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척척석사 노루-421화 (421/1,009)

오드리에게 다른 아내들의 장비까지 발주를 넣어두고, 난 아딱이 시절에 묵던 여관으로 찾아갔다.

“도르카쉑, 안녕. 장사 잘 되는가 보네. 다행이이구만.”

“어. 그래서 더럽게 바쁘니까 용건만 부탁한다. 술, 약속, 숙박. 셋 중 뭐야?”

“약속.”

“찾아가서 앉아. 술 1잔 시키면 고맙고.”

바빠 보이는 여관 주인 도르카랑 잡담을 하다가 캐서린을 찾았다. 그녀는 주점의 단골이라도 된 것처럼 녹아들어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요 있었네. 안녕? 조사 부탁한 건 어땠어?”

“네, 뭘요. 아주 하루가 머다 하고 조사를 요구하는 정보를 바꿔 주셔서 죽을 맛이죠.”

나랑 프랑이 착석하자, 캐서린은 슬슬 우리랑 대화하는 게 편해진 건지 눈을 부라렸다.

나는 실실대며 어깨만 으쓱였다. 맞는 말이어서였다.

조이드 투스타스를 찾으라고 하다가 황금 늑대를 찾으라고 하고, 또 동물이랑 대화하는 법을 배우라고 하다가 이번에는 다나의 고향 근처의 도시를 조사해 달라고 하지 않았던가.

갑과 을이 확실한 우리라도 빡칠 만 한 일이었다.

그래도 순서를 나눠서 요구했으니까 일이 좀 빡세도 이해해 줬으면 좋겠는데.

“뭐, 아무튼 이 나라의 연락망이 정말 말이 아니라는 건 잘 알았어요. 여기서 북부까지 얼마나 멀다고 소식 듣기가 그리 어려운지 원. 보수가 쎈 고용주님만 아니었으면 그냥 확 이사해버렸을 걸요?”

“내가 돈으로 맺고 끊는 게 깔끔하긴 하지.”

“노르드 님 말고 영애님 얘긴데요.”

“그 분한테 너 추천한 게 난데? 어쨌건 보고는?”

“여기요.”

캐서린이 조사한 걸 정리한 글을 내밀었다.

나는 눈으로 슥 훑고 프랑한테도 보여줬다.

“영주가 대물림을 했다? 전대 영주는?”

“병으로 죽었대요.”

“……내가 생각하는 그런 건 아니지?”

“아들이 태어나기 전부터 가지고 있던 지병이었어요. 의심 받을 이유도 없고, 더 깊은 조사도 힘들더라고요. 최소한 권력 욕심에 패륜을 저질렀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어요.”

“그래? 조사가 힘든 건 별 수 없지. 수고했어.”

아들이 친애비를 팽하고 영주위를 ‘계승’해 버렸다고 해도, 앵간한 쌉씹 빡대가리 새끼가 아니면 잘 숨겨서 저질렀겠지. 아직 얼굴도 모르는 영주를 의심할 이유는 없었다.

나는 대충 그 지방의 풍토─지역의 분위기나 시민성─까지 정리된 글을 흡족하게 챙겼다.

“덕분에 살았다. 우리가 현지에서 분위기를 살피려면 여만 귀찮은 게 아니잖아? 눈에도 띌 거고.”

“정보 상인의 일이 그런 거죠. 지루하고 재미없는 과정을 생략해주는 역할.”

조금 편협한 생각이 아닐까도 싶지만, 나는 그러려니 했다. 현직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나도 또 짜증나게 동네 양아치나 깡패들이랑 드잡이질 안 해서 좋네. 돈과 인맥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이었다.

“수수료는 영애 앞으로 달아드려요?”

“내가 낼 거야. 사적인 일이라서.”

“술 값도 내 주고 가시면 다음 조사도 힘낼 수 있을 것만 같네요.”

“그래. 술김에 옛날 손 버릇 나오지나 마셔.”

나는 값을 치르고 술값까지 계산하고 나왔다.

나랑 프랑의 몫까지 2잔을 더 시켜 놨으니까 쟤도 어련히 마시면서 일 하다가 알아서 들어가겠지. 도망치는 것 하나는 잘 하니까 걱정할 건 없을 것이다. 치안이 안 좋던 도시에서도 자기 일을 하던 괴도 아닌가.

