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로 묻는 건데, 사르가디스에 온지는 며칠 됐어?”
“1달 하고… 4일 쯤?”
나는 포도주를 뿜을 뻔 했다.
“1달을 안 쉬고 나가고 있다고?! 그것도 모험가 일을?!”
내가 놀라서 묻자 프랑도 깜짝 놀라서 되물었다.
“왜, 왜? 이상해?”
“아, 아니. 이상하지는 않은데….”
모험가 일이 어디 쉬운 일인가? 아딱이들 일은 보통 자기가 직접 하기는 싫고, 그렇다고 어디 부탁할 사람도 없는 잡무나 노동이 대부분이다.
그걸 한 달이 넘도록 쉬지 않고 나갔다니, 사람이 성실한 것도 정도가 있지.
내가 나갔던 2번의 의뢰에서 연이어 프랑을 만난 것은 전혀 우연이 아니었던 것이다. 아우둠라 길드의 아딱이 모험가라는 좁은 업계에서 쉬지도 않고 매일 일을 했으니 나랑 연달아 마주칠 수밖에.
‘…아니, 하지만 아이언 클래스 모험가가 하루 벌어 하루 살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말하는 걸 보니 노르는 일을 별로 잘 안 나갔나 봐?”
내가 씁쓸한 현실에 포도주의 단맛도 잊어버렸을 때였다. 프랑이 내 표정을 보고는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나는… 석사 월급이 나오니까. 논문만 제때 내서 제명만 피하면 생활비는 곤란할 일이 없어서.”
대충 발견되는 유적들만 정기적으로 보고해도 된다. 거듭 말하지만 나 같은 석사 동장에게 논문의 퀄리티를 기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박사 미만의 현장직은 스타크래프트에서 초반에 뿌리는 정찰용 저글링 같은 것이다.
‘싼맛에 굴리면서 세상 곳곳에서 유적에 관한 정보를 모으는 역할이지.’
나 같은 석사 저글링들은 세상 곳곳에 있다.
통발처럼 뿌려뒀다가 가끔 유물 같은 거 보내주면 좋고, 아니어도 각지에서 발견된 유적의 위치나 내부 정보가 알아서 대학으로 모인다.
대학에서는 논문이 올 때마다 학과에서 검수하고, 그중에서 꽤 괜찮다 싶은 결과물만 추려서 따로 연구하기만 해도 개꿀이다.
이런 식으로 좋은 유적을 발견해서 논문을 보내면 해당 현장직의 업적으로 쳐 준다. 가장 높이 치는 성과는 유물을 대학에 기증할 때지만.
지구에선 박사 이하의 학위로는 개인 논문을 쓰지도 못했으니까 나한테는 비교적 유리한 환경이었다. 이세계의 ‘석사’나 ‘박사’는 번역이 그렇게 작용할 뿐, 원래 뜻이나 뉘앙스는 지구와 약간 다르니도 하다.
물장구를 멈춘 프랑이 고개를 갸웃했다.
“석사 월급으로 생활하는 거야? 얼마나 받길래?”
“1달에 2실버.”
“2실버?!”
이번에는 프랑이 놀랄 차례였다.
“2, 2실버나 매달 꼬박꼬박 나와?”
“응. 그것 때문에 처음부터 현장직을 노렸던 거야. 돈에 쪼들리지 않고 모험가로 활동할 수 있게.”
“아, 하지만 프랑 너 빼고는 아무도 내가 고고학자인 걸 모르거든? 그러니까 남한테 말하고 다니지는 말아줘.”
“어? 노르, 학위를 숨기고 있었어? 왜?”
“귀찮은 일은 피하고 싶어서.”
나는 프랑에게 모험가 길드의 속사정과 내 언어지식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설명했다. 무료 번역기 취급을 받으면서 부려먹혀질 거라는 이야기를 말이다.
“그, 그래? 그랬구나. 헤으으….”
설명을 들은 프랑은 어째선지 시선을 가만히 못 두고 안절부절을 했다.
“왜 그래?”
“…아니, 그게. 언제든지 길드 직원이 될 수 있는 노르한테 약간 잘난 듯이 말했던 게 한심해서.”
“…아하. 그때 목욕하면서 했던 얘기?”
“응. 나 솔직히 그때 약간 자랑스럽게 생각했었거든….”
어젯밤의 얘기다. 실버 클래스를 달고 접수원이 되겠다고 했을 때, 프랑이 은근 목소리가 기운찼던 것이 떠올랐다.
