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59화 (259/1,009)

깍지 낀 손을 풀고서 내 등판에 손을 돌리는 베로니카.

“……하, 한 번만 더어…♡”

“흐엑♡ 호옥♡”

입술을 오므리며 벌벌 떤 베로니카가 고개를 젖혔다. 이게 베로니카가 오르가즘에 패배했을 때의 반응인가 보다.

“하악, 후윽, 윽, 후으… 후으으……♡?”

숨을 헐떡이면서 충격을 받은 눈으로 나를 보는 베로니카.

속도가 빨라진 것만으로 이렇게까지 달라지는 것이냐── 하고 묻는 듯 하다. 나는 눈짓으로 수긍했다. 깊은 곳까지 닿는 체위니까 기세의 차이로 극명하게 갈릴 수밖에.

그러자 베로니카는 욕망에 진 것처럼 입을 벌렸다.

“……5, 5초만♡”

“뭐를.”

“교배 프레스 팡팡……♡ 딱 5초만 계속해 다오. 응?”

“……하여튼 첫날밤부터 자지 중독이 되서는.”

나는 기쁨과 어이없음을 섞어서 그리 말해주고 허리를 높이 들었다.

자지를 뽑아서 베로니카를 침대에 엎드리게 하고, 그 위에 올라타서 엉덩이를 벌렸다.

“아♡”

후배위 보지에 귀두가 쑤욱 들어오자 베로니카는 1초 뒤를 예측한 것처럼 입을 벌렸다. 처녀를 잃은 아픔의 기색은 이제 어디에도 없다.

……그래 뭐.

본인이 저리 좋아하는데 내가 첫날밤의 배려를 따지는 것도 우습겠지.

‘몰라 시발. 꼴리면 됐지.’

나는 고개를 젓고서 있는 힘껏 자지를 쑤셔박았다.

“후오오오옥♡?! 히으으윽…?! 그, 극, 극, 극♡!”

─팡팡팡팡팡팡팡!!

예쁘게 살집이 잡힌 엉덩이가 물풍선을 때리는 것처럼 진동했다. 내 허리가 자지를 뿌리까지 삽입하면서 엉덩이를 때리는 것이었다.

“흐엑♡ 헤엑…♡! 하으윽, 크흐으으응♡!! 아후으응…♡!!”

─팡팡팡팡팡! 팡팡팡팡팡!

리드미컬하게 내려찍던 떡방아를 멈췄다. 얻어맞은 것처럼 빨개진 엉덩이가 파르르 떨렸다.

“……히극, 헤욱, 흐엑…♡?”

피스톤질 중에 멈추자 베로니카는 왜 멈췄냐는 듯이 나를 쳐다봤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5초 지났는데, 어쩔래?”

베로니카는 딱 1초 망설였다.

……탁탁♡

베개에 턱을 대고 발 뒤꿈치로 내 엉덩이를 치는 베로니카.

그게 꼭 애교를 부리는 것 같아서 조금 웃겼다.

나는 베로니카의 엉덩이에 자지를 대고 플랭크 자세처럼 그 등에 누워버렸다.

“후으, 후으, 헤으응……♡”

어깨 채로 팔을 감싸안아서 오도가도 못하게 하자 벌써부터 얼굴이 공포와 기대로 물드는 베로니카.

존나 우리 아내들은 왜 이렇게 다 변태들 뿐인지 몰라.

‘남편 새끼가 어디 내놓기 부끄러운 씹변태라서 그런가.’

만약 정말로 그렇다면 나한테도 책임은 있을 것이었다.

나는 그리 생각하며 책임감 있게 허리를 들어올렸다.

그날, 흐레마르의 어느 고급 여관방에서는 발정기 동물이 우는 듯한 소리가 쭉 울려퍼졌다.

나랑 베로니카는 몸을 씻고 예약한 방으로 돌아왔다.

“다녀왔습니다~☆! 선배! 여기 케이크요!”

잠깐 기다리자 파티원들도 돌아왔다. 눈빛을 보내는 우리 아내들에게 나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아내들의 배려심에는 늘 신세를 지는 느낌이다.

“아, 물론 언니 것도 있다구요~? 저희끼리만 먹고 오자니 미안하더라구요!”

헤실거리며 웃은 라리루라는 베로니카에게도 케이크를 건네주었다.

“인간족의 과자로구나. 고맙다. 다음에는 같이 가자꾸나.”

그게 양심에 찔리기라도 했는지 베로니카는 고맙게 받아들었다.

라리루라의 손을 잡으며 말이다.

그녀의 저주에 대해서 알고 있던 라리루라는 당연히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어라? 언니, 저주는요?”

“조금 나아졌느니라. 주인님 덕분에 말이지.”

베로니카는 쑥쓰러워 하면서 눈을 피했다. 나는 케이크를 까다가 흠칫했다.

‘아니 시발 좀, 말딸련아. 왤케 솔직해.’

솔직한 건 좋은데 얼굴에 홍조만 안 띄웠어도 뭔가 마법으로 조치를 취했다고 거짓말 할 수도 있었잖아.

