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30화 〉#6. 미라의 여행 (5) (130/162)



〈 130화 〉#6. 미라의 여행 (5)

"어… 정말 여기가 맞습니까?"

"응. 맞아."

고속도로를 타고 도착한 목적지. 출발하기 전부터 네비게이션을 보고 여기가 맞나 싶었던회장은 다시금 되물었다. 미라는 확신에 가득찬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생각인지 굳이 묻진 않겠지만…."

회장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도착지는 말 그대로 도로였다. 차 지나다니는 2차선 도로, 갓길, 가드레일. 그걸 제외하면 나무와 흙이 전부인 곳. 심지어 주변에 딱히 무슨 시설이 있는 것도 아니고, 통행량이 많은 도로도 아니어서 지나가는 차량조차 뜸하다. 해가 지면 여자는 커녕 남자조차 혼자 다니기 꺼려지는 곳이었다.

"계획이 틀어질 가능성도 높겠군요."

"아 걱정 마. 알아서 할 테니까 그냥 돌아가. 믿는 구석이 있으니까."

"으음…."

"하고 싶은게 있어서 그래."

완고한 태도. 회장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걔랑 똑같군.'

생각보다 풋풋한 모습과 그 특유의 새침한 분위기 때문에 잠시 잊었는데, 미라는 지나의 절친이었다. 끼리끼리 논다고,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알  없는 것은 지나와 똑 닮았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어떤 힘, 아우라 같은게 느껴지는 것 역시 지나와 똑같았다. 회장은 찝찝했지만 자신의 직감을 믿고,  미라를 믿기로 하며 순순히 물러났다.


"괜히 근처에서 기다리지 마. 시간 낭비 말고 돌아가. 아, 데려다줘서 고마웠어. 다음에 볼  있으면…."

미라가 살짝 웃으며 말을 잇는다.

"볼 일 있으면, 오늘의 '보답'. 톡톡히 할게."

"…네. 기대하겠습니다. 모쪼록 조심해서 다녀오시길."

"안녕~."

시원한 표정으로 보내주는 미라와 어쩔  없다는 표정으로 돌아가는 회장. 그래도  사이의 분위기는 처음에 비해 확실히 나아졌다.

….


"그럼, 시작해볼까."

아까 전, 휴게소 화장실에서 했던 후회. 하지만 덕분에 이번 '계획'에 조금 더 진지해졌다.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 한동안 캐리어에 걸터 앉아 있던 미라가 눈을 빛내며, 저편에서 오는 트럭을 똑똑히 마주봤다.




트럭 하면 떠오르는 가장 흔한 하얀색 1톤 트럭. 뒤에는 컨테이너가 있어서 딱 봐도 묵직해 보였으며, 창에 썬팅이 짙게 되어 있어서 밖에서는 어지간히 자세히 보아도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를 분간하기가 힘들었다.


"흐음."

하지만 미라는 일반인들과는 스펙이 달랐다. 육체의 한계를 초월한 마나 유저임과 동시에 천리안을 가졌다고들 비유하는 엘프 종족의 피를 절반이나 가지고 있었다. 예리한 감각을 가진 야생 동물보다도 더 감각이 좋은 미라는  멀리서 오는 트럭 내부를 코앞에서 보는 것처럼 훤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생각보다 수월하겠는데."

혼자 트럭을 몰고 있는 40대로 추정되는 남성. 마나까지 살짝 끌어모은 미라는 마치 투시라도 하는 것처럼 그를 자세히 뜯어보고 있었다. 반복되는 일상이 지겨운 건지 멍한 표정. 그리고, 조금 탁한 눈빛에서 읽을 수 있는… 갈증. 성욕. 아내가 있는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꽤나 여자에 굶주려 있는게 보였다. 미라는 남자의 다소 불량한 인상에서 되려 확신과 용기를 얻고는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행동했다.


척.


갓길에 서서, 트럭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운다.

히치하이킹.

