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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2화 〉#4-1. 아리스, 한 아리 (13) (52/162)



〈 52화 〉#4-1. 아리스, 한 아리 (13)

열흘. 조금 더 됐나? 아니면 좀  됐나. 시간 감각이 혼란스러웠다. 학교에서는 하루가 정말 길게 느껴졌고, 아리 누나와 함께할  시간이 너무 빠르게 가서 무서울 정도였다.


나름 잘 해줬다고 자신했다. 길다면 긴 시간 동안 숙식 제공을 하고 돈도 받지 않은 것만으로도 크나큰 호의다. 곰돌이 인형으로 몰래 들여다 보긴 했지만, 사실 처음에 속옷 차림으로 낮잠 자는 것만 봤다. 고작 속옷 만으로도 몇 번이나 딸딸이를 쳐서 힘이 빠진 것도 있지만, 수면제 일로 많은 고민을 한 이유도 있었다. 맺힌게 많은 전 여친에게 먼저 연락해서 부탁하는 것도 감정 소모가 있었고, 수면제로 인해 무방비하게 잠든 아리 누나를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지금 성민은 수면제  알이 든 약 포장지를 손에 들고서, 아리의 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막상 때가 되니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이제까지 충분히 많은 고민을 했기 때문이다. 결말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아리 누나와 잘 되어서, 수면제 따위의 힘을 빌리지 않고 관계를 이어가거나 혹은 잘  되고 잠든 누나를… 범하거나.

….

"누나, 저예요."

"응. 왔어?"

보름 동안 학교가 휴업한다는 것을 톡으로 얘기해줬기에, 평소보다 몇 시간 일찍  성민을 아리는 태연하게 맞이했다.

"내일부터 쉬는 거지?"

"네."

"음, 한동안 하루 종일 같이 있겠네."

두근.


성민은 아리의 무심한 멘트에도 감정이 동하는 것을 느꼈고, 그걸 겉으로 드러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아직은 솔직해질 때가 아니었다.


"약은?"

"아, 여기요."

수면제를 받아든 아리는  표정 없이 감사를 전했다.


"고마워."

"아뇨, 뭐…. 근데 누나. 저 할말이…."

"성민아."

성민은 또렷한 목소리로 말을 자른 아리를 마주보았다. 그는 아리의 얼굴을 직시하고 나서야, 그녀의 얼굴에 은근하게 떠있는 피로한 기운을 읽을 수 있었다. 오늘따라 조금 벽이 느껴지는 듯한 분위기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보니 피곤해서 상대하기가 힘든 것이었다. 성민은 자신의 무신경함을 자책하며 이어지는 말을 경청했다.


"미안한데, 내가 지금 좀 피곤해. 얘기  거 있으면 이따가 하면  될까?"

"아 제가 죄송해요. 눈치가 없었네요.  드시고 쉬세요."

결전을 앞두고 은근히 마음이 급했던 성민은 입맛이 쓰긴 했으나 어쩔 수 없이 한 발 물러났다. 이제까지 항상 똑같은 얼굴로 보아 왔던 누나가 피곤한 안색과 조금 힘빠진 목소리로 대하니 마음이 약해졌다.

'대답은 이따 들어도 되니까.'

주방으로 가서 컵에 물을 따르는 누나를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우두커니 서서 아리를 지켜보던 성민은 아리가 갑자기 움찔거리는 것을 보았다.

"음? 누나?"

"아, 아아…."

왠지 당황한 듯한 얼굴. 순간 궁금증이 샘솟았으나 아리가 먼저 오한이 들었다고 말하며 의문을 불식시켰다.

"하긴. 옷이 그렇게 얇으니 추울 법도 하죠. 이젠 거의 초겨울이잖아요."

"그, 그러게. 슬슬 두껍게 입어야겠네."

아리가 자신의 맨살을 만지며 말했다. 성민은 아리의 시원한 차림으로 항상 눈요기를 해왔기에 아쉽긴 했지만 건강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마지막으로 마음껏 봐두겠다는 듯이 아리의 하얀 팔과 다리를 슬쩍슬쩍 훔쳐봤다.


