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늘에서 눈을 떼고, 다시 인간들끼리 빼애액 거리는 지상을 쳐다봤다.
라그나로크 이후로 대부분의 신은 죽은 걸로 추정된다.
그 최전선에서 골로 간 오딘의 분신도 그렇게 말했잖은가. 신대의 종언을 맞이하며 오딘이 꿈꿨던 건 인류가 정해진 운명을 극복해가는 세상이었다.
고대문명 초기에는 그 꿈이 어느 정도 이뤄지기도 했을 것이다.
‘디아볼로의 말이 맞다면 실제로 신의 빈 자리를 채울 만큼 뛰어난 인재들이 존재하기는 했던 모양이니까.’
그러나 일부 인류는 ‘신 못 잃어 종교 못 잃어’ 하며 그 뛰어난 인재들에게 ‘너! 우리의 새로운 마망이 되라!’ 따위의 궤변을 들이밀었다.
거기서 뻗어나온 광기의 계파가 바로, 티르시를 괴롭혔던 초대 원로원의 비밀 병기다.
신좌에 버금갈 만큼 뛰어나던 고대 문명의 마법사를, 오직 마나만 예토전생 시켜서 부려먹는 기술.
초대 원로원들이랑 같은 시대를 살았던 ‘아르마 슈나스’라는 사람이 그 사상에 동의했는지는 몰라도, 내가 보기엔 싹 다 미친 새끼들이 맞았다.
잃어버린 신을 대신해서 인간을 신으로 추대하다니?
거기까지라면 안타깝게 생각하고 끝냈을 것이다.
인간 마법사 슈나스 씨의 힘을 후손에게 남긴 것?
자식에게 유산을 물려주는 기분이라면 이해 못할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 유산을 받으려면 죄 없는 가족 1명을 제물로 바쳐야 한다는 전제는 절대 좋게 볼 수가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나는 이번에도 확인해야 할 게 잔뜩 쌓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골치가 아파왔다.
균열은 닫았어도 아까 말한 것처럼 요툰들은 남아 있다.
그런 뒤에 티르시에게 공조죄가 씌워지지 않도록 이리저리 수를 쓸 필요도 있었다.
‘……그리고 티르시에게 벌어진 의식이 차후에 어떤 영향을 끼칠 지도 알아봐야 하고.’
─힐끔.
나는 마법에 관해서라면 우리 파티 최고의 지식인인 베로니카를 쳐다봤다. 하지만 이건 우리 여신님이라도 당장 결과를 재촉하긴 어려운 문제였다.
새삼 디아볼로를 놓친 게 안타까웠다.
그 새끼의 영혼에서 초대 원로원이 남긴 ‘후손이라도 할 수 있는 신을 만드는 법’ 강좌를 싹 뽑아냈어야 하는데!
〈균열은 닫았습니다. 이제 다시는 열리지 않겠죠.〉
그러고 있자 시냐티오가 땀을 흘리며 다가왔다. 마나를 쫌 많이 쓴 듯 안색이 나빴지만 걸음걸이는 올곧다. 이 사람도 참 좋으나 나쁘나 초인인 것이다.
그, 아니 그녀는 나에게 염려스러운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
〈실례지만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흑마법사가 아니냐는 말 같지도 않은 의심을 사고 계신다지요.〉
〈예. 흐흐, 어쩌다 보니까 그렇게 됐습니다.〉
〈마냥 웃으실 일은 아닙니다. 시시한 의혹을 넘어갔다가 후일에 ‘이때도 이런 일이 있었다’며 발목을 잡히는 건, 이런 정치 문제에서는 흔하디 흔한 일이니까요.〉
아르마 뭐시기, 그러니까 귀족 가문 출신으로 보이는 시냐티오는 미네르바나 나보다 현실적이었다.
아마 야누스 교단에 입교하기 전에 보거나 들은 게 있는 모양이었다.
‘쓰벌, 그렇게 들어보니까 그럴싸 하긴 하네.’
나는 혀를 내둘렀다. 분명히 전과나 전적이 있는가 없는가 하는 문제는 재판에서도 유의미한 차이를 낳으니까.
흔히들 정치에서는 명분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그건 좆도 멋진 말이 아니다.
‘명분이 중요하단 건, 앞뒤만 맞는다면 억지를 부려서 일을 밀어붙이는 새끼들이란 뜻이자너?’
상대는 논리가 통하는 상대가 아니었다.
나중에 뭔 개 같은 헛소리로 재판장에 불려가는 것도 좆 같을 것이었다. 사술을 사용한 적이 없잖어! 꽁꽁 숨기고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여! 같은 소리를 할지 누가 아는가?
