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척척석사 노루-450화 (450/1,009)

베로니카의 눈이 지상을 내려다 보았다.

“100마리는 더 되어 보이는 트롤과 오우거의 군대라. 가관이로군.”

우리 여신님은 찬장에서 바퀴벌레 무리를 발견한 듯 인상을 썼다. 내가 꿈을 조종해서 고도를 내리자 주변을 슥 보고서 이마를 짚는 그녀.

“하루 사이에 별 일이 다 벌어졌는가 보구나. 기다리거라. 당장 그대의 곁으로 가마. 더 자세한 설명은 거기서──”

“아니, 잠깐! 그러지 마.”

나는 손을 들어서 베로니카를 만류했다.

“지금 옥새에 남은 마나가 별로 없어. 싸우느라 다 썼거든.”

충전해 놓은 양도 얼마 없었는데, 그걸 다나랑 프랑이 거의 다 써 버렸다.

한 번에 허용량 이상으로 쓰느라 효율이 나빴다. 물 부족 국가였으면 뺨 맞을 수준으로 물 쓰듯 마나를 써버려서, 이 옥새에는 지금 내 20%도 못 미치는 마나밖에 없었다.

“그래서 네가 〈공간이동〉을 써서 날아와도 전투에서 쓸 마나를 못 채워 줘.”

〈공간이동〉은 마나 가성비가 파리바게트 샌드위치처럼 비효율의 극한을 달렸다. 베로니카가 사르가디스에서 날아오는 날에는 마나가 거의 오링나 버릴 것이었다.

원래는 우리가 사르가디스에 무슨 일이 나면 워프할 생각이었기에, 이 점은 문제 삼지 않았다.

하지만 존나 씨발 우리 쪽에서 큰 문제가 터져버린 것이다.

베로니카가 알윈으로 와도 싸움에 쓸 마나가 없다.

그리고 마나가 없는 마법사는, 말하기 힘들지만 전투에 별 도움이 안 되는 존재였다.

“그건…… 포션으로 회복하면 되지 않느냐.”

“또 있어. 분명 네 마법이 필요하기는 한데, 적이 존나 미치도록 쎄고 빨라. 아마 마법을 준비하면 네가 가장 먼저 노려질 거야. 존나 말하기 쪽팔리긴 한데, 그렇게 되면 내가 너를 끝까지 지켜줄 자신이 없어.”

야수회귀 상태의 트롤 킹은 막기도 급급하던 상대다. 나를 두고 후방을 치러 들면 못 막는다.

옥새 어그로? 베로니카의 풀 차지 마법에 쳐맞을 핀치에는 좆도 통하지 않을 게 뻔했다.

우리 여신님을 억지로 데려와 위기에 처하게 두고 싶지는 않았다.

프랑하고 다나도 데려가기 싫은 판국 아닌가. 베로니카는 내가 그리 말하자 갑갑한 듯 인상을 썼다.

“후우우……. 내가 어떻게 해 주길 바라느냐?”

“좌표를 알려줄게. 우릴 〈공간이동〉 시켜 줘. 내가 지금 꾸릴 수 있는 최고의 파티로, 이 밑에 있을 빌어먹을 보스 몹 새끼를 다굴까러 갈 생각이거든.”

나는 씨익 웃었다.

선빵으로 다굴을 깠다면 지도 쳐맞을 각오를 해야만 했다.

‘다굴을 까도 되는 것은 다굴을 까일 각오가 있는 자 뿐’이라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가끔 파워레인저로 대표되는 영웅들이 적을 다굴을 까는 문화를 거세하고 비판하는 일부 식자들도 있는데, 그건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악당 새끼들도 죄다 쫄다구 불러다가 다굴 까잖아.’

어디 빌런들은 혼자 싸우던가? 말도 제대로 못하는 좆병신 잡몹들을 대동하지 않는 빌런은 지극히 드물었다.

병사의 질이 나쁜 건 그 새끼들 잘못이다. 누가 씨발 평타 원콤에 터지는 븅신들로 머릿수 채우래?

우리 같은 정의의 편은 언제나 소수정예인 법이었다. 베로니카는 입을 우물거리다가 또 한숨을 쉬었다.

“……하아. 알겠다. 파티는 몇 명 정도를 예상하지?”

“나, 프랑, 다나, 장모님에 또 한 사람.”

“5인인가. 어렵지 않겠군. 두 목적지 간의 거리는 알았다. 정확한 포인트를 보여다오.”

