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휙! 내가 입을 벌리고 받아먹으려고 하자 라리루라가 포크를 180도 턴 했다. 헛방친 내 입은 공기를 씹었다.
뭐지 시발. 놀리는 건가. 내가 얼탱이가 나가자 라리루라는 행복하게 웃었다.
“아핫♡! 선배도 참. 아~♡ 하시라니까요? 뭐가 부끄러우셔서 그래요?”
얘가 그새를 못 참고 까부네.
서커스단에선 막내라고 귀여움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는데, 우리는 그런 거 없다.
나는 쌉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라리루라의 접시에서 과일을 집었다. 그리고 라리루라의 턱을 잡고 과일을 입술에 댔다.
“아~. 해.”
“네? 네?”
“아~ 하라고.”
눈을 빤히 들여다보며 말하자 입을 벙긋대던 라리루라가 가만히 입을 벌렸다.
“아, 그게, 그……?”
……아~.
천천히 열리는 입. 나는 거기에다가 과일을 밀어넣어줬다.
라리루라는 고개를 깊게 숙이고는 입을 우물댔다.
“맛있냐?”
“……몰라요. 진짜.”
라리루라는 고개를 돌렸다. 땀에 젖은 머리카락이 상기된 목에 젖어서 붙어 있다. 쪽팔린 줄은 아는갑지.
─홱! 무심하게 날린 포크의 정권 지르기가 정확하게 내 입속으로 들어왔다.
“오, 맛있네.”
약간 산미가 있는 코코넛인가 라이치 같은 맛이었다.
노는 것도 먹는 것도 만족스러운 바캉스로군.
날씨가 더운 것만 빼고 말이다.
점심으로 거하게 바베큐 파티를 즐긴 뒤.
나는 해가 질 무렵에 베로니카를 따라서 마법진의 상태를 보러 갔다.
오레이칼코스의 결계에는 사철 가루에 올린 막대자석처럼 모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중학교 과학실험에서 봤던 듯한 느낌.
“봐도 몰겠네. 잘 된 거냐?”
“그렇지. 보거라. 바다로 뻗은 파형에 비해서 남쪽으로 뻗은 파형이 6~7배 더 길군.”
“흐음. 여기서 바다까지 10분 걸렸던가? 그럼 셰이드의 소재가 있는 곳까지는 여기서 1시간 정도 걸린다고 생각하면 되겠네.”
이 마법진은 말하자면 원시적인 레이더였다.
베로니카는 이 오리할콘에 물의 마나를 담아놨다. 그래서 그 마나에 반발하는 불의 마나는 바닥의 모래를 남쪽으로 민 것이었다.
모래가 남쪽으로 밀렸다는 소리는 불의 마나가 북쪽에서 남쪽으로 불었다는 뜻!
‘다시 말해서, 타오르는 가지는 섬의 북쪽에 있겠지.’
그 소재는 이름만 들어도 불의 마나가 충만한 곳에 있을 것 같으니 말이다.
“정답이다. 1시간 정도 걸어서 도착한 곳에서 불의 마나가 고일 듯한 장소를 수색하면 되겠군.”
“그거 편하네.”
작은 섬이지만 단서가 없는 상태로 샅샅이 찾으려면 하루나 이틀로는 안 끝난다.
그래서 대학 시절에 모험가들 고용비를 줄이고자 유적을 찾기 전에는 철야로 일을 했던가. 연구원생 시절을 생각하니 예르나가 떠올라서 갑자기 좀 좆 같다.
‘셰이드를 할 수 있게 되면 그 년의 과거도 알 수 있겠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오리할콘 기둥을 회수했다.
신기하게도 땅에 묻혀 있었는데 표면의 미스릴에는 모래나 흙이 묻지 않았다. 이세계 광석 존나 신기하다.
“내일 날이 밝고 나서 탐색하러 가면 되겠지.”
“그러자꾸나.”
오리할콘 기둥을 석판에 넣고 해변으로 돌아갔다.
우르실라와 친구들도 복귀했던 모양인지 겉옷을 입은 파티원들과 대화 중이었는데, 그녀는 얘기하던 프랑에게 목례를 하고 나한테로 왔다.
