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8화 (188/1,009)

하지만 베로니카는 어떤가!

그녀는 오랜 시간 동안 노력을 거듭해서 얻은 마나를 빼앗겼다. 그런데도 나를 진정시키고 혼자서 교수에게 맞설 각오까지 하지 않았던가!

그런 베로니카의 숭고함에 비하자면 내 분노는 합당하다고 하기에도 부족할 정도였다.

─화르르르르륵!!

덮쳐오는 분노가 더한 슬픔과 자책감에 블랜딩 되어갔다.

밀크쉐이크를 방불케 하는 하얀 불꽃이 나의 심상에 피어올랐다. 불꽃은 베로니카와 꿈에서 보았던 태양처럼 빛나며 교수 슬레이어의 형상으로 변해갔다.

시간감각이 돌아왔다. 오우거 교수의 주먹이 코앞에 있었다.

나는 바닥을 박차고 그 추악한 살의를 피해냈다. 야수회귀의 푸르른 녹색이 유성처럼 잔상을 남겼다.

아까 전에는 공격을 피하기 급급했던 내가 엄청난 속도로 권격의 사정권을 벗어나자, 오우거 교수는 공격하는 것도 멈추고 경악을 했다.

마치 언제까지고 자신의 손아귀에 있으리라고 여겼던 대학원생이 취직하러 떠나버린 교수처럼 말이다.

─화르르르륵.

나는 창대에 이마를 댔다. 교수 슬레이어가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야수회귀에 사용되는 마나 카테터가 요동치는 것을 느끼며 창을 들었다.

“네가 흐르게 한 눈물만큼 피를 흘려라.”

창술의 묘리가 미스릴 창을 맴돌았다.

발악하는 것처럼 뻗어온 주먹을 휘감아서 튕겨냈다. 양면에 날이 달린 창 끝에 감기자 오우거 교수의 주먹은 걸레짝이 되었다.

3개의 주먹이 동시에 내질러졌다. 창을 돌려서 막아내고 강하게 몸을 튕겼다. 창을 내려찍었다.

가드를 시도한 오우거의 팔이 잘려나갔다.

“Owwwwuuu!!!!”

팔이 하나 줄어들었지만 오우거의 분노는 아직도 위협적이었다. 흘려내도 못 버틸 힘을 담아서 날린 주먹은 무거웠다. 오산이 있다면 나를 덮은 마나의 가죽을 뚫을 위력은 없었다는 점 하나 뿐.

위력 부족을 깨달은 오우거는 잘려나간 팔을 버림말로 사용했다.

내 창을 피를 뿌리는 팔로 받아냈다. 바람을 찢어내는 권격이 난타처럼 작렬했다. 의미가 없던 주먹질은 우공이산의 집념이 되었다. 둔중한 타격이 내 몸에도 쌓여갔다.

그때, 방패로 삼은 팔이 썰려나가도 통증을 잊은 것처럼 투쟁하던 오우거의 눈에 이성의 빛이 돌아왔다. 마나의 용트림을 느낀 것이었다.

【노마법사는 일어나 슬레이프니르의 등에 안장을 놓는다(upp reis alda gautr ok hann á Sleipni söðul of lagði).】

어느새 인간형으로 변신한 베로니카의 몸을 룬 문자가 휘감았다. 티르시도 완드를 세우고 함께 주문을 외웠다.

한눈을 팔려던 오우거의 이성을 팔의 통증이 막은 듯 했다. 나에게서 눈을 뗐다간 뒤진다는 직감은 실제로 그 새끼의 목숨을 살렸다.

정확하게는, 목숨만 살렸다.

오우거의 무릎을 창 끝이 스쳤다. 나는 연골이 잘려나가며 고개를 숙인 머리통을 창대로 올려쳤다.

“AAaaaaaaaaa!!!”