셰이드도 마법의 일종이니까 구라 아님~ 하는 정신승리도 준비해 놨는데 이실직고를 하면 어떡하자고.

“…………흐오에?”

그리고 베로니카가 쑥쓰러워 하는 걸 보고 진실에 도달해 버린 라리루라는 이상한 소리를 냈다.

─삐걱. 삐걱.

라리루라의 얼굴은 90도 회전해서 나한테로 향했다.

그 넋 나간 시선은, 뭐라고 해야 되나. 산타 할아버지가 공상의 존재라는 걸 깨달은 어린애 같아서 보고 있기가 괴로웠다. 죄책감이 맥시멈.

당연히 이렇게 될 거라고 예상하고 있던 나는 애꿎은 방향을 쳐다보면서 딸기 쉬폰 케이크를 음미했다.

“이 집 케이크 잘 하네.”

티르시랑 다른 사람들한테 돌릴 선물은 이 케이크 가게에서 파는 쿠키면 되겠다.

드워프의 본고장 니다벨리르의 특산품 쿠키! 출장 선물로는 적당하지 않겠는가.

역시 이런 선물은 받는 사람도 부담 안 되고 주는 사람도 주기 편한 게 최고지. 나는 그리 생각하며 케이크를 입으로 가져갔다.

흑흑, 맛있었다. 오늘 케이크는.

나, 프랑, 라리루라의 3인 파티는 의뢰주인 헬라 씨랑 같이 흐레마르 근처의 산을 올랐다.

“눈나. 눈나도 같이 안 갈래? 별로 빡센 일은 아니지만.”

“나는 모험가도 아닌데 의뢰에 따라가면 좀 이상하잖아. 게다가…… 하암. 논문 때문에 수면도 부족해……. 다칠 일도 없을 거라며. 느긋하게 갔다 오셔.”

“알써. 오는 길에 선물로 송충이라도 주워올게.”

“송충이? 몸에 털 숭숭 난 게 면도 안한 너랑 닮긴 했지.”

“존나 그런 논리면 난 개털 뭉치에 흥분해야 되는데.”

“털이 보라색인 개새끼가 어딨어 시발아.”

다나는 출장이라는 핑계로 놀러 갔다 온 게 아니라는 증거로 논문을 쓰느라 골치가 아픈 모양이었다. 학계의 예산으로 나온 출장이었으니까.

베로니카도 첫날밤의 후유증을 달래며 다나의 논문 제작을 도우려고 여관에 잔류한다는 모양.

‘뭐, 풀 파티가 아니어도 위험하진 않겠지.’

단순한 채취 의뢰에 실~골딱 클래스 급인 세 사람이 붙은 것이다.

이걸로 위험에 처하거나 하면 니다벨리르는 사람이 살 만한 동네가 아니란 소리밖에 안 된다.

“워르 풀의 자생지는 조금만 더 하면 도착한단다.”

라리루라의 꼭두각시에 탄 헬라 씨가 그리 말했다.

프랑이 경계하고는 있지만 링링이 3.5호의 품에 들어가면 훨씬 더 안전하기도 하고.

“벌써요? 생각보다 금방이었네요!”

어젯밤 실컷 삐졌다가 화가 풀린 라리루라도 링링이 3.5호 위에 타서 즐거워했다.

처음에는 충격이 컸던 모양인데 2~3시간만에 회복했다.

베로니카의 저주가 완화됨에 따라 처녀인 라리루라도 동물로 변신한 그녀와 스킨십이 편해졌던 게 주된 이유였다. 베로니카가 몸으로 잘못을 속죄한 셈이다. 왠지 야하게 들리네.

아무튼 바람도 선선해서 소풍이라도 온 듯한 분위기다.

실제로 꼭두각시의 생김새에 쫄아서인지 들짐승도 안 나오더라.

─쿵. 쿵,

예전보다 연비와 출력이 많이 좋아졌는지 링링이의 발걸음도 힘찬 게 보기 좋았다. 새끼, 사내대장부로군. 마초이즘 5급을 하사하마.

─쫑긋.

그때였다. 반지의 룬으로 주변의 기척을 감지하던 프랑이 이상하다는 듯 눈을 깜빡거렸다.

“노르? 왠지 작은 동물이 이쪽으로 오고 있어.”

“……작은 동물? 뭐길래 그래?”

지나가는 동물이면 일부러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프랑은 눈쌀을 찌푸리며 집중했다.

“응…….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새끼곰?”

새끼곰?

그 말에 나까지 고개를 모로 꼬았을 때였다. ─파사삭! 풀숲을 파헤치면서 정말로 작은 곰이 한 마리 나타났다.

“진짜네.”

어떻게 소리만 듣고 동물 종류까지 알아맞히는 거지. 좆프 새끼들은 숲의 주민이라는 칭호 똑 떼어내서 우리 프랑한테 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삐엑!!”

아무튼 그렇게 나타난 새끼곰은 링링이한테로 달려가다가 그 상어이빨이 자라난 와꾸를 보고 기겁했다. 꼭두각시의 주인인 라리루라는 그걸 보며 눈을 빛냈다.

