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화 〉#4-1. 아리스, 한 아리 (9)
"야, 야. 자냐?"
"안 잔다…."
책상에 엎드려있는 성민을 그의 친구 민성이 건드려본다. 남성민과 한민성은 어렸을 때부터 자라온 친한 불알친구였다. 마침 둘의 이름도 비슷해서 다른 애들은 둘을 민성민 아니면 성민성으로 불렀고, 주변 사람들이 둘을 하나로 묶어서 부를 정도로 둘의 관계는 가족처럼 가까웠다.
민성은 어렸을 때부터촐싹거리던 성민이 요즘 약간 풀죽은 듯한 분위기를 보이는게 신경쓰였다. 그는 남에게 관심이 없는 편이어서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지만, 맨날 똑같이 까불던 애가 평소와 다르게 구니 궁금증이 들어서 물어본 것이다.
공부를 전혀 하지 않는 녀석이 하루 종일 책상에 붙어있는 모습은 그만큼 이질적이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항상 뛰놀던 녀석이 책상에서 디비 자는 거지만. 아무튼 성민의 모습은 풀이 죽었다기보단, 조금 지친 것 같았다.
"요즘 왜 그러냐. 찐따처럼."
"하, 닥치셈."
"혹시 그 누나한테…."
성민이 움찔거리는 것을 민성은 놓치지 않았다. 사실 큰 관심은 없는데, 마치 보란 듯이 리액션을 내놓으니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차였냐?"
"아냐, 병신아."
"새끼, 존나 예민하네. 차였구만?"
그 말에 성민이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속으로 잘못 건드렸나 생각하는 민성에게 아랫배를 내밀어 보이며, 묵직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사타구니를 볼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아 시발, 내 눈! 이새끼 요즘 왜 이 지랄이냐."
"흐흐흐, 너무 잘 돼서 탈이다. 어제 세번이나 쳤는데도 안 죽는다. 하아, 존나 떡치고 싶다. 흐으, 흐흐…."
음흉하게 웃던 성민은 다시 책상에 엎어졌다.
"…솔직히 요즘 몸이 좀 힘들다. 학교에서라도 쉬어야지."
"음."
민성은 남의 연애담엔 별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민성도 그 나이대의 남자였기에 어쩔 수 없는 호기심이 우글우글 일어났다. 특히나 성민이 얼마 전에 몰래 찍은 '그 누나'의 사진을 보여줬기 때문에, 불알친구의 말에 궁금증이 치솟을 수밖에 없었다.
"야."
"뭐."
"끝이냐? 더 말해봐."
"큭큭큭, 새끼."
성민은 갈대처럼 가벼운 입과 혀를 민첩하게 놀리며, 아리의 앞에선 차마 하지 못했던 음담패설까지 섞어가며 썰을 풀었다.
….
이야기를 다 들은 민성은 자연스럽게 물었다.
"뭐야, 그 누나 그거네."
"뭐?"
"걸…."
그는 걸레라는 단어를 차마 내뱉을 수 없었다. 아무리 무심해도, 친구가 관심 가지고 있는 여자에게 그런 말을 붙인다는건 해선 안 되는 일이다. 또래 남자애들의 단단한 우정을 가장 잘 무너뜨리는게 여자 문제였다. 아무리 민성이 마이웨이를 걸어도, 괜히 눈치 없이 굴어서 불알친구와 싸우고 싶진 않았다. 갑자기 급커브 길을 맞닥뜨려 핸들을 팍 꺾는 것처럼, 생각없이 움직이던 혀를 통제하여 말을 바꿨다.
"너… 한테 과, 관심이 있나본데…."
민성은 자기 성깔에 맞지 않게 입에 발린 말을 하느라 굉장히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였으나, 성민은 듣고 싶었던 말을 들어서인지 마냥 기뻐했다.
"그치? 그렇지? 나한테 관심 없으면 그럴 리가 없지?"
"…그렇겠지."
성민은 기분이 좋은지 아무 말이나 막 해댔고, 민성은 조용히 들으면서 무심결에 그 누나의 사진을 떠올렸다.
'…하.'
어느새 저도 모르게 서있는 고추를 인식하며 허탈하게 호흡을 내뱉는다. 다른건 몰라도, 예쁘긴 정말 오지게 예쁜 누나였다. 친구가 진도를 빼고 있지만 않았다면, 자신도 욕심을 내볼 만큼이나. 걸레고 나발이고, 그 정도로 예쁘면 남자인 이상 몸과 마음이 동할 수밖에 없었다.
….
'부럽다.'
어른스럽고 성숙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 민성도, 어쩔 수 없는 남자였다.
