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9화 (59/1,009)

보상을 한다?

보상이라니 어떻게? 내게 있어 유일한 보상은 논문을 다시 되찾는 것밖에 없었다. 그 도적놈들의 내장을 뽑고 배때지에 헬륨가스를 쳐넣어서 연처럼 날려 국기계양 하는 것은 부속 옵션이고 말이다.

“정말로 면목없는 일입니다만, 놈들의 본거지를 찾는 일은 사르가디스 경비대조차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침착하게 가라앉은 분위기를 느낀 상인은 황급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그러니 물품을 도난당한 분들께는 저희 상회에서 최우선적으로 보상을 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차후 도적을 소탕하고 물건을 되찾았을 때는 반드시 여러분들께 돌려드리겠다고 약속하겠습니다!”

개소리다.

저건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개소리였다. 나는 뒤늦게 인파에 참석하여 드높게 외쳤다.

“보상이라니 뭘 해 줄 생각입니까!! 저희들의 분노를 달랠 방법은 잃어버린 물건 외에는 달리 존재하지 않습니다!!”

“옳소!! 옳소!!”

나의 분노에 공감하는 자들이 한 목소리가 되어서 외쳤다.

“여러분들!! 저들의 계책에 속아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푼돈으로 저희를 회유하고 일을 흐지부지하게 만들 생각임이 분명합니다!!”

“토벌대를 꾸려야 합니다!! 저들이 모험가 길드에서 사람을 고용하여 도적단을 추적해 물건을 되찾도록 해야 합니다!! 그것이야말로 요금을 받고 저희의 물건을 가져간 이들이 마땅히 치뤄야 할 보상입니다!!”

“보상해라!! 보상해라!!”

말 몇 마디로 나는 여론을 휘어잡았다. 흥분된 군중은 방향성만 정해줘도 간단하게 폭주한다.

광기는 중력과 같다고 하던가. 역시 선학(先學)들의 말 중에 틀린 것이 없었다.

그렇게 대머리 사장은 폭주하는 시민들 앞에서 밀려나는가 했더니, 어깨를 펴고 큰 목소리로 외쳤다.

“1실버!!!!!”

뒤지게 큰 목소리였다. 시발 귀청 떨어지는 줄 알았네. 같은 생각을 한 주변 사람들도 눈쌀을 찌푸렸다. 행상인 시절에 시장바닥에서 단련한 듯한 목청은 길드 안을 단숨에 침묵으로 몰아넣었다.

“1실버! 피해를 입으신 모든 손님 분들께는 한 분 당 1실버를 보상하겠습니다!!! 30쿠퍼 이상의 물품은 저희가 시장가에 맞게 가격을 지물하겠습니다!!!”

목까지 시뻘게진 대머리 상인이 그렇게 소리치고는 거칠게 숨을 헐떡였다. 나는 그 모습에 낮게 웃음을 터트렸다.

“흐흐. 1실버라.”

1실버.

노르드식 한화 환율법으로 약 100만원.

그 정도는 전혀 큰 돈이 아니다. 그야 꽁으로 들어온다면 당연히 존나 개꿀이고 넙죽 받을 금액이지만 이렇게 타오른 분위기를 그 정도 푼돈으로 진정시킬 수 있을 리가 없다!

“1실버면 인정이지.”

“마나 포션을 구매해 주시는 걸로 모자라서 1실버까지? 감사합니다, 고객님!”

“사실 저희 어머니는 제 8살 생일날에 집을 나가셨어요!”

…시발?

분위기가 이상했다. 고작 1실버라는 금액에 이때다 하고 손바닥을 뒤집어버린다고? 이 사람들은 배알도 없나?

“여, 여러분! 저들이 자신들의 실수를 무마하고자 하는 술책에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나는 여론이 완전히 뒤집어지기 전에 외쳤다.

“이번 일을 넘어가서는 앞으로도 계속 이런 일이 벌어질 겁니다! 저들은 저희의 소중한 물건을 고객의 상품이 아니라 푼돈벌이를 위한 짐짝처럼 다룰 것입니다!!”

보상금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내 논문은 돌아오지 않는다. 여기 상인들이 논문의 내용을 기억하고 그대로 다시 써줄 것도 아닌데, 이렇게 허망하게 끝나버렸다가는 나만 손해다!

“운송 길드의 상인들은 행상인을 습격하고 물건을 훔쳐간 도적들에게 아무 분노도 품고 있지 않은 겁니다! 귀찮은 일을 돈으로 해결하려는 비열한 술수라는 말입니다!”

“결단코 그렇지 않습니다!!”

