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4화 (154/1,009)

티르시가 하수도 정찰 의뢰에서 썼던 것과 같은 응용법!

“주모! 여기 <번개의 화살> 단 하나!!”

생성한 전기구슬을 발사했다. ─피잉! 번개 덩어리지만 속도는 진짜 번개처럼 빠르진 못했다. 건전지에 전기가 들었다고 던질 때 뇌속으로 날아가지는 않는 것과 같았다.

“그딴 걸 맞겠냐 병신아!!”

꼴에 짬은 있는지 내가 타겟으로 삼은 모험가는 움직여서 몸을 피했다. 원래 <화살> 마법은 단발로 쏘는 게 아니라서 그렇다.

하지만 나는 그 새끼 가까이로 화살이 날아갔을 때, <화살>을 응축시키던 마나를 해방했다.

“싼다-브레이크!!”

“억?! 으기기기기기기기긱!!”

─파즈즈즉!!

전기구슬이 파열하며 번개가 마구잡이로 튀겨댔다!

화살의 궤도에서 피했던 놈은 1미터 가까이 퍼지는 뇌격에 감전되어 몸을 꽈배기처럼 비틀었다.

─풀썩! 테이저 건에 맞은 마약 중독자처럼 풀밭에 와꾸를 묻고 허리를 떨어대는 양아치 모험가였다.

“병신.”

나는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다른 화살은 이런 식으로 응용 못 하겠지만 <번개의 화살>은 달랐다.

압축에서 해방된 순간, 전자(電子)는 지들 좆대로 공기 중을 흘러가며 흐트러진다. 전류가 발생해도 전압이 존나 낮기에 위력은 부족하지만, 감전에는 부속 효과가 있지 않은가!

감전된 모험가 놈도 명줄은 붙어있다. 마비가 된 상태라서 움직이지는 못하겠지만 말이다.

실력이 좋다면 금방 회복하거나 마비에 안 걸렸겠지. 나는 제 2, 제 3의 화살을 계속해서 띄웠다.

“<번개의 화살>! <번개의 화살>! <번개의 화살>──!!!”

“시발!! 비, 비겁한 새끼야!! 으갸갸갸갸갹─!!”

“번개!! 피해욧!! 갸르르르르르륵?!”

“뛰어! 달라붙어! 가까이 가면 저 새끼도 마법은 못 써!!”

머리가 좀 돌아가는 새끼가 지시를 내렸다. 팩트였다.

이 광범위 감전 공격은 피아 구분이 안 된다. 근거리에서는 못 쓰는 것이었다.

아예 티르시처럼 마법의 술식을 개조한다면 모를까, 가까운곳에서 터지면 나도 감전될 것이었다. 최대 사거리도 5~6미터 정도라서 좀 더 연습이 필요하다.

“이리 와, 썅년아!!”

그때 소리 죽여 접근한 모험가가 다나에게 손을 뻗었다.

아마 인질로 잡을 생각이었나 보다. 나는 창을 지팡이처럼 들고 마법을 쏴제끼며 그 병신의 명복을 빌어주었다.

“──썅년?”

다나가 눈꼬리를 사납게 세웠다. 언제는 따라와서 술이나 따르라고 하더니 수틀리니까 썅년이라. 저건 누구라도 빡칠 만 했다.

─턱! 뻗어오는 손을 잡아채는 다나.

“야. 내가 썅년이면 너는 뭔데?”

“어, 어? 이익!!”

우악스러운 악력에 놀란 병신이 급하게 다른쪽 주먹을 내질렀다.

아이고, 병신아. 무기를 뽑았어야지. 고개를 틀어서 주먹을 피한 다나는 무릎차기를 날렸다.

강렬한 니킥이 가죽갑옷을 입은 병신의 명치를 올려깠다. 발이 공중에 뜬 병신을 다나는 볼링핀처럼 휘둘러서 양아치 모험가들에게 날렸다.

“싹 다 꺼져, 발정난 새끼들아!!”

“어하아아아악!!”

“끄아아아아아악!!”

콰앙─!

두 명이 플라잉 병신을 받아주려다 같이 쓰러졌다. 나는 그 사이 좋은 병신들을 겨누고 전기구슬을 쐈다.

“으갸갸꺄갸갸갹꺅!!”

“기기기기기기기기긱!!”

그렇게 10명 있던 양아치 모험가들은 모두 전기통닭으로 취직할 수 있었다. 나는 가장 먼저 앞니를 전부 뽑아준 말라깽이를 잡아서 일으켜 세웠다.