잠시 후, 수면제 한 알을 꺼내어 물과 함께 넘긴 아리가 주방을 나왔다. 자기 방으로 들어가려는 움직임이었기에 비켜주려는 성민의 팔을, 아리가 기습적으로 맞잡는다.

"어?"

"성민아…."

갑작스레 아리와 연인처럼 양손을 맞잡게  성민이 당황조차 하지 못하고 그대로 얼어붙었다. 마치 목구멍을 넘자마자 수면제의 약효가 퍼지기라도 한 것처럼, 풀린 얼굴로 나른한 미소를 짓는 아리의 모습은 성민을 그대로 정지시킬 정도로 예쁘고 귀여웠다.

아리는 키가 제법 커서 남자 평균 키인 성민과 거의 눈높이가 비슷했는데, 지금은 허리를 살짝 숙이며 아래에서 올려다보고 있었다. 마치 애교를 부리는 것 같았다. 평소의 쿨한 이미지와 갭이 느껴지며 그 모습이 오히려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두근, 두근….

얼어붙어서 아무 말도 못하는 성민의 볼에, 아리가 기습적으로 입술을 맞췄다.


쪽.

"허읍!"

성민은 화들짝 놀라며 마치 입술에 키스라도 당한 것처럼 숨을 들이켰다. 1초도  되는 짧은 뽀뽀였지만, 성민은 볼을 꾸욱 누르던 보드라운 입술의 감촉을 본능적으로 머릿속에 새기면서 놀란 토끼 눈으로 아리를 쳐다봤다.

"고마워."

"누, 누나. 저…."

왠지 이따가 할 질문의 답을 미리 들은 듯한 기분에 성민이 입을 열었으나, 아리는 그저 빙긋 웃으며 검지를 세워 성민의 입술을 막았다.


"성민아."

순간, 둘의 눈이 마주쳤다. 정갈한 검은 빛을 한껏 머금은 아리의 눈동자. 성민은 처음 봤을 때부터 묘하게 요염한 느낌마저 주는 진한 검은색의 눈동자가 정말 세련되고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마치 다듬어진 보석 같았다.  눈동자와 정면으로 마주치니 저도 모르게 침묵하게 된다.

….


'어?'

순간적으로, 흑요석처럼 매끈한 검은 눈동자가… 진보랏빛으로 반짝이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말 그대로 찰나의 순간이어서, 시각 정보가 뇌에 전달되기도 전에 눈동자의 색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잘못 봤나?'

마나 유저가 아닌 일반인이라면 누구라도 본인의 착각, 착시라고 결론지을 것이다. 마나의 흐름을 읽는 것은 마나 유저의 기본 소양이지만 일반인에겐 허락되지 않은 분야이므로.


"그럼, 이따가 얘기하자?"

"아? 아, 네, 네!"

무심결에 다른 생각을 하던 성민은 아리의 목소리를 듣고 퍼뜩 정신을 차리며 기쁜 얼굴로 대답했다. 성민에게 있어 순간적인 착시 현상 따위는, 방금 볼에 뽀뽀해준 누나의 말에 비하면 기억에 남길 가치조차 없는 사소한 일이었다.

그렇게 홀린듯 아리를 방으로 보낸 성민은 한동안 우두커니 서있었다.


….


그런 성민의 눈동자에, 방금  아리의눈에 맺혔던 진보라색 마나가, 레이아의 마나가 맺혔다. 일반인에겐 요사스럽다고 생각될 정도로 이질적인 기운이 성민의 눈동자를 감쌌다. 잠깐 동안 눈동자에 머물던 그 기운은, 이내 성민의 눈동자 속으로 흡수되듯이 빨려들어갔다.

그 순간 성민이 느낀 것은 이질감이 아닌, 왠지 모를 편안한 기운이었다.




 후, 집안에는 고요가 찾아왔다. 수면제를 먹은 아리는 30분도 지나지 않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의외인 점이 있다면 방문을 반쯤 열어놓은 것인데, 평소에는 항상 문을 닫고 있었기에 눈에 띄었다. 그러나 본인이 열어둔 거니까 괜히 건들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평화롭게 시간이 흐르자, 이상 현상이 일어났다.


"흐윽, 흐윽, 허억…."

