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6화 (116/1,009)

현타에 습격당한 나는 집에 돌아가고 싶은 연어본능의 무자비한 도래를 느끼고 말했다.

“아, 이제 정말로 가 봐야 되겠네요. 티르시도 남은 회의 힘내요.”

“네! 힘낼게요!”

대답 찰진 것 보게. 그렇게 하얀 머리의 마법사 아가씨랑 쎄 굿바이를 나누고서 나도 여관으로 뛰어갔다.

마법사 길드 무료 이용권(추가 결제 있음)이라는 득템도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프랑의 가슴에 묻혀서 쉬고 싶었다.

여관에 돌아와 보니 프랑이 라리루라의 꼭두각시가 되어 있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스스로도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실제로 그랬다. 침대 위에 선 라리루라가 프랑의 몸에다가 <꼭두극>의 실을 연결하고 조종하고 있던 것이다.

“머지 시발. 내가 남의 직장에 끌려갔다 온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지?”

“후후. 들켜버렸군요~♡?”

얼빠진 나에게 라리루라가 음흉하게 선언했다.

“저는 흑마법사 협회에서 나온 사악한 일류 광대, 라리루라! 선배의 사랑스러운 여자친구는 제 인형이 돼 버렸답니다★!”

“거 아주 놀라운 사실일세. 프랑아. 웃지만 말고 설명.”

“푸흐흐. 아니, 어젯밤에 노르랑 했던 것처럼 <꼭두극>에 조종당해 보면 마나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웃음을 참던 프랑이 설명을 해 주었다. 아하. <꼭두극>은 마나의 실을 연결해서 물체를 움직이는 마법이니까 조금은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라리루라는 마술의 구조를 까발려진 마술사처럼 당황했다.

“아앗! 선배를 골려먹고 있었는데 왜 그렇게 쉽게 밝혀버리시는 거에요!”

“그게, 노르가 10초 정도 고민하다가 공격할 것 같아서?”

“응? 아, ‘칼을 뽑아서 던지고 프랑의 다리를 잡아당겨서 방패로 못 쓰게 한 다음에 뛰어들어서 모가지를──’까지 생각하긴 했음.”

“죄송합니다살려주세요!”

─폴짝! 점프해서 원산폭격 자세에 들어가는 라리루라. 존나 능숙한 자세였다. 나한테 시켜도 저렇게 깔끔하게는 못 할 것 같았다.

“농담이니까 일어섬마.”

“선배 눈이 전혀 농담이 아니었는데요!!”

“들킴?”

이번에 주댕이를 털었던 것도 그렇고, 마나를 각성한 뒤로부터 조금씩 사고속도가 빨라진 덕분이었다. 아니, 이럴 때는 때문이라고 해야 되나?

99% 장난이겠지만 1%의 가능성 때문에 멀티태스킹을 했을 뿐이다. 아무렴 내가 장난도 구분 못 하겠는가.

“얍! 저를 놀리는 언니한테는 분풀이에요☆!”

라리루라는 무영창으로 발동한 <꼭두극>을 프랑의 몸에 이어서는 섹스 포즈를 취하게 했다.

츄~!

나한테 키스를 날리며 강제 섹시 도발을 당한 프랑은 얼굴이 시뻘개져서 길길이 날뛰었다.

“라, 라리루라앗!! 너 진짜아!!”

“아앗?! 힘 주지 마세요! 마법이 풀려버려요?!”

─푸르르르! 프랑은 물에 들어갔다가 나온 강아지처럼 몸을 털어댔다. 그러자 <꼭두극>의 실은 흐트러진 와이파이처럼 흔들거리다가 끊겨버렸다.

“이리 와!! 하여튼 혼나야 정신을 차리지!!”

“아핫♡! 죄송해요~!!”

─폴짝! 폴짝!

여관 방을 정신 사납게 뛰어다니는 두 미소녀.

이 채널 볼 만 하네. 팝콘이 있었으면 먹으면서 구경하고 싶다. 이세계에서도 옥수수는 있으니까 시도해 보면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선배애♡! 살려줘요~!”

