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0화 (40/1,009)

“저는 그곳의 석비에서 옛 얼스터의 오감문자를 발견했습니다. 이쪽이 그 본문과 해석본입니다.”

노트에 필사한 석비의 문구를 어스레이트에게 주었다. 그는 공손히 받고서 그것을 읽었다.

“흠…. 얼시 놈들의 조상들이 적은 글로 보입니다만. 이게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얼시(Ulsy)?

‘얼시’란 얼스터인들을 깔보는 표현이었다. 쪽바리, 짱깨, 춍, 칭챙춍 등으로 익숙한 멸칭 말이다. 용례 면에서는 양키의 얼스터 버전에 가깝다.

그런 단어를 오늘 처음 본 사람한테 당당히 내뱉다니? 이것은 존나 무례하고 생각이 없는 행위였다. 초대면인 상대에게 랩은 니그로의 문화 아닙니까? 라고 지껄이는 것과 비슷할 정도로 말이다.

‘이 새끼 이거 인종차별자였네.’

그것도 자신의 병신 같은 생각을 숨길 줄도 모르는 병신 말이다.

어째 저렇게 늙다리가 될 때까지 제 7성급에서 제자리걸음이나 하고 있나 했더니만, 병신이어서 그랬던 것이다.

‘남들은 50줄에 5성급 찍고 그러는데 아직도 7성급으로 남아 있는 걸 보면 각이 나오지.’

마법사 길드의 제 7성급은 밑에서 4번째 직위다.

내가 잘못 아는 것이 아니라면 나이 많은 7성급 마법사는 별을 못 단 노땅 행보관 같은 것이다. 포스트 만년과장이라 할 수도 있겠다. 능력이나 인성에 문제가 있단 소리다.

아마 어디서 뽀찌라도 받아먹다가 걸리든가 했겠지.

나는 이딴 새끼에게 자문을 구하는 의미가 있는지─병신이라서 사실무근의 개소리를 할지도 모르니까─ 고민했지만, 그래도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질문했다.

“크흠, 그게 말입니다? 제가 저번에 이 문구를 해석하느라 중간의 쐐기문자열을 발음했지 뭡니까. 그런데 제가 마나를 운용하지 않았음에도 그 짧은 문구만으로도 마법이 저절로 발동하더군요.”

“…‘천공신께 기도하라’는 영창 말씀이시군요?”

레이시스트 새끼는 턱을 쓰다듬으며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들겼다.

“영창의 발음을 알려주시겠습니까? 원어로 말입니다.”

“yáǵeswō deiwōm dyēus입니다.”

나는 마법이 발동하지 않게 마나를 억제하며 말했다. 지난 며칠 동안 체내의 마나 카테터를 다루는데 익숙해졌던 덕분에 쉽게 가능했다.

“기도하라(yáǵeswō)… 어느 세미나에서 들어본 적이 있는 주문이군요.”

어스레이트는 안경을 밀어올리고서 말했다.

“얼시 놈들이 구전으로 전하는 기도문의 일종입니다. 고대문명 황금시대의 국가인 에린이 위대한 유물이나 유적이 아니라, 이딴 의미도 없는 경문이나 남겼다는 사실에 주목한 학자들도 몇몇 있었지요.”

“그거 참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아주 시발 말 한 마디 할 때마다 레이시즘을 티내지 못해서 안달이 나셨네. 나도 피부색을 들키지 않게 조심해야겠다. 키타이인(짭)이라고 소금 맞으면서 쫓겨나긴 싫었으니까.

“헌데 의미가 없다는 것은 무슨 뜻이십니까?”

“말 그대로입니다. 이 마법은 현재 얼시들의 군락 일부에도 구전되는 주술입니다만, 백날 영창해도 효과가 없습니다.”

손사레를 치던 어스레이트가 비교적 정확한 발음으로 주문을 외웠다.

주문은 틀리지 않았으나 땡중 사제 파라곤이 그랬듯이 어스레이트의 몸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보셨습니까? 주문을 영창하고 마나를 운용해도 마법이 발동하질 않습니다. 이것은 제대로 된 마법의 형태를 취하지 못했다는 증거지요.”

