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그녀의 입장에서 자신은 먹기 좋게 차려진 진수성찬이고, 남자들은 입맛을 다시는 포식자와 같았다.


그런 그녀가 성민과 동거하기로 했다는 것은, 사실상 그에게 몸을 내준 셈이었다. 첫날부터 들이밀었으면 지금 이렇게 팔뚝이나 만져대는게 아니라, 같은 침대에서 아무 것도 안 입은 채 끌어안고 있었겠지. 그런데 놀랄 만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아리는 서운하다기보단 신선한 경험을 하는 기분이었다.


"어때?"

"아… 그… 누나 말이 맞네요. 딱딱하지도 않고, 오히려 쫀득… 아니, 탄탄해서…. 계속 만지고 싶어지는…."

성민이 팔을 떼지 않고 홀린 듯이 감상평을 내놓았다. 아리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한쪽 다리를 척 내밀었다.

"다리도… 만져볼래?"

그녀는 마치 지진이 난 듯이 마구 흔들리는 성민의 동공을 보면서, 말갛게 미소를 띠었다. 남자를 모르는 순수함인 건지 아니면 알고서 유혹하는 건지, 녀석이 헷갈리도록.




아리는 새로운 자신의 방에 들어와 침대에 누워 있었다. 허벅지부터 종아리까지, 남자애 특유의 묵직한 손길의 감촉이 남아있었다.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서 여신처럼 생각하던 누나의 맨다리를 만지고 주물러대는… 한창 때의 소년이 내뿜는 혈기왕성한 양기와 혼란스러워하는 눈빛이 제법 재밌었다. 한편으로는 먹어치우기 전에 툭툭 건드려 보는 늑대 같기도 했다.


줄을 타고 곡예를 하는 것처럼, 조금만 선을 넘어도 짐승처럼 거칠게 달려들  같은 남자애를 아슬아슬한 선에서 자극한다.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흥미로웠다. 항상 덮쳐들면 꼼짝없이 먹혔었기 때문에, 이렇게 입장이 바뀌어서 주도적으로 장난치는게 새로운 재미를 선사했다.

그리 오래 가지 않을 재미였다.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할수록 그녀에게 허락된 선은 점점 좁아져서 결국엔 사소한 계기로 균형이 깨질 것이다.


그래도 흔치 않은 경험인 만큼, 그리고 금방 끝나는 만큼 이 순간을 즐기기로 했다. 아리는 이 순간 만큼은 진심으로 즐거움을 느끼며 앞으로 어떻게 할지를 구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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