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한테도 미스릴을 받았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 이건 완성품이 나올 때까지 비밀이었다. 클라라는 장인다운 얼굴이 되어서 가끔씩 진지한 조언도 건네기 시작했다.
“파워 스톤 같은 건 안 넣으세요? 전투용 장비라면 미스릴 만 가지고 만드는 건 약간 아까운데요.”
“미스릴에 급이 맞는 파워 스톤이 없어서요. 싸우다가 부숴지거나 할 걸 생각하니까 아무래도 망설여지네요.”
“그건 그렇죠……. 알겠습니다. 다음으로 가죠. 미스릴이라면 제가 마법을 부여하는 것도 가능해요. 여기 리스트를 보시고 원하시는 가격대나 마법을 선택해 주실래요?”
종이에 붙은 마법 부여 리스트의 가격대는 꽤 괜찮았지만 나는 제대로 읽기도 전에 사절했다.
“아, 죄송합니다. 저도 부여 마법을 쓸 수 있어서요. 제 손길이 들어간 게 더 의미 있지 않겠습니까.”
“이크크. 그랬군요. 실례했어요. 후후. 저는 형태에 몰두할 수 있으니까 감사할 따름이네요.”
전문가와 상담을 거치니까 대충 형태가 잡혔다. 계약서를 수정해가며 우리는 완성품의 설계도를 그렸다.
“창날 쪽 말인데요. 미스릴을 꽤 남겨도 창날만 만들자니 양이 많아요. 약간 글레이브처럼 될 텐데 괜찮으세요?”
“예. 자세한 형태는 중간 점검 때마다 수정하러 오죠. 먼저 다른 가공부터 시작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부탁하신대로 특급으로 완성해 드릴게요! 5일 정도 걸리니까 기억해 두세요!”
나는 클라라가 주괴를 필요한 만큼 떼낼 때까지 기다렸다가 남은 미스릴을 받아서 나왔다.
‘생각보다 완성이 빠를 것 같아서 다행이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쿠튀리에 길드에서 완성된 연미복을 받아왔다.
솜씨 좋게 내 몸에 옷을 딱 맞춰준 길드원은 핏이 오지는 완성품을 내 손에 들려주며 말했다.
“축하연에 가기 전에 여기에 들리셔서 입고 가세요? 엄청 잘 어울리시는데 혼자서 입으셨다가 망신살이라도 뻗치시면 곤란하잖아요!”
“그러죠. 감사했습니다. 일주일 뒤에 뵐게요.”
볼 일을 다 보고 나와서 잠시 하늘을 보았다. 가을 하늘은 높고 파래서 내가 이세계에 처음 떨어졌던 겨울의 아침과 소름돋게 똑같았다.
“……하아아아….”
몇 달만 지나면 내가 다른 세상의 나그네로 살게 된지도 무려 4년이 된다.
이세계의 옷을 입고, 이세계의 물건으로 몸을 치장하고, 이세계의 음식을 먹으며 살아온 3년 8개월.
내 이세계 생존기에 2~3번 있었던 터닝 포인트가 이렇게 또 내 앞에 다가오고 있었다.
사귄지 1달 된 여친과 동거하는 나한테 일주일은 엄청나게 짧은 시간이었다.
긴장과 준비를 반복하다 보니 정신을 차렸을 때는 파티에 나갈 당일이었다. 입대 전에도 이렇게 시간이 정신 없이 가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되어서, 나는 오후 3시의 거리를 혼자서 걷고 있었다.
파티장에 가는 시간까지 차별을 둔 것은 실제로 연회에서 만날 때까지 분위기를 잡기 위해서였다. 내가 제안해서 프랑과 라리루라를 먼저 파티장에 보냈다.
‘그 둘은 이제 마차를 타고 도착했겠지.’
드레스를 입고 길을 걸을 수도 없는 법이었다.