어스레이트는 이 자리에 없는 얼스터인들을 깔보는 듯한 말투로 웃어댔다.

“우습지 않습니까? 이것은 그 얼시 놈들의 조상들이 믿던 미신인 것입니다. 후대에 와서 자신들의 조상이 머저리인 것을 깨닫고서 황급히 이 주술을 구전하지 않게 됐나 보더군요. 세미나를 연 교수도 외지의 부족한테서 간신히 흔적을 찾았다더고 합니다.”

셈무스 새끼를 여기 데려와 보고 싶다. 그 새끼가 여기 있었으면 흰둥이 레이시스트랑 빨갱이 레이시스트가 서로 사생결단을 펼쳤을 텐데.

어스레이트는 재수 없게 웃어대더니 나를 슥 쳐다봤다.

“따라서 마법이 발동하셨다고 해도 저는 솔직히 믿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부디 묻고 싶군요. 대관절 이게 어떤 마법이랍니까?”

“이런 마법입니다.”

의심 반 놀림 반의 시선에 나는 주문을 영창했다. 되도록 쓰고 싶지 않았지만 상황이 상황이었다.

쿠와아아아악!!!

녹색의 마나는 며칠 안 썼다고 10년은 못 만난 부랄 친구처럼 격한 반가움을 표시했다. 거의 처음 발동했을 때랑 비슷할 정도의 기세다. 시발 뭔 금딸 마냥 참을수록 힘이 세지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어떻습니까?”

나는 마나 코팅으로 몸을 덮고서 소파에 몸을 기댔다. 그 모습에 어스레이트의 안경이 미끄러져 흘러내렸다.

“…이, 이게 왜 되지?”

몰라 시발아.

내가 물어보러 온 건데 왜 그걸 지가 물어보고 지랄인지 모르겠다.

“자, 잠시만 마나를 들여다봐도 되겠습니까?”

안경을 도로 고쳐 쓴 어스레이트가 말했다. 마나를 들여다본다니? 나는 의미를 몰랐지만 대충 의사가 촉진기를 대는 것과 비슷한 거라고 짐작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부디 그러시죠.”

“예. 실례하겠습니다. <마나 관측(Mana Observation)>.”

마법을 영창하자 어스레이트의 안경 위로 마법진 같은 것이 떠올랐다. 인종차별자 노친네는 그것으로 내 마나 코팅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아니 시발 작작 좀 쳐다 봤으면 하는데. 게이 노인네가 날 쳐다보는 것 같다. 나는 얼굴 표정이 썩창이 되지 않게 참으려다가 말았다. 어차피 가면 덕분에 보이지 않을 테니까 그냥 맘 놓고 인상을 찌푸렸다.

“…놀랍군요. 자세한 사항은 연구를 해 봐야 알겠습니다만, 대략적으로는 신체를 강화하는 효과로 보입니다.”

어스레이트가 관측 마법을 풀면서 말했다. 나는 그제서야 표정을 풀고 질문했다.

“제 지인들 중에서도 오직 저만이 발동할 수 있었습니다. 혹시 뭔가 짐작 가시는 바가 있으십니까?”

“…그렇군요. 하이로메인 교수의 세미나에서 들은 바로는 얼시 놈들의 구전에서 전해지는 전사들의 모습과 비슷한 듯도 한데….”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하던 어스레이트가 내게 시선을 슥 던졌다.

“실례입니다만, 웨인 씨? 혹여 선조들 중에 그쪽 문화권에 관심을 가진 분이 계셨습니까?”

이거 시발 니 핏줄 중에 얼스터인이랑 짝짜꿍한 놈 있냐는 뜻 맞지?

요요요 씨발럼이 지가 모르겠답시고 조상님을 찾네. 나는 소파에 몸을 기댄 채로 대놓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드러냈다.

“불쾌한 오해군요. 저는 의심할 나위 없는 순혈입니다.”

100% 진실이다. 나는 나 개씹 토종 코리안이다. 우리 어머니랑 아버지께서 한국인 그 자체거든.