턱이 흔들리면 뇌까지 맛이 가야 할 텐데, 오우거는 터프한 체력으로 내 옆구리를 걷어찼다. 자세를 못 갖췄던 나는 체중 차이로 인해서 옆으로 날아갔다.

오우거가 기면서 티르시와 베로니카에게 달려갔다.

“카흐흑!! 허억, 헉!!”

오우거의 눈에 공포가 서렸다.

숨이 턱까지 찬 오우거는 남보다 더 많은 팔다리로 추하게 바닥을 짚고 달렸다. 그게 싸우기 위해서였다면 나도 생각하는 바가 있었겠지만, 놈의 질주는 살기 위한 발버둥이었다.

사람의 본성을 알려면 권력을 주거나 궁지에 몰아넣으라고 했던가.

그런 말을 아는 내가 보기에, 이 오우거에게 왕을 자칭할 풍격은 없었다.

마법을 버리고 야만한 주먹질을 시작한 끝에, 빼앗긴 옥새도 포기하고, 범용한 몬스터처럼 흙바닥을 달리는 이 오우거에게는 말이다.

─푸화아아아아아아악!!

나는 압축분사된 증기의 추진력으로 자세를 고쳤다. 무영창으로 발동한 <구름 소환>이었다.

주문을 외우지 않아도 어째선지 그렇게 할 수 있을 거라는 직감이 들었다. 나의 성장에 교수 슬레이어가 어린 아이처럼 기뻐하며 손뼉을 쳤다.

“카아! 빈 모그 그타자크 차!”

나는 그 아무 뜻도 되지 않는 고성을 내지르며 오우거의 옆구리에 로켓 같은 날아차기를 날렸다.

“벡터-파이널 벤트!!”

“Woaaaaaaa!!!”

압축분사의 추력으로 발하는 초고속의 노르드 킥이 오우거 새끼의 몸을 날려버렸다.

【그는 니플헤임의 깊은 곳으로 내려간다(reið hann niðr þaðan niflheljar til), 죽은 자들이 머무는 터로(fyr Niflhel neðan; hinig deyja ór helju halir).】

베로니카의 영창을 들으며 나는 오우거의 갈비뼈가 박살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구용사의 각력과 하얀 사냥꾼의 절기가 조합된 일격에 왕을 꿈꾸던 도둑놈의 몸이 버티지 못했던 것이었다. 좆됐군. 실수했다. 갈비는 뼈째로 뜯어야 하는 건데.

“ᚺ(Hagalaaaaaaaaaaaaz)!!!!!”

“<빙벽(Ice wall)>.”

오우거는 바닥을 구르며 남은 손을 베로니카에게 겨눴다.발사된 뇌격을 얼음 벽이 막아냈다. 티르시가 완드를 향하고 영창을 생략한 <빙벽>을 세워낸 것이었다.

【뼈에서 뼈로, 혈액에서 혈액으로, 사지에서 사지로(ben zi bena, bluot si bluoda, lid zi geliden). 뼈를 비틀고, 피를 비틀며, 사지를 비틈으로(ose benrenki, sose bluotrenki, sose lidirenki).】

그러는 중에도 베로니카는 눈을 감고 땀을 흘리며 주문을 외웠다.

베로니카는 저주 때문에 집중하기 어려웠기에 사전에 영창 중에는 나랑 티르시에게 방어를 일임하기로 했던 것이었는데, 한 번이면 충분하다던 그녀의 말은 틀린 것이 없었다.

【노마법사는 지옥에서 도래한 사냥개를 맞이한다(alda gautr mætti hann hvelpi, þeim er ór helju kom).】

손을 든 베로니카는 낫으로 곡식을 수확하는 것처럼 손가락을 슬라이드하며 마법을 완성했다.

【진눈깨비의 소나기(Krapadrífa).】

발생한 것은 바위도 뚫어버릴 우박의 눈보라였다.

어딘지도 모를 곳에서 솟아난 우박 세례가 오우거의 몸을 갈아버릴 것처럼 두들겨댔다. 범위에 있던 나보다 커다란 바위가 3초만에 돌부스러기가 되어서 쏟아졌다.