내가 따로 호출한 마차가 프랑이랑 라리루라가 쿠튀리에 길드에서 나올 때를 기다렸다가 영주의 저택까지 태워줬을 것이었다. 내 배려심에 프랑이 감동했으면 좋겠는데.
두 사람을 마차에 태워준 나는 뚜벅이 모드로 저택까지 걸어가고 있었지만 말이다.
옷이 더러워지지 않게 걸으며 나는 갑갑한 옷깃을 쉼 없이 매만졌다.
재봉 길드에서 갈아입은 이세계의 연미복은 처음 사이즈를 맞추고 나서 몰래 목을 줄여놓은 게 아닐까 의심될 만큼 갑갑했다.
이유는 안다. 내가 긴장해서다.
축하연 3일 전에나 크롬웰한테서 편지가 왔는데, 귀족이나 유력인사들 앞에서 대표로 치하를 받는 인원이 나랑 에들린, 크롬웰의 세 사람이라는 소식이었다.
‘시1발.’
존나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칼라일 쉑이 지는 한 일이 없다며 런 하고, 네페르티티가 컴백홈 해 버린 상황 아니던가. 흑마법사 레이드의 데미지 랭킹 2위인 내가 대표 모험가로 선정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었다.
“으그그극게게게겍.”
날개옷 같은 연미복에 맞지 않게 틱 환자처럼 몸을 떨며 거리를 걸었다.
산책을 하며 정신을 가다듬으려고 굳이 걷기를 택한 것인데 전혀 효과가 없는 것 같다. 나는 내가 입은 연미복의 망토를 잡아당겼다.
자수가 깐지나게 박힌 것이 몬가… 몬가… 올 하일 브리타니아 같은 말이라도 해야 될 것 같은 분위기의 옷이었다.
나는 원탁의 기사였나.
가명이 아서였던 게 복선이었나 보다.
“이보슈! 거기 멋쟁이 양반!”
그렇게 길을 걷는데 정확하게 내 특징을 꼽으며 나를 부르는 사람이 있었다.
내가 멋쟁이 꼴마초라는 사실을 간파하다니 보통 놈이 아니로군. 나한테 말을 건 것은 꽃집 아줌마였다.
“이리 와 봐! 댁도 오늘 영주님 댁에서 열린다는 모험가들 축하 파티에 가는 거지?”
“거 왜, 때깔 나는 옷을 입어 놓고 꽃 한 송이 없어서야 쓰겠어? 파티에서 좋은 인연을 만나려면 꽃 정도는 있어야지! 이리 와서 한 송이 사 가!”
“흐흐. 장사 수완이 뛰어나시군요.”
마침 잘 됐다. 안 그래도 이대로 갔다간 영주 앞에서 눈 까뒤집고 기절할 것 같았으니 잠깐 숨이나 돌리자.
─달칵. 시계를 꺼내서 시간을 체크했다.
축하연의 시작 시간은 오후 5시다. 지금은 3시 15분. 파티장인 영주 저택은 저기 눈에 보일 정도로 가까운 곳에 있으니까 지각할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나는 회중시계를 집어넣고 꽃집에 들어갔다.
“그런데 아주머니. 꽃을 사서 어떻게 갖고 다닙니까? 계속 손에 들고 다녀요?”
“어이쿠, 그것도 모르시는감? 1송이 사서 가슴에 꽂고 다니면 되지!”
“흐흐. 촌스러울 것 같은데요?”
“촌스럽긴. 그게 다 멋이야, 멋. 가서 봐 보고 아니다 싶으면 뽑아서 버려버려도 될 것 아녀. 투자라고 생각해, 투자라고.”
“하하하. 꽃을 줄 사람은 있으니까 손해는 안 보겠네요.”
꽃내음이 풍기는 실내에서 숨을 돌리자 조금은 심적으로 안정이 되었다.
