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4화 〉#4-1. 아리스, 한 아리 (15) (54/162)



〈 54화 〉#4-1. 아리스, 한 아리 (15)

'음?'

시간이 지나도 별 일이 없자 성민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의구심에 아리를 똑바로 보자 무슨 상태인지 곧바로 알 수 있었다. 수면제의 효과가 몸 구석구석까지 퍼진 탓에 아리는 몽롱한 얼굴이었다. 아직 상황이 인지가  된 건지, 아니면 머리론 이해했는데 몸이 말을 안 듣는 건지 눈을 뜨고 나서도 한참 동안이나 침묵했다. 마치 인형 같았다.

마음을 독하게 먹은 성민이었으나 이제까지 보여왔던 순진한 천성이, 나쁘게 말하면 쫄보 심리가 어디 가지 않았는지 눈이 마주치고 나서 몇 분 동안은 가만히 있었다. 이미 아리의 보지에 넣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흔들었기에, 성민은 발정 마법으로 잔뜩 오른 본능과 욕구가 어느 정도 해소된 상태였다. 즉 이성이 잠시나마 본능을 제어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독기는 여전히 남아 있어서 만약 저항했다면 무시하고 강제로 범했겠으나,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으니 성민도 뭘 하기가 애매했던 것이다.

….

발정 상태만 아니었으면 질 속에 있던 페니스마저 쪼그라들었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도 성민의 자지는 퍼떡퍼떡 맥박치면서 존재감을 제대로 과시하고 있었다.


몇 시간 처럼 느껴지는 몇 분이 지나고, 아무 반응이 없자 성민이 눈치를 보다가 살살 움직였다. 감질나는 상황이 이어지자 다시금 욕망이 수면 위로 떠올라서 몸의 주도권을 되찾아갔다. 아예  넣었으면 몰라도, 이미 넣은 이상 뺄 생각은 없었다.


차라리 이런 분위기라도 계속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최악의 경우 거친 강간까지도 고려했으나, 그렇게까지  일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 더 컸다. 조심스레 허리를 살짝 뺐다가, 살살 밀어넣어 자궁 입구를 뽀뽀하듯이 꾸욱 눌렀다. 아리의 눈썹이 살짝 찡그려졌으나 별다른 저항은 없었다.

찌걱, 찌걱.

그러면서 상체를 밀착하여, 서로의 숨결이 닿을 정도로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이렇게 보니 여전히 눈에 초점이 맺히지 않은 것이 보였다. 그녀의 상태가 정확히 어떤지 몰랐기에, 성민은 반쯤 떠보는 심정으로 입을 맞췄다.


쪽.


아까 전에 거실에서 아리가 기습 뽀뽀를 했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입술과 입술이 정면이 아니라 대각선으로 맞닿으면서 자연스럽게 입술 안쪽까지 들어가는, 뽀뽀보단 키스에 가까운 진한 입맞춤이었다. 아리의 입술은 따뜻했고 부드러웠으며, 살짝 섞인 타액은 설탕이라도 섞여 있는 것처럼 달게 느껴졌다. 그러고보니 귀두와 자궁은 서로몇번이고 키스했는데, 윗입은 인사조차 안 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제대로 키스하기 위해 다시 입을 가져갔다.

츄웁.

"우응…."

아리가 뒤늦은 반응을 보이며 저항하듯 입을 다물고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약에 취한 아리의 반항은 너무나도 미약했다. 입을 다무는 힘마저 약해서 마치 입술로 혀를물어주는 모양새였고, 고개를 돌리려는 동작은 키스를 위해 살짝 턱을 잡은 성민의 손아귀조차 어찌 하지 못했다. 안되겠다 싶어 손으로 밀어내려 했으나, 힘이  들어가서 그런지 오히려 성민의 몸을 만져주며 응원하는 꼴이 돼버렸다.

"우웁, 츄웁, 츕…."

성민에게 있어 아리의 미약한 저항은 오히려 키스를 감미롭게 만들어줄 뿐이었다. 그녀의 마음이 어떻건 간에 순조롭게 키스를 마친 성민은 소설에서 흔히 말하는 은색 실이 늘어지는 것을 보며 만족했다. 딥키스 후 그의 마음을 만족스럽게 채워준 것은 아리의 반응이었다.

점차 초점이 맺히는 그녀의 눈빛은, 평소에 봤던 것처럼 맑았다. 완성도 높은 예술 작품 같은 눈동자에는 비록 당혹감은 있을 지언정 분노나 슬픔, 거부감, 혐오감 따위는 없었다. 상대방의 동의를 받지 않은 섹스는 보통 강간이라고 부른다. 그런 상황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띄우지 않는다는 것이 의미하는건….