“그게 뭐 어때서. 솔직히 나도 1달 동안 쉬지 않고 일해서 경력을 쌓았으면 그게 뭐든지 자랑스러웠겠다.”
나도 시발 리얼 트루 노예 시절에는 빨래가 잘 마른 것에조차 자부심을 느끼고는 했단 말이지. 그거에 비하면 모험가 일을 30일 무휴로 나간 것은 자랑할 만 했다.
내 위로에 조금 쑥쓰러움을 진정시킨 프랑은 포도알을 손바닥 위에서 굴리더니 불쑥 물었다.
【그럼 노르는 온갖 나라의 말을 다 할 줄 아는 거야?】
바이킹들의 나라인 게르마니아의 언어였다.
【전부는 아니고, 그냥 웬만한 나라는. 그보다 나는 네가 게르마니아 어를 쓸 수 있다는 사실에 더 놀랐어.】
【내 고향에서 쓰는 말인데 당연하지. 하지만, 와! 정말로 잘 하네! 노르가 나보다 발음도 더 좋은 것 같아!】
【하하하. 어째 쑥쓰럽네.】
번역능력 빨로 얻은 능력이라 그렇게 기쁘지는 않았다. 뭐 내가 노력해서 얻은 것도 아니니까.
‘물론 그래도 유용하게 쓰겠지만.’
노력 없이 얻은 능력이라고 써먹어선 안 된다는 논리는 개소리다. 그딴 식이면 시발 세상 사람들은 죄다 운 좋게 정자랑 난자가 수정되서 태어난 거니까 살인도 무죄겠다.
잠시 감탄하던 프랑이 다시 브리타니아어로 물었다.
“하지만 그러면 마법사 길드에서도 신분은 못 밝히겠네? 로브를 써도 신원이 들켰다간 큰일이잖아.”
“그건 상관 없어. 고고학자의 신분증은 구조가 조금 특수해서 신원을 특정 당하지 않으면서 쓸 수 있거든.”
그렇게 나는 이번에도 대략적인 설명을 했는데, 내 말을 들은 프랑은 뭔가 깨달은 것처럼 손뼉을 쳤다.
“그러고 보니까, 노르! 너 유적에서 발견했던 그 문자도 읽을 수 있었지? 혹시 거기 석비에 있던 이상한 자국도 무슨 문자 같은 거였어?”
“아… 맞아. 용케 눈치챘네.”
나는 프랑의 말을 듣고서 깨달았다. 한 가지 아주 중요한 사실을 말하는 걸 깜빡했다고 말이다.
“그 뭐냐… 프랑? 얘기가 나온 김에 하는 말인데, 그 유적에서 얻은 마법에도 약간 문제가 있어.”
“뭐가?”
“이 마법은 ‘야수회귀’라고 하는데… 내 자지가 이 마법 때문에 크기가 엄청 커져버렸거든.”
“자, 자…?!”
내 노골적인 표현에 프랑은 머뭇거리다가 물었다.
“그럼 원래는 그렇게 무서울만큼 크지는 않았다는 거지?”
“그랬지. 원래 크기의 2배 넘게 커졌다고 보면 돼.”
내가 긍정하자 프랑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아, 역시…. 어쩐지 정말 말도 안 되게 크더라. 솔직히 속으로 엄청 놀랐었어.”
“…그런 것 치고는 바로 핥아대지 않았냐?”
나는 그만 참지 못하고 질문해버리고 말았다. 프랑의 적극적인 펠라의 원인이 궁금했던 탓이었다.
프랑은 입술을 달싹거리다가 고개를 푹 숙였다. 귀가 아주 새빨갛다.
“그, 그치만. 남자가 그렇게 커다랄 때는 미리 침으로 적셔둬야 된다고 배웠단 말야….”
“누구한테서?”
“…………쪼금 야한 내용의 책에서.”
“흐흐. 우리 프랑한테는 여자가 남자의 자지를 핥고 빠는 책이 ‘쪼금’ 야한 거구나?”
“……시끄러어….”
─뽀그르르르.
프랑은 얼굴을 욕탕에 담궈서 내 흐뭇한 시선을 피했다. 거 신박한 외면 방법도 다 있군.
아무튼 내게는 좋은 경향이다. 경험은 전무한데 섹스에는 적극적인 처녀 여친이라니. 무슨 성인 웹툰에서나 볼 법한 이야기였다.
여기서 쓸데없이 지적했다가 펠라치오를 하기 싫어져서는 나만 손해다. 입 다물고 있자.