하는 김에 이세계의 꽃이랑 지구의 꽃이랑 다른 게 있나 찾아봤는데, 지구의 꽃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놈이 어떻게 그걸 구별하겠는가.
그냥 적당히 둘러보다가 프랑의 푸른 눈이랑 쏙 빼닮은 색의 꽃이 있길래 그걸로 골랐다. 가슴에 꽂고 다니다가 개쪽 당하기는 싫어서 일단 들고 다니다가, 눈치를 보고 꽂아둘까 생각 중이다.
“사 줘서 고맙수다! 파티 잘 즐기셔!”
꽃집 아줌마한테 대충 손을 흔들어주고 영주 저택의 정문 앞으로 갔다.
─두웅!
영주 저택은 중세 뽕에 맞은 부자가 세운 것처럼 높고 긴 담장에 둘러싸여서 기껏 냉각시킨 심장을 다시 날뛰게 했다.
옛날에 고등학교 영어 시간에 봤던 위대한 개츠비의 저택이랑 좀 닮은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정문에 가까이 가자 갑옷을 치장한 경비병들이 창을 교차했다.
“거기 멈추십시오. 영주 저택에는 무슨 용무십니까?”
별 떨어진 행사날의 일병들처럼 군기가 바짝 든 경비병들. 4명의 경비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서 초대장을 확인하는 것이 나름 위압감이 있더라.
그보다 연미복을 입고 왔는데 무슨 용무냐고 묻다니. 존나 오늘 하루는 FM대로 일해야 하는 모양이었다.
“축하연의 초청객입니다. 아, 그런데 제 초대장은 먼저 온 일행들이 가져갔습니다. 그렇게 해도 된다고 들었는데요.”
“……죄송합니다만, 성함이?”
“아우둠라 길드의 모험가 노르드입니다. 여기 신분증.”
플레이트랑 체류증을 내밀고 이름이랑 신분을 확인받았다. 얼굴만 가지고 확인할 수는 없을 테니까.
─텅! 탕!
여러 사람들을 초대하는 날이라서 그런지 절차가 꽤 오래 걸렸는데, 중간에 경비병이 테이블에 부딪혀서 소란이 일어나는 꼴을 보니 웃겨서 긴장이 탁 풀렸다.
‘긴장해서 뭐 하냐.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인데.’
이런 연회나 모임은 내가 앞으로 이세계에서 출세하기 위해서 피하지 못할 일이었다.
유적을 발굴해서 업적을 세우면 내 후원자가 생길 것이다. 그들은 당연히 나와 연계되는 인맥을 늘리기 위해서 가끔씩 이런 무대를 마련할 텐데, 그때마다 쫄고 있어야 쓰겠는가!
“확인되었습니다. 안에 들어가시고, 안내를 따라서 이동해 주십시오.”
경비병은 그렇게 10분 정도 뒤에 나한테 출입 허가를 내려주었다.
아, 그렇구나. 이렇게 자기 발로 걸어와서 기다리는 초대객은 보통 없겠지. 다른 손님들은 다들 마차 안에서 기다렸을 것이었다.
저들도 내가 걸어서 오니까 당황해서 실수를 한 것 같았다. 약간 미안해지네. 나는 헛기침을 하며 목례를 했다.
“고생하십니다.”
“아닙니다. 들어가십시오.”
그렇게 문이 열리고, 나는 축하연이 열리는 영주 저택으로 발을 내디뎠다.
“이쪽입니다.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뚜벅이 노르드는 마차를 주차하는 과정을 통째로 건너뛰어 저택으로 들어갔다. 아메리칸 인싸처럼 정원에서 바베큐 파티라도 하는 줄 알았는데 파티는 실내인가 보다.
─두런두런.
파티홀에는 식어도 상관 없는 과자나 음식들이 깔려 있고 일찍 온 사람들이 모여서 얘기를 하고 있었다.
식전에 벌써 취기에 히힣 웃는 모험가도 보였다. 와 시발 난 저러지 말아야지.
