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둥순둥한 엘프도 세상의 쓴맛을 보고 어른이 될 수 있는 기회였는데 말이다.
다나는 릴리안의 말을 곱씹다가 숨을 내쉬었다.
“무슨 말씀인지는 알겠어요. 다만, 릴리안 양께서는 이런 얘기를 왜 저희에게 들려주시는 건지는 알 수가 없네요. 그라시에 교수는 대학에 함구해 달라고 했다지 않으셨어요?”
“걱정이 돼서 어쩔 수가 없었어요. 몇 주 동안에 망령도시에서 실종자가 빈발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는데, 교수님께선 연락도 없으신걸요. 거기 계신다는 증거는 없지만 이게 제가 가진 유일한 단서였어요.”
릴리안은 악덕 편의점 점주의 매출을 걱정하는 알바처럼 제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고는 간곡하게 우리에게 말했다.
“베르베이아 박사님. 대학에 감시받고 있는 저 대신에, 망령도시를 둘러봐 주실 수는 없으신가요?”
릴리안은 그 뒤로 30분 정도를 다나의 질문에 대답하다가 대학으로 돌아갔다.
“교수님이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이 저라서, 대학에서도 절 의심하고 있어요. 돌아가는 게 늦었다가는 여러분들한테까지 폐가 끼치고 말 거에요.”
그런 이유였다. 용의자로 의심받는 모양이라서 늦기 전에 튀어야 하는 모양이었다.
우리는 여관방으로 돌아와서 방음 결계를 쳤다. 프랑은 창문 밖으로 릴리안이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 뒤를 쫓아가는 2마리의 새들도 말이다.
“다들, 어떻게 생각해?”
“저는 함정 같은데요. 같은 엘프잖아요?”
라리루라는 타이밍 좋게 나타난 엘프가 무척 의심스러운 듯 했다.
나도 그렇기는 하다. 그래서 다나가 시간을 끌어주는 동안 밖에서 새를 2마리 잡아서 먹이를 던져주고 쫓아가게 시켰다. 릴리안을 예의주시하도록 부탁한 것이었다.
베로니카는 골똘히 생각하다가 중얼거렸다.
“흐음. 함정이라. 분명 저 엘프가 미심쩍기는 하다만, 당최 무엇을 위한 함정이더냐? 그 예르나라는 작자가 이제 와서 그대들을 노릴 이유가 없지 않으냐.”
“모르지. 역사 말소 위원회에서 친히 납신 걸지 누가 알아?”
콧방귀를 뀌는 다나. 존나 내 아내에 걸맞는 작명센스였다. 이 누나 나중에 책 낼 때는 작명소나 대필을 맡기는 게 현명할 것 같다.
“그래도 이번이 아니면 영영 기회를 놓치고 말 거야.”
─사락. 프랑이 커텐을 쳤다.
“여기서 돌아가면 노르의 복수도, 언젠가 노르랑 다나를 쫓아올지도 모를 적을 찾아내는 일도, 전부 흐지부지 돼 버려.”
프랑은 자기 생각을 말하고 내게 질문했다. 1달 전에는 가끔씩 과분하게 느껴졌던 그 맹목적인 사랑으로, 언제나 내 의견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처럼.
“노르는 어쩌고 싶어?”
프랑의 그런 질문은 일행의 마음을 대표한 것이었다.
아무래도 일행은 내 대답 여하에 따라서 어떻게 행동할지 결정할 생각인 듯 했다. 당혹스럽거나 하진 않았다. 예르나 년이랑 가장 원한이 깊은 건 나였으니 말이다.
뭣보다 그녀들이 나를 존중해 준다는 건 이미 주지의 사실 아니던가.
“……그렇네.”
나는 내 선택에 나와 그녀들의 목숨이 걸려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100번도 더 이해하고, 온갖 경우의 가능성을 생각해 본 뒤에.
조용하게 답했다.
