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42화 〉#6. 미라의 여행 (17) (142/162)



〈 142화 〉#6. 미라의 여행 (17)

츠퍽, 츠걱, 츠붑….

둘은 이성을 잃은 것처럼 밤새도록 서로를 탐했다. 아저씨에게 혼이 빠지도록 당해 거의 뻗어버렸던 귀여운 초짜 아가씨는 어디로 갔는지, 미라는 아저씨에 이어 지우와 새벽이 넘도록 격렬하게 섹스하는데도 전혀 지친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쾌감이 에너지가 되는 건지, 하면 할수록 더 큰 액션을 보이며 쾌감에 자지러졌다. 지우 역시 아저씨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체력과 정력으로 미라를 상대했다.

지우는 자신의 은밀한 변태 성욕이 들키자 오히려 후련한 건지 내숭 없이 미라에게 여러 가지를 주문했다. 그의 첫번째 주문은 밤새도록 이어지는 농밀한 섹스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절대 씻지 말라는 것이었다. 다시 깨끗해지는 것보단 지금처럼 다른 남자에게 더럽혀진 상태가 더 꼴린다는 이유였다. 그 다음으로 이어지는 주문은 뻔한 것들이었다. 질내사정 당한 보지를 제대로 보여달라던가, 아저씨한테 박힐 때 어땠는지 말해달라던가….

쯔걱, 쯔걱, 쯔걱….

미라 역시 지우에게 주문했다. 취향 쪽에 대해 모든 것을 말해달라고. 지우는 더 이상 가릴 것이 없었기에 후배위로 미라에게 박으면서 자기 사연을 처음부터 말해줬다.

….

….

….

지우가 포르노 촬영에 엄청난 흥미와 열정이 있던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도 처음부터 이름이 있었던건 아니었고, 초짜 시절에는 배우를 구하는게 정말 힘들었다. 처음엔 수익을 창출할 목적이 없었기 때문에 돈으로 프로를 섭외할 수도 없었고, 안 그래도 아무하고나 작품을 찍어주는 취미 배우는 적었던 데다가 전공자도 아니고 지식도 별로 없는 일개 업로더인 지우의 경력을 위해 작품을 찍어줄 사람은 없었다.

첫 작품을 찍는데만 반년이 걸렸단다. 긴 시간 동안 배우를 구하다가 어렵게 촬영 일정을 잡을 수 있었는데, 그게 또 일반적인 촬영이 아니라 어느 커플의 섹스 촬영이었다.

 커플은 예전부터 얼굴 노출을 신경쓰지 않고 자기들이 섹스한 영상을 음지의 사이트에 취미로 올리던 신사숙녀(?)였는데, 둘만으로 촬영을 하려니 여러모로 애로사항이 많았다. 둘 중 하나가 카메라를 잡거나 삼각대 등으로 고정시키니 앵글에 한계가 있었고, 하도 많은 영상을 찍다보니 새로운게 없어서 매너리즘이 왔단다. 그래서 용기를 내서 사람을 구했는데, 여자 쪽에서 신출내기인 지우를 마음에 들어해서 제의가 온 것이었다.

그렇게 촬영이 들어갔고, 무난한 커플 섹스를 지우가 다양한 각도에서 찍었다. 그렇게 지우의 첫 촬영은 순조롭게 끝맺었다.

문제는 그 후였다. 알고보니 지우를 마음에 들어했던 여자는 사실 지우가 남자로서 마음에 들어서 초대한 것이었고, 애인 몰래 지우에게 어필을 하면서 양다리를 걸치려 들었다.

여자는 걸레끼가 심하긴 했지만 얼굴과 몸매는  괜찮았다. 의외로 보지도 깨끗했고…. 그녀는 지금 남친도 마음에 들지만 양다리를 걸치는게 더 재밌다면서 지우에게 섹스 파트너가 되어주길 요구했고, 지우는 고민 끝에 수락했다. 여자가 마음에 들기도 했지만, 여전히 초짜인 지우에게 고정적으로 촬영을 맡기는게  커플 뿐이라 당시에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커플을 붙잡을 생각 뿐이었다고 한다. 그는 미라에게 얘기해주면서 '물론 여자가 별로였으면 거절했겠지?' 라고 덧붙였다.

그렇게 남친 쪽만 모르는 삼각관계가 이어졌다. 셋은 취미로 섹스 촬영을 하는/해주는 관계였고, 지우와 여자는 남자 모르게 떡치는 섹파 관계였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지우의 경력도 조금씩 쌓여갔다.

…그것은 지우가 자기도 몰랐던 성적 취향을 깨닫는 시간이기도 했다.

몸이 가면 마음도 가는 법. 여자와 은밀한 섹파 관계를 유지하면서 지우는 자연스럽게 여자에게 호감을 품었다. 제대로 된 연인 관계는 아닐지언정 이성으로서 좋아하는 정도의 마음은 가지게 됐다. 비록 걸레끼 가득한 암캐년이지만, 무시무시한 떡정 앞에선 장사가 없었다.