TV에서도 보기 힘든 금발 녹안의 눈 돌아가게 예쁜 미녀. 그런 엄청난 여자가 자기 몸통보다 큰 캐리어를 갖고 인적 드문 도로에서 히치하이킹을 한다면,그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할지 아니면 의심부터 할지.


그건 전적으로 운전자에게 달려 있겠지.

그럼 이쪽은 할 수 있는 일을 다하는게 최선이다.

미라는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을 보고 있을 그를 향해 생긋 웃었다.


우우우웅….

인적이 드물어서 속도를 내며 달리던 트럭이 갓길에 서있는 미라를 발견했는지 조금씩 감속하기 시작했다. 미라는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운 채로, 태워달라는 듯이 운전석을 향해 반대쪽 손을 흔들어 보인다. 고속도로를 속도감 있게 질주하던 차량이 이제는 어린이 보호구역에 들어온 것처럼 느릿느릿하게 굴러간다.


미라는 성공을 예감했지만,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쐐기를 박기로 했다. 그녀 자신의 안목을 믿고, 운전자에게 거부할 수 없는 탐스러운 미끼를 뿌린다.


"에잇!"

훌렁.


입고 있었던 트렌치 코트는 히치하이킹을 하기 직전에 미리 벗어뒀고, 미라의 몸통에 남은 것은 날씨에 비해서 얇은 상의 하나 뿐이었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상의를 확 들어올려 쇄골까지 끌어올린다. 사실 그녀는 처음부터 브래지어를 하지 않았고, 예쁜 모양을 가진 물방울 가슴과 예쁜 벚꽃색의 유두가 가리는 것 하나없이 그대로 드러났다.


움찔!

운전자가 크게 동요하는게 밖에서도 훤히 보였다.

끼이익.

"좋아."

트럭은 곧 미라 앞에 완전히 멈춰섰다. 미라는 상의를 다시 끌어내리며 씨익 진하게 미소지었다.

….

….


"아, 따뜻해. 살  같아."

"으음, 아가씨. 왜 이런 데에 있었던 거야."

"에이. 오빠, 말했잖아. 개인적인 사정이라고."

마치 아는사이처럼 편하게 대화하는 미라와 남자. 둘은 누가 봐도 최소 스무 살은 차이 나 보였지만, 미라는 아저씨라는 말 대신 꼬박꼬박 오빠라고 불러주며 그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남자가 헤벌쭉 웃는다. 립서비스임을 모르진 않겠지만, 오빠라는 단어가 가진 마성 때문인지 남자는 그저 기분이 좋아 보였다. 하기야, 미라 같이 차원이 다른 여자애가 말해주는데 아저씨가 아닌 그 누구라도 알고도 당할 것이다. …왠지 용사마저도 그럴 것 같았다.

"여자애 혼자서 이만한 짐을 들고 돌아다니다니. 나  만났으면 어쨌으려고?"

남자가 뒤쪽을 흘끔 보며 말했다. 트럭의 컨테이너에는 넣을 자리가 없었기에, 미라의 캐리어는 운전석과 조수석 뒤에 터놓은  공간에 묵직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게. 음, 태워줘서 고마워. 내가 보답으로 제대로 서비스할게."

쪽.

아까부터몸을 운전석 쪽으로 기울이며 말하던 미라가 씨익 웃으며 남자의 볼에 뽀뽀한다. 남자는 운전하느라 리액션을 제대로 하진 못했지만, 입꼬리가 거의 귀까지 올라갈 정도로 엄청나게 좋아하고 있었다. 다소 불건전해 보였던 첫인상과는 달리 남자는 감정 표현만큼은 솔직하고 순수했다. 여자에게 함부로 손 뻗는 스타일도 아니었고, 의외로 신사적이다. 미라는 사람을 제대로 골랐다는 생각을 하며 빙긋 웃었다.

