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됐구나. 다른 게 아니라, 우리가 어쩌다 배와 선원을 빌려야 할 일이 생겨서 말이다. 헌데 이상하게도 이 도시의 선주(船主)들은 우리를 태우려 하질 않더군.】
【아……. 그 ‘우리’라는 건, 아가씨 일행 얘긴가?】
【그러하다. 선주들이 왜 그런지 이유를 알겠느냐?】
【끄응. 이건 말하고 다니면 부정 타는데…….】
우리를 곤란하게 하던 원인을 묻자 점주는 턱을 긁었다.
【……아 쓰벌. 됐다, 됐어. 나도 이제 뱃일을 관뒀으니 대답해 줘도 되겠지.】
다른 곳에서 물어봐도 대답을 안 해 줬을 것 같지만, 푸드 챌린지 승부에 지고 베로니카를 인정하게 되어서일까? 고민을 하던 점주는 자기 머리를 쥐어박았다.
【아가씨들이 배에 못 타는 건 말이지. 배에 여자를 태우면 질투를 사기 때문이외다.】
【호오. 질투라? 누구에게?】
【누구긴 누구겠나? 바다와 배한테 질투를 사는 거지.】
바다랑 배?
나는 그 말에 밥을 먹다 말고 눈을 껌뻑였다. 연어 튀김의 겉바속촉도 잊어버릴 만큼 허무맹랑한 얘기였는데, 이세계의 바다나 배에는 인격도 있단 말인가?
‘우리 아내님들 반응을 보니 그건 아닌 모양인데.’
우리가 얼이 빠져 있자 점주는 마누라 험담을 하는 노인네처럼 손을 저어댔다.
【바다와 배는 여자보다 섬세하고 질투가 많아서 말이야. 자기들 위에 다른 여자를 데리고 올라타면 화를 내거든. 배가 말을 안 듣거나 날씨가 매서워지거나 하지. 그래서 우리 선원들은 배에 여자를 태우는 걸 꺼려해.】
【바다와 배의 질투라. ……들어본 적도 없는 얘기구나.】
【미신이라며 안 믿는 여편네들은 많지만, 선원이라면 누구든지 공감하는 얘기외다. 내가 은퇴하기 전까지 여자 손도 못 잡아본 게 이유가 뭐겠소? 여자한테 손을 대는 선원은 어디서도 좋게 안 봐서 그런 거요.】
나는 그 말에 아주 옛날 기억을 떠올렸다.
내가 처음 사르가디스로 갔을 적이었나. 거기서 음담패설을 나누던 마차 손님 중에는 바닷사람 출신의 아재도 있었던 것 같다.
그 아재는 보따리상 행상인이 풀던 썰에 귀를 기울여대곤 했었는데, 혹시 그도 저 미신 때문에 여자를 멀리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어쩌면 바이킹들의 순결 신앙은 오딘과 친구들 말고도 저런 이유가 있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신화에서 게르마니아 신들은 그다지 순결을 중시하는 것 같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허면 우리가 배를 빌릴 방도는 없는 건가?】
【없지는 않겠지만 경력이 길 수록 바다와 배의 질투를 얕보는 선장은 없수다.】
베로니카는 그런 문화 차이에 뇌가 안 따라가는 것처럼 고개를 모로 꼬았다.
【바다 사나이들은 자기와 선원들의 목숨에, 전재산인 배까지 걸고 항해를 나가는 거니까. 위험을 감수하는 놈은 경험이 일천하거나 실력이 모자란 핏덩이들 외엔 없겠지.】
혀를 차는 점주의 말이었다.
그건 존나 곤란한 얘기였다. 망망대해에서 보이지 않는 섬을 찾는 일인데 선원들의 실력이 모자라서는 안 될 일이니까.
게다가 핏기가 많은 젊은이들은 욕심을 부리며 우리를 통수칠 가능성도 컸다.