과연, 룬 마법이 왜 전투용이 아니라고 하는지 존나 잘 알 것 같은 기분이었다.

저런 마법을 쓸 수 있는 베로니카도 룬으로는 머리에 돌 떨구기 같은 것밖에 못 하는 거구나.

“ᛃ(Jēra)!!”

오우거는 마법 내성으로 버티며 끝까지 저항했다. 죽음을 피하기 위해서 마나를 흡수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오그헤스의 천년왕국에!! 저주받은 종족은 필요없다!!!”

“아니오. 집행자가 백성의 가치를 정하는 것이 아니에요. 집행자의 가치를 백성이 정하는 거죠.”

오만한 단언에 그리 대답한 것은 티르시였다. 티르시는 오우거에게 들리도록 육성으로 말하며 완드를 들었다.

“아욕을 위해서 나라와 국민을 찾는 권력의 망자가, 왕을 자처하지 마세요.”

티르시는 주문을 외워서 완성한 중위급의 바람 마법을 해방했다.

“<거신의 휘수(Etten's Refusal)>.”

우박의 눈보라를 회오리가 빨아들였다. 부딪히고 지나가던 얼음조각은 청소기에서 돌아가는 먼지처럼 회전했다. 오우거는 거기에 말려들어간 종이조각처럼 그림자만 남아서는 팔과 다리가 조금씩 사라져갔다.

1초가 1분 같던 우박의 폭풍이 그친 자리에는 한 포대의 냉동육이 남았다.

나는 피를 턴 창을 어깨에 기대며 뇌까렸다.

“선학께서 이르시길, 패도는 죽어 마땅하다 하셨지.”

역시 옛말에는 틀린 게 하나 없는 법이었다.

【……조금 힘들구나.】

오우거 패도필리아 킹을 처치한 베로니카는 망아지로 돌아오지 않고 무릎을 꿇었다.

“피곤할 만 하지. 그냥 변신 풀어.”

나는 흙바닥에 앉아버린 베로니카에게 그리 물었다.

별로 안 어렵다는 <번개의 화살>도 쓰려면 빡집중을 해야 하는데 고위 마법은 말할 것이 있을까! 저주 페널티의 생리적인 고통을 버티면서 영창하는 것은 존나 힘들었을 것이었다.

내 말에 베로니카는 고개를 저었다.

【다 끝날 때까지는 버텨 보마. 나도 마음 같아서는 버티면서 계속 이 모습으로 있고 싶다만, 생각보다 훨씬 버거우니 그건 힘들 듯 하다.】

“힘내. 나중에 다른 저주를 풀 방법도 알아낼 수 있겠지.”

베로니카가 망아지 모드로 돌아갔다. 나는 냉동 오우거의 몸통을 창대로 찔러봤다. 좀비 오우거여도 이렇게 씹창이 나면 명줄이 붙어 있진 않겠지.

‘아이템 루팅은 물 건너갔나?’

마법으로 갈아버리기 전에 유물이라도 챙겨서 다행이다.

‘아니지. 다행인 게 아니라 이게 제일 유니크템이잖아?’

나는 오우거 새끼가 애지중지하던 룬 스톤을 꺼냈다.

손잡이가 부러진 옥새.

그런 느낌의 돌멩이였다. 손떼인지 뭔지에 풍화된 룬 문양이 나침반의 동서남북 표시처럼 새겨져 있었기에 룬 스톤이라는 건 확실할 듯 했다.

도장처럼 밑부분에는 양각된 문양도 있다. 무슨 문양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일단 룬은 아닌 모양이다. 그 오우거 새끼가 주구장창 떠들던 왕의 표식 같은 걸지도 모르겠다.

‘중요한 건 겉모양이 아니지.’