그래도 다른 손님들도 가슴에 꽃을 달거나 꽂고 있다. 나도 돈 주고 사온 파란 꽃을 가슴에 꽂았다.
“선~배~♥!”
어디서 들어도 착각할 리가 없는 하트 뿅뿅 목소리였다. 빨간 드레스를 입은 라리루라가 종종걸음으로 다가온 것이었다. 나는 존나 쌉진지한 표정을 짓고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아. 이거 실례했습니다. 목소리만 듣고 제가 아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처음 뵙는 분이셨군요.”
“우와? 되~게 세련되게 맥이시네요~☆?”
“크크. 미안하다, 미안해.”
삐진 것처럼 눈을 부라리는 라리루라에게 사과를 했다.
하지만 저런 농담이 반자동으로 3점사 연발될 만큼 라리루라는 레드 톤의 드레스와 잘 어울렸다.
어깨가 트인 드레스는 이상한 장식 없이 시스루 프릴로 꾸며져서 라리루라의 예쁜 맨얼굴을 독보이게 만들어 줬다. 저 녀석은 광대옷 말고는 밋밋한 옷을 좋아하나 보다.
“농담이야. 한순간 몰라봤어. 잘 어울리네, 라리루라.”
“후후. 선배도 멋지셔요. 차라리 평소에도 연미복을 입고 다니시는 게 어때요?”
“망토가 무거우니까 사양할게. 그나저나, 너도 가슴에 꽂을 다 달았네. 그거 무슨 의미라도 있냐?”
나는 라리루라의 드레스에 달린 흰색 꽃을 가리켰다. 가슴에 꽂을 다는 것이 파티의 드레스 코드인 걸까?
“남성이 파티에 꽃을 가져왔다는 건 꽃을 줄 여성이 있단 뜻이고, 여성이 꽃을 달았다는 건 임자가 있단 뜻이에요.”
내가 궁금해 했던 점을 라리루라는 눈치 좋게 알려줬다.
아니 근데 시발 그런 문화가 다 있었다고? 꽃가게에 안 들렸으면 좆 될 뻔 했네. 나는 가슴이 철렁했다가 안심감에 한숨을 쉬었다.
“그랬구만. 알려줘서 고맙다. 근데 너 모솔 아니었냐?”
“모솔이요?”
“모태-솔로. 태어날 때부터 쭉 솔로라고.”
“……아핫♡! 0이나 1이나 거기서 거기 아니잖아요~? 우리 선배가 절 놀려댈 신분은 아니실 텐데에~?”
울컥한 라리루라는 표정을 감추며 반격을 시도했지만 괜한 발버둥이다.
수학이라는 학문에서 0과 1은 커다란 차이가 있다. 그걸 잘 아는 나는 아무런 데미지도 입히지 않았다.
폰겜에서 픽업이 끝난 한정캐는 등장 확률이 0%가 된다. 수억 원을 들여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렇듯 1%랑 0%는 하늘과 땅의 차이였다.
“그러시군요. 전 남친도 알고 계신가요? 아차, 우리 후배는 남친이 있던 역사가 없었지 참.”
“와아~☆! 선배, 나중에 식사에다가 매운 향신료를 잔~뜩 넣어버릴 거니까 기대하세요♡?”
“크큭. 해 봐라.”
바이오-캡사이신에 단련된 21세기 한국인에게 매운 맛 승부를 걸다니. 나는 킥킥대며 파티장을 돌아봤다.
“그나저나 프랑은?”
“시선이 모이는 게 부끄럽다고 대기실에서 히이이익 하고 계세요~.”
아 맞다. 우리 여친님 내성적인 애였지. 나랑 있을 때는 꽤 애교가 많다 보니까 깜빡했었다.
“옆에 같이 있어 드릴까 했는데, 선배한테 얘기를 전해 달라셔서 저만 나왔어요.”
“그래, 고맙다.”