그래서일까? 내가 교수의 생물학적 하위 분류에 귀족을 추가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자 시냐티오는 무표정한 얼굴로 대뜸 제안했다.
〈만약 괜찮으시다면 제가 정식으로 무고하다는 증명을 해 드리고 기록으로 남길까 합니다만, 어떠십니까?〉
〈아, 그래 주시겠습니까? 그러면 저야 좋죠!〉
나는 반색하며 대답했다. 원래 한국인은 조선 이후로부터 기록의 민족 아닌가!
기록은 조작되지 않는 이상 배신하지 않는다. 이단심문관의 4차 전직인 징벌집행관이 ‘이 새끼 무죄임’ 하고 도장 쾅쾅 찍어준다면 그것만큼 마음이 놓이는 게 없었다.
내가 선뜻 제안을 받아들이자, 시냐티오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했다.
〈그러면── 벗으십시오.〉
〈……예? 벗어요? 뭐, 뭐를요?〉
나는 이건 또 무슨 개소리인가, 딱 봐도 씹노잼 개그 센스 제로인 사람이라서 개그도 급발진 뇌절로 하는 건가 하면서 존나게 당황하고 말았다. 벗어? 뭘? 누명을?
하지만 시냐티오는 은행에서 서류에 사인할 곳을 알려주는 아줌마처럼 무정하게 말했다.
〈입회인들이 보는 곳에서 옷을 벗으십시오. 속옷은 남겨 드리겠습니다.〉
〈……웨용?〉
〈어둠과 음의 마나를 체내에 품은 자. 교단에서 내린 ‘흑마법사’의 정확한 정의입니다. 의혹을 남기지 않으려면 확실히 해 두는 게 맞습니다.〉
나는 반박할 말을 잃고 말았다.
나도 자주 말하지 않았는가. 흑마법사=벌레먹이다.
어둠과 음의 마나는 생명을 좆창내는 마나였다. 그래서 흑마법사는 하나같이 몸에 하자가 많았다.
그걸 극복하는가 아닌가가 강함의 척도이고 말이다.
유니콘은 골렘을 사용해서 본인이 어둠과 음의 마나에 노출되는 걸 피했고, 마피아 코뤤투스랑 디아볼로는 자신의 몸을 단련해서 부작용을 버텼다.
하지만 〈임모르탈리스〉의 흑마법사들도 지 몸에 벌레가 먹히고 산채로 살이 썩는 걸 아예 틀어막진 못했다.
‘=나도 흑마법사면 몸에 흔적이 남는다는 얘긴가.’
거기다가 일단은 사제이기도 한 시냐티오가 확인한다면 내 무죄는 퍼펙트하게 증명된다.
이제 필요한 건 쪽팔림을 감수할 용기 뿐이다.
나는 이득과 손해를 점쳐보고 내 수치심이 장래의 좆 같음보다는 훨씬 저렴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알겠습니다. 시냐티오 님 앞에서만 벗으면 됩니까?〉
〈제가 매수당했다는 의혹을 불식하려면 입회인이 달리 더 있는 게 좋겠죠.〉
〈그렇다면 내가 하지.〉
곧바로 나선 것은 말투만 봐도 알 수 있는 미네르바였다.
이 아줌마가 굉장히 망설임이 없으시네. 젊은놈 식스팩에 흥미가 많으신가.
〈미네르바 님이라면 군말은 나오지 않겠죠. 그래도 가능하다면 1명 더 있는 게 나을 듯 한데…….〉
시냐티오는 적당한 립 서비스를 뱉으면서, 아닌 척 여기에 이목을 집중하던 사람들을 둘려봤다.
그러자 뒤편의 귀족들 중에서 제일 빨리 구둣발을 내딛은 건 나도 아는 사람이다.
〈저로 충분할까요? 시냐티오 징벌집행관님.〉
〈예, 물론 충분하고 말고요. 그 이름으로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프리모르 님.〉
〈다행이네요. 저희들이라면 같은 인물에게 매수당했다고 생각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프리모르의 말의 후반부는 미네르바에게 한 것이었다.
아르마알스 사람에게 크게 당해서 상처를 입었다는 미네르바는 턱만 적당히 까딱해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러면 가십시다.〉
시냐티오에게 사람의 마음이 없진 않는지, 대놓고 여기서 빤스 바람이 되라곤 하지 않았다.
웨 내가 나잇대도 천차만별인 아줌마들 앞에서 바바리쇼를 펼쳐야 하는가 하는 자괴감은 들었지만, 여기서 싫다고 뻐팅기기엔 의심을 샀을 때의 부작용이 너무 컸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다가 사고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뭐든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하지 않는가. 차마 노출을 즐길 순 없겠지만, 가능하다면 긍정적으로 굴어야겠지.
