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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척척석사 노루-436화 (436/1,009)

《……태양신의 아들!! 아메넴헤트의 진성(眞聲)!! 진리의 계시를 통해 선언한다!!》

프랑은 겪어본 적 없는 마나량에 이빨을 갈다가, 피를 토하듯 영창했다.

《신으로서 일어나라──!!!!》

“Ugogogogogo── GOOOOO!!”

─콰르르르륵!!

흙더미가 뭉쳐지면서, 작고 굴강한 골렘들이 땅을 부수며 태어났다.

통일된 디자인은 간단하면서도 세련되었고, 전원이 망치를 한 자루씩 들고 있었다. 작은 체구가 그야말로 드워프 느낌이 드는 골렘이었다.

《신으로서 일어나라──!!!》

프랑은 마나를 쥐어짜내며 다시 한 번 영창했다.

그녀의 외투가 날개처럼 펄럭이자 비슷한 숫자의 골렘들이 다시 태어났다. 나는 어깨에서 급하게 손을 뗐다.

“그만!! 프랑, 무모하게 굴지 마!!”

“후우, 후으……!!”

어금니를 악물던 턱에서도 힘이 빠진 걸까. 프랑은 입술을 벌리며 내 품에 쓰러졌다. 빨갛던 입술의 혈색이 파래졌다.

나는 쓰러트린 적으로부터 마나를 빨아들일 때가 많지만, 프랑은 그런 나랑은 사정이 달랐다.

원래 실버 클래스도 못 달고 있던 프랑이다. 나와 만나고 나서부터 갖은 노력으로 실력을 갈고 닦았지만, 그래도 마나량이란 게 말처럼 쉽게 성장시킬 수 없는 문제 아니던가.

방금 건 프랑의 몸의 허용량을 넘었다.

이 이상은 절대로 안 된다. 다들 살아나봤자 프랑이 죽으면 좆도 의미가 없다.

“Roooooooooooo──!!”

“씹새끼들!! 쉴 틈도 안 주네!!”

나는 쓰러지는 프랑과 이미 발이 많이 느려진 다나를 들춰업고 대쉬했다. 프랑은 입술을 깨물면서 드워프 골렘들에게 옥쇄 자폭특공을 명령하고서 말했다.

“흙을, 압축해서… 더 튼튼하게 만들었어. 평범한 골렘이랑 비교해도, 조금은 더 버텨줄 거야….”

“알았으니까 셧 더 마우스 해!! 이제 좀 쉬어!!”

애미 뒤진 에미나이 종간나 트롤 새끼들 때문에 우리 프랑이랑 다나가 대체 무슨 고생이란 말인가!

내가 정말 분노를 참기가 힘들어질 정도로 핏발을 세웠을 때는, 전방에서 이미 전사들이 활로를 뚫고 있었다.

[길을 열어!! 멈추지 마!!]

[싸워!! 망설이면 가족이 죽는다!!]

오우거와 트롤이 대충 봐도 2~30마리 정도, 퇴로를 존나 틀어막고 있었다.

나는 그중에서도 자의식 과잉에 넘치듯 장비가 충실한 오우거를 발견했다. 저 대머리 대가리 새끼가 후방 지휘관이다!

더 이상 갈 길이 없어지자 나는 아내들을 내려놓고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버프와 기술을 담아서 창을 휘둘렀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핀치는 기술의 정밀도를 극한까지 올려주었다.

[으으으윽?!]

리루아를 튕겨낸 오우거는 내 기습을 알아차리고 곤봉으로 가드를 올렸다. 나는 좆도 신경쓰지 않고 그 위에다가 모든 힘을 담아서 창을 후려쳤다.

[버프 떡칠이야말로 K-RPG의 혼이다아아악──!!!]

[크오오오오오옥……?!!!]

파워를 겨룰 필요도 없었다. 마법의 위력과 버프의 힘으로 순간 출력은 내가 아득하게 웃돌았기 때문이다.

오우거는 덩치가 무색하게 뒤로 날아갔고, 그렇게 생겨난 틈으로 전사들이 공격을 가해 퇴로를 더 확보했다.

─화르륵!!

─쩌저적!!

나는 찌릿한 팔을 쥐면서 백 스텝을 밟고, 창의 양쪽 끝에 열기와 냉기를 부여했다.