【흠. 그래도 정 가야 한다면 방법이 없는 건 아니외다.】
우리가 음식이 식는 것도 신경 못 쓰고 고민하고 있어서였일까. 점주는 머리를 긁으며 그리 말했다.
【방법? 어떤 방법이지?】
【저 해안선 곶에 집이 보이나? 저기 사는 년한테 얘기해 보는 것도 생각해 보시게.】
점주가 가리킨 것은 세로로 뻗은 곶이었다.
절벽의 곶에는 등대와 작은 저택이 있었다. 우리가 그곳을 쳐다보자 점주는 팔짱을 끼며 이렇게 말했다.
【북해의 마녀라고 불리는, 그 건방진 계집에게 말이야.】
북해의 마녀 우르실라.
존나 이벤트 보스몹 같은 이름이다. 하지만 그런 포스 있는 이름이랑은 다르게 저택에 사는 사람은 그냥 보통 사람이라는 모양이다.
‘존나 그러면 왜 마녀라고 불리는 거지.’
나는 이상하게 느껴져서 그리 질문해 봤는데, 점주의 대답이 가관이었다.
【여자인데 바다에 나가거든.】
【……그것 뿐입니까?】
【뭐, 그렇수다. 솜씨가 귀신 같기도 하고. 조롱 반 존경심 반으로 마녀라고 부르지. 북해 바다의 해적들 치고 저 여자를 안 무서워 하는 놈이 없다더군.】
얘기를 들어보니까 그렇댄다.
모계사회인 게르마니아에서는 남자들은 바다로, 여자들은 내륙 지방으로 나가는 암묵의 룰이 있다고 한다. 옛날부터 그런 느낌이었다는 이야기라서 점주도 제대로 설명은 못 했다.
고고학자인 나는 대충 어떤 얘기인지 이해를 했다.
‘역사적 풍습 때문인가.’
게르마니아는 신화시대부터 명맥이 이어져 내려오는 존나 레어한 국가였다.
남자들이 마초이즘에 쩔어서 바다로 나간 것은 모계사회란 특이한 문화 때문이겠지. 바이킹의 선조와 모계사회의 귀족 여자들의 나와바리 싸움이다.
그런 풍습이나 미신을 씹고 여자의 몸으로 북해에서 이름을 떨치는 여성.
마녀라고 불리우는 배경에는 그런 사정이 있는 듯 했다.
아무튼 중요한 건 우리가 선지자의 섬을 찾아가려면 그 마녀 씨랑 협의를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른 남자 선장 새끼들은 여성만 4명이나 있는 우리 파티를 절대 승선시켜주려고 하지 않으니까.
식사를 마친 우리는 그렇게 저택이 있는 절벽을 올라갔다. 다나는 아래로 보이는 해안선과 거기 정착한 배들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존나 웃기는 문화네. 돌아갈 때는 어떡해야 하나 몰라.”
“브리타니아에서 온 여객선을 찾아야지 뭐.”
그리 대답한 나는 짠맛 나는 바람을 맞으며 입술을 핥았다.
바닷사람이 미신을 잘 믿는다는 얘기는 지구에서도 들어본 것 같다.
그런 미신을 좆까라고 무시하면서 실력이나 인성에 보증수표가 붙은 게르마니아 인! 어떤 사람인지는 몰라도 우리한텐 잘 된 일이었다.
그 마녀 씨가 없었으면 앞길이 캄캄해질 뻔 했으니까.
“계십니까!!”
입구에 경비 서는 사람이 없었기에 소리를 쳐서 사람을 불렀다. 몇 분 기다리자 정원사 같은 남자가 문에 깔린 철창 앞으로 나왔다.
【손님이십니까?】
【예. 하지만 약속을 잡고 온 것은 아닙니다. 혹시 우르실라 님께 말씀만이라도 전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저희 파티가 항해를 나가려는데, 선원과 배를 빌려주십사 해서요.】
【잠시 기다리시길.】
정원사는 자주 있는 일인 듯 우리 부탁을 수락했다.