‘프리모르한테는 이미 보여준 건데 뭐.’
그렇게 나는 갑옷을 벗고 웃통과 바지를 훌러덩 깠다.
〈……크흠.〉
〈으흠…….〉
유부녀 두 분께선 내 몸을 보고는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돌리셨다.
아니, 결혼까지 하신 분들이 왜들 그러시나. 내 로지컬-추리가 맞다면 못해도 프리모르는 유경험자일 텐데.
〈흐음. 의심하는 것 자체가 무용한 짓이었으나, 어디에도 흑마법의 흔적은 없군요.〉
이성의 몸을 쳐다보는 수치심도 없는지, 시냐티오는 나의 가슴을 쳐다보며 그렇게 말했다.
않이 근데 씨팔 너무 진지해서 존나 정신 나갈 것 같애! 또 추워서 젖꼭지 서게 생겼어! 시팔 언제 끝나 이거!
〈헌데 미미하게 어둠과 음의 마나가 흘렀던 듯한 느낌이 있습니다만…… 저주라도 받으셨는지?〉
〈예?〉
나 왠지 아까 전부터 시냐티오가 말할 때마다 예? 예? 거리기만 하는 느낌인데.
하지만 내 몸에도 어둠과 음의 마나가 흐른 적이 있다니? 당최 뭔 소리인지 짐작이──
‘──어 씨발.’
있었네, 흐른 적.
─삐질.
식은땀이 등에서 흐르다가 봄 날씨에 차가워졌다.
흑마법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비슷한 일이 있었다! 예전에 예르나를 족치면서, 망령도시에 충만하던 어둠과 음의 마나를 존나게 빨아들여서 마법까지 사용하던 적이!
틀림없이 그 얘기다!
〈커흠흠! 아, 아뇨. 그렇지는 않지만 뭐, 제가 흑마법사랑 싸운 경험이 좀 많아서요.〉
나는 급하게 변명했다. 이 씨발! 무고함을 증명하는 자리가 순식간에 염통이 쫄깃해지는 이단심문의 장으로 변했다!
경찰을 불러서 당당하게 음주운전 기계를 불었는데, 문득 오늘 면허증을 두고 왔다는 걸 떠올린 듯한 공포감……!!!
〈많으시다고요? 오늘 말고도 말입니까?〉
〈옙, 물론이죠! 이건 그겁니다! 그 뭐냐, 생업(生業) 같은 거에요! 이번에 그 개자식들한테 찍혔으니까 앞으로 혹시 또 제가 모르는 사이에 저주가 또 걸릴지도 모르겠는데요!〉
〈그러셨군요. 신실한 위업이십니다.〉
당황해서인지 연기가 존나 허접하게 나왔다. 하지만 아까 전에 놀라운 정치적 소견을 보여준 것 치고는 시냐티오는 별 신경 쓰지 않고 넘어가는 듯 했다.
그만큼 자기 안목을 믿는 걸까? 씨이발, 존나 멋지다!
그래! 사람이 프로가 됐으면 스스로의 능력을 믿을 줄도 알아야지!
역시 당신이 최고야! 속으로 몰래 중성마녀라고 불렀던 거 사과할게! 갓-야누스 님 충성충성!
〈흐음. 이후에 저주에 걸릴지 모른다니. 그건 확실히 걱정되는 일이군요.〉
그 존나 큰 무기를 잃어서 몸이 가벼워진 시냐티오는 뭔가 작은 뱃지를 꺼내서는 나한테 건넸다.
〈받으십시오. 제 것으로 등록된 교단의 신표입니다.〉
〈예? 이걸 왜 저에게?〉
〈차후에 저주와 관련해서 사람이 필요하시다면 저희들을 찾아주시길 바랍니다. 야누스 님의 은총은 저주에도 내리는 법이니까요.〉
지금 존나 나더러 나중에 저주에 걸릴 거라고 에둘러서 말한 것 같은 느낌인데요? 그 말부터가 저주 아냐?
그렇게 생각한 나는 뇌를 거치지 않고 입을 열었다.
〈어휴, 감사합니다!! 가문의 보물로 삼겠습니다!!〉
이거 생각도 못한 곳에서 베로니카의 저주를 풀 실마리나 단서를 주운 셈 아닌가? 역시 정의는 승리하는 것이다! 나처럼 착한 사람이 무고죄로 처형당하면 세상의 불행이지! 아암!
〈그러면 저는 한 발 앞서서 남은 일에 착수하겠습니다. 이 우연한 만남에 신께 감사를.〉
〈옙! 조심해서 들어가시고 건강하십쇼!〉
중성적인 초 미녀 시냐티오 님께서는 조신하면서도 당당한 달인의 걸음걸이로 길을 떠나셨다.