저 숫자를 육탄전으로 쫓으려다간 절대로 시간에 못 맞출 것이었다. 여기서는 궁극기밖에 없다!!

나는 창을 회전시키며 바람 마법을 발동했다.

열증기와 냉증기가 교차하면서 마나의 상쇄 효과가 원형을 그리면서 맹렬하게 회전했다. 자연의 마나와 현상이 대마법의 발동 속도와 위력을 보조해 주는 것이엇다.

─쐐애애애애액!!!

하지만 이런 순간을 기다린 것도 아닐 텐데, 좆빡칠 만큼 귀신 같은 타이밍에 뒤에서 또 투창이 날아왔다. 적이 아니었다면 무릎을 탁 치고 싶을 만큼 존나 적절한 이니시였다.

“앞에 봐, 멍청아!! 창은 내가 뒤지는 일이 있어도 막는다!!”

뒤돌아서려는 나에게 다나가 악바리를 쓰며 외쳤다.

그래서 나는 돌아보지 않았다. 단지 다나를 믿었고, 프랑을 믿었다.

“이 거지 같은 고향은 왜 자꾸 남의 남편한테 지랄이야!!”

─치킹!! 다나가 자신의 마법과 건틀릿의 능력으로 2겹의 실드를 펼쳤다. 거기에 프랑이 흙담을 쌓아서 겹쳤다.

투창이 부딪히자 충격이 울려퍼졌다. 경사지게 펼친 실드는 한 겹이 부숴졌지만, 흙담의 지지에 힘 입어 투창의 위력을 흘려보내며 하늘로 날려보내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아내들이 몸을 바쳐서 시간을 벌어준 덕분에, 나도 마법을 완성했다.

“──절대천공영역(絕對天空領域), 집속.”

나는 응축된 바람에 번개를 더하며, 전방 100미터를 향해 해방했다.

뇌성을 품은 바람이 무질서하게 날뛴다!

“오의!! 번개옥──!!”

콰르르르르르릉──!!!

폭풍은 비건에게 길러지다가 양떼에 풀려난 사냥개들처럼 날뛰었다.

고압 전선을 감은 믹서기를 방불케 하는 기세! 잡졸이건 저 뒤쪽으로 날아간 소대장이건 평등하게 갈아버리며 지랄맞은 교통 체증을 원큐에 해결했다.

마나를 한 번에 많이 써서 조금 어지러웠지만, 감내해도 될 성과였다. 나는 경악하는 베르세르크들에게 사납게 외쳤다.

[안 뛰고 뭐해!! 전기 좀 닿는다고 안 뒤지니까 튀어!!]

[어, 어아, 응!!!]

멈춰선 나를 대신해서 리루아와 다른 아줌마가 울 아내들을 업고 달렸다. 더 이상 방해하는 군세가 없어진 덕분에 손이 막혀도 상관 없는 것이었다.

─쿠웅!

하지만 나는 그 추격을 뒤따라서 뛰지 못했다.

뒤에서 창을 던졌던 그 트롤 새끼가, 골렘과 싸우던 선봉 부대도 제치고 달려와 내 등 뒤를 대검의 리치에 들여놓았기 때문이었다.

[걸출한 솜씨다. 트롤이 아닌 것이 아쉽군.]

생긴 것대로 노는 굵직한 목소리였다.

인간의 언어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신기하게 느낄 정도의 중저음이다. 전투기의 엔진을 일렉 기타의 앰프로 쓰고 있는 듯한, 그런 본질적인 착오가 있는 느낌이었다.

내가 쫓아가지 않아도 베르세르크들은 멈추지 않았다.

잘 하고 있다. 멈춰봤자 좀 이따가 같이 튈 사람이 늘어날 뿐이다. 내가 죽을 곳은 아내들의 찌찌 무덤 뿐이다.

[……빨리도 왔군. 대장 씩이나 달고 좆 빠지게 구르는 게 선진병영의 재능이 보이는걸.]

짐작해 보면, 이 새끼는 투창을 던지기 전에 이미 달려오고 있었던 게아닐까.

나는 그 이유를 눈치까고 돌아섰다.

[이게 가지고 싶어서 왔나? 애미의 재생하는 처녀막을 뚫고 세상에 태어난 자여.]