…
따지고 보면 둘의 관계에 큰 진전은 없었다. 하지만 아리는 직접적인 터치 없이도 성민을 자위의 수렁에 몰아넣을 만큼 치명적인 행동을 보였다.
띠딕. 띡띡띡띡띡.
하교 시간이 지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어락을 열고 성민이 귀가했다. 성민은 거실 쇼파에 배를 깔고 누워서 핸드폰을 하는 아리를 보며 다시금 아랫도리를 세웠다. 학교수업시간에 잠을 자면서 푹 쉬어서 그런지 언제 그랬냐는 듯 팔팔하게 일어나는 사춘기 소년의 몸은 의심할 여지 없이 아주 건강했다.
"저 왔어요."
성민은 말을 걸면서 아리를 주시했다. 그녀는 길고 두꺼운 옷이 답답한 건지, 집에선 항상 한여름처럼 시원하게 입고 지냈다. 상의는 반팔 아니면 민소매에, 심하면 꽤나 과감한 끈나시까지 입었고, 하의는 대체로 돌핀 팬츠라는 아주 바람직한 옷을 입었다. 오늘의 복장은 하얀 민소매에 하늘색 돌핀 팬츠였다. 자세 때문에 가슴은 잘 안 보였지만, 그만큼 엉덩이와 다리 라인이 도드라져서 탐스러웠다.
"응. 수고했어."
"수고는요. 엎어져서 자다가 왔는데."
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둘의 거리가 가까워진다. 누운 채로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 아리에게 접근한 성민은 코를 기분 좋게 해주는 아리의 향기를 맡으며, 두꺼운 동복에 마이까지 입은 자신의 옷차림과는 상반되는 아리의 시원한 차림을 감상했다.
가린 부위 만큼이나 드러난 부위도 많았고, 한창 끓어오를 때인 성민은 아리의 지금 차림만으로도 한 발 뽑을 수 있었다. 여자로서의 매력이 정점에 이르는 중요 부위들이 가려져서 아쉽긴 하지만, 그녀는 몸의 모든 부분이 전부 매혹적이었다.
긴 머리카락을 한 쪽으로 모아 놓은 탓에 드러난 여리고 하얀 목덜미라던가, 예쁘게 두드러진 날개뼈와 겨드랑이, 만져보면 쫀득한 감촉을 주는 여성스럽고 예쁘게 모양이 잡힌 팔이라던가, 여신처럼 압도적으로 예쁜 얼굴에 충분히 어울리는 아름다운 각선미까지. 게다가 가려진 가슴이나 엉덩이도 옷을 찢고 나올 듯이 강하게 존재감을 어필해서 상당히 꼴렸다.
"응? 왜 그러고 있어. 아, 내가소파를 다 차지했구나. 미안. 앉아, 앉아."
지긋이 꽂히는 시선에 아리가 반응하며 몸을 일으켰다. 일어나기 위해 움직이는 맨다리가, 서둘러 몸을 일으킨 탓에 펄럭이는 상의 아래로 슬쩍 드러난 배꼽이, 완전히 앉은 탓에 내려다 보이는 치명적인 가슴골이 무수한 시각적 자극을 선사했다. 요동치는 심장을 느끼며 성민은 사람이 속마음을 숨길 수 있는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를 깨달았다.
아리의 손에 이끌려 딱히 용건도 없는 소파에 앉게된 성민은 자신의 팔을 지긋이 누르는 무게감을 느끼자 흠칫 고개를 돌려 옆을 보았다. 그녀가 자신의 팔에 몸을 기대며 핸드폰을 하고 있었다.
"푸흡."
아리가 기대기 위해 몸을 옆으로 기울이면서, 방금 전 찰나의 순간에만 허락됐던 절경이 성민의 눈앞에 펼쳐졌다. 펑퍼짐하게 살이 올라있는 가슴을 본 순간, 마치 얼어붙은 것처럼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놀란 탓에 헛숨이 나오면서 사레가 들릴 뻔했으나 간신히 참았다.
아니, 어떻게. 다른 부분은 그렇게 늘씬하게 뻗었으면서 가슴과 엉덩이만 그렇게 큰 거야. 가슴과 몸매는 같이 살이 찌고 빠지는, 영혼의 동반자 같은 관계였다. 직접 겪어본 바로는 그랬다. 그의 첫 여자친구는 날씬한 대신 가슴도 날씬해서 슬펐고, 예전에 헤어진 전 여자친구는 가슴이 큰 대신 뱃살이나 다른 부분도 후덕했다.
이건 진짜 반칙이다. 상위 0.1%, 아니 0.01%에 속하는 비현실적인 몸매를 보면서 그는 동공으로 사진이라도 찍을 기세로 눈앞의 광경을 똑똑히 기억하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했다.