대머리 상인이 곧바로 반박하고 들어왔다. 내가 분노 어린 시선으로 노려봤더니 행상인은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 어어 시발? 여기서 선즙필승을 쓴다고?

“배상금은 이 자리에서 즉시 지불하겠습니다! 부디 저희의 사과를 받아주십시오!”

─꾸벅.

상인은 말을 마치며 허리까지 숙였다. 지위가 높아 보이는 남자의 사죄에 주변의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선동에 약한 이세계인들의 한계가 반대 방향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었다.

“크흠. 제대로 보상한다는데 이 이상 비난하는 것도….”

“저들도 원해서 물건을 도난당한 것은 아니잖습니까?”

“저희가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야죠. 하는 일은 달라도 저희 모두 같은 땅에 사는 시민이잖아요.”

우르르르─.

말은 번지르르하게 하면서도 사람들은 1실버를 받으러 길을 떠나버렸다. 나는 롤러코스터 마냥 급전개를 펼치는 여론에 따라가지 못하고 덩그러니 남겨졌다.

‘이거 실화냐?’

실화 아닐 걸? 맞아. 역시 실화일 리가 없지.

망연자실하게 천장을 올려다보던 나는 눈이 훼까닥 해서 길길이 날뛰었다!

“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이렇게 끝난다고? 도적단한테 물건 뺏긴 건 어쩔 수 없으니까 돈 주고 땡치자니! 그건 존나 자본주의에 점철된 사악한 대기업의 행태였다!!

“잠깐만요! 아직 할 말이 남았습니다!”

나는 눈물을 닦으며 떠나려는 상인을 붙잡았다. 나 말고도 다른 몇 사람은 아직 불만이 남은 듯 자리에 남아 있었다.

그러니까 아직 모른다! 아직 모른다고!!

“금전으로 보상할 수 없는 물건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제 물건은 중요한 서류라서 금전적인 대가로 돌려받아도 의미가 없습니다.”

“그건… 죄송합니다.”

아니 시발 사과가 아니라 대책을 내놓으라고. 나는 공무원 마냥 그건 저희 관할이 아닌데요로 일관하는 대머리의 태도에 열이 뻗쳤다.

하지만 이어지는 말에는 뭐라 할 수가 없었다.

“이번에 습격받아 납치당한 행상인은 제 아들입니다.”

“제 아들내미가 독립해서 살아 보겠다고 나간 당일에 납치를 당했다는 말입니다.”

머리가 까진 상인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그런데 모험가 길드를 전전해도 ‘위치를 알기 힘든 도적단을 찾는 의뢰는 받기 힘들다’지를 않나, 의뢰 신청을 받아준 길피 길드조차 경비대에게 맡기는 쪽이 나을 거라더군요.”

“쓰으읍….”

운송 길드라고 해 봤자 결국 여기도 하나의 지부다.

여기 지부장 아들이랍시고 어디 가서 떵떵거릴 신분은 아니겠지. 그래서 저 인간 아들도 독립할 마음을 먹은 것이다.

구라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약간 드는데, 여기서 그것을 따지고 들기에는 내 얼굴에 깔린 철판이 모자랐다.

어쩌면 우리 부모님들도 고향에서 저러고 계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리고 시발 저 눈물이 몽땅 연기면 내가 이세계에 오스카상을 만들어서라도 저 대머리한테 주고 싶어질 것이다. 물론 그때는 존나 힘껏 휘둘러서 저 휑-한 머리에 트로피를 모발이식 해주겠지만.

“쯧….”

“하아….”

나랑 같은 생각을 한 것인지 다른 사람들도 체념한 것처럼 침울해했다. 저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운송 길드도 피해자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가해자들은 떵떵 거리고 사는데 피해자들끼리 투닥거린다니 얼마나 한심하고 우습겠는가.

기세가 한 풀 꺾인 나는 빌어먹을 도적단 새끼들을 혼자서라도 쫓을 생각으로 몸을 돌렸다.

남들이야 도적단의 소굴을 찾아내지 못한다고는 하지만── 내게는 그걸 가능하게 만들 수법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때, 흩어지는 인파 속에서 나는 익숙한 흰색의 머리카락을 발견하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웨인 씨?”

나는 놀란 나머지 그녀를 깜빡하고 성이 아니라 이름으로 불러버렸다. 다행히 티르시는 거기에 신경쓰는 기색도 없이 내가 쓴 가면을 쳐다보았다.

그 눈빛.

세상 모든 것에 부정당한 끝에 버려진 감옥에서 동네 구멍가게 아저씨를 만난 듯한 그 눈빛. 그것을 통해서 나는 모든 전후사정을 통달했다.

─야, 너두?