그 분들이 얼마나 애국심이 강하시냐면, 제사상에 올릴 술을 사오라시길래 암것도 모르고 일본주를 사갔다가 존나 쳐맞고 하루 종일 굶었다. 아니 아버지, 13살 짜리가 술 종류 구분을 어떻게 합니까.

“이거 죄송합니다. 확실히 능수능란한 브리타니아 어 발음이시니 오해하는 것이 실례겠죠.”

발음이랑 혈통이 뭔 상관인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어스레이트는 고개를 숙여서 사과했다. 양심이라곤 없는 늙은이 주제에 빽빽한 정수리였다. 대머리의 신은 뭐 하나. 저 새끼 머리카락 안 가져가고.

“마법사 길드에서도 이 마법에 대한 연구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이 마법적인 구조가 성립할 수 없는 수식으로 되어 있다는 결론을 내렸죠. 그런데도 발동하다니 몹시 의문이기는 하군요.”

그러게요. 몹시-발 의문이네요 시팔럼아.

나는 야수회귀를 풀면서 속으로 혀를 찼다. 결국 잘 모르겟소요라는 뜻이었으니까. 내가 짜증을 드러내는 것을 눈치챘는지 레이시스트 노친네는 분위기를 전환하려는 듯 말했다.

“물론 이전까지의 결론을 반박한 증례가 생겼으니 연구할 가치는 있겠습니다. 하지만 저로서는 다소 의문이기는 하군요.”

“뭐가 말씀이십니까?”

“그것이… 마법이 발동했다면, 대체 무엇이 문제입니까?”

어스레이트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마법의 정체를 몰라서 불안하신 겁니까? 그게 아니면 부작용이 걱정되시는 겁니까? 만일 그렇다 해도 더는 사용하지 않으시면 될 문제인데, 어쩐 일로 저희 길드를 찾으신 겁니까?”

그 질문에 나는 깊게 심호흡을 했다. 시발거 드디어 본론으로 들어왔다. 존나게 심혈을 기울여 벡터-근엄하게 말하기를 사용한다.

“실은 그것이… 부작용은 이미 발생했습니다.”

“…예?”

인종차별자 새끼는 눈을 크게 떴다. 그러고는 피부를 완전히 은엄폐한 나의 코스튬을 빠르게 훑었다.

“설마 그 복장은 신분을 감추기 위한 것이 아니라….”

“아뇨. 그렇지는 않습니다. 보여드릴 수 있는 증세였다면 진작 보여드렸겠죠. 그쪽이 얘기가 빠를 테니까요.”

내가 뭐 크툴루 신화에 나오는 딥 원처럼 변했는 줄 아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딴 끔찍한─하지만 가능성이 0%라고는 할 수 없는─ 상상을 즉시 부정했다.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만… 이 마법의 부작용으로 저는.”

나는 가오를 잡으며 손가락을 맞물려 깍지를 꼈다. 위압감 넘치는 코스튬에 가면까지 갖춘 놈이 분위기를 잡자 어스레이트가 꿀꺽 침을 삼켰다.

이 새끼가 존나 남자라서 다행이다. 만약 여교수였다가는 성희롱이랍시고 나한테 마법을 쏴제꼈을 테니까 말이다.

묵직하게 내려앉은 분위기에서 나는 벡터-스포일러 해버리기를 사용했다.

“음경이 커졌습니다.”

아주 존나 많이 말이다.

어스레이트는 측면을 조심하다 정면에서 배때지를 찔린 듯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상세한 증세에 대해 설명했다.

“음경, 남성기 말입니다. 굵기부터 길이까지 2~3배 가량 늘어났습니다. 사정량은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고 말입니다. 때문에 현재 연인과의 행위에도 많은 곤란함을 겪고 있죠.”

어스레이트는 입을 닥치고 내 하반신으로 시선이 이동하려 했다. 개씨발 역겹기 짝이 없는 느낌이었기에 나는 으르렁거리면서 말했다.

“시선을 주의해주셨으면 하는군요. 입장이 반대여도 좋게 넘어가시겠습니까?”

“─이런. 시, 실례했습니다.”