슥─. 나는 오우거의 옥새를 꺼내며 말했다.

내 도발에도 몬스터 군대의 수뇌…… 씨발 귀찮다. 트롤 킹 정도면 되겠지. 아무튼 그 트롤 킹은 거하게 웃어젖혔다.

[흐하하하하! 유쾌한 열등종이군! 네 생각이 맞다.]

트롤 킹은 트롤 기준으로도 거대한 대검을 쥐고서 말했다. 자신의 작은 좆에 대한 열등감의 표출이라도 되는 듯 멍청한 크기의 대검에는 여러 글자의 룬이 부여도어 있었다.

고대 문명 황금 시대에나 보였다는, 금속에 마나를 깃들게 하는 기술이 적용된 무기다.

트롤 새끼 주제에 템은 존나 좋은 걸로 들었네. 악의적인 블랙 유머 그 자체였다.

[네놈이 가진 그 옥새는 우리들 훌두폴크의 왕위를 상징하는 물건이라서 말이야. 네가 그걸 사용하고 있는 꼴을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이건 내가 느그 동족 좀도둑을 족치고 루팅한 거야. 갖고 싶으면 선제시로 가격부터 불러 봐, 문어알 대가리 새꺄.]

나는 의식해서 이죽거렸다. 뒤에서 프랑이랑 다나의 악에 찬 소리가 들렸다. 내가 이 새끼랑 대치하는 걸 보며, 자길 업은 베르세르크들의 등에서 내려서려고 하는 모양이다.

나는 그걸 무시하면서 주의 깊게 후방을 살폈다.

프랑의 골렘들이 시간을 잘 벌어주고 있었다.

[제시? 돈 얘기인가. 귀금속이 필요한가? 달라면 줄 수는 있겠다만, 그렇지는 않은 것 같군.]

[그래, 괜찮아. 돌멩이보다 저렴한 거면 충분하니까.]

[호오. 어떤 거지?]

나와 트롤 킹은 서부극의 결투처럼 대치하면서 일촉즉발의 기세를 피웠다.

시간을 끌 수는 없지만, 조바심을 내면 당한다. 이 트롤 킹 새끼는 예사로운 몬스터가 아니었다.

나는 살기와 끝없는 분노를 담아서 뇌까렸다.

[니 목숨, 트롤러 새끼야.]

증오 어린 목소리로 내뱉고서 0.1초 뒤, 나와 트롤 킹은 한 덩어리의 녹색 빛이 되어서 뒤엉켰다.

카가가가가가가가──!!! 창과 대검이 쇠로 된 선풍기 날에 커터칼을 쑤셔넣은 것처럼 귀 아픈 소리를 냈다. 새빨간 불똥을 튀겨대며 우리는 1초에도 몇 번씩 공격을 주고받았다.

[크하하하하하!!! 좋은 심도, 좋은 투쟁심이다!!! 네놈이 저 되다 만 잡종들보다 못한 인간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구나!!!]

[아가리 싸물어, 씨-발련아!! 내가 닷지하기 전에 니 멱은 따고 간다──!!!]

[네놈에게 가능할까?! 정녕 해낸다면 네놈이 이 땅의, ‘달 브라스(Dál bràth)’의 새로운 주인이 될 수도 있겠지──!!]

[고유명사 좀 작작 남발해, 몬스터 새끼야──!! 처음 듣는 사람은 개빡친다고!!]

[크하하하하하핫──!!]

트롤 킹이 누런 이를 드러내며 건곤일척의 승부를 걸었다.

한 팔로 목과 심장을 지킨 게 전부였다. 방어를 버리고서 자신의 재생능력을 믿고, 창에 살을 내 주면서 내 모가지를 썰어내버릴 셈이었다.

무모하다. 하지만 멍청한 새끼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불꽃을 창에 감으면 이 새끼의 재생을 막는 건 가능하겠는데, 내가 저 씨발럼을 죽여버리기 전에 내 승모근이 먼저 자유를 찾아 어깨에서 대탈출을 해 버릴 것이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그 찰나에 트랩을 깔았다.

[……아니?!]

대검이 내 머리통을 쪼개려고 들기 전에, 몸에서 수증기를 분출하고 야수회귀의 마나 위로 두른 것이었다.