【오셨습니까. 어떻던가요?】
【섬이나 좀 돌아봤는데 별 건 없었어. 휴화산── 아니지. 사화산(死火山) 정도가 고작인가. 북쪽에 화강암 지대가 있는 산이 있더군. 그래도 역시 동물은 안 보였고.】
희미하게 담배 냄새를 풍기며 우르실라는 옷깃을 들었다 놨다 했다. 더운 모양이다.
‘화산이라.’
활동을 정지한 화산이 북쪽에 있다는 건, 거기를 타오르는 가지가 있을 최우력 후보로 생각해 둬도 될 것이었다. 내일 아침에 조사하러 가 봐야지.
【너희들도 별고는 없었지?】
【예. 그런데 의외로 바다에는 생물이 많더군요. 생선을 좀 잡아 놨습니다.】
【해류 때문인가? 듣던 중 다행인걸.】
동감이다. 배에 실은 건조식은 아껴야 하니까.
항해 중에는 들린 섬에서 식량을 현지조달해야 하는 법!
근데 그렇다고 과일만 먹는 건 육식주의자 꼴마초인 내게 너무 끔찍한 일이었다. 바다에 생선이라도 많아서 해피합니다. 등푸른 생선은 머리에도 좋다. 팩트인지 아닌지는 모름.
【어쩌다 보니 양이 많아졌습니다. 같이 나눠 드시죠.】
【좋아. 우리도 먹을 수 있는 과일이나 버섯을 가져왔거든. 뭣보다 정원 섬에는 독성 식물이라곤 코빼기도 안 보이지만 말이야.】
정원 섬?
내가 뜬금없는 고유명사에 눈을 깜빡이자 우르실라가 설명했다.
【우리끼리 붙인 가칭이야. 마치 누군가가 정원처럼 꾸민 섬 같아서, 정원 섬.】
【괜찮군요. 그렇게 부르죠. 이 섬에 정식 명칭은 따로 없는 듯 하거든요.】
【좋을대로 해. 아, 잠은 배에서 잘 거지?“
【물론이죠.】
거듭 말하는 거지만 배는 바다에 뜬 저택이다.
우리가 왜 멀쩡한 집을 빌려놓고 야영을 하겠는가. 우르실라와 선원들에게 생선을 나눠주고 배로 돌아가서 잘 준비를 했다.
위험한 섬은 아니어도, 캄캄한 밤에 밖에서 할 만한 일도 없기 때문이었다.
미안. 거짓말이다.
배 안으로 들어온 건 내가 배도 부르고 하니 1달에 가까운 금욕 생활을 못 버틸 것 같아서였다. 마침 다른 선원들도 우리처럼 밖에서 바베큐를 하는 듯 하니까 말이다.
방은 우르실라가 사적으로 쓸 거면 여기로 가라고 안내해 준 곳이 있다.
‘마음도 넓지.’
혈기왕성한 신혼 부부가 어떤 용도로 쓸 지 모르지는 않을 텐데.
그리하여 나는 다나와 프랑을 먼저 보내고 준비를 챙겨서 방을 나오기로 했다.
“잠깐 산책 좀 다녀올게. 늦으면 먼저 자라.”
“……산책인데 짐이 굉장히 많으시네요? 무기도 없으시구.”
내가 그리 말하자 라리루라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내 성의 없는 구라를 꼬집었다.
“가방 하난데 뭘? 위험한 생물도 없고.”
“그건 그런데요…….”
입술을 내미며 삐지는 라리루라. 뭘 그래. 너도 존나 알 건 다 아는 나이잖냐.
만약 우리 가족 사이에 자식이 태어난다면 이렇게 티를 낼 수는 없겠지만─어릴 적 부모님의 성교는 트라우마가 되기 쉽댄다─, 라리루라나 베로니카는 해당 사항 없다.
베로니카는 우리가 ‘셰이드’하는 사이라는 걸 알고, 라리루라도 마찬가지다.
특히 라리루라는 아예 우리더러 맘 편하게 하라고 우리 집에 자주 안 찾아오거나 했지 않은가! 그니까 애들은 가라. 완전 야무해.
“조심해서 다녀오거라, 주인님.”