촐싹 맞게 도망치다가 나를 방패 삼아서 숨는 라리루라. 이 시발. 화면 밖으로 튀어나오기 있냐? 존나 4D였네.

“노르! 라리루라 잡앗!”

─덥썩! 나는 리모콘에 전원이 켜지는 에어컨처럼 자동으로 라리루라를 붙잡았다.

─꿈뻑꿈뻑.

사람 손에 붙잡힌 조류처럼 눈이 튀어나올 듯이 커지는 라리루라였다.

“선배. 저 지금 무지 배신 당한 기분인 거 알죠?”

“잘 모르갯음 하하.”

나는 체포한 범인을 프랑에게 넘겨줬다.

어머니 스매시로 라리루라의 등짝을 때리는 프랑. 불판에 놓인 오징어처럼 팝핀을 추는 라리루라.

“꺄아앗!! 아파욧!! 단장님보다 더 아파요옷!!”

“잘못했어 안 했어!!”

“잘모탰서요!!”

그렇게 크게 혼난 라리루라는 침대에 엉덩이를 쑥 내밀고 뻗어버렸다. 나는 갑옷을 벗으면서 말했다.

“야. 라리루라. 니 방 가서 자.”

“선배랑 언니는 저한테 너무 박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키타이에는 자업자득이라는 말이 있단다.”

“이상하다. 그러면 전 예쁨 받아야 하는데요.”

“니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니 상상 속에서만 말이야.”

포로롱~. 나는 입으로 효과음을 냈다. 라리루라는 침대에 얼굴을 박았다가 일어나면서 코를 슥슥 비볐다.

“그나저나 선배? 도르카 씨한테 침대 시트 바꿔달라고 하시는 게 어때요?”

“왜? 무슨 냄새 나냐?”

“네에~. 약간 달콤짭짤 시큼새콤한 냄새가 나는데요~? 뭐 그렇게 나쁜 냄새는 아니지만요☆!”

“달콤짭…….”

“시큼새……?”

나랑 프랑은 눈빛을 교환했다. 프랑의 얼굴이 하옇게 질렸다가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래서 내가 냉정한 척을 하며 대답했다.

“착각이겠지.”

“넷? 아뇨아뇨. 여기에 약간 색이 다른 곳 냄새를 맡아보시면──”

“착각임. 아무튼 착각임.”

동거생활 1달 째의 예비 신랑신부인 우리.

아직 자취방에 손님을 불러들일 때의 준비에는 익숙하지 못한 것이었다.

우리는 라리루라를 자기 방으로 돌려보내고 환기를 했다.

시트 교환은 나중에 하기로 하자. 오늘도 프랑과 내가 합작하여 펼치는 분수쇼가 개최될 예정이니까.

휘이이잉……!

찬 공기가 들어오는 여관방에서 나와 프랑은 마주 앉아서 명상을 했다.

프랑은 마나를 자각하기 위한 연습이었고 나는 체내에 있는 룬의 마나를 계측하려는 시도였다.

슈우우우우…….

눈을 감고 몰두하자 나의 몸 안에 모여든 이질의 마나를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이 내가 룬의 ‘깨달음’에 쓰는 마나다.

말하기 편하게 숙련도라고 부르도록 하자.

현재의 숙련도는 대충 70% 정도. 이게 가득 차면 룬 문자 하나를 추가로 습득할 수 있었다. 대략 골렘 1마리에 1~2%가 차는 느낌이다.

‘골렘은 상당히 효율이 안 좋군.’

약하고 수가 많아서 그렇지, 효율만 따지자면 골렘보다는 홉 고블린이 훨씬 많은 숙련도를 주는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는 이세계 살색 잼민이보단 워킹-돌멩이가 더 가치있는 느낌인데.

‘아아. 골렘은 마나가 다 코어에 몰려 있지.’

그래서 습득량이 적은가 보다. 골렘은 코어가 심장이자 뇌, 본체였다. 무너진 흙더미에서 빼앗을 수 있는 마나는 고작 이 정도라는 거겠지.

