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2화 (212/1,009)

나는 후방을 가리켰다. 다나가 성표(聖表)를 내밀고 있었다.

꽈배기처럼 꼬인 2마리 뱀이 ○자 모양으로 말린 조각상! 저게 다나가 몇 개인가의 마법을 쓰는데 애용하는 매개체다. 랩실 노예 시절에 자주 봤어서 낯설지 않은 물건이었다.

로마니아 교단에서 다루는 성표를 흉내내서 쓰는 거라던가. 성직자의 힐=언데드 에프킬라라는 공식은 이세계에서도 잘 통했기에, 우리 눈나는 오늘의 메인 딜러인 것이다.

【흐음. 픽트의 모사 마법(Pingere)이로군. 겉보기로는 안 보이는데.】

따로 나설 틈도 없던 베로니카는 나한테만 들리는 텔레파시로 중얼거렸다. 나는 뭔 소리냐고 물어보려고 했지만 입술을 떼기도 전에 닫아야만 했다.

“노르. 이번엔 왼쪽. 좀비 셋. 레이스 하나.”

“또?”

잡은지 얼마나 됐다고 또 기어나오냐. 쿠드세스에서 듣기로는 도시 전체를 다 합쳐도 언데드는 최대 백 몇 마리 정도밖에 없다고 그랬는데 말이다.

‘애1미. 국내가 이 지랄이니 해적을 지원해서 칠무해로 기르고 싶을 만 하지.’

자기네 나라 농경지에 방사능이 터졌으니까 쌀 팔러 가는 적대국 선박을 털어와도 우쭈쭈 해 주는 것이었다. 외교활동을 줘까치 하는 나라 치고 국내 치안이 멀쩡한 곳이 얼마나 되던가.

“Aooooo…….”

세상 권태롭게 기어나오는 좀비들!

자기가 느려터지게 움직이면 시간의 흐름도 그에 호응해서 느려질 것이라고 믿는 것인가? 마치 일요일 저녁에 봉숭아 학당이 방영될 때의 나를 방불케 하는 어리석음이었다.

아니 씨발 근데 이 새끼들 쥬지 덜렁거리고 다니네.

“웜멤메 망측해라 이게 뭐시여!”

나는 반으로 끊어진 시꺼먼 가죽이 쥬지의 흔적이라는 것을 눈치까고 말았다. 멘탈에 들어오는 정신공격에 혀를 차며 창을 회전시켰다.

─뎅겅! 나는 좀비 2마리의 모가지를 꼴마초가 쏘아올린 작은 공으로 만들어 주었다. 비천삼검류와 저글링으로 습득한 거리 조절능력이 빛을 발하는 것이었다.

“요요 씨발 바바리맨 새끼들. 누가 니들 좆대로 리얼하래.”

이 새끼들은 헐리우드가 불문율로 넘어가던 좀비의 성기 노출을 강행한 것이었다.

그 하이퍼 리얼리즘 촬영주의는 존경을 표할 만 하였으나, 내 아내들이 있는 곳에서 지랄하는 것은 용서할 수가 없었다.

거기다 여자 좀비가 껴 있었으면 몰라도 사내 새끼들 셋이 생전에 거시기를 덜렁거리면서 뭘 했는지는 상상하기조차 싫었다. 바라건대 이 친구들이 목욕탕에서 태어난 좀비이기를.

─서걱! 나는 냉엄한 좀비 사냥꾼이 되어 남은 한 마리도 기차놀이 친구들의 곁으로 보내주었다.

고고학 연구라는 건 유적을 탐험하는 것보다 유적을 찾는 게 더 빡세다.

나는 몇 달 정도 잊고 있던 그 좆 같은 사실을 3시간의 조사를 공치고 뼈저리게 느꼈다. 무슨 일이든 막상 해치울 때는 쉬운데 밑준비랑 뒷처리가 제일 빡센 법이니 말이다.

“잠깐 쉬자. 점심인데 밥 먹고 숨 돌려야지.”

회중시계가 오후 12시를 가리킬 때였다. 파티원들을 데리고 안전지대로 이동했다. 적 탐지+흔적 조사를 도맡은 프랑이 집중력의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었다.

지도에 표시된 곳으로 건물 2층으로 올라가서 식사 준비를 하는 우리.

이 건물은 언데드가 리스폰되지 않는 안전지대였다. 햇볕은 쨍쨍했지만 버려진 폐병원에 담력시험을 온 기분이어서 조금 으스스했다. 안전지대라서 다른 모험가 새끼들이 버려두고 간 쓰레기들도 많았다.

