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화 〉#4-1. 아리스, 한 아리 (14)
누구에게나 한 번 쯤은 찾아온다는 일생일대의 기회. 성민은 아리와 동거하게 된 것이 인생에 단 한 번 있을 커다란 행운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리고 기쁘게도 커다란 행운은 한 번 더 찾아왔다.
"츄웁, 춥, 우움, 어때?"
"윽, 흐으…. 너무 기분 좋아요."
아리의 정성스러운 펠라치오 봉사에 성민이 앓는 소리를 내며 진득한 쾌감을 느꼈다.
놀랍게도, 일이 전부 잘 풀려서, 지금은 이런 관계가 됐다.
"크흡!"
"우읍!"
보지로 조여주는 것과는 색다른 오럴의 쾌감. 고추에서 꼬리뼈, 척추를 타고 마치 전류가 흐르는 것처럼 뇌에 강렬한 자극이 도달했다. 더 이상 참지 못한 성민은 그대로 아리의 입안에 사정했다.
뻣뻣하게 굳어 있던 성민이 소파에 축 늘어졌다. 성민은 몰려드는 사정 직후의 나른함을 정신력으로 극복하고 또렷한 정신으로 아리를 내려다 보았다. 보는 것만으로 쾌감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아리의 매끄럽고 새하얀 나신이 그의 눈을 애무하듯 기쁘게 했다.
'계속 이러고 살까.'
아리와 마찬가지로 알몸인 성민은, 쌀쌀한 날씨에도 옷 없이 지낼 수 있을 만큼 난방을 빵빵하게 틀어놨다. 추위를 느끼면 아리가 옷을 입을 테니까. 여행자의 옷을 벗기는건 찬 바람이 아닌 따뜻한 태양이었다는 내용의 동화가 떠올랐다. 성인 버전 동화 같아서 기분이 묘하고 에로했다.
섹스는 직접적인 결합이, 즉 자지나 보지의 쾌감이 전부가 아니었다. 애무처럼 실제 섹스에 비해선 자극이 약한 행위도 엄청난 쾌감이었고, 정신적 쾌감도 그에 못지 않을 만큼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다. 그런 점에 있어서 성민은 정말 진득한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토록 바라고 바라던 아리와의 관계가 이렇게까지, 더 발전할 수 없을 정도로 눈부시게 발전했다. 그렇게나 원했던 그녀와의 섹스. 전세계 모든 남자들이 선망할 정도로 아름다운 여자와 살을 섞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정신적 쾌감이었다.
막상 몸을 섞으니, 그 외에도 여러 가지를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었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아리는 섹스에 있어선 남자에게 헌신적인 스타일이었다. 자신보다 남자의 만족을 우선시하며, 남자가 원하는 것은 웬만해선 다 들어준다. 지금처럼 무릎을 꿇고 자지를 빨아주는 것도 비록 요구는 성민이 했지만, 지나가며 말하듯 가볍게 건넨 요구를 아리가 선뜻 수용한 것이었다. 전혀 몰랐던 그녀의 은밀한 장점을 알아가는 것이 정말 좋았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좋았던건, 평소에 옷과 속옷으로 가려졌던 은밀한 신체 부위가 상상 이상으로 아름답고 자극적이었다는 점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좀 허세가 있는 친구가 예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막상 벗겨 놓으면 별 거 없더라. 여자는 적당히 입어야 예쁜 법이야.'
그 말에 대해, 성민은 속으로 이렇게 답했다.
'지랄하네.'
벗겨 놓으니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이제까지 꼴릿하게 느껴졌던 그녀의 얇은 옷들이 괘씸해질 지경이었다. 가히 문화재라 할 수 있는 그 엄청난 몸을 답답하게 막아놓다니! 옷이 날개라는 말이 있는데, 적어도 아리 누나는 반대로 벗은 모습이 날개를 단 것처럼 아름다웠다. 평소에도 은근슬쩍 몸매를 보아왔으나, 실제로 보니 상상 이상이었다.
기름기 하나 없이 날씬하게 빠진 허리 라인이나 의외로 꽤나 예민한 허벅지 안쪽처럼 만져보지 못했던 부분들은 생각보다도 훨씬 더 부드러웠고, 그토록 선망했던 가슴은 직접 만져보니 부드러움은 말할 것도 없고, 한 손에 다 들어오지도 못할 정도로 컸다. 손으로 가슴을 만지는게 아니라, 반대로 가슴이 손을 푹 감싸주는 느낌이었다. 색이 예쁘게 든 핑크빛 유두와 보지도 원없이 탐했는데, 이렇게 잘 느끼면서 이제까지 어떻게 참았는지 물어보고 싶을 정도였다.