코어를 부순다고 마나가 흡수되진 않을 것 같다. 부여 마법을 시도하려고 코어를 부쉈을 때는 마나 계승이 일어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홉 고블린 주술사를 찾아다녀야 되나?’

시발 말이야 쉽지. 그건 바둑 기원을 다니는 잼민이를 찾아내는 것 정도로 어려운 일이었다.

무기를 들고 깝죽대는 고블린이라면 태권도장이나 PC방에 다니는 잼민이처럼 세상 곳곳에 널리디 널렸다.

하지만 룬 마법을 습득한 홉 고블린이라니? 존나 5대5 가르마 바둑 소년도 그것보다는 자주 보이겠다. 서식처를 따로 알아내기 전까지는 포기하는 게 나을 듯 하다.

‘타뷸라 새끼는 얼마나 줬더라.’

그 하프 인간 새끼가 준 숙련도는 어느 정도인지 잘 알지 못했다.

아무튼 도움이 된 것은 확실하다. 어쩌면 그 놈의 마나가 룬 마법을 배우는 그릇 역할을 했을 수도 있지 않은가!

존나 어디 하프 인간 촌락 같은 곳 없을까? 내가 레벨 업 좀 해서 비스트 모드 타뷸라를 17대 1로 이길 갑빠가 생기면 한 번 찾아봐야지.

……슈우우우우!

7할 정도 모인 룬 마나를 회수하고 명상을 끝냈다. 프랑은 잘 안 되는지 입을 오물거리다가 눈을 떴다.

“힘들어?”

“응. 헤헤. 역시 나 혼자서는 잘 안 되네.”

조금 멋쩍어 하는 프랑. 걱정이 되서 조언이라도 해 주고 싶었는데, 마땅히 할 말이 없었다.

보통 마나 각성자들은 마나의 사용법을 감각적으로 깨닫는 거라서─나는 아예 자다 깨니까 쓸 수 있게 됐잖은가─ 이론으로 설명하기가 난해한 것이었다.

이론이 안 된다면, 답은 실전 뿐!

“흐흐. 오늘도 연습 도와줄게.”

나는 자상하게 웃으면서 프랑을 뒤에서 깨달았다. ‘연습’이 무엇의 은유인지를 잘 아는 프랑은 몸이 굳어졌다.

“지, 지금부터? 아직 4시인데?”

“내일은 골렘 토벌에 꼽사리 낄 거니까 일찍 해야지. 10시 쯤에 잔다고 치고…… 6시간 정도인가?”

프랑은 하루의 4분의 1을 절정 참기 훈련으로 보내야 한다는 계산에 생각이 미친 모양이었다. 말도 안 나오는 것처럼 입만 뻥긋거리는 여친님의 귓가에 내가 부드럽게 속삭였다.

“걱정 마. 훈련은 7시까지만 할게.”

현재 시각은 3시 58분. 7시까지 앞으로 3시간이다.

그러므로 프랑이 반죽음 상태로 가지 못하고 버텨야 하는 시간은── 대략 3시간!

남자로 치자면 사정 직전에 딸딸이를 멈추는 걸 3시간 넘게 참아야 하는 플레이!

나라면 버틸 수 있을까?

아니, 절대로 못 버틴다. 그 전에 100% 정신 나갈 것 같애를 외치면서 프랑을 덮쳐버릴 것이었다.

물론 나는 프랑이 못 참고 내 위에 올라타도 전혀 상관이 없었다. 그렇기에 프랑의 옷을 벗기고 안대를 채우는 일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다!!

─꾸욱.

어제처럼 결박당한 프랑의 배꼽을 살살 훑으면서 나는 남한테는 절대 보여주지 못할 가학적인 웃음을 지었다.

“벡터-워터 밴딩.”

“히끄으으윽?!”

─퓻! 퓨퓨퓻!!

그렇게 프랑은 절정 참기 신기록을 달성했다.

─총 인내 시간: 1시간 31분.

─마나 훈련 성과: 3 꿈틀.

─추가 섹스 시간: 1시간 20분. 이후 기절.