“다녀왔습니다~.”

“아, 왔냐…….”

술을 마시고 싶어하는 프랑을 들춰업고 집으로 돌아가자, 다나는 웬일로 정시에 퇴근해서 파자마로 갈아입고 있었다.

“왜 죽어가는 것? 혹시 유언 남기려고 칼퇴했음?”

“그래, 씹새야. 나 께꼬닥하면 니도 순장해 달라고 하려고.”

“아, 나는 100년만 더 쉬다가 갈라니까 먼저 들어가.”

“씹놈이 말하는 것 좀 봐. 니 하는 꼴 보고 속 터져서 무덤에서 기어나오면 언데드라고 아내 대가리도 깨부수겠다?”

“그럴 때는 가슴에 귀 갖다대 보고 심장이 뛰면 신전으로 데려갈게. 그니까 그때까지 찌찌 빵빵해지지 말기, 약속!”

“개씨발 말좆 같은 남편 새끼. 줘팰래도 화낼 체력도 없네.”

다나는 소파와 혼연일체가 되며 말했다. 나태함과 휴식에서 일대 경지에 이른 신검함일의 포-즈다.

“내일이면 마무리 지을 것 같아서 걍 연구원들도 다 일찍 퇴근 시키고 나도 왔어. 철야로 야리끼리 해도 한숨 자야 할 것 아냐. 검토도 해야 되니까 쉬게 해 줬어.”

“과연, 조삼모사로 호감도 작을 하셨다? 아주 서방님한테 좋은 것만 배웠군.”

표현은 조삼모사라고 했지만 다나의 결단은 옳았다. 며칠 내내 철야를 하고 한꺼번에 몰아서 자는 것보다는 푹 자고 일어나서 다시 출근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은가.

“암튼 연구소에 실적 쌓아서 다행이네. 학계에서 쪼아대진 않겠다.”

“그래, 새꺄……. 연구원들한테 체면은 섰다…….”

소파 팔걸이에 기댄 다나의 목이 전날 밤새 달리고 수업 온 학부생처럼 뒤로 넘어갔다가 돌아왔다가 했다.

과연 그렇군. 수의대생이던 시절에 교수들이 내 숙취-헤드 뱅잉에 빼애액 거리던 이유가 있었군. 임팩트 개쩐다.

나는 다나의 목을 받쳐주고 이마에 키스를 했다.

“그래, 고생 많았어. 어쩔래? 오늘 나랑 같이 잘래?”

“이 새끼 이거, 지랑 동침하는 걸 선심 쓰듯 말하는 꼬라지 보게? 선생님의 넘쳐흐르는 무모한 자신감에 제가 무척 아니꼽습니다.”

“선심 쓸 일은 아니어도 좋은 일 아니에요~♡?”

“음. 나도 그 점에는 동의한다.”

“거기 지방 방송들…… 야동 꺼라…….”

─휘청. 다나는 내 평소 헛소리를 자기 입으로 따라하면서 꾸벅꾸벅 졸았다.

“니랑 자면 100% 푹 못 잘 것 같으니까, 걍 혼자 자련다. 대신 나 좀 방에 업어다 줘…….”

“간단한 소원이군.”

신룡처럼 말하면서 다나를 방에 데려다줬다. 업어다 주는 중에도 꾸벅대는 걸 보면 무리하기는 한 모양이다.

오늘 밤에 침대에 숨어들 각인가? 했는데 이건 그만두는 게 낫겠다. 고향 일이 신경쓰여서 빡일한 아내를 덮치려 가는 건 전혀 마초답지 못한 짓이니까.

나는 스윗하게 다나의 옷을 갈아입히고 이불을 덮어줬다.

그리고 귓가에 속닥거렸다.

“잘 자요, 누나. 사랑해요.”

“……흐윽?!”

…펄떡!!

내 라디오 MC 같은 대사에 다나는 활어처럼 튀더니 귀를 붙잡고 일어났다.

“……아, 씨발! 미친 새끼야!! 잠 싹 달아났잖아!!”

─퍽, 퍽! 홍당무처럼 새빨개진 얼굴로 베개이볼그 펀치를 날려대는 다나.