─네, 저두.

우리는 1초 남짓의 아이 컨택트로 서로가 이곳에 오게 된 계기를 전부 이해했다.

일류 닌자는 주먹을 맞대는 것만으로 서로의 기분을 알 수 있다던데, 학자는 삼류여도 그것이 가능했다.

왜냐하면 우리 또한 증오의 연쇄에 시달리는 생명이니까.

‘교수’와 ‘대학원생’이라는 증오의 연쇄 말이다.

“저번에 멕로이버가 더럽혔던 논문을 다시 썼었어요.”

침착한 분위기의 카페에서 티르시는 그렇게 말을 꺼냈다.

그녀는 급하게 뛰쳐나왔던 모양인지 오늘도 저번처럼 분홍색 간호사복에 의사 가운을 쓴 차림새였다.

그런데 멕로이버가 누구더라.

아주 잠깐 뇌가 정지했는데, 머리를 잘 굴려 보자 그 레이시스트 연금술사 새끼의 성씨가 멕로이버였다는 것을 떠올릴 수 있었다.

역시 나는 기억력이 좋다. 그 레이시스트 새끼가 너무나도 개새끼여서 잠시 떠올리기 싫었을 뿐이겠지. 나는 내 뇌의 태만을 이해했다.

티르시는 기운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완성한 논문을 헤이스벤트로 보내려고 했죠. 그곳에 있는 마법사 길드에서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들었거든요.”

“승급 심사─ 였던가요.”

“네. 길드에서 심사를 요청했다가는 또 악랄한 방해가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하지만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차라리 방해가 들어오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르겠네요.”

손앞에 놓인 음료수를 톡톡 치는 티르시.

나는 티르시의 사정을 알고 뭐라 표현할 길 없는 슬픔에 잠겼다. 설마하니 우리가 논문을 동시에 도둑맞게 되다니. 참 얄궂은 인연도 다 있었다.

어째 티르시랑은 맨날 똑같은 수난을 겪는 것 같다. 하수도 때부터 계속 말이다.

‘그래도 이번 일은 우연이라곤 할 수 없겠지.’

운송 길드의 마차는 며칠에 한 번 꼴로 출발한다.

아마 티르시도 레이시스트 새끼의 똥을 치우고 나서 사태가 진정되기를 기다렸을 것이다. 그런 티르시의 논문이 나랑 같은 마차에 실렸던 것은 마차의 배차 시간 상 어쩔 수 없는 일이었겠지.

“논문의 초본은 없으십니까?”

내가 분위기를 살피다가 물었다.

지구에서도 중요한 글을 쓸 때는 백업과 수정을 반복하며 ‘논문 수정본 9-9-9.hwp’ 같은 식의 결과물을 낸다. 종이로 만드는 이 세계는 말할 것도 없다.

21세기에 비해 백업본을 만들기가 훨씬 귀찮지만─Ctrl C+V가 없으니까─, 그래도 어느 정도 사본은 남겨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나도 다시 쓰려면 못 쓸 건 없기는 해.’

나한테도 일단 원본이 되는 논문 자체는 존재했다. 농삿일을 하면서 매일 밤 쓰던 논문의 초고(礎稿)가.

‘근데 내가 왜?’

대학의 과제나 회삿일을 해 본 사람은 알겠지.

애매한 기억과 남아 있는 자료에 의지해서 다시 쓴답시고 발버둥쳐 봤자 그게 어디 원래 썼던 내용과 동일한 결과물이겠는가.

설령 100% 똑같은 글을 쓸 수 있더라도 그렇다.

내가 뭣 때문에 도둑놈의 새끼들 때문에 며칠 간 열심히 쓴 글을 처음부터 다시 써야 된단 말인가!

번개가 쳐서 정전이 일어나도 광분하는 것이 사람일진대, 내 노력의 성과를 무(無)로 되돌리고 그 고달픈 시간을 반복시키려는 새끼가 있는 것이다.

그것도 자기들이 저지른 잘못에 반성조차 않으면서!

‘생각하니까 또 빡치네.’

안 그래도 나는 오늘 프랑이랑 하하호호 즐겁게 승급 시험을 치려고 준비하던 중이었다.

내 논문을 훔쳐가는 건 평소에도 용서 못할 짓인데, 그걸 하필이면 나랑 프랑의 중요한 승급전 날에 일으켜?

스트레스로 속이 끓었다. 마나를 각성하고 나서는 속에서 부글거리는 홧병이 물리적으로 손에 잡힐 듯이 느껴지고는 했다. 지금처럼 말이다.

“초본… 후훗. 멀쩡한 건 하나도 없어요.”