─총 절정 횟수: 16회. (+N회).

“수고했어. 프랑.”

“히유으으으으…….”

나는 노트에 오늘의 성과를 기록하고, 기절한 프랑이 일어나길 기다렸다가 저녁을 먹었다.

그날밤 나는 생선을 들고 밤의 공원을 찾아갔다.

내가 없는 동안에 사르가디스에 뭔가 변화는 없었는지 고양이들에게 묻기 위해서였다.

“냐아! 묘아아앙! (밥! 조아!)”

“냐냐냐냠냠!”

“냠냠!”

새애끼들 게걸스럽게도 쳐먹는구만. 쓸모 있는 정보를 얻어와 준 녀석들에게 맛있는 먹이를 나눠주니까 아주 좋아 죽는 꼴 봐라. 꼭 며칠은 굶은 것처럼 잘 쳐먹는 녀석들이었다.

“샤아앗!! 데샤아앗!! (씨발!! 내놔!!)”

그런데 전혀 일을 안 한 떼껄룩들 중에서는 양심도 팔아먹었는지 다른 놈의 생선을 빼앗으려는 새끼도 있었다.

시팔롬이 존나 맨손으로 기어나와서는 열심히 일한 놈들의 성과를 빼앗으려는 것이었다!

“하아악!! 남의 노력을 빼앗는 분충은 용서하지 않아요!!!”

─콩콩콩콩!!

나는 하악질를 하면서 양심 터진 카짓 새끼를 잡아서 꿀밤 연타를 멕여줬다.

위계질서를 제대로 잡지 못하면 이딴 새끼들이 늘어나서 정보 수집을 하는 의미가 없어질 것이었다!!

“이 교수냥이 새끼!! 감히 내 앞에서 ‘교수’ 하려 들다니!! 너 같은 새끼는 지옥에서 불타야 햇!!”

“냐아아앗!!!”

─철푸덕! 신나게 쳐맞은 들고양이는 쫄아서 도망을 가 버렸다. 자기 몫의 생선을 되찾은 꼬리 없는 고양이가 내 발에 몸을 비볐다.

“냐후앙! (고마어!)”

“흐흐. 새끼, 귀엽긴.”

길냥이답게 더러웠기에 쓰다듬어주진 않았다. 에비 지지야 지지. 병균 옮을라.

아무튼 저렇게 대장냥이가 부하들을 시켜서 정보를 모으게 시키고 자기만 생선을 독점하는 일은 없어야 했다.

하청이라고 치면 못 넘어갈 것도 없기는 한데, 저래서는 부하냥이들이 어디 열심히 일하겠는가! 나 같아도 열심히 일한 성과를 동네 일진한테 뺏기면 슬퍼서 울어버릴 것이었다.

“선배~? 뭐하세요~?”

“엥?”

그때였다. 모여든 고양이들에게 싸구려 생선과 오가닉-과메기로 포상을 해주고 있는데, 벤치 뒤에서 갑자기 누군가가 나한테 말을 건 것이었다.

핑크색 머리에 검소한 외출복을 입은 여자애였다.

깨끗한 얼굴 피부 때문에 아주 잠깐 못 알아볼 뻔 했는데, 그것은 존나 분장을 지운 라리루라였다!

시발 딴 사람인 줄 알았네. 모자를 벗고 뺨에 분장을 지운데다가 옷까지 멀쩡한 걸로 입으니까 아예 딴 사람이었다.

밤 산책이라도 나온 건가? 그렇게 광대 버전일 때랑은 색다른 느낌에 당황했던 나는, 내가 놀라야 할 부분이 거기가 아니라는 것을 곧 깨달을 수 있었다.

‘나 3분 전까지만 해도 냥냥 거리고 있었는데?’

설마 라리루라가 내 캣-대디 노릇을 전부 지켜보고 있던 건 아니겠지? 나는 그야말로 네코미미 코스프레를 한 몰골을 학과 후배에게 들킨 오타쿠처럼 굳어져버리고 말았다.

“너, 너 언제부터 있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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