집게 손가락을 가위처럼 움직이며 말하는 베로니카였다.
그 사인은 아마 ‘룬의 연결은 끊어두겠다’는 뜻이겠지. 오늘 밤에 셰이드로 내면세계에 들어가게 된다면 따라들어오게 될 것이니까.
“……후우. 다녀오세요. 저는 언니랑 놀고 있을게요.”
라리루라는 가만히 뭔가를 생각하다가 그리 말했다.
나는 가방을 어깨에 매고 방을 나왔다. 문을 닫아도 우리 파티원들이 재잘거리며 얘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베로니카 언니? 저 있죠, 오늘은 악어가 만지고 싶어요☆!”
“악어? 저번에는 코끼리더니, 만지는 촉감이 기괴할 법한 생물만 좋아하는군.”
둘이서 의외의 공감대라도 있는 모양. 처녀 알레르기 극복 힘내라, 베로니카.
나는 침대가 있는 배의 빈 방으로 갔다. 아내들은 준비를 다 하고 내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가, 내가 준비물을 갖고 나타나자 일어났다.
“……말하고 왔냐? 뭐라든?”
“흐흐. 배려받고 왔지 뭐. 우리 누나 부끄러운가 보네.”
“씨발…… 당연한 거 아니냐? 암만 친한 사이여도 그런 걸 말하는 건 어색하지.”
“그런가? 쉽게 얘기하는 친구 사이도 있을 텐데.”
지구에 있을 적에 봤던 카톡 썰 같은 거에선 그랬다.
남녀 상관 없이 진짜 친하면 그렇고 그런 음담패설을 자주 하기도 한다는데, 우리 누나는 그런데 면역이 없는가 보다. 키스 다음 진도를 아무 것도 모르던 다나도 뭐가 부끄러운 줄은 안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꼴리기 시작했다.
“헤헤. 노르도 오늘까지 많이 참았잖아. 오랜만인데 뭘.”
프랑은 그런 건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옷을 벗었다.
내 눈이 자기 몸에 못 박히는 걸 느꼈는지, 프랑은 천천히 속옷을 벗었다. 한꺼풀씩 드러나는 프랑의 살결에 내 좆이 하늘을 찌르게 된 것은 자명지사다.
“그리고 나두…… 노르가 오늘 엄청 쳐다봐서 달아올랐는걸.”
알몸이 된 프랑은 내 옷을 벗겨주면서 야하게 웃었다.
아, 역시 여자는 자기 몸을 보는 시선을 모를 수가 없는가 보다. 프랑도 내가 자기 몸에 흥분했다는 걸 알아차려서 할 마음이 든 것이었다.
“후우……. 그래. 선 오일인지 뭔지 바르기 전부터 대충 이렇게 될 것 같기는 했지. 아주 나랑 프랑을 번갈아가면서 쳐다보대?”
다나도 한숨을 쉬며 윗도리를 벗었다.
눈빛에 은근한 기쁨이 엿보이는 것은 왜일까. 몸매에 자신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프랑 만큼 자기한테 꼴려했다는 게 기쁜 걸지도 모르겠다.
“야, 노르. 너 지금 누나 약간 무서운 거 아냐?”
감미로운 손짓으로 나를 뒤에서 안은 다나는 우뚝 선 귀두를 손톱으로 두들겼다.
─쿵쿵. 작은 가슴을 넘어서 들리는 다나의 심장 소리는 내 심장 소리와 합중주를 이루었다. 그것은 긴장과 공포와 기대감으로 뛰는 하모니였다.
“……사르가디스에 있을 때는 아주 매일같이 뽑아줬는데도 그 지랄이었지? 근데 오늘은 여기에 몇 주치를 모아둔 거야?”
다나는 내 자지에 미친듯이 쑤셔져서 기절했을 때를 떠올린 것처럼 침을 삼켰다. 우리 누나의 흥분도가 전해져왔다. 섹스리스 생활에 갈증을 느낀 것은 나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흐흐. 출장 오기 전부터 참았으니까, 2~3주 정도인가?”
“벌써 3주 씩이나 됐어? 우리 오늘 노르한테 죽겠다.”
─조물조물.
─쪼옥.