“죄, 죄송합니다!! 살려주십쇼!!”

코피 터진 코를 누르고 있던 2분만에 자기 친구들이 전부 새 직장에 취직한 것이 놀라웠던 걸까. 내 무자비한 손길에 말라깽이는 냅다 목숨을 구걸했다.

하긴 같이 앰생을 살던 친구들이 과거를 청산하고 통닭이 되기로 마음을 먹었으니 그 얼마나 놀랍겠는가!

그들의 삶을 계도해준 통닭 마스터인 나는 냉엄하게 말했다.

“일어나, 새꺄. 똑바로 서.”

“넵!!”

“그러게 누가 깝치래? 니들 같은 놈 자주 봤어서 걍 넘어가 주려고 했어. 내 아내들이랑 친구들한테 지랄만 안 했어도 그렇게 했을 거다.”

“아내분들…… 이요?”

“왜 씨발아. 누가 누군지 궁금해?”

“아, 아닙니닷!!”

군기가 바짝 들어서 대답도 빠르다. 나는 만족스럽게 끄덕이고 고개를 까딱했다.

“엎드려, 새꺄.”

망설임없이 엎드리는 말라깽이였다.

가혹행위에 대한 저항이 0%다. 역시 모험가는 체육계인가. 말 존나 잘 듣네. 나는 창대로 놈의 허리를 툭툭 쳤다.

“머리 쥐어짜지 말고 아는대로만 대답해. 니들 여기 유적에 들어가기는 했냐? 어디까지?”

“예, 옙! 2층까지 갔었습니다!”

“몬스터가 나온댔지? 어떤 놈들이냐?”

기왕 이렇게 된 거 얘기나 들어 보기로 했다. 적당히 지져주고 넘어가면 이 새끼들한테 참교육을 배풀어 준 보수를 못 받지 않겠는가.

“그, 그. 소름 끼치게 생긴 놈들이었습니다. 두 발로 걷는 곤충 같은 놈들인데 눈깔이 어딘지도 모르겠고 간질에 걸린 것처럼 몸을 쉴새없이 떨어대는 것들이었습죠.”

“세냐? 아니, 아니지. 센 놈들이면 니들이 살아 있을 리가 없겠구나.”

“예, 예. 그렇습니다. 생긴 건 소름돋지만 대단한 놈들은 못 됐습니다.”

“다른 소식은? 안쪽에 들어가면 위험한 놈들이 나온다든가, 뭐 들은 게 있을 거 아냐.”

“그게…… 저희는 다른 탐험가들과 얘기를 하거나 하지를 못 해서…….”

시발. 도움이 안 되네.

됐다. 바랄 걸 바래야지. 고향에서 같이 사고치고 다니다가 삥 뜯은 돈으로 모험가를 하겠다고 상경한 새끼들일 텐데, 이 놈들이 알아봤자 뭘 알겠는가.

“야. 그러면 저기 있는 사람들 얘기라도 아는대로 불어.”

그때 다나가 던전 입구에 진을 친 텐트를 가리켰다.

“니들도 여기서 죽치고 있었을 것 아냐. 그럼 얘기를 안 해 봤어도 뭐 하는 사람들인지는 대충 알지?”

“예, 옙! 저기 놈들은 사르가디스나 헤이스벤트에서 몰려 온 모험가들이나 탐험가, 그리고 헤르마이온 상인 길드입니다!”

“상인 길드?”

그 말에 나는 텐트가 모여있는 곳을 다시 보게 되었는데, 많고 많은 텐트들 중에서도 군계일학인 곳이 있었다.

‘숫자도 많고 텐트의 질도 좋아 보이는군.’

가운데에 놓인 텐트에서는 작게 마나까지 느껴졌다.

시발, 설마 저거 매직 아이템인가? 이세계에서 마법이 부여된 텐트라고 하면 거의 캠핑카나 다름이 없다. 자본주의의 망령이나 유적 털이에 잔뼈가 굵은 상인일 것이었다.

“쟤들 성격은? 니들처럼 참견해 오고 그러냐?”

다나의 물음에 말라깽이는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니오. 유적 안에서 마주쳤을 때도 무시하더랍니다. 그래도 저 녀석들이 가장 안쪽까지 진행했을 겁니다. 파티가 유적에서 나오는 빈도가 제일 적거든요.”