어떤 형태나 결말이 될지는 신만이 알겠지만.
이 기나긴 악연에 종지부를 찍을 때가 온 듯 했으니까.
망령도시 모즈리운은 게르마니아의 버려진 도시다.
시적으로 말하면 폐허의 거리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활발한 쿠드세스에서 마차로 딸랑 하루 거리에 있는 유적의 일종이기에 아무 생각 없이 들으면 관광지인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 뭐시냐, 잉카 유적처럼 말이다.
고산지대에 있다는 점이 특히 그렇다.
‘실상은 이세계 라쿤 시티지만.’
─히히힝! 우리를 데려온 마차가 허겁지겁 돌아가는 것을 보며 나는 창을 고쳐 멨다.
탐색을 결행하기로 한지 5일이 지난 지금. 우리 파티는 공략 준비를 하고 이 매지컬 하자드가 터진 도시에 도착한 것이었다.
모즈리운은 이름에서 대놓고 말하는 것처럼 망령들의 도시였다.
수십 년인가 전에 의문의 재앙으로 폐허가 돼 버린 도시!
좀비나 레이스(Wraith)가 발호하는 죽음의 유적!
그렇게 소름 끼치는 타이틀 문구를 자랑하는 모즈리운의 입구가 어떠했냐 하면.
존나 졸업식날 학교 정문처럼 상인들이 줄을 서 있더라.
“선배, 선배. 사람이 적을 거라더니, 생각보다 많은데요?”
꼭두각시를 주차시켜 놓은 라리루라가 물었다.
손톱이 잘 다듬어진 손가락은 도시 입구에서 진을 치고 있는 보따리 상인들을 가리키고 있었다. 관광지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처럼 한가해 보이는 작자들이었다.
“여기에 오는 모험가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사람들이겠지. 장사치 놈들은 돈만 되면 옆집 화장실에서도 보따리를 풀 걸.”
모즈리운에 사냥하러 오는 모험가들도 줄어들었다는데, 존나 징한 인간들도 다 있다.
‘좆망한 전통시장 같은 건가.’
여기서 죽치고 있을 바에야 행상인이라도 해 보는 게 나을 텐데. 어쩌면 저기에 보따리를 까는 것 말고는 먹고 사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일지도 모르겠다.
‘딱히 신경쓸 것 없겠지.’
나는 모즈리운의 성벽을 보았다. 보수하는 사람도 없어서 존나 높은 성벽도 귀신의 집처럼 음산했다.
그래도 구멍이 난 곳은 새로 메꿨는지 일부의 벽은 색깔이 달랐다. 저기에서 좀비가 빠져나오지 않을까 무서워서 대충 막아놓았는가 보다.
─철컥. 다나가 건틀렛 손목을 돌리며 중얼거렸다.
“소문으로 듣던 것보다는 양반이네. 냄새까지 났으면 들어가기 존나 싫었을 거야.”
“괜찮어. 누나 몸에서 좀비 꼬랑내가 나면 내가 <정화(Clean)>로 꼼꼼히 닦아줄게.”
“응~ 나 오늘도 후방지원 할 거야~.”
“이 눈나는 왜 탱커가 맨날 엉덩이를 빼고 난리람.”
우리는 전투물자에 지장이 없는지 확인하고 성문으로 갔다.
이 모즈리운은 게임의 던전처럼 언데드 몹이 몇백 번을 거듭하며 계속 리스폰되는 곳이었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결계처럼 변해서 정해진 장소에 부활하는 거라는 모양이다.
왜냐면 이 좀비 무한리필 고깃집은 자연에 흐르는 어둠과 음(陰)의 마나를 끌어모으는 토지이기 때문이다
어떤 장소에 마나가 고이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었다.
내 무기인 미스릴도 지하에 흙의 마나가 고인 곳에서 산삼처럼 마나를 빵빵하게 먹은 금속이었으니까. 사막이나 정글, 설원 같은 곳에는 거기에 걸맞은 자연의 마나가 알아서 모여든다는 모양이다.