나는 옥새를 쓰다듬었다. 손에 쥐고만 있어도 굉장한 양의 마나가 느껴졌다. 내 입꼬리가 지 혼자서 승천을 해댔다. 난 미래도구를 꺼내는 도라에몽처럼 소리쳤다.

“그렇지! 유물이라고 하면 이래야지!”

자고로 고대문명의 유물이라고 하면 파워 엘릭서 같은 게 아니라 이런 개쩌는 물건이 나와줘야 맞지 않은가!

‘씨발. 이 맛에 고고학자를 하는 건데, 왜 유적 가챠에서는 파워 엘릭서가 튀어나오고 전직퀘에서 오우거가 에픽템을 쳐 뱉는 것이지?’

왠지 억울했지만 기분은 째졌으니까 됐다.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나.

【그대여. 내게도 보여다오. 놈에게 빼앗긴 마나를 되찾을 방법을 찾겠다.】

내가 베로니카에게 룬 스톤을 건네자 그녀는 얼굴을 찌푸리면서─아마 저주 때문이겠지─ 말했다.

【구조는 단순하구나. 흡수한 마나를 저장하고 활용하는 유물이다.】

“우리 마나만 추출하는 건 가능해?”

【가능하다. 룬의 마나는 문자마다 개성이 강하니까. 그대도 ᚲ(Kenaz)와 ᚨ(Ansuz) 정도는 구분할 수 있을 것 아니냐.】

“아, 그르네. 티르시는?”

오우거 새끼가 티르시의 마나도 가져갔던 게 떠올라서 그리 묻자, 베로니카는 티르시에게 말했다.

【계집── 이라고 호칭은 염치가 없겠군. 티르시여. 네가 빼앗겼던 마나를 돌려주는 건 손쉬운 일이지만, 어쩌겠느냐? 회복되는 것은 소모성 마나일 것이다.】

“네. 저는 마음만 받을게요. 제가 돌려받아봤자 마나 포션을 마시는 거랑 똑같은걸요.”

【그렇다는군.】

“그래요? 티르시가 됐다면 저는 상관 없어요.”

나는 고개를 까딱였다.

내 마나통에 차는 마나처럼 쓰고 나서 회복되는 마나가 있고, 룬의 마나처럼 계기 없이는 못 얻는 대신에 소모되지 않는 마나도 있다.

마나통의 마나가 저금통의 동전이라면 룬의 마나는 적금 통장 그 자체였다.

보통의 마나는 다 써버려도 마나 포션이나 자체 회복력으로 회복되지만, 나랑 베로니카는 통장 째로 도둑맞은 거라서 되찾지 못하면 새로 통장을 파야 할 상황이었던 것이다.

【시작하마.】

베로니카는 그리 말하고 유물을 운용했다. 옥새에서 햇빛에 비친 씨디 표면처럼 이상한 무지개 빛이 쏟아졌다. 그 빛은 나랑 베로니카에게 빨려들어갔다.

“오오.”

나는 룬의 마나로 새 룬을 습득할 때랑 비슷한 감각에 감탄을 했다. 원래 가지고 있던 ᚲ(Kenaz)와 ᚨ(Ansuz)의 룬이 부활했다. 꺼졌던 전구에 불이 들어온 것처럼 말이다.

【이게 전부로군.】

베로니카는 유물을 멈추고서 나한테 돌려주었다.

【그대에게 주마. 남은 것은 평범한 마나다. 많은 마나를 써야 할 때나, 전투 중의 빠른 마나 회복에는 쓸모가 있겠지.】

“어. 파티 공동 자재로 쓸게. 티르시? 앞으로 마나가 부족할 때는 말하세요. 아니면 아예 티르시가 들고 다니실래요?”

“제가 훔쳐가면 어쩌려고 그러세요. 단단한 신뢰관계도 더 큰 이득 앞에는 무너지는 거에요.”

손까지 들며 단호하게 거절하는 티르시. 금전 관련해서는 맺고 끊는 게 확실한 사람이라니까. 나는 알겠다고 대답하고 옥새를 챙겼다.