“그건 근거가 안 되죠. 당신들 같은 오합지졸이라면 3층을 탐색하는데도 삼일 밤낮은 걸릴 것 아니에요.”

“헤, 헤헤. 그렇습죠. 역시 마법사님이십니다!”

티르시도 성희롱이 불쾌했는지 매도가 매서웠다. 말라깽이 새끼는 엎드린 상태로 배알 없이 실실댔다.

뭐, 됐다. 나를 넣은 고학력자 3인은 몇 가지 알아둬야 할 사항을 캐묻고 말라깽이를 위협하던 창대를 치웠다.

“자, 이걸로 우리는 용무 끝. 다시 우리 눈 앞에서 이딴 짓 하는 거 걸리면 그때는 뒤진다.”

나는 그렇게 말라깽이를 방치했다.

경비병에 넘기기도 귀찮고, 삥 뜯는 놈들은 널리고 널려서 잘 잡아주지도 않는다. 더 이상 상대해 봤자 우리만 손해였다.

“라리루라☆킥!!”

“구엑!!”

피날레로 라리루라의 발차기에 날아가는 말라깽이. 아마도 꼬맹이 취급을 받았던 것이 상당히 배알이 꼴렸던 모양이다.

─팽그르르! 쿵!

여리여리한 여자애한테 걷어차여서 회전하는 성인 남자의 꼬라지는 존나 인상 깊었다.

여자들도 단련하면 남자를 줘 패버릴 수 있으니까 일처다부제 같은 제도도 생겨나고 그러는 게 아닐까. 그런 실없는 생각이 드는 광경이었다.

창대를 어깨에 맨 나는 죽은 척을 하는 병신들에게 말했다.

“야. 니들 깨 있는 거 안다. 한 명씩 찔러서 깨우기 전에 꿍쳐놓은 유물 있으면 뱉어.”

“……예.”

그렇게 우리는 놈들한테서 유적에서 쌔벼온 물건들을 몇 개 건네받고 던전 입구로 이동했다.

이건 삥 뜯기가 아니다. 우릴 노렸던 양아치들에게 적절한 위자료를 받았을 뿐이다.

음. 존나 그렇고 말고.

“아-핫핫핫핫!! 전진, 또 전진이에요!!”

유적에 돌입하기 전에 10분 정도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런 홍소(哄笑)가 황야에 울려퍼졌다.

“윽……. 뭐, 뭐야?”

프랑은 마나를 각성한지 얼마 안 돼서 귀가 아팠는지 약간 인상을 썼다. 마나 버프로 예민해진 오감에 적응하기 전까지는 저렇게 되는 것이었다.

‘존나 시끄럽네.’

나는 프랑의 귀를 대신 막아주며 민폐천만한 노이즈의 주인을 찾았다. 어떤 씹새가 대낮부터 고성방가를 해대는지 낯짝이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그 씹새의 정체는 목 졸린 앵무새 같은 하이 소프라노 톤의 여자였다.

“디스뮤크!! 신속하게 움직이세요!! 시간이란 곧 돈! 시계추 소리 한 번에 손에서 동전이 한 닢씩 떨어지는 거랍니다!!”

“예, 아가씨.”

주황색 생머리 여자의 명령에 갑옷을 입은 집사 같은 남자가 대답했다. 왼손 약지에 반지를 낀 여자는 피가 튄 머리를 손수건으로 닦으며 유적으로 강하했다.

여러 명의 모험가인지 병사인지 모를 인원이 그 여자를 뒤따랐다.

뭐지 시발. 저런 뒤지게 큰 목소리로 바로 옆에 있는 사람한테 말을 건 거야? 에너지 낭비 씹오지네.

“앗. 저 사람. 저 사람이에요, 선배!”

링링이 3.5호에서 내려와 있던 라리루라가 말했다.

“저 여자가 뭐?”

“헤르마이온 길드요. 아까 그 여자가 차고 있던 갑옷의 문양, 로마니아에서도 봤었어요☆! 긴가민가했었는데 직접 보고 나니까 떠오르네요~.”

“……로마니아의 길드라고? 사르가디스나 헤이스벤트에 지점이라도 있나?”

“글쎄요~? 아마 여기가 오르왈리아의 유적이라는 소식을 듣고 온 게 아닐까요? 마침 근처에 있었다든가?”

“아아. 오르왈리아는 로만-브리타니아였던가.”

고대문명 시기에 브리타니아는 약소국이었다.