그런데 모즈리운 같은 경우는 얘기가 달랐다.
존나 비옥한 농경지였던 모즈리운이 하루 아침에 이 사단이 났다고 하니 말이다.
제 아무리 자타공인 코리안 불지옥인 대구여도 하룻밤만에 섭씨 60도를 찍으며 사막으로 변해버리면 얼탱이가 나가게 생겼는데, 멀쩡하던 도시가 하루 아침에 멸망하더니 무(無)에서 언데드를 복사하는 이세계 라쿤 시티가 된다고?
‘자연적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지.’
문과에 뇌가 오염된 이과 학자들이 말하길, 자연은 균형을 사랑한다고 한더라.
존나 시적이어서 거부감이 들지만 맞는 말이긴 했다.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끓는 물에 얼음을 넣으면 미지근해지는 것처럼 대자연의 법칙은 에너지의 편향을 혐오했다. 마나도 똑같다. 이렇게 많은 어둠과 음의 마나가 모였다면 반대의 성질을 가진 마나가 모여야 정상이었다.
‘그게 안 돼서 이 지랄이 나고 있는 거지만.’
어인 일인지 수십 년이 넘도록 어둠과 음의 마나만 줄창 모아대는 장소! 그것이 게르마니아의 치부 아닌 치부, 망령도시들이었다.
이 모즈리운은 그런 망령도시의 하나에 불과했고 말이다.
존나 대충 듣기만 해도 불을 질러서 흔적도 없이 싹 다 태워버려야 할 것 같은데, 그래봤자 좀비 미니언 리필은 못 막는다. 폐허에서 부활하는 좀비가 평야에서 부활하는 좀비가 될 뿐이다.
그래도 결계랑 성벽이 있으면 언데드들은 밖으로 나오지는 않는다는 모양.
어쩔 수 없이 게르마니아 왕가는 이 망령도시를 적당히 관리하기로 했댄다. 그야말로 원자로가 붕괴한 도시를 냅두는 안전불감증 걸린 21세기 지구의 정부처럼.
“멈춰라! 모험가인가? 통행증을 제시하지 않으면 출입을 허가할 수 없다!”
딱 저렇게 말이다.
“고고학계에서 나온 다나 베르베이아입니다. 여기 허가증이요.”
“고고학계? 이봐, 한스. 신청 들어온 거 있나?”
수염쟁이 왕국군 경비병이 그리 묻자 젊은 청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있습니다. 다나 베르베이아 님. 박사 동장(銅章). 신분증과도 일치합니다.”
“그래? 실례했습니다. 사람 네 분에 망아지 한 마리, 인원 배치 기록 완료했습니다. 지나가도 되십니다. ……망아지?”
우리는 고고학자&모험가 파티라는 형식으로 게르마니아 왕국군의 검문을 통과했다.
씨이발 개꿀. 이래서 사람은 권력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학계를 빽으로 두니까 실랑이도 안 하고 얼마나 좋아. 우리 눈나한테 묻혀가니까 존나 편하다.
아무튼 그렇게 바이콘 모드 베로니카까지 원활하게 통과한 우리 파티는 햇볕 쨍쨍한 망령도시 모즈리온에 진입했다.
“탐색은 원래 목표를 우선하자. 뒤져보다 보면 뭐 단서가 나오든가 하겠지.”
나는 성벽과 바리케이드를 빠져나와서 그리 말했다.
예르나가 이 도시 어딘가에서 좀비 엘프가 됐더라도 도시 하나를 다 돌아다녀가며 찾는 것은 쌉에바였다. 숨어 있다면 말할 것도 없다.
고대문명의 전선기지를 찾다보면 그럴싸한 단서가 나오든가 하겠지.
영화처럼 좀비한테 물렸다고 좀비가 되지는 않으니─만약 그랬다면 얼씬도 안 했을 것이었다─ 느긋하게 탐색해 보도록 하자.
