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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1화 〉#6. 미라의 여행 (16) (141/162)



〈 141화 〉#6. 미라의 여행 (16)

미라는 결국 촬영 시간이 끝날 때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지우는 이런 결말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며 마무리를 지었다. 캠코더 화면은 촬영이 끝나 구석에서 옷을 입는 아저씨를 살짝 보여준 후, 침대로 이동해 기절한 것처럼 배를 깔고 누워서 헐떡이는 미라의 전신을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한 차례 왕복하여 선명하게 훑는다. 그리고는 베개에 옆으로 머리를 받친 미라의 얼굴 반쪽을 클로즈업한다. 반쯤 감긴 그녀의 초점 잃는 녹색 눈동자가 화면에 점점 크게 들어오면서 페이드 아웃….


격렬했던 촬영은 잔뜩 범해지고 가버려서 의식을 잃은 미라의 모습을 담으며 끝을 맺었다.

녹화를 종료한 지우는 이미 샤워한 후 옷까지 다 입은 아저씨를 보았고,

"허허허…."

"하하하…."

둘은 서로를 보며 멋쩍게 웃었다. 결국 아저씨는 미라와 작별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돌아가게 됐다. 인생 최고의 하루였다면서 이런 기회를 마련해준 지우에게 연신 감사의 인사를 하고, 미라에게 인사 전해달라는 말을 끝으로 아저씨가 방에서 퇴장했다.


끼익, 쿵.


….


 늘어져 있던 미라가 묵직한 문소리에 반응한 건지 한차례 움찔거렸다. 하지만 문쪽으로 몸이 향해있던 지우는 그걸 보지 못했다.


적막.

잠들어 있는 미라와 닫힌 문 앞에서 침묵하는 지우. 낮게 색색거리는 미라의 숨소리는 이 적막을 흔들 정도로 크지 않았다. 아까 전만 해도 소음에 가까운 교성과 떡치는 소리로 가득했던 공간이었건만, 지우는 이 침묵을 즐기는 건지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슥, 슥….


부드러운 바닥은 지우의 발소리를 흡수했고, 그가 걷는 소리는 본인도 못 들을 만큼 작았다.  작디작은 소리에 미라의 귀가 한 차례 쫑긋거렸지만, 워낙 미약한 움직임이라 그녀를 향해 걸어가던 지우조차 눈치채지 못했다.


"후우, 후우…."

광란의 섹스가 끝난지 좀 지났으나, 지우의 숨결은 오히려 아까보다 더 거칠었다. 침대맡에 다가온 그는 훌렁훌렁 자기 옷을 벗어내리더니 금세 알몸이 되었다. 그리고는 쿠퍼액을 줄줄 흘리는 발기한 자지를 덜렁거리며  사이즈 침대의 중앙에 있는 미라에게 다가간다.


"미라야, 자니?"

손을 뻗어 미라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으며 자상한 목소리로 묻는다. 미라는 색색거리는 낮고 고른 숨소리만 낼뿐 미동도 없었다. 그런 미라의 무반응에 지우는 오히려 기쁜 미소를 지으며 음욕으로 탁해진 눈을 번뜩인다. 행동은 비교적 얌전했으나, 맛이 간 눈빛은 그가 욕정으로 인해 이성을 잃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흐으, 흐, 씨발, 넌 진짜… 최고야. 벌써 몇년째 이 일을 하는데, 진짜 참는거 존나게 힘들었어. 하으, 흐흐흐, 미라야…."

탁탁탁탁….


지우가 용두질을 하는 건지 자지 흔드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지우는 한손으로 자기 자지를 흔들면서 다른 한손으론 침대를 짚고 몸을 숙여 무방비한 미라의 나체 이곳저곳에 얼굴을 가져갔다.


스읍, 하아….

쪼옥, 쪽쪽.

미라의 목덜미, 등, 허리, 다리, 그리고 엉덩이와 다리 사이. 말 그대로 드러난 모든 곳에 얼굴을 들이밀어서 체취를 깊게 들이마시고 입으로 핥고 빨아댄다. 아직 샤워도 하지 않은, 섹스의 흔적이 가득한 그녀의 몸을 거부감은 커녕 즐거워 보이는 얼굴로 마구 탐한다.