다나가 뒤에서 불알을 주무르자 프랑은 사전작업을 하는 것처럼 내 귀두에 키스했다. 벌써부터 프랑의 허벅지를 타고 흐르는 애액이 보였다.
‘씨발 못 참겠네.’
인내심이 다한 나는 가방에서 돗자리, 수영복, 선 오일을 꺼냈다.
“아침에 했던 거 다시 한다. 둘 다 수영복 입고 누워.”
“읏…… 응.”
강압적으로 명령하자 프랑의 숨이 가빠졌다.
아내들은 오늘 했던 것처럼 똑같이 돗자리에 엎드렸다. 이 돗자리가 아니면 오일이 흡수돼서 제대로 즐길 수가 없을 것이었다.
준비물을 챙겨온 건 그것 때문이다. 나는 <정화> 마법을 우리 세 사람한테 전부 발동해서 소독을 했다.
그리고 그대로 두 사람의 몸을 만지려다가 인상을 썼다.
‘아, 염병. 손톱 못 깎았네.’
섹스리스 생활이 길어서 깜빡했다. 이대로 질내를 긁을 순 없는데.
‘──그거다!’
잠깐 고민한 나는 기책을 떠올렸다. ─슈와악. 야수회귀를 손가락 끝에만 감았다. 손가락이 굵어지고 육구처럼 부드러운 마나에 덮이자 안심이 되었다.
그야 야수회귀도 손톱을 세우면 존나 위험하지만 문제는 없다. 내가 울 아내들에게 그딴 짓을 할 리가 없으니까.
나는 선 오일을 손에 바르면서 말했다.
“너희, 신음 제대로 참아라. 오늘 아침처럼 내가 좀 만져줬다고 오고곡 거렸다간 배에 남은 경비들이 듣고 오는 수가 있어.”
보통 이런 배는 방음이 안 된다. 자연재해나 적습은 시간을 가려서 오는 게 아니잖은가.
태풍이 왔는데 방음이 개쩔어서 동료들이 암만 불러도 잠만 쳐 자면 좆 된다. 그래서 우리도 오늘은 간만에 신음을 참을 필요가 있었다.
내가 그리 말하자 다나는 엎드린 자세로 어이가 없다는 것처럼 중얼거렸다.
“……지는 우리가 마사지해 줄 때 끅끅 거렸으면서── 힉!?”
─쪼오옥.
나는 다나의 엉덩이골 사이로 손을 미끄러트렸다. 사실은 우리 누나를 조용히 만들려면 말로 뭐라고 떠드는 것보다는 이렇게 보지를 눌러주는 게 가장 효과적이지.
“……읏, 큭….”
“후으으…….”
─철퍽. 챱챱.
나는 아내들의 등허리와 다리에 선 오일을 도포하고 몸을 뒤집게 했다.
예전에 프랑이랑 했던 절정 참기 플레이…… 가 아니고, 그 뭐시냐. 마나 훈련이랑 똑같다. 음부에는 절대로 손을 안 대며 괴롭히는 것이다.
“……옷, 흑…!!”
…푸슛!
다른 점이 있다면 오늘은 참지 않아도 된다는 걸까. 내가 손을 댄지 5분도 안 지나서 프랑은 마이크로 수영복을 안쪽에서부터 적셔버리고 말았다.
“흐으, 흑…… 하…….”
“크, 으흐…….”
개발도의 차이가 역력하게 나왔다. 다나에 비해서 나한테 만져진 시간이 길었던 프랑은 벌써부터 죽을 것처럼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이건 조금 기다리게 할 필요가 있겠군.’
일종의 방치 플레이였다. 나는 프랑이 가기 직전의 반응을 유심히 관찰하다가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손을 뗐다.
……퓨우…. 애매하게 뿜어지다가 그쳐버린 절정감에 프랑이 입술을 깨물었다.
“왜, 왜……?”
“체력 분배 해야지. 아직 10분도 안 지났어, 프랑.”
그리 말한 나는 미끌거리는 다나의 수영복 엉덩이로 손을 넣었다. ─쮸릅. 츄압. 그대로 라인을 타고 허리까지 손을 올리고 옆구리를 위아래로 흔든다.
“앗, 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