우리는 진형을 갖추며 도시를 나아갔다.
최전방에서 탱커 포지션을 잡은 것은 나랑 라리루라였다.
“아핫♡ 선배~. 저랑 일하는 건 오랜만이네요?”
“그르게. 존나 얼마만이냐.”
“오늘로 48일하고 반나절 정도에요♡!”
“와 소름.”
얘는 그걸 또 세고 앉았네. 나는 헛웃음을 지었다.
역시 젊은 놈은 다르긴 다르구나. 나이를 먹을수록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도 모르게 되는데 말이다. 솔직히 나는 벌써 주말이랑 평일 말고는 구분이 안 간다.
“Oooooo!!”
“이얍─!!”
그리 떠들고 있을 때였다. 전방 100미터 앞에 과속방지턱 발견이다.
다구리 실력이 출중한 모험가 파티다. 전사와 방패를 든 사제가 탱을 맡으며 좀비들 뚜껑을 따 놓고, 마법사가 레이스랑 영혼의 맞다이를 하고 있었다.
“<마법의 화살(Magic Missile)>!!”
“HEeeeeeee…….”
여마법사가 마딜 캐릭터의 국룰 평타를 발사했다. 마법에 맞은 레이스는 기운 빠지는 소리를 내며 소멸했다. 반투명한 몸이 사라지면서 굵은 알갱이 같은 것이 쏟아졌다.
모험가 파티는 사라지는 좀비는 무시하고 사령의 드랍템만 챙겨서는 얼른 내뺐다.
우리 파티랑 상종하지 않으려는 걸까. 동종업자끼리 친하게 지내기만 하는 것은 아니니까 그럴 만도 했다. 익숙한 대처를 보면 최소 실버 클래스 팀은 될 것 같은 이들이었다.
‘저게 레이스의 뼛가루인가.’
좀비는 좆도 돈이 안 되지만 레이스가 드랍하는 뼛가루─진짜 뼈는 아니다─는 일부 종교 교단에서 장례식에 사용하는 물건이었다. 모험가들이 모즈리운에 오는 이유이다.
나는 형체도 없이 녹아내리기 시작하는 좀비를 보았다.
이 새끼도 이렇게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가 며칠 뒤에 다시 부활하는 걸까?
그때마다 모험가들한테 또 살아났다며 욕이라는 욕은 다 쳐먹겠지. 피카츄 잡으려고 왔는데 계속 튀어나오는 캐터피처럼 말이다.
약간 연민이 들어서 룬 마법을 발동했는데, 이 좀비에게 영혼은 없는 모양이었다. 시체에서 올라와야 할 영혼의 증기가 피어나지 않았다.
그런 나를 보고 말 모드의 베로니카가 텔레파시를 쏘았다.
【그대여. 무의미한 공양은 관두거라. 이 좀비들은 이곳에 살던 생전의 인간들을 흉내냈을 뿐인 언데드다. 플래시 골렘과도 같은 미물이니 조의를 가질 것도 없다.】
“그래? 그럼 됐고. 이 좀비의 원본은 성불했을까?”
【나로서는 알지 못할 일이구나. 내가 아닌 그대의 룬에게 물어보면 어떻겠느냐?】
“그도 그렇네.”
나는 바닥에 룬을 새기고 소울-레이더를 전개했다. 자아가 남은 모즈리운 출신의 영혼이 있다면 좋겠지만 딱히 바라는 건 아니다. 내가 찾으려는 것은 달리 있다.
‘실종자가 발생했댔지.’
릴리안은 말했다. 모즈리운에서 실종자가 생겨나고 있다고 말이다.
그 엘프를 감시하며 알리바이나 의심스러운 점이 없다는 건 확인을 했다. 랩실-랩실-랩실-랩실-랩실의 5일 연속 사회적 거리두기에는 과연 나도 눈물을 참질 못하겠더라.