“에비, 더러운 거.”

─카앙. 바닥의 찌그러진 수통을 걷어차고 돋자리를 폈다. 육포와 고형 스프를 물에 녹여서 전투-푸드섹스를 끝마치고 휴식을 취했다.

물론 몸이 쉬는 동안에는 머리를 혹사시켜야 옳다. 식사의 여운이 가지기도 전에 정보 교환 타임 시작이다.

“그대여. 룬에 걸리는 영혼의 반응은 전혀 없었느냐?”

신족 모드의 베로니카가 물었다. 마나를 아끼고 방음 결계를 설치하기 위해서 바이콘 모드 변신을 푼 것이었다. 저주의 반동이 적어지도록 라리루라랑 최대한 거리를 두고 있다.

“나는 전혀. 너희는?”

“어둠과 음의 마나에 편중된 기색은 없다. 도시 상공부터 지하까지를 바람처럼 움직이고 있더구나.”

“나도야. 전투 흔적은 전부 좀비랑 싸운 것 같았어.”

특이사항은 없다는 대답이었다. 하긴 발견한 게 있다면 그 자리에서 얘기를 했겠지. 나는 고형 스프의 좆 같은 뒷맛을 물로 헹구었다.

지저의 탑에서 발견한 지도가 말하던 ‘## ## 임시 기지’.

그것이 이 모즈리운에 있을 가능성은 컸다. 수십 년 전에 모즈리운에 일어난 망령도시 사태가 고대문명의 전선 기지와 관련이 없을 것 같지는 않았으니까.

‘여기 유적이 지저의 탑처럼 지하 수백 미터에 있을 거라곤 생각하기 힘들어.’

유니콘 흑마법사가 골렘 발생 촉진 마법을 써 가며 파냈던 지저의 탑!

그 탑이 탑의 출입을 극단적으로 단절시켰던 이유는 거기가 회복 물자 공장이었기 때문이다. 고대문명 국가 오르왈리아가 ‘적’에게 절대 들키지 않으려고 주의에 주의를 들여서 설립한 전선 보급로 말이다.

‘전쟁이란 물자 소모전이야.’

이세계의 전쟁이란 마나와 마나를 다루는 초인들의 소모전이었다.

뒤져가는 국가 최고 전력도 부활시킬 엘릭서에는 존나 많은 마나를 투자할 가치가 있다. 오리할콘 클래스 1명이 브딱이 1000명보다 나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암만 고대문명인이라도 모든 기지에 마나를 마구 쳐먹게 두지는 않았겠지.’

핵 셸터라면 몰라도, 우리의 추리대로라면 지도의 그려진 기지는 전선 기지였다.

전투가 벌어질 때마다 병사나 물자가 출입해야 하는데, 그 출입을 모두 <공간이동(Teleport)> 마법진으로 대용한다고? 개소리도 섬머 솔트킥이다.

이세계의 마나는 지구 문명에 있어서 전기이자 기름이었다. 전투기도 굴릴 교전물자로 병사를 운송하다니.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미국도 그딴 돈 지랄은 안 했겠다.

‘여기 유적이 포션 연구소일 리도 없고 말이지.’

최중요 군사시설인데 지도에 위치를 표기했겠는가?

지저의 탑에서 다른 기지의 좌표를 찾아냈던 것은 그들이 포션을 공급하기 위해서였을 것이었다. 다른 포션 연구소가 있어도 위치를 공유했을 가능성은 거의 0%였다.

아무튼, 그래서 결론이 뭐냐면.

“우리가 찾는 유적은 지상과 물리적으로 연결된 통로가 있을 거야.”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출입구가 도시 어딘가에 있으리란 것이었다.

물론 모즈리운의 기지가 오르왈리아의 것인지, 아니면 고대 게르마니아의 것인지는 모른다. 두 국가가 고대문명 말기의 대전쟁에서 동맹이었는가 적대관계였는가도 알지 못하니까.

‘근데 그건 우리가 생각할 일은 아니지.’

어차피 우리는 이름만 고고학자이고 모험가일 뿐, 까놓고 말해서 걍 도굴꾼 아닌가.

번지르르한 네임 태그를 달았어도 유적으로 쳐들어가면 요격당할 우리 파티다. 유적 자체가 함정만 아니라면 OK였고, 함정이었을 때의 전법은 생각을 해 두었다.

라리루라는 손수건으로 입을 닦고서 한숨을 쉬었다.