'누나도 날 마음에 두고 있었어!'

어느새 미소를  성민은 다시 한 번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하여 멋대로 움직이려는 페니스를 통제했다. 끝까지 꾸욱 맞닿아있던 귀두가 떨어지자 끈적한 소리가 밖에까지 들렸다. 호흡이 살짝 가빠진 성민은, 마찬가지로 옅게 할딱이는 아리에게 말을 걸었다.

"누나, 흐으, 이제와서 물어보긴 좀 그런데…."

"…."

아주 찐하게 키스를 당했던 아리는 입술이 살짝 벌어진 채로 멍하니 성민을 보았다.

"넣어도, 돼죠?"

"하아…."

왠지 짜게 식은 눈으로 보는 듯해서 성민은 다소 민망했지만, 뻔뻔하게 나가기로 했다. 생각보다 분위기가 좋으니 없던 용기도 샘솟아 올랐다.


"해도 돼죠? 네?"

조르는 듯이 한 번 더 묻자 아리가 느릿하게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왠지 귀여워서 저도 모르게 뺨에 손을 가져갔다. 하지 말라는 의사 표현을 받았으나, 성민은 마치 긍정의 표시라도 받은 기분이 들었다.

"헤헤, 미안해요. 움직일게요."

"…."

 물어본 거야. 아리의 핀잔하는 눈빛을, 성민은 회피하지 않고 그대로 마주보며 허리를 움직였다.


쯔걱.


다시 한 번 귀두가 자궁구에 키스했다. 마치 버튼을 누른 것처럼, 아리의 표정이 살짝 흐트러지면서 반사적으로 여자의 호흡을 야하게 내뱉었다. 의식이 돌아오고 감각이 선명해질수록 성감 역시 또렷한 자극으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쯔걱, 쯔걱, 쯔걱….


느릿하지만, 확실하게 올라가는 템포. 아리는 마치 쾌락에 번민하는 듯한 분위기로 눈썹을 찌푸렸다. 정신이 들어 맑아진 눈동자가 쾌락에 물들며 조금씩 탁해져갔다. 마치 마지막 저항처럼, 아리가 성민의 어깨에 두 손을 얹었다. 밀어낼  없으니 설득을 하는 듯했다. 아까도 그랬지만, 오히려 응원을 받는 기분이었다. 성민은 씨익 웃으며 그 부드러운 손을 잡아서 자기 손과 깍지를 끼고 그녀의 머리 양 옆으로 눌렀다.

"사랑해요."

그렇게 속삭이자, 아리의 눈에 체념의 빛이 어린다. 성민은 황홀한 기분으로, 꿈에 그리던 누나와의 섹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찹, 찹, 찹, 찹….

빠르면서도 규칙적이고, 또렷한 소리. 성민은 끈적한 소리를 응원가 삼아 열심히 허릿짓을 하고 있었다. 자세는 어느새 바뀌어서 후배위로 하는 중이었다. 계속 늘어지려는 아리의 허리를 붙잡아 엉덩이를 세우게 만들고 깊게 깊게 쑤셔주자 착실한 반응이 나왔다.

"하아, 하아…."

여자의 얕은 신음 소리. 아리는 처음부터 그랬듯 별다른 저항 없이 얌전히 육봉에게 가랑이를 쑤셔지며 헐떡였다. 깨어난지 서너 시간은 흐른 것 같은데, 여전히 약에 취해 몸이 나른하게 풀려 있었다. 성민은 슬슬 멀쩡한 상태에서의 섹스도 즐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으나, 그러려면 누나를 재워줘야 했다.미안하지만, 아직은 그럴 수 없었다. 일단 좀 더 하고….


주르륵.


거의 귀두가 보일 정도로 페니스를 뒤로 빼자 안에 있던 희끗한 정액이 흘러나왔다. 이내 어느새 온갖 액체로 지저분해진 시트 위로 뚝뚝 떨어진다.


"흐읏, 흣, 그만…."

"한 번만… 더 하고요!"

"아까도, 한번만 한다면서, 핫…."

목청이 어느 정도 트인 아리가 말했다. 한 번만 더,  번만 더. 벌써 네 번째였다. 성민은 발정난 몸이 맞긴 맞는 건지, 한   때마다 거진 한 시간을 박아대며 아리를 탈진시켰다. 어디서 나온 정력인지 사정 후의 휴식은  분도 채 되지 않았고, 그동안에도 삽입만 없었을 뿐이지 집요하게 아리의 몸을 맛보며 사실상 휴식 없는 강행군으로 아리를 괴롭혔다.