트럭은 아까 한껏 밟았던  속도의 절반에도 못 미치게 천천히 가고 있었다. 운전에 집중할 수가 없도록 만드는 옆자리의 미녀 때문에 마구 밟지 못하는 이유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지금  시간을 최대한 오래 즐기고 싶은 이유가 더 컸다. 미라도 그 속셈을 알아챘지만 오히려 더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고개도 옆으로 살짝 기울이면서 운전석을 향해 끼와 애교를 부렸다.


스윽, 스윽.


슬슬 진도가 빠지기 시작한다. 남자가 왼손으로는 여전히 핸들을 잡은 채로, 여유로운 오른손을 뻗어 미라의 허벅지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미라는 표정과 행동부터가 이미 모든 것을 허락한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그래도 갑작스럽게 막 만지면 싫어하지 않을까 조심스러운 태도였다.

"오…."

맨살의 보드라운 감촉. 미라의 허벅지는 마치 밀가루 반죽처럼 촉촉하고 부드럽고 탄력적이었다. 그리고, 온기를간직하고 있는 체온의 따뜻함…. 하루 종일 차갑고 딱딱한 핸들과 변속기를 잡고 있었던 그의 손이 여자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살집을 만났다. 남자의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아, 근데 어느새…."

미라의 허벅지를 주물럭 주물럭 음미하던 남자가 의문을 표한다. 생각해보니 밖에 서있던 그녀를 처음 봤을 땐 분명히 검은색 스타킹을 신고 있었다. 피부가 반쯤 투사되는 별로 두껍지 않은 스타킹.  모습이 제법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다리를감싸고 있는건 아무 것도 없었다. 허벅지를 반도 못 가리는 미니스커트 이외엔 전부 맨다리. 덕분에 손이 즐거웠으나, 남자는 그녀에게서 눈을 뗀 적이없음에도 스타킹을 벗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갸우뚱거리는 그의 모습에 미라도 덩달아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응? 왜? 뭔데?"

"그… 스타킹 언제 벗었어?"

"아까."

"아까? 이상한데. 사실 계속 보고 있었는데 벗는걸  적이…."

"계속 훔쳐봤다고? 흐응, 변태. 후후."

미라는 콧소리를 내며 배시시 웃었다. 뭇 남자들의 이성을 사로잡고 몽롱하게 만드는 그녀의 매력은 그에게도 여지없이 통했다.


"그게, 그렇게 중요해? 으응?"

허벅지를 주무르는 투박한 손 위로 미라의 작고 희고 섬세한 손이 내려앉는다. 그리고는 마치 더 만지라고 유도하는 듯이 남자의 손을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그렇게 궁금하면, 나머지도 보여줄까?"

"엉?"

난데없는 질문에 남자가   번 갸웃거린다. 미라가 씨익 웃는다.

"사실 내가 옷을 빨리 벗는 재주가 있긴 해. 자, 3초만  감아봐. 으응?"

운전하는 사람한테 3초 동안 눈을 감으라는 요구. 평소라면 콧방귀를 뀌었겠으나 남자는 이미 이성 따위는 없었기에  말을들었고, 그나마 남아 있는 정신으로 브레이크를 부드럽게 밟으면서요구대로 눈을 감았다. 그의 눈꺼풀이 완전히 닫힌 순간, 트럭 역시 완전히 멈췄다.


"하나… 둘… 셋."

"떠?"

"응."

사사삭 하는 섬유 소리를 들은 남자는기대감 가득한 얼굴로 눈을 떴다.


"오오, 와아…."

남자의 눈에 들어온 것은 상상이상의 광경이었다.

미라는 고작 3초만에… 나신이 되어 있었다. 남자의 눈동자가 파도를 만난 조각배처럼 마구 흔들렸다.


"어때, 대단하지?"

"어, 으응."

남자는 혼이 빨린 사람처럼 멍하니 중얼거리다가, 한 마디 내뱉었다.


"이제 더는 못 참겠다."

이내 트럭은 갓길에 세워졌고, 완전히 정차했으나…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끊임없이 덜컹덜컹 흔들렸다.

"꺗! 아아, 으음…. 후후, 천천히 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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