“언제 싸움이 터질지 모르는 곳을 3시간이나 돌아다녔는데 아무 것도 못 건지다니, 생각보다 심적으로 지치네요. 세상에 쉬운 일은 없나 봐요.”

“이 정도로 앓는 소리를 내기야? 탐색법이 3개나 있는 게 얼마나 복에 겨운 건데.”

다나가 웃으며 뇌까렸다. 나, 프랑, 베로니카가 각기 다른 방법으로 유적의 위치를 탐색하고 있으니 다른 유적 조사에 비해서 행운이 따르는 건 맞았다.

우선은 나.

나는 ᚨ(Ansuz)의 룬으로 실종자의 영혼을 찾는다. 모즈리운에서 발생하는 실종자가 유적과 관련이 있다는 가설에 의존한 탐색이다.

인명 경시가 팽배한 이세계에서 실종자가 많다고 여겨질 정도로 비정상적인 행방불명이다. 게르마니아 왕국군이 출입을 기록한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절대 보통 일은 아니었다.

그 실종 사건의 범인이 왕국군의 수사에서 벗어날 정도라면 유적을 선점해서 숨어 있을 가능성도 있기에, 거기에 내기를 건 탐사법이었다.

다음으로는 프랑.

이유는 나랑 거의 같은데, 프랑은 도시에 남은 전투의 흔적에서 ‘언데드랑 싸운 것 같지 않은’ 흔적을 찾는 포지션이다.

모즈리운에서 사냥하는 모험가들은 최소 실버 클래스였다. 그런 그들이 실종될 정도의 사건이라면 눈에 띄는 흔적이 남을 것 같다며 프랑 본인이 제의한 것이었다.

프랑의 눈썰미와 감지 능력을 활용한 배치이다. 언데드의 감지까지 같이 했기 때문에 가장 먼저 지쳐버린 것도 프랑이었지만 말이다.

마지막으로 베로니카.

베로니카는 도시를 덮은 어둠과 음의 마나를 감지해서 그 마나 응집이 가장 짙은 곳을 찾기로 했다.

모즈리운이 망령도시가 돼 버린 이유가 우리가 찾는 유적에 있다면, 그 마나를 역추적하면 유적의 입구를 찾을 수 있지 않겠냐는 가설이었다.

베로니카는 ᚱ(Reið)의 룬을 쓰면 마나의 움직임과 흐름을 볼 수 있다길래 맡기기로 했다.

‘이 삼인삼색의 탐사법으로도 3시간을 공쳤지만.’

나는 그리 생각했다가 마음을 다잡았다. 아직 첫째 날의 3시간 째였다. 옛날 온라임 게임이면 초보자 전직도 못 했을 시간인데 뭘 알아내길 바라는 것은 도둑놈의 심보였다.

──그런데, 말이 씨가 된다고 했던가.

내가 도둑놈 심보라고 생각했던 ‘첫째 날의 결과’를 찾아낸 사람은 실제로 직업이 도적인 우리 프랑이었다.

“얘들아. 저 골목 말인데, 조금 이상한 것 같지 않아?”

프랑은 골목길에 남은 전투 흔적을 보고 그리 말했다.

“이상하다고?”

존나 신기했다. 아까부터 언데드를 족족 찾아내는 것은 뭐 그렇다고 치는데, 프랑이 가리킨 것은 그냥 지나가던 길에 1초 정도 눈에 들어온 어두운 골목길이었다.

설마 프랑은 그 잠깐 사이에 골목의 어둠을 뚫고 저 안이 ‘이상한지 아닌지’ 구분했다는 말인가? 언데드를 경계하면서 한 순간 눈에 들어온 골목길을?

‘혹시 여기까지 오면서 모든 골목길을 다 저렇게 판별하고 있던 건 아니겠지?’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놀랄 노 자였다.

우리는 프랑이 눈썰미가 좋다는 건 알고 있었기에 골목을 조사하기로 했다. 프랑은 장갑을 끼고 전투 흔적의 양상을 살펴보더니 뇌까렸다.

“응. 역시 이 골목, 조금…… 아니 많이 이상해.”

“쓰벌. 정말이네.”

나도 프랑만큼은 아니었지만 머리를 굴리니 뭐가 문제인지 알 수 있었다.

눈썰미는 나<프랑이지만 나도 명색이 인텔리 꼴마초다. 아내 앞에서는 늘 똑똑하고 멋진 모습만 보여주고 싶다는 일념으로 대갈통을 쥐어짰더니 보이는 게 있더라.