기운이 없다던 건 거짓말인가. 나는 베개에 맞으며 백스핀 덤블링을 연발했다.

“크헤헤. 우리 박사 눈나, 동생이 귀엽게 좀 굴었다고 아주 좋아 죽네! 그럼 좋은 꿈 꿔!”

“아, 이 개새끼가 진짜!! 얼른 안 꺼져?!”

말 안 하셔도 지금 꺼지고 있답니다. 나는 실실대며 거실로 닷지했다.

그렇게 1층으로 내려오자 거실에서는 우리 프랑이 씻고 나오고 있었다. 무려 우리 프랑은 옷도 안 입고 알몸에 타월만 감고 있었는데, 덕분에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왔다.

“앗, 노르. 나 먼저 씻었어.”

“벌써? 물 데워줄 걸 그랬네. 다른 둘은?”

“졸리다고 자러 가더라. 물은 그냥 장작으로 데워놨으니까, 노르도 씻어. 우리도 그만 자자.”

─비비적. 머리를 수건으로 닦으며 프랑이 말했다.

우리 집에는 마법사가 2명이나 있기에 보통 돈 좀 있다는 집에 1~2개씩 있는 매직 아이템이 거의 없었다. 물을 데우는 불꽃 타입 매직 아이템이나, 에어컨 같은 건 나름 비싸기도 해서 부담이 됐던 것이다.

마치 전업주부가 로봇 청소기를 사는 듯한 죄악감이 조금 있다.

그래도 엘릭서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 그런 것도 사든가 할 생각이었다.

생활가전은 여건만 되면 있는 게 낫다. 예를 들자면, 이럴 때 쓸 드라이기 같은 거 말이다.

─탁탁. 나는 소파를 두들기며 말했다.

“말려줄게. 여기 앉아.”

“응!”

─폴짝. 냉큼 달려와서 의자에 앉는 프랑. 말로는 않았지만 은근히 내가 말려주길 기대하고 있던 거겠지.

소파에 앉아서 방실거리는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는 프랑이 미칠 듯이 깜찍했다.

다나의 꼴릿함이나 라리루라의 요망함, 그리고 베로니카의 지적인 색기랑은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순박한 말랑말랑함과 폭력적인 몸매 사이의 갭이 꿈에 나와서 몽정할까 무섭다.

후와아아악─!

매지컬 스팀으로 프랑의 머리를 말려줬다. 강씨네 이발실 사르가디스 점(店)은 오늘도 영업 중.

‘이 빗도 새로 사든가 할까.’

비단 같은 프랑의 머리를 빗어주는데 이런 저가 나무빗은 좀 분에 넘치는 느낌이다. 수입산 스포츠카를 세차장에 대충 넣고 왜애앵 돌려버리는 것만 안타까움이 맥시멈.

“후우으으으읏~♡”

─통통통.

따듯한 바람을 즐기며 프랑은 눈을 감고 발을 동동 굴렀다.

아직 밤공기가 차서 스팀이 좋은 걸까. 동작은 깜찍했지만 평소의 2겹 3겹으로 포장돼 있던 고기 모찌가 풍만한 모핑을 보이자 내 눈깔도 따라서 모핑했다.

“……따듯해서 좋아?”

“헤헤. 누구든 겨울엔 따듯한 게 좋고, 여름엔 시원한 게 좋잖아. 그래도 지금까진 더울 땐 더운 곳에서 일하고 추울 땐 추울 곳에서 일했는데, 노르 덕분에 이런 호사도 누리네.”

얘가 남편 눈에서 즙을 짜게 만드네. 드라이어 좀 해준 걸 이렇게 감격스럽게 받아들여 주니, 나도 슬픔과 기쁨이 뒤섞여서 기분이 뒤지게 싱숭생숭했다.

돈 백 만원씩 도네 받는 스트리머도 이렇게 리액션이 씹쌉혜자이지는 않겠지.

일상 속의 작은 행복에 감사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

“……그렇게까지 말해주는데 그냥 넘어가면 쓰나. 안마도 해 줄게.”

“어? 나 오늘 딱히 고생한 거 없는데? 오히려 노르나 다나한테 해 줘야 하는 거 아냐?”