사내새끼가 지 쥬지를 쳐다보는데 즐거워하는 것은 관종과 게이 뿐일 것이었다.

남자 4명이 모이면 그중 1명은 게이라는 말이 있던데, 다행히 우리는 둘이었다. 어스레이트도 게이가 아니었는지 당장 시선을 거뒀다.

“크흠. 그렇군요. 성기의 비대화라… 그밖에 다른 부작용은 없습니까? 근본적인 효과는요?”

“이것 말고 다른 부작용은 제가 발견한 범위에는 없군요. 마법 자체의 효과는 신체능력의 강화입니다.”

“흠흠. 그렇습니까? 잘 알겠습니다.”

이 새끼 부러워서 저러는군. 존나게 당연한 일이라 나는 놀랍지도 않았다.

부작용 없는 쥬지 확대 수술이라니? 이건 제대로 정립만 된다면 억만금의 가치가 있는 마법이었다. 본인이 존나 염병할 임상실험 피해자(지)만 아니라면 말이다.

“크흠, 크흠. 아마 이것은 변이마법의 일종으로 보입니다.”

어스레이트는 연신 헛기침을 하다가 말했다.

“<마나 관측(Mana Observation)>에서 드러나는 패턴부터 그쪽에 가깝더군요. 신을 흉내내는 마법들 중에는 변이마법의 특성을 띄는 경우가 많지요.”

“…역시 그렇습니까.”

변이 마법(Variant Magick).

그것은 변신 마법의 일종을 뜻했다. 폴리모르로 대표되는 일반적인 변신 마법과는 조금 방향성이 다르지만 말이다.

‘변신’과 ‘변이’의 근본적인 차이점은 시전자가 자의로 변화를 해제할 수 있는가 없는가에 있었다.

보통 변신 마법은 마나가 끊기거나 본인이 해제함으로써 언제든 원래의 형태를 되찾는 것이 가능하다.

반면 변이 마법은 다르다. 아예 그 형태로 ‘고정’이 되어 버리기 때문에 가령 시전자가 죽더라도 본래 모습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

때문에 변이 마법은 저주나 마법의 부작용 같은 뉘앙스가 컸다. 동화에 나오는 개구리 왕자나, 주인공이 파리와 합체하는 영화 ‘Fly’처럼 말이다.

‘비유하자면 에로 변신술은 변신 마법이고 악마의 열매는 변이 마법이지.’

그리고 나 같은 케이스는 변이 마법에 가까울 것이다. 내 쥬지콘다는 이미 하룻밤 넘도록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유지되고 있으니까 말이다.

다행히 나는 사전에 대충 짐작하던 것도 있어서 크게 당황하지 않았다. 내 쥬지가 커진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는 여기서 추가로 변이가 일어날지가 중요해.’

킹기도라 쥬지인가 레즈뷰빔 결혼식인가의 분수령이다.

와, 하지만 새삼 생각해 보니까 시발 진짜 미친 선택지네. 황금 밸런스 실화냐?

프랑과의 잠자리에 지참할 마이 쥬지가 소방 호스처럼 돼 버리는 것도 끔찍하지만, 가위치기 섹스파티도 제정신으로 못 견딜 플레이인 것은 확실했다.

‘제발 아무런 이상도 없기를!’

그렇게 내심 기도를 올린 내가 질문을 하려고 생각했을 때였다. 어스레이트가 염려가 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증세가 많이 심각한가 봅니다. 대학 측에 물으시지 않고 이리 급하게 저희 길드에 자문을 구하러 오실 정도이니….”

심히 가식적인 말투였다. 그러나 나는 앞으로 할 질문을 생각하느라 뇌를 거치지도 않고 대답했다.

“아뇨. 현장직이라서 대학 측에 돌아가는 것은 시간적으로 손해가 크거든요.”

그게 실수였다.

“…예? 현장직… 이요?”

눈을 휘둥그레 뜨는 어스레이트. 내가 무슨 일인가 싶어서 쳐다보자 놈의 얼굴에는 점차 허망함과 비웃음이 깃들었다.

“하아… 그렇다면 웨인 씨는 카르미네 대학의 학부에서 파견나오신 분이 아니라는 거군요?”