….
콸콸콸, 변깃물이 큰 소리를 내며 내려간다. 떠내려가는 것은 이 나이대 소년이 한창 많이 배출하는 뿌옇고 끈적한 배설물이었다. 아니, 요즘은 별로 끈덕지지도 않다. 너무 많이 사정한 탓에 묽어져서 마지막 자위를 할 때 쯤이면 그냥 하얀 물 같은게 한 줄기 찍 나오고 말 정도다.
마치 야동이 눈 앞에 직접 찾아와서 억지로 세우고 싸라고 쥐어짜는 듯한 기분이었다. 다행히 정력이 괜찮은 건지, 평소에 힘이 좀 없긴 하지만 일상 생활에 지장은 없었다. 평소라면 학교 쉬는 시간에 공이라도 들고 나갔겠지만, 요즘은 책상에 엎드려 퍼져있다는 지장 아닌 지장이 있긴 하지만 그런 것쯤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후우…."
마치 축구 한 게임을 전부 뛰고 난 것처럼, 호흡은 안정됐지만 여전히 가슴이 흥분을 기억하고 들떠 있었다.
'미치겠네.'
요즘 성민의 최대 관심사이자 미스테리는 동거하는 아리 누나의 태도였다. 민성이 놈과 얘기해봤을 땐 분명 자신에게 관심이 있어서 은근슬쩍 어필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둘이 같이 있으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니라고 말하는 것처럼, 쿨해도 너무 쿨했다. 분명 섹스 어필 같은데, 누나가 너무 쿨하게 넘어가서 헷갈리는 것이다.
예를 들면, 샤워하고 속옷 차림으로 나온 누나와 마주친 적이 있었다. 그대로 몸이 딱딱히 굳어버려서 아무 말도 못했는데, 아리 누나는 '어우. 깜짝이야. 밖에 있었니?' 하고 살짝 웃으며 자기 방으로 쏙 들어가버리는 것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저번에는 상의를 입으면서 방문을 열고 나와서, 하얀색 브래지어와 상체가 그대로 다 보인 적도 있었다. 또, 샤워를 하고 나서 수건이 없다면서 문 밖으로 거의 젖꼭지가 보이기 직전까지 몸을 빼꼼 내민 적도 있었는데, 이건 그래도 그러려니 할 만했다.
이렇게 보면 그냥 친동생처럼 편하게 생각해서 그럴 수도 있겠다 싶겠지만, 이러다가도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온다. 마치 약중약강 약약중강 특정 패턴이라도 있는 것처럼!
아직도 기억이 선했다. 저녁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상체를 밀착하면서 황홀한 감촉을 선사하는 것이다. 엄청나게 부드러웠던 것이, 노브라가 분명했다. 그래놓고선 배시시 웃으며 까먹고 방 안에 놔뒀던 컵을 안 내놓았다면서 성민의 겨드랑이 밑으로 하얀 머그컵을 내밀었다.
이건 오해할만 하잖아! 아니, 오해가 아닌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해서 예리한 눈으로 보면, 아리 누나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무심하게 굴었다. 나는 네가 전~혀 이성으로, 남자로 안 보인단다 라고 말하는 듯이.
그래서 시무룩해 있었더니, 어제는 손이 안 닿는다며 등에 바디 로션을 발라달라고 했다!
그리고선! 윗도리를 벗고 누워서! 브라끈을 풀고 매끈한 등을 모두 드러냈다!
"후우…."
방금 쌌는데 또 서냐!
성민은 다시 서버린 자신의 분신을 보고 속으로 절규했다. 그만큼 누나의 등은, 맨살은 치명적이었다. 매끈한 등만으로도 미칠 것 같은데, 한껏 눌린 탓에 인심 넉넉한 착한 가슴살이 옆으로 삐져나와서…. 그것이 참….
….
탁탁탁.
아직도 손에 그 느낌이 선했다. 매끄러운 등을, 촉촉한 로션으로 문지르면서…. 아리 누나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로션 발라주는 손길이 기분 좋다면서 좀 더 마사지 하듯이 문질러달라고 했다. 덕분에 더 많은 시간 동안 손으로 황홀한 감촉을 느낄 수 있었고….
누나, 지금 유혹하는 거죠?
그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간신히 참았다.
알고 있다. 누구여도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러나, 낮은 확률로 아닐 수도 있다. 누나가 아니라고 하면, 그대로 끝장이잖는가. 자신이 직접적으로 질문한다면, 어떤 방향으로든 이 애매한 관계가 확실해질 것이다. 꿈에 그리던 대로 정말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되거나, 아니면 이런 작은 기쁨조차 누리지 못하도록 단절이 되거나.