"후욱, 누나가, 나쁜 거야. 너무 기분 좋아서, 그만 둘 생각이 안 들어!"

성민의 분위기도 어느새 기세등등해졌다. 침대에서 만큼은 주도권이 자신에게 있다고 판단하고는, 이제까지 밀고 당기며 자신을 괴롭힌 것에 대해 자지로 복수했다. 중간중간 말도 살짝 놓으면서,  사이의 질서를 개편했다. 섹스할 땐 내가 위라고 말하듯이.


"흐윽, 흐읏, 부탁… 할게. 쉬게 해줘…. 너무 힘… 힘들어…."

아리는 마치 새로운 상하관계에 승복하듯이 성민에게 애원했다. 간절해 보이는 목소리에 성민도 마음이 동하여,  번만 더 싸고 쉬게 해줘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생각해보면 몸이 피로한 그녀를 너무 몰아붙인 것 같아 조금 미안해졌다.


"그럼, 한 번만 더 싸고, 후욱, 쉴까요?"

"으, 흐응…."

"후우, 싸려면 더 열심히 해야겠네요."

첩   첩 첩.

대화하면서 살짝 느려진 속도를 복구하며, 네 번째 사정을 준비했다. 마음만 먹으면 20분은 더 할 자신이 있었지만, 아리의 상태도 그렇고 처음부터 너무 무리해서 달리는건 자신에게도 안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몰랐던 자신의 엄청난 정력 덕분에 신이 나긴 했지만, 앞으로 하루 종일 몸을 섞으려면 배분을 잘 해야 했다. 휴업은 2주일이나 남았고,  말인 즉 2주일 동안 하루 종일 그녀와 뒹군다는 뜻이었다. 몇 번이나 싸려나. 백  정도? 그럼 하루에 일곱 번 이상은 해야겠군.


속으로 엉뚱한 생각을 하며, 성민은 마치 선심 쓰듯이 몰려오는 사정감을 참지 않았다.

"쌀게요."

"아, 안에는 안 돼…."

"큭큭, 이미 몇 번을 쌌는데요 뭐."

척척척척척척!

"흐으으응!"

장시간을 시달린 아리는 지치기도 많이 지쳤으나, 또한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졌기에 마구 쑤셔대는 성민의 거친 동작에 오히려 흐트러진 목소리로 신음했다. 성민은 자기가 움직이는대로 반응하는 아리를 보며 진득한 쾌감을 느끼며 최대한 깊숙히 사정했다.


….


일  조금 안 되는 시간 동안 둘은 그대로 멈춰 있었다. 마치 색귀처럼 달라붙었던 성민도 한순간에 몰려오는 피로감에 자지를 뽑고 아리를 놓아주었다.


"하아, 하아…."

"후욱, 후우."

그대로 엎드려서 거친 숨만 내쉬는 아리를 안쪽으로 밀어주고 성민도 한 자리를 차지했다. 시트가  젖어버린 싱글 사이즈 침대는 성인 남녀 한쌍이 눕기엔  여유로운 크기가 아니었고, 성민은 당연하다는 듯이 아리와 바짝 붙었다.

왠지 책상 위에 있는 곰인형이 떠올랐다. 아리는 저번에 곰인형과 바짝 붙어서 낮잠을 잤고, 그때 성민은 카메라 건너편에서 고작 속옷 차림만으로도 몇 번이나 싸버렸다. 마치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이 다른 차원의 존재처럼 느껴졌다. 비겁하게 뒤에 숨어서 도촬하고 딸딸이나 치는게 아니라, 정당한 파트너로서 섹스하고 같은 침대를 쓰는 현재의 상황은 성민에게 있어 인생의 성공처럼 커다란 성취감을 줬다.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뿌듯한 심정으로 혼잣말을 한 성민은 벌써 잠들어버린 아리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저쪽으로 밀린 이불을 가져와 같이 덮었다.

밀려오는 피곤함에 슬슬 눈이 감기자, 성민은 마치 아리를 속박하듯 굳게 끌어안았다. 혹시라도 그녀가 사라져 버리지 않도록, 마음 속 깊은 곳의 일말의 불안감을 잠재우듯이.