이제 요튠 사냥이라도 하러 가시는 걸까. 나도 도와드려야 버닝 이벤트도 빨고 좋은 인상도 줄 텐데, 아까워 죽겠군.
미네르바는 진짜 딱 일만 하는 워커 홀릭 같은 사제님의 뒷모습을 보며 감명받은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의무를 행하는 것이 고귀한 자의 가장 큰 특권인 법. 좋군. 나도 본받아야겠어.〉
미네르바는 그런 소리를 중얼거렸고, 프리모르는 별 말도 없이 내 얼굴을 쳐다봤다.
나는 나대로 말을 걸리지도 않아서 잡념이 길어졌다.
‘베로니카랑 바이콘 족의 저주는 나중 일로 두고, 우선 티르시의 몸 상태부터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자.’
당장 내가 할 일은 아까 끊긴 오러의 깨달음을 잊지 않을 정도로 복기하고서 요툰 잔당 사냥에 참가하는 것이었다.
아직 귀족들이 탈주를 못했을 때 끼어야 편하게 마나를 빨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요툰 사냥은 대충 요령을 알았으니까 할 만 할 테고, 문제는 우리가 그러는 동안에 티르시한테 해코지가 안 가도록…… 앗, 씨발! 오러 뿜을 때 심장 쪽 마나가 어떻게 흐르더라?’
생각이 많아지자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피로가 내 어깨를 짓누르는 듯 했다. 열심히 딴 생각을 하는 내게 프리모르가 물었다.
〈……성실한 분이시군요. 예수게이 님께서는 이제 어쩌실 건가요?〉
〈아, 예. 저도 일행의 상태를 보고서 움직일 생각입니다. 디아볼로에게 피해를 입은 아가씨가 브리타니아에서 안면을 튼 지인이라서요. 죄 없는 그녀가 다치진 않았을까 걱정하던 참입니다.〉
나는 이때다 하는 기분에 티르시 무죄론을 들이밀고, 하는 김에 기세를 타고 미네르바에게도 말했다.
〈루크레겐스 영주님.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몬스터 사냥에 일정이 있다면 끼워 주시겠습니까?〉
〈미네르바라고 부르면 된다. 피곤할 텐데 괜찮나?〉
〈물론 상관 없습니다. 되도록이면 다치는 사람이 나오지 않길 바라니까요.〉
마나도 늘리고 이미지도 좋게 하고, 마지막으로 티르시를 변호할 때의 도움도 된다. 잔당 사냥에 참가할 이유가 존나 이렇게 많은데 굳이 쉬고나 있을 이유가 있나?
젊을 때 고생은 사서 한다는 건 개소리지만, ‘팔아서’ 할 수 있다면 해 두는 게 맞을 것이었다.
일 안 하는 남편은 부양을 못 해요. 당장 우리집에 아내만 넷이야 씨발.
〈아주 좋군. 마음에 들어. 그러면 10분 뒤에 찾아오도록.〉
미네르바는 내 포부에 픽 웃고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헌데 노르드. 성씨도 있다면 왜 말해주지 않았나?〉
〈예? 성씨요?〉
〈그래. 아까 예수게이라고 불리던데. 성씨 아닌가? 아니, 발음을 보면 본명 쪽인가. 네가 원한다면 차후에도 노르드로 호명하지. 좋을대로 하도록.〉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서 등을 돌리고 가버렸다.
로마니아 사람들은 다 이래? 존나 쿨하네. 내가 솔로였으면 반해서 이세계 밀프 헌터 노르드를 꿈꿀 뻔 했자너.
나는 그런 현실도피를 하며, 녹슨 호두깎기 인형처럼 목을 돌렸다.
프리모르는 자상하게 웃고 있었다.
─내 머리통이 남들보다 조금 나은 편인 건 맞지만, 동시에 처리 가능한 일에는 한계가 있다.
─다른 생각을 하다 보면 말실수를 하지 않을 순 없지 않겠는가.
디아볼로랑 싸우러 오기 전에, 나 스스로 했던 생각이다.
존나 미치고 팔짝 뛰긋네. 그게 복선일 줄 누가 알았겠는가!
〈어째서 당신께서 직접 현장에 오지 않으셨나 했는데…… 혹시나가 역시나군요.〉
내가 딴 생각에 열중하던 찰나의 빈틈을 노리고, 그야말로 명사수처럼 나의 거짓말을 파헤쳐낸 그녀는 가만히 물었다.
〈그 얼굴, 이번에는 진짜인가요?〉
티르시! 나 좆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