"후욱, 후욱… 스으읍, 하아…."

침, 땀, 정액, 애액…. 적어도  가지는 되는 체액으로 더럽혀진 미라의 피부를 지우는 흥분한 얼굴로 탐했다. 암컷의 냄새가 남아있긴 하지만, 그 위로 수컷의 냄새와  같은 체액의 냄새가 덧씌워져서 좋게 말해주기도 어려운 복합적인 냄새가 났으나 지우는 오히려 그런걸 더 좋아하는 듯했다.

사실 지우가 미라의 몸에 새겨진 아저씨의 흔적만을 탐하는건 아니었다. 미라는 아저씨에게 정신없이 시달려서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촬영 중간중간에 지우도 난입했었다. 아저씨처럼 본격적으로 빨고 박고 싸고 하는건 아니었지만 미라의 몸 이곳저곳을 입으로  여러번 진하게 탐했다. 심지어 화면 뒤에서 딸딸이를 치다가 사정할 때 쯤에 다가가 미라의 몸에, 그리고 입 안에 정액을 싸지르기도 했다. 미라가 절정에 달했을 때, 뭘 해도 눈치 못채는 그 순간을 노렸던 것이다. 물론 미라가 눈치챌 가능성도 없진 않겠지만, 들켜도 딱히 상관은 없다는 마인드였다.


아무튼. 아저씨도 정력가였고 정말 많은 정액을 냈지만, 지우의 정액도 있었기에 미라의 온몸이 그렇게 끈덕지게 된 것이었다.

"스으읍… 흐으, 씨발…."

평소와는 달리 욕설을 많이 내뱉는 지우. 그것은 잔뜩 고조된 흥분의 표현이었고, 그만큼 미라의 모습이 꼴린다는 뜻이기도 했다. 지우의 코와 입이 미라의 엉덩이로 향했다. 다른 곳보다 훨씬 진한 냄새가 지우의 후각을 자극했다. 애액이건 정액이건 체액은 미라의 보지 부근에 가장 많았다. 코를 엉덩이골에 박고 입은 보지 구멍으로 향한다. 이곳만큼은 지우가 건들지 않은 부분…. 즉 여기서 나는 수컷의 냄새는 모두 다른 남자의 냄새다.

탁탁탁탁.


지우는 '어떤' 감정을 느끼고는 더더욱 빠르게 용두질했다. 한동안을 그렇게 미라의 비부에 코와 입을 박고 탐하던 그가 이번엔 얼굴 쪽으로 올라갔다. 고개를 옆으로 돌린  잠든 미라는 입을 살짝 벌리고 있었고, 아주 작게 형성된 입술 사이의 구멍에서 아직도 희멀건 정액이 주르륵 흘러나오는 중이었다.


두근두근두근.

입술과 혀만으론 탐하는데 한계가 있던 아랫입과는 달리 윗입은 원한다면 얼마든지 안쪽 전부를 탐할 수 있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지우는 설레는 마음으로 미라의 얼굴에 자기 얼굴을 들이밀었고….


번쩍.

보석처럼 반짝이는 녹색 눈동자와 근거리에서 마주쳤다. 녹조처럼 탁해졌던 아까와는 달리, 지금은 평소의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이는  녹안이었다.

"으아아악!"

"…."

마치 마사지를 받는 것처럼 엎어져서 미동도 없던 미라가 눈을 뜨고 스르륵 일어났다. 쾌감으로 망가졌던 아까의 그 얼굴은 온데간데 없고, 누가 봐도 맨정신이 분명한 평소의 미라의 얼굴이 지우의 눈앞에 드러났다. 입을 꾹 다문 미라는 말 한 마디 없이 몸을 일으켜서, 깜짝 놀라 뒤로 널부러진 지우에게 무릎으로 걸어가며 천천히 접근했다. 지우는 뱀을 만난 생쥐처럼 얼어붙어서 꼼짝도 못하고 눈알만 굴렸다.

"사실 지나한테 듣긴 했어요. 우리 자기의 변태 취향."