짹짹거리는 새소리. 아침 특유의 쌀쌀한 공기와 모든 것이 깨어나는 분위기. 새벽 늦게까지 몸을 섞었으나, 성민은 깊게 자고 일어난 듯한 상쾌한 기분을 느꼈다. 간밤에 네 번이나 싸버린 건강한 자지는 때아닌 야근에도 굴하지 않고 성실하게 존재감을 발휘하며 일어섰다.

음. 참 실하군.

자화자찬을 할만큼 뛰어난 자신의 분신에 뿌듯함마저 느끼며, 깨어나는 감각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인지한 것은, 훌륭하게 일어서던 자지가 뭔가에 막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음?'

슬며시 눈을 뜨자, 코앞에서 자신을 응시하는 한 쌍의 검은 눈동자와 마주쳤다.

흠칫.

성민은 저도 모르게 살짝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잠에서 깨어나 현실을 인식한 두뇌가 빠르게 혼란스러운 마음을 정리했다.


'아, 맞다.'

나, 누나랑 섹스했지.


"오우."

"…야."

뜬금없이 감탄사를 내뱉는 성민을 아리가 다소 새침하게 불렀다. 지금 보니, 일(一)자로 일어서던 자지를 막고 있는 것은, 털 하나 없이 매끈한 아리의 보지 둔덕이었다.


'와우.'

심장이 마구 쿵쾅거린다. 그냥, 모든게 다 꼴렸다. 그런 마음과는 별개로, 능글맞은 입은 저절로 움직여 아리에게 인사을 건넸다.


"헤. 누나, 좋은 아침이에요."

"…."

아리는 별 반응 없이 무표정으로 성민을 보았다. 화난 건가 싶어서 자세히 보니, 그 정도로 날카로운 기색은 아니었고 살짝 토라진 것 같았다.

'다행이다.'

사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이렇게 말을 섞는 것도 하늘에게 감사할 일이었다. 어젯밤의 상황은 여러모로 복잡했지만, 어쨌든 자신은 수면제 먹고 잠든 여자를 덮친 남자였다. 지금 수갑을 차고 경찰서에 있어도 전혀 이상할게 없었다. 그런데도 마치 연인처럼 알몸으로 마주보고 대화를 할 수 있으니, 성민은 지금 상황과 아리의 자비에 압도적인 감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누나?"

"야. 너…."

아리가 뒷말을 하려다가 삼킨 듯 입을 오물거렸다. 마치 화났다는 듯이, 살짝 경사를 그리는 눈썹이 왠지 귀여워 보였다. 그러나 대뜸 옆구리를 꼬집는 아리의 응징에 악, 하고 비명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아리는 의외로 손이 매웠다. 아, 예전에 운동했다고 했지.


"으억! 끄으으윽…."

"나쁜 놈아."

"아! 아아아!"

꼬집던 손을 비틀자  참지 못하고 성민이 온몸으로 아파했다. 그제서야 속이  풀린 듯 손을 놓은 아리가 이번에는 말로 성민을 매도했다.


"너 짐승이지?"

"죄, 죄송해요."

"할  다 해놓고 사과해봤자…."

일단 지금은 성민이 일방적으로 사과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그런 분위기도 오래 가지 않았다. 살짝 날카로워졌던 아리의 기색은 금세 누그러져서 성민에게 안도감을 주었다. 이어지는 아리의 타박은, 성민에게 있어선 애교처럼 귀여운 수준이었다.


"안에 싸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헤헤. 죄송해요. 책임질게요."

"하."

어린 애가 말은….


아리는 그래도 책임지겠다는 말이 썩 나쁘게 들리진 않은가보다.

"책임은 무슨. 아직 안전한 날이거든?"

"아…."

성민이 안도하면서도 묘하게 아쉬워하자 아리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지긋이 흘겨봤다.

그렇게 공격과 수비를 몇 번 주고받자, 둘은 옷만 벗었을 뿐이지 평소 같은 분위기로대화하게 됐다. 오히려 이전보다 훨씬 더 거리감이 줄어들어 있었다.

"헤헤, 누나."

마치 애교 부리듯 성민이 양팔을 벌려 아리를 감싸고 안으려 들었다. 아리의 입장에선 아랫배에 성기를 부비적 거리는 감촉이 가장 크게 느껴졌기에 흠칫했으나, 그래도 밀어내지는 않았다. 대신 목소리를 조금 깔며 진지하게 말했다.


"성민아."

"네."

"네가 무슨 짓을 한지는 알지?"

"…네."