“푸흐으으으….”
첨벙!
한동안 접시물에 코박듯이 잠수하던 프랑이 얼굴을 들었다. 안면부의 노골적인 적화현상은 온탕의 열기 때문인 걸로 치고 넘어가 주었다. 역시 나는 배려심이 넘친다.
프랑이 헛기침을 하면서 이야기의 주제를 되돌렸다.
“으흠. 아무튼 노르. 너는 네 그… 그….”
“그냥 자지라고 말하지 왜?”
“…자지가, 작아졌으면 하는 거야?”
드디어 말했다. 우리 여친님 너무 귀엽다. 나는 풀발을 유지하는 내 쥬지콘다를 보면서 대답했다.
“굳이 작아지길 바라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된 원인은 알아둬야지. 앞으로 또 어떤 문제가 생길지 모를 일이니까.”
프랑을 두고 내가 이세계 암컷석사 노르드가 되는 날에는 이제 민달팽이 레즈뷰빔 동성혼밖에 답이 없다. 나는 그딴 끔찍한 미래 싫다.
“차라리 여의봉처럼 되면 좋겠다.”
가변형 쥬지. 경찰 삼단봉처럼 최대 1미터에서 최소 3cm까지 자유자재로 신축하는 거다. 신축자재의 사랑이다. 굵기도 발목에서 새끼손가락까지 조절 가능하면 퍼펙트하다.
“여의봉?”
“아, 그런 게 있어. 막 늘어났다가 줄어들었다가 하는 봉.”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한다구? 좀 무서울 것 같아….”
확실히 멀쩡하게 팔다리 달린 몸으로 쥬지만 존나 촉수물을 찍는 것도 약간 에일리언 같긴 하겠다.
“…아니면 변신 마법을 배울까? 부분변신으로 섹스 중에만 크기를 바꾼다든가.”
“아냐! 내가 열심히 노력해 볼게!”
“자궁 부숴진다.”
저열한 성희롱이나 섹드립이 아니라 현실적인 얘기다. 애기방이 파킨-해 버렸다가는 어디 가서 치료받기도 힘들 것이었다. 지구의 여자들은 임산부로 오해받을까 무서워서 산부인과에도 잘 못 간다던데 이세계에는 산부인과라는 곳이 아예 없었다.
“보통 여자들이 큰 걸 선호한다고는 하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으니까. 크기에 집착하다가 정작 섹스할 때에 문제가 생겨서는 본말전도고.”
아다녀들 중에서 입만 산 경우는 쥬지는 15cm 쯤 되어야 제 구실을 할 수 있다고 믿고는 하는데, 그런 사람들이 제대로 흑인 쥬지의 6인치 펀치에 맞았다가는 질+나팔관+직장을 트리플 스코어로 내주고 삐용삐용 산부인과 행이다.
남자들이 거유가 좋다 어쩐다 해도 실제로 D, F컵 같은 내츄럴 본 트루 거유를 만져볼 기회는 없는 것과 같다.
‘섹슈얼 판타지와 현실은 제대로 구분 지어야지.’
진짜로 대물에만 만족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뉘신지도 모를 색녀와 섹스할 때를 위해서 사랑하는 여친이 섹스하기 힘든 것을 감내하게 두다니? 그딴 건 병신이나 할 짓이었다.
그때 프랑이 약간 침울한 말투로 말했다.
“다른 여자들은 그런 거야? 하긴… 노르가 말하는 거니까 맞겠지.”
“…응?”
나는 프랑의 말에, 프랑은 나의 반응에 위화감을 느낀 것처럼 의아하게 생각하는 소리를 냈다. 프랑은 조금의 의심도 없는 표정으로 물었다.
“노르랑 잤던 사람들이 그렇게 말했던 거 아냐? 너무 커도 힘들다고.”
“…나도 네가 처음인데?”
“………………………어?”
프랑은 천동설을 처음 깨달은 고대인처럼 굳어졌다.
“어? 어어? 하, 하지만 노르 너! 막, 막 이렇게 막! 파파팟 하고 엄청 잘 하고 그랬잖아!”
검지와 중지를 어색하게 까딱거리는 프랑. 약지와 중지가 아니라는 점에서 그녀의 아다력이 다시 드러났지만, 나는 등 뒤를 흐르는 땀에 그럴 겨를이 아니었다.
“그건…….”