‘좋은 부수입을 얻었군.’

고대문명의 MP 보조 배터리!

이건 파티끼리 필요할 때마다 돌아가면서 쓰도록 하자.

오우거 새끼 부랄 옆 30cm에 있던 걸 그냥 쓰면 존나게 찝찝하니까, 나는 이따가 티르시한테 소독해달라고 부탁해 달라고 부탁하기로 했다.

【후우.】

베로니카는 일을 다 하고 망아지 모드로 돌아왔다.

아니지. 저게 원래 모습은 아니니까 돌아왔다는 말은 잘못된 거겠지만, 아무튼 말로 변신했다. 그러고는 발굽 소리를 내며 목례를 했다.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구나. 이 보답은 차후에 하마. 우선 여기까지 온 김에, 이 유물에 모아놓은 마나로 그대에게 주기로 했던 룬 스톤을 가지고 와도 되겠느냐?】

“베로니카 씨. 그 전에 승급 시험관의 생사부터 확인해야 해요.”

티르시가 끼어들어서 말했다. 아, 맞다. 솔직히 나도 깜빡 했었다. 오우거 새끼랑 싸우는 중에 머리에서 사라져버렸던 것이었다.

아마 교수 슬레이어와의 재회가 너무 감동적이었던 모양.

【아아. 그랬었지. 내가 너무 내 사정만 생각했구나. 용서해 다오.】

“저한테 사과하실 건 없구요. ……저도 솔직히 살아있을 거라곤 기대하지 않으니까요.”

울적해 보이는 티르시가 말했다.

우리가 유품이라도 회수해서 길드에 가져다 주도록 하자. 독고다이 인생을 사는 모험가라도 파티원들 정도는 있겠지.

【허면 어쩔 생각이더냐? 살아있는 상대도 아니고 시체를 찾아서 이 숲을 찾아헤매려면 오늘 중에는 불가능할 것인데.】

“남에게 떠넘기는 느낌이라서 미안하지만, 이런 일은 전문가에 맡기는 수밖에요. 노드르, 괜찮죠?”

전문가라니. 거창한 느낌이라서 거북했는데 또 틀린 말은 아니어서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먹이만 줘도 남의 프라이버시 따위는 부엽토 경단처럼 좆으로 보는 동물들이 오우거의 거취를 불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내 천직은 고고학자가 아니라 모험가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창대로 바닥을 찍고 말했다.

“그러죠 뭐. 근데 이번엔 좀 다른 수단을 써 볼까 합니다.”

“다른 수단이요?”

“이렇게요. ᚨ(Ansuz).”

나는 흙바닥에 창대로 룬을 새겼다.

─스화아아아아악.

내 몸통보다 굵은 오우거 냉동육에서 영혼이 피어올랐다.

존나 예상대로여서 나는 눈도 꿈쩍하지 않았다. 그렇게 목숨에 집착하던 새끼가 어디 벌써 성불했겠는가. 뒤져서도 자신만의 랩실 왕국을 포기 못 했던 오우거가 눈을 떴다.

─이, 이것은!

“교수님, 교수님. 이런데서 주무시면 감기 걸려요.”

─탁탁. 다정하게 웃은 나는 거꾸로 든 창대를 몽둥이처럼 손바닥에 쳤다. 그러자 베로니카와 티르시가 흥미를 보였다.

【이 기색은…… 그대여. 영과 접신한 거로구나?】

“영혼이요? 설마 오우거의 영혼?”

“맞습니다. 베로니카. 너한테도 안 보이냐?”

【ᚨ(Ansuz)의 위령(慰靈)은 술자와 영의 의사를 교류하는 기술이다. 접신한 영혼은 술자밖에 보지 못하지. 나는 영매(靈媒) 계통에는 적성이 없기에 이런 기예는 하지 못하느니라. 마나의 느낌으로 위치는 짐작이 가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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