그가 돌아가는 걸 보면서 건물을 살펴는 나. 저택이라고 부르기엔 조금 작은, 돈 많은 상인의 집 같은 저택이었다. 나랑 다나는 눈빛을 교환했다.
“지은지 얼마 안 된 것 같지?”
“글게. 집 짓는데 돈 좀 썼겠어.”
역사가 깊어 보이는 저택은 아니었다. 아마 마녀 씨가 자기 돈을 들여서 지은 집일까.
귀족을 마녀라고 부르지는 않을 것이니, 마녀 씨는 귀족은 아니지만 저택을 세울 수 있을 정도로는 부유한 사람이라는 추리가 가능하다.
‘지구에서도 대항해시대라는 시기가 있었지.’
장거리 무역이나 보물 섬을 찾아서 부자가 되는 뱃사람들 얘기는 나도 들어봤다.
이세계의 바다는 몬스터가 있기 때문에 일반 무역도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나 뭐라나. 너무 위험하기에 이세계 대항해시대는 가망이 없어 보이지만 말이다.
“바다가 천해의 보물고라더니. 고고학자들 중에서도 바다로 나가는 사람이 많을 만 하네.”
“남편님아. 돈에 눈 멀지 마라. 바다 한가운데에서 꼬르륵 하면 시체도 못 찾는다.”
“왜 존나 남일처럼 쳐 말하는 것이지. 우리 뒤져도 같이 뒤집시다 여보야.”
“개또라이 물귀신련. 뒤질라면 나보다 늦게 뒤져. 니 마누라 미치는 꼴 보기 싫으면.”
그러고 있자 다시 저택의 사용인이 나왔다. 이번에는 정원사가 아닌 메이드였다.
【주인님께서 직접 응대하시겠다고 하십니다.】
왼쪽 얼굴에 칼에 맞은 흉터가 있는 메이드였다. 관상으로 선입견을 가지는 것은 안 좋지만 치마 밑에서 나이프를 꺼낼 것 같은 매서운 분위기다.
이력서 경력사항에 어쌔신이나 해적이라고 적을 수 있을 것 같군.
저택을 안내받아서 응접실로 보이는 곳으로 들어갔다.
장식이 거의 없는 간소한 응접실에는 연미복을 입은 여성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생각보다 젊은 사람이었는데, 메이드에 지지 않는 날카로운 눈빛이 보통 사람 같지는 않았다.
【어서 와. 항해에 지원이 필요하다며?】
그녀는 다짜고짜 말을 놓으며 우리를 앉게 시켰다. 차를 내 놓기는 했지만 허례허식을 싫어한다는 느낌이 초면부터 팍팍 나는 사람이었다.
나는 마주보는 자리에 앉았다.
이런 협상은 주로 나 아니면 다나의 일이었고, 우리 눈나는 게르마니아 어에 그렇게까지 자신이 있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미리 말할게. 잡다한 서론은 싫어해. 군 시절에 질리도록 겪은 일이라서.】
말투에도 모양이 있다면 이 사람의 말은 화살처럼 날아올 것 같다.
속내를 떠 보는 대화는 노잼이라는 의견에는 나도 존나게 동감이었다. 그래도 긴장을 풀지는 않고 당당하게 보이도록 허리를 폈다.
【저는 노르드라고 합니다. 브리타니아에서 온 모험가죠.】
옆에 있는 아내들과 파티원도 소개했다. 우르실라는 아내가 둘이라는 말에도 딱히 눈쌀을 찌푸리진 않았다. 뱃사람이라 그런지 외국의 사정에도 능통한 모양.