“나는 그야 노르가! 엄청 잘 하고 리드도 이렇게저렇게 해 주길래 당연히 경험도 많은가 보다 했지!”
프랑은 진심으로 놀란 것처럼─오늘 하루 중에 가장 놀란 듯이 보였다─ 두서 없이 말했다.
‘시, 시발.’
그러는 내 쪽은 어땠냐 하면, 표정관리를 잊어버릴 만큼 이 상황에 당황하고 있었다. 안면근육이 잘못 끼워맞춰서 구겨진 직소 퍼즐의 조각처럼 기괴하게 비틀리는 것이 느껴졌다.
…솔직히 말하자.
…내 테크닉(으로 보이는 것)은 전부 공부로 배운 거였다.
‘레훼엥….’
사실 전부 다 그렇다.
섹스 테크닉 말고도 관련 지식까지 전부 다!
그도 그럴게, 시발 나는 전 여친한테 아다 취급을 받기 싫었단 말이다!
존나 내가 아다 티 풀풀 내면서 구멍도 못 찾고 버벅 거리다가 간신히 넣었을 때, 전 여친이 한숨을 쉬면서 “빼” 소리를 했다간 어떡하라는 말인가!!
나는 그랬다가는 그 자리에서 꼬무룩해서 발기부전을 겪을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존나 서점에서 돈 주고 책까지 사고!! 심익현 씨의 뉴튜브도 구독&좋아요하면서 열공했던 것이었다!!!!
정작 전 여친이랑은 키스도 못 해보고 헤어졌지만!!!!!
“…여자친구는 있었어. 섹스를 안 했지만 있기는 있었어.”
“그, 그럼 정말로 나랑 했던 게 처음이야?”
“……넹.”
“…키, 키스도? 설마 키스도?”
“…………네휑.”
나는 범죄를 고백하는 식인살인마와도 같은 심정으로 아다의 고백을 했다.
─부끄러운 인생을 살아 왔습니다.
저는 인싸적인 삶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저는 남중 남고 수의대 테크를 타다 이세계에 왔기 때문에 여기에 오고 나서야 뷰지라는 걸 처음 봤습니다. 젖소는 빼고 시발아.
실습에 들어가 보기도 전에 선배란 새끼가 젖소 뷰지 직촬 스샷을 보여주더라. 시발 존나 하나도 안 궁금하다고 느그 화석 새끼야….
“내, 내가 노르의 처음…… 노르의… 노르랑….”
프랑은 두 손을 뺨에 얹고 기뻐서 죽을 것처럼 계속 중얼거렸다. 나는 얼굴에 열이 차오르는 것을 느끼면서 그런 프랑에게 말했다.
“아니, 쫌! 그게 뭐가 그렇게 중요한데!”
내가 아다인 게 기쁜가?
게르마니아 바이킹 놈들의 영향이 이렇게 나오는 건가?
바이킹은 해적+해군의 혼종이다. 국가의 소속한 군사계층이지만 동시에 타국을 약탈하는 해적이기도 하다.
침략국가가 다 그렇듯이 게르마니아도 일반시민을 상대로 우리 병사들 대다네욧!! 하는 세뇌교육을 시키기 때문에 바이킹이 아닌 놈들도 그들을 따라서 순결을 중요시하고는 했다. 당연히 진짜 바이킹이 아닌 놈들은 섹스보다 중요시하지는 않겠다만.
하지만 그건 게르마니아 얘기다. 드워프 나라 니다벨리르는 게르마니아의 이웃국가이지, 식민지는 아니다. 이렇게까지 문화적 공통점이 존재할 줄은 몰랐다.
시발 그 좆 같은 아다 칠무해 새끼들이 내 인생에 해악을 끼칠 줄이야. 왜 느그발할라 문화를 니다벨리르를 거쳐서 내 여친님한테까지 전파했는데 이 야발련들아!!
“브리타니아나 내 고향에서는 남자 아다 같은 건 전혀 중요하지 않아! 오히려 부끄러운 거라고!”
“으헿… 그치만 기쁜걸 어떡해!”
아다의 맞교환에 신나하는 프랑의 모습에도 나는 전혀 공감할 수가 없었다.
“아 존나 부끄럽네 진짜!! 뒤질 것 같애!!”
결국 나도 프랑을 따라해서 욕탕에 머리를 박고 잠수했다.
─뽀그르르르르르.
그렇게 한 30초 정도 잠수해서 머리의 열보다 온탕의 열이 더 뜨겁게 느껴지자 잠수를 해제했다.
첨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