성민은 애가 탔지만, 또한 간절했다. 눈앞의 여신을 절대 놓칠 수 없었다. 그래서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는 도박수를 던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더 확실한 힌트가 있다면 참 좋을텐데.
나름 중대한 고민이었다. 이 나이대에 이성 관계만큼 중요한건 거의 없다.
친구들에게 물어보기도 애매했다. 다른 친구 얘기라면서 물어보면 백 퍼센트 눈치 챌 것이고, 괜히 이리저리 소문이 나서 다른 놈들이 관심을 갖는건 끔찍하게 싫었다.
안 그래도 요즘 친구들이 불만이 많았다. 성민의 가벼운 입 때문에 친한 친구들은 성민이 그 넓은 집에 혼자 사는걸 알고 있었고, 당연한 결과로 집은 친구들의 아지트가 되어버렸다. 나중에 대학교로 진학한 아는 형이 자취를 하게 되면서, 친구들에게 자취방 절대 알려주지 말라는 충고를 받았으나 너무 늦었다.
친구들도 성민과 마찬가지로 다들 공부와 거리가 있었고, 그만큼 남는 에너지를 인생을 즐기는데 사용했다. 오토바이를 몰고 다니는건 원동기 면허증을 따기 전부터 했었던 일이고, 몰려서 놀러 다니거나 널따란 성민의 집에서 술판을 벌이며 일탈을 해왔다.
소위 말하는 일진은 아니었다. 남자애들끼리의 신체적 다툼이 종종 있기야 했지만, 애꿎은 애들한테 피해 입힌 적은 없었다. 그저 놀기를 좋아했고, 놀기 좋아한다는 공통점 때문에 꽉 막힌 선생이나 잘 모르는 애들에게 오해를 받기는 했지만 성민은 결백했다.
아무튼, 그렇게 잘 사용하던 아지트에 여신이 찾아왔고, 성민은 앞으로 절대 오지 말라며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다행히 아직까진 그 말이 먹혀들어서 별다른 해프닝이 없었지만, 속이 타는건 결국 어찌 될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흐르는 물처럼 자유로운 친구들이라, 억지로 막아봐야 결국엔 손가락 사이로 터져나올게 뻔했다. 성민은 자의든 타의든 언젠간 자기 집의 여신을 보여줄 날이 올 거라고 확신했고, 그 전에 적어도 관계를 확실히 하고 싶었다. 나름 의리는 있는 애들이니 임자 있는 여자에게 더럽게 굴진 않겠지.
답답한 마음에 가오는 좀 빠지지만 인터넷에 질문하기도 했다. 이런 행동이 다 자기 생각이 맞냐고. 돌아오는 대답은 구라치지 마라, 다 알면서 염병 떨지 마라, 괜히 착각하지 마라 등등 하도 다양해서 놀랄 만큼 전혀 도움이 안 됐다.
이 쫄보 새끼야, 그냥 남자답게 확 질러버려!
…라고 하기에는, 누나가 정말 너무 말도 안 되게 예뻤다. 뭔가 진도를 더 나가고 싶어서 답답한 마음이 들었지만, 한편으론 이런 야릇한 관계도 충분히 자극적이어서 매일마다 몇 번씩이나 물을 빼는데 만족스럽지 않느냐고 자문하기도 했다.
'알고 싶다.'
사람 마음을 읽을 순 없는 노릇이고. 괜히 물어봤다가 초를 치고 싶진 않았다. 바보라서 끙끙 앓는게 아니다.
….
'잠깐만.'
생각해보니….
'너무 선량하게만 생각했잖아?'
갑자기 눈이 확 트이면서, 자신이 한심해지는 기분이었다. 무슨 소설 속 순박한 농촌 총각도 아니고, 자신은 모던하고 인텔리한 현대인이 아닌가. 여자한테 말도 못 붙이면서 끙끙거리는 것보다 좋은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물론 썩 좋지 않은 방법이긴 한데….
이런 말이 있다. 들키지 않으면 죄가 아니다.
마음으로만 전전긍긍하다가끝내주는 아리의 맨가슴이나 엉덩이를, 생보지를 볼 기회조차 날려버리느니, 약간의 양심의 가책만 감당하면 만족할 수 있는, 어둠의 루트를 이용하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번민하던 소년의 눈이, 음침한 빛을 띠며 흉계를 설계해 나갔다.
소년의 마음 속을 가득 차지한 것은 아리와의 심적인 관계 발전이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더 직접적이고 자극적으로 만족시키고자 하는 검은색의 육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