그토록 기다리던 아리의 '표현'을 받아서 하늘에 둥둥 떠있는 기분에 혼자 실실거리던 성민은, 현재 소파에 몸을 묻은 채로 끙끙거리고 있었다.


'뭐, 뭐야….'

몸이 뜨겁다. 마치 불에 타는 듯한 열기를 느꼈으나, 그가 느낀 것은 고통이 아닌 번민이었다.


'왜, 왜 이러는 건데!'

분명 초겨울의 쌀쌀한 공기였으나, 마치 한여름 뙤약볕을 쐬는 것처럼 땀이 비오듯이 흘렀다. 성민은 참다 참다 결국 축축하게 젖은 옷을 모두 벗어던졌다.

'대체 뭐냐고!'

열기에 휩싸인 것 치고는 침착한 성민이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며 속으로 절규했다. 갑자기 찾아온 열기. 그 정체는….

"미친…."

성민은 믿을 수 없다는 듯, 한계점까지 발기한 자신의 성기를 내려다보았다. 뜬금없이, 좆이, 서있다. 성민의 현재 상태는… '발정'이었다.

"후욱, 후욱, 씨발!"

방금 전까지만 해도 최고점을 찍었던 그의 기분은, 현재 당혹감과 통제되지 않는 자기 몸에 대한 분노로 인해 수직하강하고 있었다.


한창 때의 나이이니 뜬금없이 발기하는 경우는 있어도, 이렇게 도를 넘어선 발정은 처음 겪는 일이었다. 아까 아리 누나에게 뽀뽀를 받았을 때, 사실 좀 서기는 했지만…. 그때와 지금의 상태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정도가 달랐다.


아플 정도였다. 한계까지 서버린 좆은 꾹꾹 조여오는 여자의 속살을 쑤시기를 원하고 있었고, 자기 몸이 외치는 소리에 성민도 조금씩 마음이 기울어져 갔다. 점점 이성을 잃어가는 성민은 하나의 수컷으로서 암컷을, 매력적인 암컷을 본능적으로 찾기 시작했다. 그가 원하는 매력적인 암컷은, 얄궂게도 그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다.

'아, 안 돼.'

홀린 듯이 걸어가던 성민이 퍼뜩 정신을 차리며 알몸 상태로 주저앉았다. 마치 자기 발이 걸어나가지 못하도록 온몸으로 짓누르는 모양새였다.

그의 코를 통해, 후각이 암컷의 향긋한 체향을 감지했다. 두어 걸음만 걸어가면 될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서, 반쯤 열린 방문 안에서 무방비하게 잠든 암컷이 강렬한 유혹의 페로몬을 흘리고 있었다. 성민은 저도 모르게 몸을 일으켜서, 그곳으로 한 걸음  다가갔다.


"개새끼야! 절대  된다고!"

다시 한 번 정신이 든 성민이 화들짝 놀라며 자신에게 입으로, 머릿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그렇게 끙끙 앓다가, 이제서야 간신히 이어지게 됐다. 피곤한 그녀가 숙면을 취하고 나면 된다.  몇 시간 정도만 기다리면 모든게  풀릴 것이 분명한데, 하필이면 지금!

참아라, 참아!  위해서라도!

성민은 아플 정도로 이를 악물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자위를 해보았으나 마치 좆이 자신에게 장난치지 말라고 말하는 듯한 이상한 기분만 들었다. 가만 놔두느니만 못했다.

당장은 방법이 없었다. 성민은 초인적인 인내심과 자제력으로 스스로를 속박한 채, 그저 참고 또 참았다.

….


….


….


20분. 그것이 성민의 한계였다. 마치 생존자에게 달려드는 좀비처럼 움직이는 자신의 몸을 더 이상 막을 수 없었다. 사실 엄청 오래 버틴 편이었다. 사람이 물속에서 오래 버틸 수 없는 것처럼, 일반인인 성민이 마나에 끝내 굴복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쿵, 쿵.


끼익.


문고리를 돌릴 필요도 없었다. 반쯤 열린 문을 완전히 밀어내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허읍!"