“예? 아, 그렇습니다만. 왜 그러시죠?”

“…후우.”

뻐킹 레이시스트 새끼는 존나 대놓고 한숨을 쉬면서 자세를 바꾸었다. 소파에 팔을 얹고 빡친 티를 숨기지도 않는다.

이 새끼 갑자기 왜 이 지랄이지? 나는 이 병신새끼가 또 무슨 지능 딸리는 사고를 통해서 저능한 결론을 내렸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하하! 저는 또 카르미네 대학에서 이번에 발견된 유적을 탐사하러 나온 분이라고 생각했죠. 허 참, 그냥 현장직 석사였다니. 이거 제가 멍청했군요.”

그러게 병신아. 니가 존나 멍청했네. 어스레이트의 멍청함에 나는 감탄마저 나왔다.

카르미네 대학이 있는 아인히르에서 예까지 기본 일주일은 걸리는데 발견된지 며칠 지났다고 사람이 왔겠냐 시발아.

뭐 텔레포트로 날아온 줄 알았나? 존나 텔레포트 마법까지 동원할 정도로 큰 건수였으면 나 혼자서가 아니라 팀 단위로 왔을 것이었다. 뭣보다 저 새끼 같은 짬똥놈에게 물어보러 오지도 않았을 거고.

“하아. 이거 참….”

대가리를 좀만 굴려도 알 수 있을 결론에 이제야 도달한 병신은 갑자기 대놓고 선을 그으며 나를 깔봐댔다.

“웨인 씨? 죄송하지만 제가 급한 용무를 뒤로 미뤄두고 온 참이라서 이만 일어나 봐야 합니다.”

“예? 잠깐, 뭐라고요?”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대신 제 제자 중에서 마법역사학을 부전공으로 택한 친구를 보내드리죠. 그 친구랑 대화를 나누시는 편이 더 수준이 맞을 겁니다.”

뭔 염병 씨발?

나는 단 10초만에 사람 속을 존나게 긁어대는 기적적인 솜씨의 인종차별자 새끼 때문에 이성의 실이 끊어질 뻔 했다.

그냥 이 새끼 확 죽여버릴까? 살인 한 번이면 참을 인 3번을 면할 수 있는데.

그러나 대장간 돌팔이 새끼랑은 달리 이놈은 마법사 길드의 구성원이었다. 아무리 빡쳐도 덮어놓고 줘패버리자니 이래저래 후환이 두려운 상대였다.

“여기서 기다리시죠. 제 제자들은 전부 성실하니 금방 올 겁니다.”

짬똥 인종차별자 새끼는 그렇게 말하고 뒤도 안 돌아보며 떠나갔다. 나는 마지막 이성을 짜내서 소파에 몸을 기대며 깊게 한숨을 쉬었다.

‘그래 시발. 좋게좋게 생각하자.’

저 놈은 내가 카르미네 대학에서 나온 사람인 줄 알고 어떻게 파이라도 나눠볼 생각으로 온 새끼였다. 끝까지 오해가 풀리지 않았다 한들 제대로 된 상담이 가능했을 확률은 적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자리에서 기다렸다.

기다렸다.

존나게 기다렸다.

“……이 개새끼 왜 안 오는 것이지?”

그런데도 에스레이시스트 새끼는 오질 않았다. 나는 속이 부글부글 끓는 기분에 비명을 지르듯이 외쳤다.

“왜!!! 안 오는!!!! 것이지!!!!!”

존나 시발 체감상 2시간은 기다렸다!! 오차가 약간 있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1시간은 훌쩍 넘었다!! 사람을 좆 같은 기분으로 만들어 놓고 갔으면 최소한 후임은 빨리 불러주는 게 예의 아니냐!!!

“으그그그그기기기기긱기끼기기기긱기낌기낌…!!”

벌떡!!

인내에 한계에 봉착한 나는 헤드뱅잉을 하다가 소파에서 일어났다. 씩씩거리면서 문 밖으로 나가자 마침 바깥을 지나가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거 실례합니다. 뭣 좀 물읍시다.”

“히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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