마나를 품은 안개에 감춰져서 내 동작은 한 순간, 완전히 트롤 킹의 지각에서 벗어났다.

예측에만 집중한 상태라면 몰라도, 나를 족치려고 벼르고 있던 트롤 킹은 달려드는 안개 분신을 진짜로 착각하고 검을 휘둘렀다. 지능이 높아도 재생 능력 때문에 신중함이 낮았던 것이다.

─스칵!!

트롤 킹의 대검이 내가 날린 분신을 베어냈다.

싸움이란 동등한 레벨이 되면 턴제 게임과 비슷해지는 것!

서로에게 딱 1번 있던 공격 찬스를 저 병신은 헛되이 낭비했고, 나는 그렇지 않았다.

내 창이 트롤 킹의 가슴을 베어갈랐다. 꽂았다가 뽑지 못 하게 되면 좆 될 거라는 생각에 휘두른 것이었지만, 덕분에 치명타는 되지 않았다. 나는 혀를 차며 일단 거리를 뒀다.

멱을 따지 못한 건 아쉽지만, 이 놈과 여기서 사생결단을 낼 필요는 없었다.

숫자의 차이가 큰 만큼 최우선 사항은 도주였다.

[크하아아……!! 헬하운드의 가죽을 이리도 쉽게……!!]

가슴이 쩍 갈라진 트롤 킹은 그 꼴로도 신이 난 사람처럼 쪼개댔다. 씨발럼이 좆 털리고도 정신 승리를 해? 꼴 받네.

─쿵. 이 씹새끼는 발을 굴렀지만 물러나진 않았다.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는 목숨도 내버릴 띨빡 새끼였다. 정말이지 이해할 수가 없는 생물들이군.

[……흐. 정말 죽이기 아깝군. 네놈의 자손을 우리 군세에 들일 수 없다니. 천 년을 후회할 일이야.]

[씹 빡대가리이 지랄 망상도 풍작이네. 나는 니들 암컷을 보면 발기가 아니라 살기가 솟아요 씨발아.]

[쿠흐흐흐. 오해가 있군. 하지만 정정은 않겠다.]

─콱!! 트롤 킹의 대검이 바닥에 꽂혔다. 놈이 굵은 손가락으로 상처의 피를 슥 훑자 상처가 사라졌다.

[아 이 씨발 앰뒤 밸런스 좆망겜.]

나는 미친 회복력에 욕부터 박았다. 타임 어택인데 보스가 체력 무한 회복이라고? 이거 사실상 패배 이벤트 아니냐?

프랑이 내상을 입으며 깐 골렘들도 거의 박살났다. 이제는 킬각이 아니라 닷지 각을 봐야 할 판이었다.

하지만 트롤 킹은 나를 놓쳐줄 생각이 없는 듯, 손바닥을 펼쳤다.

[열등종이라는 이유로 얕보았던 점은 반성하마. 더 이상은 봐주지 않겠다.]

[씹새가 가오란 가오는 다 잡다 좆털려 놓곤 지랄은. 니가 안 봐주면 어쩔 것이지? 부하들한테 다굴치자고 찡찡대기?]

[숫자로 몰아치는 것도 전술이지. 그러나, 그것도 네가 내 손에 죽지 않고 버텼을 때의 이야기다.]

송곳니가 돌출된 주둥이를 비틀며 트롤 킹이 웃었다.

─처억. 그 새끼가 두꺼운 손바닥을 합장했다.

[……이 씨발?]

느낌이 좋지 않았다. 나는 느닷없이 등을 타고서 올라오는 정체 모를 불길함에 몸서리를 쳤다.

저 새끼가 뭘 하려는 건지는 모른다.

이 불길함에는 아무 근거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 저 씨팔럼이 좆대로 설치게 두면 내가 좆 될 거라는 예감이 내 대갈통 속에서 경종을 마구 울려댔다!!

[예배 멈춰──!!!]

나는 뭉게뭉게-순보에 석사탈주의 보법까지 쓰며 대쉬해, 바람을 감은 창을 내질렀다.

하지만 내 창끝이 놈의 목에 닿은, 바로 그 찰나.

놈은 기원을 바치듯 뇌까렸다.

《──천공신께 기도하라(yáǵeswō deiwōm dyēus)》

야수회귀의 마나가, 트롤 킹의 몸을 뒤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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