물에 젖은 햄스터처럼 움츠러들었을 프랑이 눈에 선하다. 나까지 다 가슴이 아프군. 그때 라리루라는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꼬며 말했다.
“선배? 언니가 오실 때까지라도 좋으니까, 잠깐 저랑 있어 주실래요? 아까부터 말 거는 남자들이 있어서 곤란해요.”
“꽃을 달았는데?”
“다들 모험가라서 잘 모르시나 보더라구요~.”
“아, 그랬지 참.”
다른 모험가들도 나처럼 다른 사람들이 시키는대로 꽃을 달기는 했지만, 자세한 내용은 모르는 모양이었다.
“좋아. 안 그래도 하고 싶은 말도 있었고.”
“……하고 싶은 말요?”
─움찔. 라리루라는 3초 정도 동공에 지진이 났다. 얘가 혹시 뭐 오해하는 게 아닌가 걱정된 나는 얼른 얘기를 하려 했는데, 라리루라는 그보다 먼저 웃는 표정을 지었다.
“뭔가요~? 프랑 언니랑 떨어진 사이에 두 번째 아내라도 주우실 생각이신가요~♡? 하지만 그렇게 짜투리 시간을 활용한다고 할까, 남는 시간에 가볍게 거는 깃털 같은 작업에 팔려나갈 만큼 제 마음은 값싸지 않은데요~?”
“또또 기어오른다. 너 요새 안 맞았다고 살판 났지?”
“에이~ 시치미 떼시긴~♡”
─홱! 내가 딱밤을 날리려 들자 얼른 피한 라리루라는 몇 걸음 뒤에서 혀를 빼물었다.
“뭐, 좋아요? 저는 왠만한 부탁은 전부 웃으면서 들어줘 버리는 사랑스러운 후배니까요!”
그러고는 뒷짐을 지고 손가락을 뺨에 갔다댄다. 자기가 어떻게 하면 귀엽게 보이는지 잘 아는 사람의 몸짓이었다.
“앗. 그래도 반해달라는 부탁은 삼가해 주세요~★? 저는 아직 사랑을 몰라서 부탁받아도 난처하거든요!”
“까불지 말고 남친이나 사귀렴.”
“와아! 나 진짜 짜증나☆!”
축하연이 시작될 때까지 얘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얘길 마치고 과자를 주워먹으며 떠드는 것도 나름 재밌었다.
“노르드 님. 이쪽으로 와 주십시오.”
그렇게 식이 개시되기 1시간 전에 집사가 나를 불렀다.
축하연이라는 이름의 훈공식이라서 사전에 리허설을 하려는 것이었다. 지난 며칠 동안에 매일 3, 4시간씩 불려가서 연습하긴 했지만 말이다.
“예. 금방 가겠습니다. 라리루라. 갔다올게.”
“네에~. 멋진 모습 보여주세요~?”
집사를 따라가서 작은 방에 들어갔다. 에들린과 크롬웰과 경비대장이 근사하게 빼입고 기다리고 있었다.
“자, 그러면 저번에 했던 연습을 처음부터 다시 해 보죠.”
가볍게 눈인사만 나눈 우리는 집사의 말에 따라서 동작을 맞췄다.
어려울 건 없다. 영주도 모험가에게 어려운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나는 상병 때 연대장 앞에 가서 표창도 받아본 경험을 살려서 호흡을 맞추었다.
그리고 때가 찾아왔다.
“죠테루 폰 헨네시스 영주님의!! 입장이십니다!!”
오후 5시. 파티홀의 랜턴이나 촛불을 뽐내기 좋은 시간에 축하연이 시작되었다.
손님들은 대화를 멈추고 예의를 차렸다. 나도 입술을 존나 깨물어서 사르가디스 영주의 근엄한 얼굴과 어썸한 이름 사이의 갭에서 웃음이 빵 터지는 것을 필사적으로 참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