갑작스레 다가오는 엄청난 자극에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킨다. 마법의 힘으로 발정이  성민에게 있어, 남들보다 진한 체향을 가진 아리의 향기는 마약과도 같았다. 아리의 체향이 짙게 배인 방 안의 공기를 들이마시는 것만으로도 자지가 껄떡대면서 마치 군침을 흘리는 것처럼 쿠퍼액을 찔끔찔끔 흘렸다.


"아, 안 돼…."

성민은 여전히 번민하는 말을 내뱉었으나, 이제는 말뿐이었다. 몸이 알아서 움직였다. 홀린 듯이 침대로 걸어가, 마침내 침대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제발…."

이미 주도권을 빼앗긴 이성이 최후의 저항을 한다. 이를 악물고, 오르락내리락하는 이불로부터 시선을 회피했다.


그렇게 고개를 돌린 성민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어?"

후욱후욱, 무심결에 호흡이 빨라진다. 그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옷가지들이었다. 침대 옆의 바닥에 어지러이 놓여 있는 옷들. 한밤중이라 어두웠지만, 오늘따라 밝은 달빛을 조명 삼으니 눈으로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분명, 아리가방에 들어가기 전까지 입고 있었던 옷이 맞았다.

'그렇다면… 설마.'

마치, 그 말에 확신을 주는 것처럼 그 밑에는 작은 면적의 속옷 한 세트가 있었다. 착용자의 가슴 크기를 증명하는 듯한 큰 사이즈의 하얀색 브래지어와, 돌돌 말면  손 안에 들어올 것 같은 하얀색 얇은 팬티.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아까 누나가 옷이 얇아서 추워했으니 그저 두꺼운 옷으로 갈아입은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아래 널부러진 속옷은 그런 추측을 불식시켰다. 어쩐지 체향이 강하게 난다 했더니. 이불 속 그녀의 상태는….

이제는 이성마저 그 자극에 오염되어, 완전히 본능의 편으로 돌아섰다. 마침내 이성도 본능도 전부 발정이 나버린 것이다. 마치 좀비 영화에서 한참을 저항하다 결국 맛이 가버리는 감염자처럼, 성민은 이제까지 머뭇거리던 태도를 모두 벗어던지고 거침없는 동작으로 이불을 제꼈다.


"허윽!"

예상대로, 아리는 아무 것도 입지 않은… 나신이었다.

홀린 듯이 손을 뻗어서, 옆으로 누운 아리의 맨살을 만진다. 아기처럼 웅크려서 자던 아리의 몸은 이내 똑바로 눕혀졌고, 옆으로 모아졌던 양다리 역시 똑바로 눕혀지면서, 세워진 무릎이 천장을 향하는 자세가 됐다.

그리고, 마치 커다란 선물 상자의 포장지를 벗겨내듯이, 모아진 양 무릎을 잡고 M자로 활짝 벌렸다.

"후으윽…."

이제까지 겪었던 것 중 가장 강렬한 암컷의 냄새가 성민의 뇌를 헤집었다. 향수나 로션의 향기와는 다른 살냄새였으나, 그 어느 종류의 향기보다도  향긋하게 느껴졌다. 방은 조명 하나 없이 어둑어둑했지만, 눈이 어둠에 완벽히 적응하면서, 보름달에 가까운 강렬한 달빛이 얼마나 밝은지를   있었다. 너무  보여서 가까이 있으면 속눈썹도 세어볼 수 있을 정도였다.


눈으로 범하듯 전신을 샅샅히 훑었다. 여자의 아름다운 둔덕에 시선이 이르자, 예상했던 것처럼 털 하나 없는 예쁜 민둥산이 보였다. 이유 모를 쾌감을 느끼며 다리 사이를 뚫어져라 보았다.  이상 은밀한 부분이 아니게 된, 일자로 그어진 세로선 같은 균열. 훌륭한 보지의 상태를 보니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됐다.


성민은 자신이 이를 훤히 드러내고 진하게 웃고 있다는 것도 자각하지 못한 채, 한 마리의 짐승이 되어 눈앞의 암컷에게 덮쳐들었다. 아리의 침대는 그가 흘린 땀과 쿠퍼액으로 축축했으며, 잠시 후 아리의 체액도 흘러나와 침대를 흠뻑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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