성민은 헌신적인 누나에게 자기도 나름 봉사해주고 싶었다. 그런 마음에서 성감대를 찾기 위해 말 그대로 머리부터 말끝까지 싹 빨아줬는데, 거의 대부분의 부위가 성감대인 건지 자지러지는 반응을 보이며 애액을 폭포처럼 쏟아냈다. 백보지처럼 남자들의 성적 판타지 중 하나인 잘 느끼는 여자가 바로 아리 누나였던 것이다. 그런 누나에게, 성민은 마치 첫경험을 하는 사춘기 소년처럼 정신을 못 차리고 푹 빠져들었다.
"아우우…."
입안 가득 정액을 받아낸 아리가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는 듯한 눈빛으로 성민을 올려다봤다. 그렇게 싸고도 이렇게나 나오는 거야? 라고 묻는 듯했다. 그렇게 음란한 주제에 남자의 성욕을 나무라다니. 성민은 실실 웃으면서 소파 아래로 내려가 양손으로 유두를 비비듯이 자극했다.
"으으읏!"
정액을 뱉지도, 삼키지도 못하는 아리가 꼼짝없이 성민에게 시달렸다. 성민이 느끼는 바로는, 그녀는 물론 전신이 음란했지만 특히 유두와 음핵이 약했다. 여자들 대부분의 공통적인 성감대이긴 한데, 아리는 돌기가 특히 약해서 다른 여자들보다 몇배는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잠시 그렇게 괴롭히던 성민이 아리에게 물었다.
"누나, 삼켜줄 수 있어요?"
이제까지 입으로 얼마나 해봤는지는 몰라도, 일단 아리와 자신의 관계에선 처음이었기에 성민은 배려의 의미로 그녀의 의사를 물었다. 물론 진짜 배려를 했다면 뱉으라고 했겠지만, 성민은 누나라면 왠지 삼켜줄 것 같다는 기대를 하며 시커먼 요구를 했다.
"시허, 사키면 개소 큰저허려."
"하하, 못 알아듣겠는데요. 누나, 삼켜줄 수 있어요?"
"우우."
섹스에 한해서 성민은 아주 양심이 없었고, 답은 정해져있었다. 아리는 원망하듯이 노려봤으나 성민의 눈에는 그저 앙탈을 부리는 애교스러운 모습이었다. 포기한 아리가 마침내 꿀꺽 삼킨다. 입 안의 것을 꿀꺽 넘기면서 목울대가 움직이는 그 광경이 더없이 섹시해 보였다.
"으으, 끈적거려. 물 좀 줄래?"
아리는 불만 있다는 듯한 얼굴이었으나, 결국 자신의 의사로 삼켜서 그런지 더 이상 타박하지는 않았다. 잽싸게 냉장고에 갔다온 성민이 성민이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컵을 건넸다.
"헤헤. 여기요."
"으음."
꿀꺽. 꿀꺽.
"물로 꿀꺽꿀꺽 다 넘겨서, 내꺼 뱃속에 잘 보관하고 있어야 돼요?"
성민이 아리의 매끈한 배를 부드러운 손길로 쓰다듬으며 능글맞게 말했다. 마치 임신한 아내의 둥근 배를 만지는 듯해서 아리가 어이 없다는 듯이 쳐다봤다.
"너도 참 변태다…."
"누나도 엄청 변태인데요."
"뭐?"
"증명해드릴까요?"
성민은 대답을 듣지 않고 다시 덮쳐들었다.
"하응! 너어…. 방금, 으읏, 해놓고!"
"놀랍죠? 사실 저도 제가 신기해요."
성민은 마치 미래의 정력까지 당겨 쓰는 듯한 착각을 느끼며, 평소답지 않은 엄청난 정력으로 아리를 덮쳐들었다. 연인처럼 달달하게, 그리고 짐승처럼 본능적으로 뒤엉키며 다시금 육체의 향연이 벌어졌다.
성민은 아리의 밀어내는 힘이 굉장히 약한 것을 느끼고는 속으로 웃으며, 이런 미래는 상상도 못했던 그날 그때를 다시금 회상했다.
…
사람은 원래 선하다는 성선설, 악하다는 성악설.
선악은 개뿔이. 성민이 그날 밤을 회상하며 느꼈던건, 사람은 본능적으로 약삭빠르다는 것이었다.
이성을 잃고 정신없던 와중에도, 성민은 젖지 않아 잘 안 들어갈 것 같다는 생각에 허겁지겁 화장대로 달려가 로션을 쭈욱 짜냈다. 손에 가득한 로션을 자신의 자지에 코팅하듯이 듬뿍 바르고, 남은 것은 아리의 보지에 찹찹 소리가 나도록 바르고 문질렀다.
이내 최대로 발기한 성민의 자지가 좁은 살틈을 거칠게 가르고,한 번에 끝까지 뚫고 들어갔다.
쑤욱!
이렇게나 쉽다니.