“선배. 설명요.”

이제 놀라지도 않는 라리루라였다. 라리루라도 습득력은 꽤 뛰어난데, 뇌의학에서 이해력과 통찰력은 별개의 능력치였다. 나는 벽에 남은 불꽃의 흔적을 창대로 두들겼다.

“이것 봐. 불꽃이 벽을 기는 것처럼 방사선으로 뻗었어. 저 바닥에는 칼집도 나 있고.”

“칼집이나 그을림이 뭐가 어때서요? 싸우다 보면 이 정도는…… 아.”

뭔가 깨달은 것처럼 라리루라는 링링이 3.5호의 손목에서 칼을 꺼냈다. 소 허리도 잘라버릴 듯한 배틀 나이프가 바닥을 그었다.

하지만 그 깊이나 굵기는 바닥에 있던 칼집보다 얕았다. 이 칼집을 낸 사람이 얼마나 힘껏 바닥에 칼을 휘둘렀는지는 장님이라도 알아챌 것이었다.

“과연~. 바닥에 칼집이 이상하게 많다는 거죠?”

“그래. 좀비가 바닥을 기어왔어도 이렇게나 흠집이 여러 개 나지는 않았을 걸.”

칼집이 2~3개면 허리가 반갈죽난 좀비가 바닥을 기어와서 그랬다고 생각했겠는데, 현장의 흔적은 모험가 검사가 대놓고 바닥에만 집중해서 칼질을 했다는 듯이 보였다.

“흐응. 그러면 몇 마리는 도롱뇽처럼 벽에 붙었나? 벽에다 마법까지 쐈네?”

다나가 벽의 탄 자국을 장갑 낀 손가락으로 훑었다. 재가 존나 가득 묻어나왔다. 벽의 탄 자국이 생긴지 얼마 안 되었다는 것이었다.

어떤 마법사가 벽에 대고 불꽃 마법을 쏴서, 그 흔적이 방사형으로 남은 것이었다.

레이스를 노렸던 불꽃의 흔적이라기엔 너무 확실하게 벽에 대각선의 탄 자국이 생겨 있다. 마치 사람 대갈통만 한 검정 페인트 볼을 벽에 던진 것처럼 말이다.

아마 이건 <화구(Fire Ball)> 마법의 흔적이다.

“바닥이나 벽을 기어서 습격해 온 무언가가 있었다는 거로구나.”

그리 중얼거린 베로니카가 쪼그리고 앉은 프랑에게 물었다.

“프랑. 여기 있던 모험가들은 살아서 도망쳤느냐? 찾아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을 수 있다면 커다란 단서가 된다.”

“……아마 도망 못 쳤을 거야.”

프랑이 두꺼운 장갑으로 손재주 좋게 뭔가를 집어들었다. 그건 시력이 왼쪽오른쪽 모두 3.0인 사람도 발견을 못 하고 놓칠 것처럼 생겨먹은, 세상 좆만한 쇠사슬 조각이었다.

모험가 플레이트의 목걸이 사슬이다.

장갑을 벗고 박살난 쇠사슬의 단면을 들여다보는 프랑.

“강하게 얻어맞거나 잡아당겨서 부서졌나 봐. 구리 사슬이 중간에서 끊어졌어.”

“목걸이가 끊어졌는데 그렇게 쬐끄만 조각만 남았다? 말도 안 되지. 흔적을 치웠구만.”

바닥을 신발로 쓸며 그리 말하는 다나였다.

쇠사슬이 끊어졌다면 바닥에 다른 조각도 쏟아졌어야 맞다. 그런데 여기에 쇠사슬은 코빼기도 안 보였다. 나도 독이나 오염을 막아주는 장갑을 끼고 바닥의 먼지를 훑었다.

수의대생 주제에 멍청하게 다녀왔던 2년 간의 현역 생활이 나에게 지혜를 주었다.

“흐흐. 청소 존나 잘 했네. 5미터 앞이랑 여기랑 골목 모서리의 먼지 양이 달라.”

만약 습격자가 모험가 파티를 놓쳤다면 이 장소를 깔끔하게 치울 시간이 있었겠는가? 존나 딜도를 뺏긴 노처녀처럼 쫓아가기 바빴겠지.

씨발럼이 돌아와서 자기 범행 흔적을 치웠다는 건, 일을 다 시마이 치고 왔다는 거다.

“……전투 흔적을 보면, 이 안쪽이겠네요?”

라리루라가 골목길이 이어지는 폐허의 거리를 쳐다봤다.