“아아앗──?! 새끼곰이다! 귀여워♡!”

“잠깐, 임마. 야생동물 함부로 만지고 그러는 거 아냐.”

나는 새끼곰한테로 홀린 듯 다가가는 라리루라를 막았다.

“야생의 동물, 그것도 새끼는 조심해야 돼. 근처에 흥분한 어미가 있을 가능성도 크고 인간의 냄새가 배면 부모한테 버려질지도 몰라.”

“아, 으……. 죄송해요…….”

자기 잘못을 뉘우친 것처럼 쪼그라드는 라리루라였다.

내가 급하게 말리느라고 부모한테 버려지느니 하는 소리를 해 버린 탓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괜찮다며 라리루라를 달래면서 그 새끼곰한테로 갔다.

입을 열기 전에 목을 가다듬는 헛기침을 했다.

동물 언어로 얘기하는 것도 오랜만이군.

“삐오아아? (왜 그러냐?)”

“뺘우오. 오우아우우……. (엄마. 없어졌어…….)”

새끼곰은 세상 물정을 몰라서 그런지 인간이 자기 말을 쓴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헬라 씨가 내가 이상한 소리를 내는 것을 신기해 하는 눈치였다.

나는 설명은 일단 제쳐두고 질문했다.

“오우아우우? (없어졌다고?)”

“뿌이이. 오우아우우……. (자고 나니까 없어졌어…….)”

새끼곰이 구슬프게 울었다. 동물의 말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알 수 있을 듯한 울음소리였다.

하루 아침에 엄마가 사라졌다다니. 그야 그건 동물이라도 슬퍼하는 게 당연한 일이겠지.

링링이의 발소리를 엄마인 줄 알고 온 걸까? 이 산에 이족보행의 커다란 동물은 곰밖에 없는 모양이다.

“뺘아우 워르르르? (어디로 끌려갔는데?)”

“삐에에…….”

새끼곰은 머리를 돌려서 방향을 가리켰다.

아니, 물어본 건 나지만 그렇게 말하면 어케 알란겨.

‘흐음.’

나는 고개를 모로 까다가마법으로 냄새를 지우고 새끼곰을 안아들었다. 밥도 굶었는지 새끼곰은 저항도 못하고 안겼다.

“아앗! 선배! 아까 저더러는 안지 말라시더니!”

라리루라는 내가 새끼곰을 안고 있는 게 부러웠는지 볼멘 소리를 냈다.

하긴 어린 곰이 귀엽긴 하지. 마스코트로 자주 쓰이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나야 마법으로 냄새를 지워버리면 되니까. 것보다 이 녀석, 링링이 안에 들여보내둬. 어미가 오면 제압하고 돌려주든가 하면 되겠지.”

새끼곰한테 육포를 쥐어주고 링링이의 배에 난 공간에 넣어두었다. 어미를 마주치면 그때 돌려보내주자.

나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의외로 찾아다닐 것도 없었다.

그 곰은 우리가 도착한 워르 풀의 자생지에 있었던 것이다.

“워르르르르르르──!!!”

그것도 목에 이상한 빛의 고리가 감긴 채로 풀숲을 싸그리 갈아 엎으면서 말이다.

“……허미 씹.”

나는 워르 풀로 보이는 갈색 이파리들이 전멸한 것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다른 사람들도 아연실색한 기색이었다.

“이, 이게 다 뭐람!”

특히 헬라 씨는 아는 사람만 알고 있었다는 풀숲이 진창이 된 것에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허어. 이건 또 뭐하는 놈들이야?】

어미곰을 조종하던 수상한 놈들이 놀라는 우리들한테 말을 걸어왔다.

나는 눈으로 셈을 했다. 15명이다. 얼굴에 가면을 쓰고 다 정체를 숨기고 있다.

그래도 강하다는 인상은 들지 않는다.

내 직감은 크게 빗나간 적이 없었다. 저것들은 해 봤자 동네 양아치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다. 몇몇 놈들은 마나를 좀 쓸 줄 아는 정도인가?

그런 판단을 내린 나는 말을 걸어온 남자의 목소리에 눈을 찌푸렸다.

‘……어디서 들어본 목소리인데.’

그것도 최근에 말이다.

누구지? 게르마니아에서 접점이 있었던 인물은 몇 없었다. 일단 가장 인상 깊었던 조이드인가 제이드인가 하는 새끼는 아닐 듯 했다. 체격부터 다르다.

【아이고야, 보면 안 될 걸 보고 마셨구만. 이거 불쌍해서 어쩌나 몰라.】

─까드득. 주먹을 울리며 양아치 대표가 나불거렸다.

그에 다른 놈들도 곰을 조종하던 것을 멈추고서 우리를 향했다. 나는 눈을 반개했다. 어미곰의 목에 감긴 고리는 동물을 조종하는── 아니, 날뛰게 하는 마법으로 보였다.

‘일부러 야생동물한테 천연염료 밭을 망치게 한다?’

이건 또 뒤가 구린 냄새가 났다.

그다지 상종하고 싶지는 않은, 인간 특유의 음습한 악의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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