진심으로 원했던건 아리의 순수한 사랑이었다느니 하는 가식은 집어치우고, 성민이 가장 소원했던건 아리와의 섹스였다. 섹스하려면 보통 마음이 통하는 관계여야 하니까, 섹스는 곧 마음이고 섹스는 곧 아리와의 관계 발전인 것이다.
성민은 스스로도 무슨 개소리인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아득하게 느껴지는 조임에 집중했다. 로션을 그렇게나 듬뿍 발랐는데. 여자의 구멍은 풀어주지 않으면 생각보다 훨씬 좁다는 것을 깨달았다. 성민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를 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움직였다.
치걱, 치걱….
이렇게 느릿하게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쌀 것 같았다. 성민은 당장이라도 싸지르고 싶다는 충동을 억누르며, 다신 없을 수도 있는 이 시간을 길게 즐기고 싶다는 일념으로 몸을 다스렸다.
척, 척, 척….
점차 아리 누나의 보지가 적응하는 것이 느껴졌다. 아까보다 움직임도 수월해졌고, 너무 좁아서 아픈 느낌마저 들었는데 지금은 쾌감만을 느끼는 선에서 최대한 조여들었다.
"후욱, 후욱."
"으읏…."
잠결에 흘러나온 아리의 신음에 성민이 흠칫하며 움직임을 멈췄다. 깬 건 아니었다.
그동안 아리는 아주 시체처럼 가만히 누워있던건 아니었고, 중간중간 몸을 움찔거리기도 했다. 보지 역시 무조건반사로 자지를 조였다 풀었다 했다. 그저 계속 조용하던 입이 소리를 내니 놀랐던 것이다. 성민은 몸을 아리에게로 기울이면서 다시 느릿느릿 왕복 운동을 했다. 특정 지점을 쑤실 때마다 그녀는 가쁜 호흡을 내쉬었다.
여기랑 여기, 여기가 기분 좋은 건가. 성민은 특정 스팟을 머릿속에 새기며 다시 조금씩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성민의 뻣뻣했던 움직임은 한층 능숙해졌고, 아리의 보지는 마치 처음의 뻑뻑함을 사과하듯이 기분 좋게 꽉꽉 물어줬다.
슬슬 여유가 생긴 성민은 M자로 다리를 벌린 아리의 허벅지를 상체로 지긋이 눌렀다. 몸통 부분에 그녀의 허벅지 뒤쪽 살이 맞닿으며 기분 좋은 촉감을 선사했다. 상체를 계속 기울여 짓누르자 자연스럽게 아리의 몸은 C자를 그리며 접혀들어갔다. 몸에 힘이 들어가는 자세여서 그런지 아리의 표정이 살짝 찡그려지긴 했으나, 여전히 깨어날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근거 없는 용기를 얻은 성민은 계속 상체로 눌렀고, 마침내아리는 무릎이 자기 옆가슴과 맞닿게 됐다. 성민은 더없이 야한 자태에 고개를 기울여 입을 내밀 수밖에 없었다.
"쪽, 쪽, 춥…."
키스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상체가 가까워진 성민은 누워있음에도 높이 솟아있는 아리의 도도한 유두를 입과 혀로 맛보았다. 낮에 샤워를 했는지 아리의 유두에선 향긋한 향기가 났다. 이런 향기도 좋지만, 섹스로 인해 땀이 흘러 짭쪼름해도 나름 풍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흠.'
한창 거칠게 섹스해서 마구 열이 올랐다면 모를까. 지금은 살짝 느린 템포로 자지만 앞뒤로 움직일 뿐이니, 초겨울 날씨에 알몸으로 있는 그녀가 땀이 날 리 없었다.
생각해보니 춥겠군. 좀 덥혀줘야겠다.
척, 척, 척, 척.
템포를 빠르게 했다. 추운 날씨에 이불도 없이 알몸이니 차라리 빨리 뜨겁게 만들어주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진짜로 그녀를 위했다면 피곤해서 수면제를 먹고 자는데 동의도 없이 범할 리는 없겠지만. 여러모로 성민의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그런 비이성적 움직임에 호응을 하는 것처럼 아리의 호흡이 가빠졌다. 퍽퍽퍽 소리가 점차 척척척으로 바뀌어 갔다. 살 부딪치는 소리에 조금씩 물기가 섞이기 시작했다. 자세도 자세였고, 계속해서 자극이 오니 슬슬 몸이 반응하는 것이었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축 늘어져서 거의 반응이 없었는데, 조금씩 그녀가 깨어나고 있었다. 잠들어있던 몸 곳곳의 근육이 움찔거리는게 느껴졌다. 사실 이쯤 했으면 당장 깨도 이상하지 않을텐데, 수면제의 약효가 생각보다 좋은 것 같았다.
"…."
"…."
그렇게 생각하던 와중에, 달빛마저 흡수하는 검은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고, 둘의 시간은 그대로 정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