그때 내 질문에 티르시가 허망하게 답했다.

“정말 바보 같았죠. 남아 있는 가장 멀쩡한 초본이 멕로이버가 엉망으로 해 놨던 그 논문이었거든요. 볼 때마다 화가 나서 그만 태워버렸어요.”

설마 도둑맞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나 보다. 나도 같은 처지라서 어리석은 짓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뭐라 드릴 말씀은 없지만… 심정은 이해합니다.”

슬픔이 묻어나오는 티르시의 태도에 나 역시 열심히 말을 골라가며 대답했다.

“저도 비슷한 일을 겪었을 때는 아예 눈에 띄지 않게 남김없이 찢어버렸거든요.”

“후후. 웨인 씨는 이번 말고도 경험이 있으신가요?”

티르시가 쓴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하긴 시발 논문 도둑질을 2번 넘게 당한 새끼가 있다고 하면 나도 쓴웃음밖에 안 나올 것이었다.

여기서 썰을 풀면 하루 종일도 말할 수 있겠지만, 의미도 없고 슬프기만 할 테니 때려치기로 했다.

크리피카 교수님의 증오풍화론은 아직 실천의 여지가 남아 있다. 예르나를 향한 분노는 잠시 가슴에 묻어두자.

“뭐, 그렇습니다. 자랑거리도 아니니까 자세하게는 묻지 말아 주십시오. 떠올렸다가는 제가 슬퍼서 울어버릴 겁니다.”

실제로 울지는 않겠지만 말은 그렇게 해 뒀다.

“네. 저도 그 정도 배려는 할 줄 아는걸요.”

농담에 조금 기운을 차린 것처럼 티르시가 웃었다. 누가 봐도 억지 웃음이었다.

“저번에 쓴 논문은 그 인간 눈에 차도록 발버둥치며 쓴 글이라서 꼴도 보기 싫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거라도 있었음 좋겠네요.”

“마법사 길드의 지원은 힘들겠죠?”

가망은 없어 보이지만 지푸라기에 매달리는 심정으로 물어 보았다. 티르시는 고개를 저었다.

“최근 마법사 길드가 구매한 약초를 훔쳐가는 도적들이 늘었다는데, 피해액이 크지는 않아서 방치 중이라고 들었어요. 대신 길드 앞의 경비병들이 많이 예민해졌죠. 도시 주변에서 활동하는 도적단도 제대로 못 잡는다고요.”

경비병들이 예민해졌다…?

존나 내가 마법사 길드에 갔을 때도 그러지 않았나? 분명 다짜고짜 나한테 진법을 펼치며 창질을 해댔던 것으로 기억한다.

설마 내가 분수에도 없이 도적 취급을 받았던 것이 전부 도적 놈의 새끼들 때문이었다니!!

“으르귺그ㅡ그극극르극극…!!”

분노를 참느라 입술을 깨물자 가면 아래로 새빨간 선혈이 뚝뚝 떨어졌다. 저 좆같은 닌자 새끼들은 도대체 얼마나 더 내 인생에 해를 끼칠 생각이라는 말인가!!

“웨, 웨인 씨! 피 나요!”

깜짝 놀란 티르시가 손수건을 꺼내서 내게 주었다. 나는 차분하게 사양하고 내 손수건으로 피를 닦았다.

이 손수건은 프랑을 위해 챙겨들고 다니게 됐다.

“──제가 좀 흥분했군요. 죄송합니다.”

아무튼 그 좀도둑 놈들은 슬슬 유해조수로 분류해도 되지 않을까? 저런 인간 부스러기 새끼들은 발견하자마자 사살해 버려도 아무도 나를 탓하지 않을 것이었다.

“죄송하기는요. 저도 기분 같아서는 머리를 막 이래이래 쥐어뜯고 싶을 정도인데요.”

티르시는 간호모를 쓴 백발을 잡아당기는 시늉을 했다. 그러고는 다시 지친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야말로, 하는 기분으로 정말 열심히 쓴 건데…. 1줄마다 앞뒤 간격까지 맞춰가면서….”

“1줄마다요?”

나는 티르시의 말에 입을 떡 벌렸다. 손으로 쓰는 논문을 1줄마다 간격까지 맞췄다고? 무슨 결벽증이라도 있나?

“그, 그게 어떻게 가능합니까?”

“글을 쓸 때마다 자를 대고 쓰는 거예요. 글씨의 크기에 맞는 자를 주문제작해서요.”

“세상에… 그렇게까지?”

감탄을 넘어서 소름마저 돋았다.

이세계 학자들에게 논문의 ‘가독성’은 일종의 미학이나 똥군기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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