【우르실라야. 편할대로 불러.】
【예, 우르실라 님. 무례인 줄은 알지만 말씀하신대로 용건부터 전하겠습니다. 쿠드세스에서 북쪽으로 3~5일, 왕복으로 최대 10일 간 운용할 배가 필요합니다. 그 배를 다룰 선원들도요.】
【승선할 사람은 너희들 뿐이겠지? 여자가 넷. 과연, 거기 앞바다에 정착해 있는 겁쟁이 놈들한테는 벌써 거절당하고 온 거로군.】
현지인답게 사정을 눈치깐 우르실라는 턱을 괴었다. 나는 그 손가락에 굳은살과 물집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실제로 현장에서 뛰는 타입인가 보다.
【목적지는?】
불쑥 들어오는 질문에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망망대해죠.】
【……흐응. 보물 지도야?】
그리 말하며 하이에나처럼 눈을 빛낸다. 아까부터 눈치가 빠르군.
【비슷하다고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단, 건질 만한 보물이 있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아하하하! 보장이 없다고? 세상 어떤 항해에 보장이란 게 있겠어!】
내 말이 뭐가 그리 재밌었는지 숨 넘어가게 웃던 우르실라는 건강한 이빨을 드러냈다.
【좋아. 배를 빌려줄게. 나한테도 사정을 캐묻지 않는 배려심 정도는 있어. 너희한테 의심받지 않으려면 나도 너희를 의심하지 않아야 하잖아?】
시발, 일사천리네. 성격이 급한 타입이라는 건 알았지만 좀 놀랐다. 우르실라는 그걸 의도한 것인지 내가 눈을 크게 뜨자 입꼬리를 휘었다.
【하지만 조건이 있어.】
역시 그렇겠지. 무조건 허락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안심이 됐다.
【듣겠습니다.】
【하나. 나와 선원들을 데려갈 것. 둘. 너희 정체와 목적지를 함구하는 대가로, 섬에서 얻은 보물이나 그에 상응하는 보수를 현찰로 치룰 것.】
【당연한 조건이군요. 세 번째도 있습니까?】
【알면서 뭘 물어? 이게 제일 중요하지. 나를 미신이나 재앙에 겁 먹고 쫄아 있는 해안가의 덩치들이랑 똑같이 보면 곤란해.】
─철컥! 우르실라는 검집을 벨트에서 풀었다.
【전사라고 뻗대는 멍청이들의 배가 그 놈들의 연인이자 아내라면, ‘골데네 시프’는 나의 분신이다. 내 분신에 올라타려는 새끼가 나보다 약해빠진 건 눈 뜨고 못 봐 주지.】
손에 검집과 검을 쌍으로 든 우르실라. 그녀는 존나 해적 새끼들이나 쓸 것 같이 생겨먹은 두툼한 곡도를 내 면상에 겨누며 외쳤다.
【내 배에 올라타고 싶다면 힘으로 꺾어봐라!! 이 우르실라 쥬크세스를 말이야!!】
옛날 귀족들은 시비가 털릴 때는 결투로 승부를 봤댄다.
내가 읽은 찌라시가 팩트인지 알 방법은 없지만─이세계엔 와이파이가 터지는 곳이 없다─, 그때 얘기로는 결투에서 너무 다쳐서 죽는 사람도 있었다나 뭐라나.
【게르마니아에도 그런 문화가 있는가 보군요.】
나는 연무장에 따라나와서 그리 뇌까렸다.
바이킹도 아닐 텐데 결투로 일을 결정하다니. 존나 야만한 느낌이다.
【캬하하!! 편하고 좋지? 배 위에서 믿어도 되는 건 깡이랑 실력밖에 없어. 사람을 믿을 수 있는가 아닌가는 그런 다음의 문제야.】
우르실라는 한손에 검을 들고 결투를 준비하는 중이었다. 우리를 보러 나온 곳에서도 차고 있던 그 곡도(曲刀)가 맞다.
시원시원한 성격의 무력지상주의자! 시골 촌동네 잡상인도 잔머리를 굴려대는 이세계에서는 매우 레어한 사람이다. 표리일체라고 하면 인상이 괜찮게 들리니까 신기하다.