미라는 입 안에 고여 있는 정액을 아직 삼키지 않은 건지, 다소 느리고 어눌한 발음으로 말했다. 하지만 의사소통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지우는 아직도 놀라 벌렁거리는 가슴을 잡고 조용히 미라의 말을 듣는다.

"그래도 직접 보기 전까진 괜히 확신하지 않기로 했는데…."

미라가 자기 몸을 내려다보며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누가 봐도 잠자리에서 지독하게 시달린 것을 알아챌 만한 상태…. 하지만 미라가 눈썹을 찌푸린 이유는 불쾌함이나 찝찝함 때문이 아니라, 아직도 피부 표면에 잔류하고 있는 쾌감 때문이었다. 말하자면 기분 좋은 찡그림인 것이다.


그걸 알 리가 없는 지우는 미라가 눈썹을 찌푸리자,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처럼 떨리는 가슴으로 발언권 없이 미라의 말을 들어야만 했다. 미라가 느긋하게 말을 잇는다.

"이제 확신이 들어요."

다리 사이의 균열을 슬쩍 훑은 미라가 손을 들어 자기 손가락을 보며 무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손가락 끝에는 아직 따뜻한 지우의 타액과…  분비된 그녀 자신의 애액이 끈적하게 묻어 있었다.

피식.

미라가 옅게 미소짓는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지우는 여전히 미동도 없었고, 미라는….

쩌억.


입을 벌려 남녀의 체액이 어우러진 질척한 입 안을 지우에게 보여준다. 입술 사이로 침과 정액이 끈적하게 늘어지는데, 그게 얼마나 야해 보이던지 지우의 귀두에서 쿠퍼액이 주륵 흘렀다.


그녀의  안에는 침이 좀 고여 있었지만, 대부분은 잔뜩 싸넣은 정액으로 희뿌연 모습이었다. 아저씨도 지우도 마지막엔 미라의 입 안에 싸넣었기에, 안에 고인 그 많은 정액이 누구의 것인지단정지을 수 없었다.


미라가 혀를 살짝 내밀었다. 마치 코팅된 것처럼 반투명한 허연 액체로 뒤덮인 그녀의 혀가 지우의 눈에 들어왔다.


"하아, 하아…."

지우의 숨결이 거칠어진다. 미라가 녹색 눈을 반짝이며 혀를 도로 집어넣고 여전히 정액이 엉겨붙어 어눌해진 말투로 물었다.

"이게 누구 건지는 저도 몰라요. 흐응, 마지막에 엄청  자지가 내 입에다 싸긴 했는데…."

"허억, 허억…."

미라가 마치 '이 말을 원했던 거지?' 라고 묻는 듯한 묘한 말투로 말끝을 늘였다. 그리고는 지우에게 싱긋 웃으며 한 가지를 제안한다.


"나, 이대로 자기한테 키스할 거예요. 좋으면 가만히 있고, 싫으면 밀어내세요."

"……."

 이상의 말은 없었다.


미라가 지우에게 점점 다가간다. 방금 지우가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는 미라가 지우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둘은 숨결이 닿을 정도로 가까워졌다. 그렇게 느리지만 꾸준한 속도로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입술이 스칠 정도로 근접하자,

미라가 혀를 내밀었다.


그녀의 혀는 여전히 정액과 타액이 섞인 희뿌연 액체로 끈적하게 뒤덮여 있었다.


….

지우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기 혀를 내밀었고.

츄르릅.

미라의 혀를 감아 자기 입 안으로 끌어들인다.

츄웁, 츄르…. 쪽, 쪼오옥.

다른 남자에게 더럽혀진 혀를 탐하는 건지 아니면 다른 남자의 흔적을 지우려는 건지. 보는 사람에 따라서 해석의 여지가 분분한, 더럽고도 끈적이는 키스.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했던 당사자인 미라는 잠시 입이 떨어지자 이렇게 말했다.


"변태새끼."

맞닿은 거리에서 둘의 눈이 마주쳤고, 둘은 서로에게 짙게 눈웃음치며 알몸으로 서로를 와락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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