모즈리운에서 실종사건 발생했다는 정보의 팩트 체크도 끝냈다.
만약 실종자 중에 사망자가 있다면 그들에게 뭔가를 물어볼 수도 있을 것이었다.
“씨발.”
그렇게 생각했지만 꽝이었다. 내가 감지 가능한 범위에 프레시한 영혼은 없었다. 땅에 설치하는 룬이라서 24시간 발동은 힘들고, 돌아다니면서 자주 써 줘야 쓰겄다.
“프랑. 뭐 알 것 같아?”
지도를 보는 프랑에게 물었다. 프랑이 펼친 것은 모즈리운의 지도였다.
좀비 리스폰 지역까지 표기된 모즈리운의 지도─메이드 인 쿠드세스. 개씨팔 20쿠퍼나 줬다─를 보던 프랑이 조용하게 대답했다.
“……유적이라면 아마 영주성 같은 곳에 있지 않을까? 그 왜, 면적을 생각하면.”
“영주성은 순위를 좀 낮추자. 온갖 인간군상들이 몰려가서 비밀창고며 뭐며 찾아다녔을 텐데, 그러고도 못 찾은 거면 우리도 시간이 많이 들 거야.”
다나가 대답했다. 고대문명 시기와는 지형도 도시 위치도 차이가 크기 때문에, 모즈리운의 건물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순 뻘짓으로 끝날 가능성이 컸다.
─움찔. 다나의 말에 끄덕이려던 프랑이 어깨를 움츠렸다.
“얘들아. 좀비 넷. 오른쪽 커브. 레이스는…… 둘?”
지도를 2초만에 접어서 품에 넣고 무장하는 프랑. 공중을 날아댕기는 레이스는 파악하기 힘든 모양이었다. 나는 창을 들고 링링이 3.5호랑 전위로 나섰다.
“GuOooooo……!!”
“HEehheeehehe.”
딱 프랑이 감지한 만큼만 나타나는 언데드들! 점심시간이 10분 남은 상하차 알바들처럼 흐느적거리는 움직임이었다.
“퇴근해, 새꺄.”
나는 창을 짧게 잡고 검처럼 휘둘렀다. 레이스 한 마리가 미스릴 창날에 세로로 반갈죽이 되어서 즉사했다. 하지만 난 정확무비하게 선킬을 따 놓고도 인상을 썼다.
‘실전이어도 마나는 안 움직이는군.’
【게르튀르】의 공격 초식을 써 본 거였는데, 실전이라고 뭐 달라지는 건 없었다. 마나-카테터 안의 마나가 움직일 동 말 동 하다가 멈춰버렸다.
“선배? 딴 생각 하면 다쳐요~?”
라리루라가 손가락을 놀렸다. 꼭두각시의 손가락 끝에서 <마법의 화살>이 발사돼 좀비의 몸통을 터트렸다. 손가락의 발사구에서 빛을 뿜으며 링링이 3.5호는 팔을 스핀시켰다.
갈고리 같은 손가락은 사람의 몸으로는 재현이 불가능한 움직임으로 레이스를 찣어발겼다. 손톱 끝에 <마법의 화살>을 장전해서 유령의 몸을 가진 레이스를 갈아버린 것이다.
“오, 응용력 뭐야?”
“선배한테 배운 건데요~?”
“내가 그런 것도 썼던가?”
나는 적당히 대답하면서 흐느적대는 좀비를 견제했는데, 그 새끼들은 일시정지 버튼이 눌린 B급 영화처럼 갑자기 발을 멈추었다.
─파아앗!! 빛을 뿜으며 녹기 시작하는 좀비들! 라리루라는 적외선 조사장치에 맞은 흡혈귀처럼 용해하는 좀비들의 꼴에 당황했다.
“어? 뭐, 뭔가요?”
“아, 그건 다나가 한 거야. 치료마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