‘이상한 조건을 거는 것보다는 편하긴 해.’
기왕 이렇게 된 거 긍정적으로 가자. 무슨 귀중한 물건을 구해오라든가 시키지 않아서 다행이지 않은가! 신경써야 할 건 우르실라가 얼마나 쎄느냐였다.
【사람들이 부탁하러 올 때마다 이런 결투로 정하십니까?】
솔직하게 얼마나 쎄냐고 물어봐도 대답 안 해 줄 것 같아서 속을 떠 봤다.
‘결투를 얼마나 많이 하고, 얼마나 이겼는지로 대충 실력이 보이겠지.’
승패 기록 99전 0승 99패 같은 거면 나도 편할 것이었다.
오는 사람마다 맞짱 걸고 털려서 부탁을 들어주는 마녀라.
그렇게 생각하면 어딘지 모르게 귀여운 느낌이다.
‘대충 보기로는 쎄 보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단 말이지.’
체중 이동법 같은 건 아마추어를 벗어났지만, 마나를 보기 전까지는 실력을 확신하기 힘들었다. 따지고 보면 나는 실전경험 수는 적은 편이니까.
【가끔씩은. 외국인이나 내륙지방 놈들 중에서도 급한 일이 있는 녀석들은 나한테 배를 빌려달라고 찾아오곤 하거든.】
그리 말하며 우르실라는 깐지나는 검법 품새를 갖췃다.
【──나를 꺾고 내 배에 올라탄 남자는 몇 없지만 말야.】
─척. 검을 세우는 우르실라한테는 백전연마의 카리스마가 있었다.
정식 검술 훈련을 받았는지 자세도 좋았다. 군 출신이라고 했는데, 게르마니아 해군에서 일하다가 퇴역한 걸까? 나이가 몇 살인지 궁금해지는 약력이었다.
‘아니 시발 근데 왜 진검이에요.’
연무장으로 델꼬 오길래 프랑이랑 대련했을 때처럼 목검 목창을 들고 쌰바쌰바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르실라는 진검을 뽑고 임전태세를 보이는 게 아닌가! 나는 당황해서 질문했다.
【목검 같은 건 안 쓰십니까? 저도 진짜 창인데요.】
【네 깡다구를 보려는 결투인데 목검? 나랑 막대기를 비비적대면서 놀고 싶어?】
와. 아까부터 느꼈는데 이 아가씨 약간 섹드립 취미가 있으시네.
존나 선원들이 입이 거칠어진다는 얘기는 들어봤는데 그게 여자한테도 통하는구나. 나는 어떡하면 좋을지 0.3초의 깊은 고민을 거치고 대답했다.
【우르실라 님이 다치시면 안 되잖습니까? 저는 힘조절 할 자신 없습니다?】
【기개는 좋군. 마음에 들었어.】
─히죽. 성격에 어울리는 미소를 짓는 우르실라였다. 존나 내 도발기가 스턱이 뜨다니 얼마만이지. 패드립이나 심각한 욕을 쓸 수 없어서 그런가.
소환사의 협곡에서 배운 K-어그로는 품위 있는 자리에서는 못 쓰는 거였구나.
【양측 모두 준비는 되셨습니까?】
심판 역할을 맡은 흉터 메이드가 연무장 구석에서 깃발을 들었다. 거기서 2미터 떨어진 곳에는 우리 아내님들이랑 파티원들.
‘왜 다들 남친이나 친구가 프로 복서한테 링에 끌려간 것 같은 분위기인 것이지.’
프랑만이 크게 걱정하지 않는 얼굴이었다. 눈이 마주치자 주먹을 쥐며 ‘파이팅!’ 이라고 입만 뻥긋한다. 씨발 곰 기운이 쑥쑥 솟네.
【나는 준비됐다.】
【저도요.】
【……그럼 양측 모두 자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