“아니, 평소의 감사도 담은 서비스야. 가만 있어.”

근데 왜 분위기가 마망한테 효도하는 듯한 흐름이지.

어머니의 모성 같은 무궁한 애정에 가슴이 웅장해진다.

─주물, 주물. 나는 쇄골이 있기는 한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유연하고 부드러운 프랑의 어깨를 주물러 줬다.

하지만, 부드러움이랑은 별개로 확실히 이렇게 만져보니까 어깨가 쫌 뭉쳐 있다.

‘그 뭐냐, 이만한 따따블 백두맘마통을 짊어진 것 치고는 꽤 결림이 적은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기왕이면 풀어주는 게 낫겠지. 나는 부모님께 안마 1회에 500원을 받던 잼민이 시절의 경험과 퍼펙트 마초의 힘 조절 능력을 동원해서 극상의 불꽃 효도를 전개했다.

─탁탁탁탁탁!

─꾹꾹, 꾸우욱!

나는 손가락에 심혈을 기울여서 지압과 안마를 번갈아가며, 프랑이 앉은 소파를 극상의 안마 의자로 만들었다.

“읏, 응? 읏, 읏……. 노, 노르. 잠시만?”

그런데 먹먹한 마음에 코를 훌쩍이며 효도에 열중했던 게 문제였을까.

나는 프랑이 가슴을 뭉개듯 끌어안고 앞섬을 추스르는 걸 보고 정신을 차렸다. 프랑은 부끄러운 듯 웃었다.

“아, 아하하……. 수건이 자꾸 내려가네. 안마는 다음에 또해 줄래? 응?”

프랑은 빨간 얼굴을 밤의 어둠에 숨기듯 목을 움츠렸다.

다들 자러 들어간 시간, 불빛 한 점 없는 거실에는 창밖의 달이 드리운 불빛만이 프랑의 윤기 있는 머리카락과 피부를 극명하게 나누었다. 물기로 젖은 가슴이 반들거렸다.

의식하지도 못한 사이에 어깨를 주무르던 손으로 콧잔등을 훔쳤다.

손바닥에서 프랑의 냄새가 났다. 베이비 파우더처럼 마음이 편안해지는 향기인데도 내 남성성은 발정을 습득한 것처럼 그 살내음에 불끈거리기 시작했다.

프랑이 내가 말려준 머리를 넘기자 하얀 목선이 내 시야에 한가득 들어왔다.

“……그렇네. 추운데 몸이 식으면 안 되지.”

나는 아무 말이나 주워 섬기면서 프랑의 타월을 벗겼다.

─사라락.

백화점에서 파는 최고급 디저트의 소포장을 벗기듯 물기에 젖은 수건을 치우자, 핑크색 젖꼭지가 피어난 가슴이 물커덩 하는 느낌으로 쏟아졌다.

가리나 마나 할 정도로 힐끔 보이던 사타구니에서도 천이 사라지자 털오라기가 없는 음부도 수줍게 얼굴을 비추었다. 덜 닦인 물기로 반짝이는 전신이 올리브유를 뿌린 대리석 조각상처럼 아름다웠다.

두꺼운 손이 프랑의 어깨를 타고 쇄골로 넘어갔다.

푹 파인 골짜기를 훑으면서, 깜빡거리는 눈으로 돌아보는 작디 작은 아내의 어깨를 간지럽히는 것처럼 긁었다.

“역시 몸도 덜 말랐네. 감기 들면 큰일이니까, 말려 줄게.”

나는 소파를 사이에 끼고서 열기가 깃든 손길로 프랑의 밑가슴을 훑었다.

─사아악. 깨끗하게 닦은 가슴에서 희미하게 남은 체취마저 긁어가듯 손을 돌리면서 가슴을 빙빙 감고 주물렀다.

언제 어디서 만져도 황홀한 감촉은 피부를 덮은 물기 덕에 평소보다 음란하게 손에 착 감겼다. 한계까지 발기한 자지가 바지를 찢고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정말. 늘 핑계는 잘 댄다니까.”

그런 말로 속닥이며 핀잔을 주는 프랑의 젖꼭지는, 타월을 벗기기도 전부터 딱딱하게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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