그렇게 좋아하는 마음을 품은 상황에서, 좋아하는 여자가 그녀의 정식 남친과 섹스하는 영상을 찍어야 하는 현실…. 처음엔 가슴이 먹먹하고 하체 쪽이 약간 찌릿했다. 당시에는 그게 질투심이나 분노 같은 감정인줄 알았다고 한다. 그러나 가면 갈수록 이상한 느낌이 들었고, 그게 쾌감임을 깨달았을 때. 그 미지의 감각의 정체를 파악했을 때.

거대한 쾌감의 파도가 찾아왔다.

네토라세.

좋아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와 뒹구는 것을 보고 흥분하는 성벽. 반박할 수 없는 아주 변태적인 취향. 하지만 지우는 딱히 자괴감 같은게 들지 않았다. 포르노 촬영에 열정을 가진 것부터가 이미 변태였고, 나름 공부(?)를 하면서 세상 수많은 변태 성욕을 마주했기에 차라리  정도면 얌전한 편이라고 생각했다.

결국엔 섹파 관계가 들키고 남자의 분노로 세  모두 각자의 관계가 파탄났지만, 지우는 오히려 홀가분한 기분이었다. 자기 취향을 깨달았을 뿐더러, 오히려 촬영에 대한 지극한 재미를 한 가지 더 찾은 것이기 때문에….

커플을 촬영하면서 나름 경력이 쌓인지우는 비교적 수월하게 배우를 섭외할 수 있었고, 그러면서 자신의 특징 한 가지를 더 발견하게 된다.

지우는 소위 말하는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짐) 스타일이었다. 그것도 꽤나 중증. 여자에게 쉽게 반하고, 또 멀어지면 쉽게 잊는다. 그의 금사빠 대상은 바로 자기 작품에 등장하는 여배우였다.

그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의 즐거운 촬영과 엄청난 실력 상승이.

섭외한 여자 배우에게 순식간에 반하고 연심을 품는다. 그동안 자기 마음을 고백한 적도 있고 숨긴 적도 있다고 하는데, 어쨌든  좋아하게 된 여배우가 자기가 아닌 남자 배우와 섹스하는 것을 찍으면서 지우는… 엄청난 쾌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촬영에 예전보다 훨씬 더 불타는 열정을 갖게 됐다. 네토라세 쾌감을 얻는다고 해서 느끼기만 하고 촬영에 소홀한게 아니라, 오히려 예술혼을 불태우며  열심히 공들여서 찍는다. 재능과 열정, 거기에 변태 성욕까지 합쳐지면서 그는 지금의 위치에 이른 것이다.

….

….

….

"으흠…."

지우가 얘기를 끝마치자 미라가  수 없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표정은."

"자기, 솔직히…."

침대맡에 걸터앉은 지우와 그의 위에 다리를 벌리고 올라탄 미라. 대면좌위 체위에서 얘기를 듣던 미라가 허리를 살살 움직이면서 말한다.

"자기가 생각해도 좀 비현실적이죠?  얘기 아니었으면 안 믿었다, 이런 생각 들지 않아요?"

"……으음."

긍정의 침묵. 솔직히 그랬다.

미라가 피식 웃는다.

"진짜 웃기네. 어떻게 이런 남자가 다 있담."

미라는 용사를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이런 남자 둘을 동시에 만나는건 전세계에 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둘을 비교한다.

용사 : 네토라세 취향
지우 : 네토라세 취향

용사 : 사랑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랑 뒹구는 촬영물 보면서 흥분함
지우 : 사랑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랑 뒹구는 촬영을 하면서 흥분함

"하하, 진짜 재밌어."

"…그렇게 재밌어?"

지우는 미라의 반응을 오해하고는 살짝 섭섭한 말투로 물었다. 미라는 오해를 사기 전에 재빨리 수습했다.

"아니, 왜 그래요? 좋아서 그런 건데."

"그, 그래?"

 말에 다시금 눈을 반짝이면서 눈에 띄게 좋아한다. 엄청나게 단순한 그의 모습에 미라가 진하게 미소지으면서 허리를 좀  크게 움직였다. 미라가 섹시하게 허리 놀림을 보이자 둘의 접합부에서 다시금 찌걱거리는 소리가 난다. 남녀의 호흡이 다시금 거칠어진다.

"하아, 하아, 자기…."

"후욱, 후우, 왜, 미라야?"

"진심으로 하는 말이니  생각하고 대답해요."

"뭔데?"

미라가 키스할 것처럼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면서 달콤하게 제안했다.

"우리, 사귀어요."

미라가 분명 심사숙고하라고 말했으나, 지우의 대답은  즉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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