무거운 주제가 나오자 성민이 금세 풀이 죽어 힘없이 대답했다. 은근히 죄책감을 느낀 아리는 곧바로 부드럽게 달래줬다.


"그럼, 지금 이렇게 있는건 무슨 뜻인지 아니?"

"네? 설마…."

"후훗, 뭐겠어.  용서해준다는 뜻이지."

"아!"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고점과 저점을 왔다갔다하는 성민의 모습에 아리가 가볍게 웃었다. 성민은 죄의식이 덜어져서 그런지 편한 마음으로 말을 꺼냈다.


"누나, 변명처럼 들릴 지는 모르겠는데. 어제 제 몸이 좀 이상했어요. 그게…."

"쉿."

아리는 검지를 세워 성민의 입술을 막았다.


"합리화 하지 마."

"누나…."

"네가  행동은, 결국 네가 한 행동이야."

말의 내용은 다소 냉정했으나, 아리의 분위기는 반대로 따뜻했다. 선을 확실히 그으면서도, 아리는 성민이 괜한 생각으로 힘들어 하는 것을 원치 않았기에 좋은 말로 타일렀다.

"저는…."

"괜찮아. 뭐라고 하는게 아냐. 그냥… 내가 다 받아들여줄게."

아리의 용서, 그리고 포용. 성민은 말로 표현 못할 먹먹한 감정을 느끼며 목이 메인 목소리를 냈다.


"네가 나쁜게 아냐."

아리의 그 말은, 다소 씁쓸한 기색을 담고 있었으나 성민은 눈치채지 못했다. 그저 기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아리를 꼭 끌어안았다.


"고마워요, 누나. 고마워요…."

"그래…."

아리 역시 성민을 끌어안으며, 몸만 컸지 마음은 아직 어린 소년을 부드럽게 달래줬다.






"그래도 나쁜 건 나쁜 거야."

화해 아닌 화해가 끝나고, 아리는 분명히 했다. 잠든 여자를 덮친 건 분명 잘못이라고. 더 이상 해서는 안 된다고.

"다른 사람한테 그러면  돼. 나한테도 이제 그러지 마."

"넵."

"그리고… 괜히 후회하지도 마. 괜히 합리화하고 후회하고…. 난 그런거 싫어해.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으니까. 지금부터 후회하지 않을 시간을 보내는게 더 중요하지 않겠니?"

"오오."

성민은 그 말에 당장이라도 덮쳐들 기세였다. 아리는 살짝 질린 얼굴로 성민의 얼굴을 밀어냈다.

"무슨 말을  그런 쪽으로 듣냐…. 하아, 그래. 내 잘못이지. 잠깐. 오지 마."

"엥? 전 후회하지 않고 싶은데요."

어느새 능글맞게 구는 성민의응큼한 손길을 피하던 아리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만. 적어도 씻고 나서 하자, 제발. 찝찝하지도 않니?"

"헤헤.  번만 하고서… 아니. 같이 씻을까요?"

"…씻고 나서!"

아리는 성민의 팔을 붙잡고 화장실 앞으로 끌고 갔다. 성민은 얼굴에 철판 깔고 한 번 더 덮칠까 고민하다가 아리의 말을 따르기로 하고 순순히 끌려갔다. 직접 문까지 열고 안으로 밀어넣는 아리의 친절에 성민이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아…. 왠지 하루 종일 씻고 싶어지네."

"헤헤. 그럼  따고 들어갑니다?"

아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성민은 이런 장난조차 행복한지 입꼬리가 내려올 줄을 몰랐다.

"꼼꼼히, 깨끗이 씻어. 괜히 대충하지 말고."

"에이, 저도 깔끔하게 사는 편이라고요."

"내 침대가 저 꼴이 나서 그런지 별로 설득력이 없네."

"헤헤."

에휴 하고 한숨을  아리는 또다른 화장실로 향했다. 흐트러진 머릿결과 몸 곳곳에 남은 발간 자국들, 그리고 다리 사이에 집중된 말라붙은 액체의 흔적들까지. 멀어지는 아리의 뒷모습을 보던 성민은 씻기는 씻어야겠다고 생각하며 문을 닫았다.

"흐흐흐."

2주일의 가을 방학. 처음엔 겨울 방학이 줄어들어서 싫었는데, 지금은…. 그저 웃음만 나왔다. 샤워하고 나온 촉촉한 아리의 모습을 떠올린 성민은 자지를 빳빳이 세우며 즐겁게 몸을 씻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자지가 서긴 서도 통제가 수월한 것이, 어제의 발정은 확실히 끝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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