이 전투 흔적은 골목 안에서 나타난 적을 요격한 것이었다. 가 볼 가치는 충분했다.

우리는 발소리를 죽이며 음습한 골목을 빠져나왔다. 건물은 없다. 우물가가 있을 따름이다.

그 우물가는 요도에 불닭 소스를 주입당한 곰이 환장하며 날뛴 것처럼 씹창이 난 상태였다. 프랑이 인기척이 없다는 사신을 보냈다. 내가 첫 빠따로 접근했다.

솜씨가 좋은 위장이었다. 씹쌔가 어설픈 점이 없었다. 내가 ‘이 주변에 있을 입구를 숨겨야 하는’ 상황이라면 딱 이렇게 했을 것이었다.

먼지가 쌓인 곳에서 돌아다니면 100% 흔적이 남았다. 이 뉘신지 모를 새끼는 그런 흔적을 묻어버리려고 폐허를 완전 허물어버린 것이었다.

나도 의심 않고 지나갔으면 놓쳤겠지.

이 우물만이 뚜껑이 덮인 걸 빼면 완전 멀쩡하다는 것을 말이다.

“노르. 이리 와.”

프랑이 나를 불렀다. 시키는대로 뒤로 갔다. 일시 후퇴다.

근처의 안전지대 건물로 튄 우리는 방음 결계를 쳤다. 일단 정찰 준비를 하자.

파우치에서 돌 조각을 꺼낸 프랑이 그걸 땅바닥에 던졌다. 거대 골렘 코어의 파편이었다. 다음으로는 영창 풀 버전의 주문으로 초소형 골렘을 생성하는 프랑.

《태양신의 아들, 아메넴헤트의 진성(眞聲), 진리의 계시를 통해 선언한다(sA ra imn-m-Hat mAa-xrw Dd.fm wpt mAat). 신으로서 일어나라(Dd.f xa m nTr).》

“gooo.”

그렇게 손바닥에 올라갈 만큼 쬐끄만 골렘이 탄생됐다. 쫌 부끄럽게도 그 모습은 나를 쏙 빼닮은 것이었는데, 프랑은 그 외형이 불만인 것처럼 인상을 썼다.

“베로니카? 소형 골렘 소환이 이렇게 된다고는 못 들었어.”

“네에~? 괜찮지 않아요? 저는 귀엽다고 생각하는데요♡?”

반색하며 말한 라리루라는 꼬물대는 미니어쳐 노르드의 뺨을 짖궂게 찔러댔다. 베로니카는 베로니카대로 자기 잘못이 아니라며 손을 저었다.

“불만이 있다면 직접 형태를 개량하거라. 정령화의 술식을 넣은 골렘은 술자가 가장 선호하는 모습이 되는 법이니.”

“Paldon?”

프랑이 가장 선호하는 모습이 된다고?

나는 나를 복붙한 쁘띠 피규어를 보고 가슴이 따땃해졌다.

정령화의 술식이라는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 말대로라면 프랑의 무의식적인 이상형이 나라는 소리 아니냐? 씨발! 기분 존나 째진닷!

“프랑. 나는 이대로여도 좋다고 생각해.”

“안 돼. 이러면 내가 실수했다간 노르가 부서져 버리잖아. 그냥 내 모습으로 만들래.”

간만에 단호하게 말하는 프랑이었다.

아무래도 나처럼 생긴 골렘이 파-킨당하는 게 싫은 모양. 씁. 아깝다. 나는 프랑이 내게 품은 사랑의 증명 같아서 마음에 들었는데 말이다.

아, 그치만 미니어처 프랑 골렘도 꼭 보고 싶기는 한데.

“그럴 거면 인간형 말고 다른 형태를 취하면 어때? 우리를 닮은 모습이면 그 골렘이 생겨먹은 것만 봐도 우리 신원까지 들켜버리잖아.”

그때 다나가 건틀렛를 장비한 손으로 노르드 골렘을 포획하며 말했다.

존나 로맨틱함 따위는 쥐뿔도 신경 안 쓰는 우리 눈나다운 멘트였다. 쁘디 프랑 피규어화 계획은 물 건너 갔구나. 나랑 라리루라는 다르지만 비슷한 이유로 시무룩해졌다.

그래도 마땅한 의견이었기에 골렘은 참새 모습으로 결정이 나게 되었다.

─파닥파닥.

<꼭두극> 덕분에 마나를 쓰면 비행까지도 가능하다. 트루 플라잉 골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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