옆에는 바이킹들이 해적질을 하거나 원시 고대 로마니아가 영토 확장에 힘쓰거나 하는 포지션이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강대국 사이에 낑겨서 자기 입지를 확보하느라 개고생을 하는 나라! 시발 존나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네.

아무튼 그런 나라였기에 현대 로마니아의 전신(前身)이던 나라에게 침략을 당한 적도 많았다. 로만-브리타니아란 그 영향으로 두 국가의 인종이나 문화가 섞인 국가를 의미했다.

“로마니아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이라면 여기 올 만 하겠다. 자기 고향의 옛날 유물을 가져가면 다들 좋아할 거구.”

프랑이 말했다. 로마니아에서는 유적 탐사가 국책 사업으로 돌아가고 있어서 남은 유적이 거의 없으니까.

근처에 있던 대표자가 사람을 모아서 탐사 중인 게 아닐까? 급하게 모은 인원으로 탐사의 최선두를 달리고 있다니 존나 자본의 힘이 대단하긴 하다.

로마니아의 젖꼭지를 빨고자 모여든 남자들은 아가씨라고 불린 여자를 호위하며 구덩이 안으로 사라졌다.

하룻밤 쉬고 탐색을 재개하는 걸까? 그렇다면 탐사 1티어 길드가 안을 헤집어줄 지금이 차분하게 안을 탐색할 찬스였다.

“가죠. 이번 탐사에서는 내부의 분위기와 난이도를 확인하하고 1층, 즉 탑의 ‘옥상’을 조사하겠습니다.”

의뢰주인 다나의 말에 파티원들은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

오늘은 여기에 임시 거주지를 확보할 생각이 없어서─빈 집을 봐 줄 사람이 없으니까─ 텐트도 안 쳤다. 상황을 보고 텐트를 지켜줄 사람을 고용하거나 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우리도 유적이 있는 구덩이로 들어갔다.

거의 공룡 화석을 출토하는 커다란 싱크홀처럼 변해버린 내부에는 돌로 만든 건물의 바닥이 보였다. 저게 탑의 옥상인가 보다.

“……보고받은 것보다 큰데.”

다나가 작게 중얼거렸다. 싱크홀 안은 존나 커다랬지만 그 탑의 옥상은 아직도 전모가 파헤쳐지지 않은 것이었다.

‘한 층 한 층이 운동장 크기 쯤은 되겠어.’

이 크기, 역시 보통 유적이 아니다. 티르시는 무릎을 꿇고 앉아서 건물의 부숴진 조각을 주웠다.

“먼저 온 사람들이 구멍을 내 놨네요. 벽이 굉장히 튼튼한 보이는데, 고생 깨나 했겠어요.”

“저희는 편해서 좋죠 뭐.”

“후후. 그렇긴 해요.”

웃으며 대답하는 티르시. 아마 딴 사람들이 굴착도구를 가져와서 며칠에 걸쳐 뚫었겠지. 그렇다면 선두랑 차이가 크게 벌어지지는 않았을 수도 있겠다.

“내려가자.”

우리는 선두가 뚫은 구멍을 타고 내려갔다.

탑의 층층은 넓이만큼 높이도 높았기에 마나로 신체 강화를 못 하는 티르시는 링링이 3.5호의 신세를 졌다.

“<수사의 랜턴(Friar's Lantern)>.”

“아핫♡ 저는 그냥 랜턴☆!”

티르시와 라리루라가 어두운 탑 안을 불빛으로 밝혔다.

광원(光源)은 후위의 몫이다. 싸우는 중에 집중이 풀렸다간 갑자기 불빛이 사라지면 좆 되는 수가 있으니까.

나는 불빛이 밝혀준 실내를 확인하고 인상을 썼다.

“뭐야 이건. 바리케이드냐?”

“……시발, 여기는 전선기지라도 됐나?”

다나의 표현이 존나 적절했다.

선행한 모험가들이 죄다 좆창을 내 놓긴 했지만, 있는 물건을 모아서 보강한 듯한 입구는 부족한 재료로 어떻게든 장애물을 세워놓은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이런 장애물은 당연히 ‘적’을 막기 위한 수단이다.

후세에 탑을 찾아올 침입자를 막으려고 세운 걸로은 안 보였다. 아마도 당시에── 고대문명이 멸망하기 전에 만들어 둔 것이겠지.

그들이 막으려고 했던 ‘적’이란 대체 누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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