나는 베로니카가 지시하는대로 풍경을 바꾸었다. 땅 밑의 트롤 킹이 숨은 공간과 알윈 시내를 돌았다. 시내는 내 기억으로 보충했기에 듬성듬성했지만 별 문제는 없었다.

“성벽이 부숴졌구나. 〈공간이동〉은 제 3자에게는 숨기고 싶겠지?”

“응. 본진에 기습 때릴 사람들만 알면 충분해.”

“알겠다. 좌표는 성벽의 반대편으로 잡지. 적의 진격이 예상되는 곳의 정반대 위치라면 최소한의 경비만 있을 것이다.”

“아, 맞네. 설명도 제대로 못 해 줘서 미안.”

“되었다. 한시가 바빠 보이니 길게 말하진 않으마.”

좌표를 눈으로 확인하고 곱씹듯 음미하던 베로니카는 금방 고개를 끄덕이고서, 속사포처럼 말했다.

“다른 인원들과 여기 이 위치에서 대기하도록. 나도 바로 일어나서 준비하마. 30분 쯤 뒤에 마법을 발동하겠다. 타이밍을 놓치지 않게 주의하는 것 잊지 말고.”

“그래, 고마워.”

돌아가면 보답해 줄게, 라고 약속하려다가 금방 뒤질 놈이 뱉을 법한 대사 같아서 그만뒀다.

사망 플래그, 절대 안 돼.

“……하지만 내가 직접 돕지 못하는 건 분하구나. 오늘은 그대의 품이 그리워져서 유혹이라도 해 볼 생각이었거늘.”

긴장을 풀 농담이라도 해 주려는 걸까. 베로니카의 핀잔에 나는 무심코 웃어버렸다.

“흐흐. 꿈속인데 안겨봤자 무슨 의미야?”

“셰이드의 꿈에서는 감각도 느껴지지 않느냐. 꿈인가 현실인가는 본인이 정하는 것이다.”

“철학적이군.”

꿈 속 섹스 데이트라. 좋은 아이디어였다. 나도 베껴보자.

“먼저 일어날게. 언제나 고마워.”

나는 베로니카의 뺨에 키스를 하고서, 씁쓸한 표정의 여신님을 보며 잠에서 깨어났다.

“노르, 깼어?”

그러자 장모님과 리루아가 나를 이상한 듯 보고 계셨다.

오, 빨리들 오셨네. 프랑이 안심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 조금 걸리길래 흔들어서 깨울까 고민했어.”

“응. 준비는 끝났어? 적들은?”

“아직 대기 중이야. 뭔가 기다리고 있거나, 더 어두워지길 노리는 걸지두 몰라.”

“그건 듣던 중 뭣 같은 소리네.”

나는 성벽의 어두움과 땅밑 베트콩 트롤 터널을 떠올리며 혀를 찼다. 어둠은 적을 돕는 사악한 여신인 것이다.

리루아는 코를 킁킁대다가 말했다.

“있지. 이렇게 어두우면 빛 없이 움직이기 힘들다? 그리고 빛이 없어도 오우거나 트롤은 앞이 잘 보여. 우리 위치가 쟤들한테 들키면 안 되는데, 이제부터 어떻게 이동하는 거야?”

“걱정 붙들어 매십셔. 제가 지금 꿈에서 여신님한테 상담을 하고 왔걸랑요. 30분 뒤에 〈공간이동〉으로 적 기지로 날려보내 주신다던데요?”

“……다나야?”

장모님은 얼마나 어이가 없었으면 입을 벌리며 다나에게 ‘이 사위 새끼가 뭐라고 지껄이는 것이니?’ 라는 듯한 질문을 하셨다. 그러자 다나도 긴장이 풀린 건지 그만 웃음을 터트려버리고 말았다.

“푸흐흐. 왜? 사위라는 놈이 이제 보니까 미친 것 같애서? 걱정 마. 깨닫는 게 늦어서 놀랐겠지만, 우리 남편놈은 이래 봬도 건전하게 미친 놈이니까.”

“크르르 컹컹.”

나는 개소리를 읊으면서 길을 선두했다. 장모님을 대하는 다나의 말씨가 편해져가고 있었다. 좋은 징조였다.

아무 생각도 없는 듯 납득한 리루아와 머뭇거리는 장모님도 어떻게 잘 따라와 주셨기에, 10분도 되지 않아서 정해진 포인트로 갈 수 있었다.

“……엇?”

“……애미 씹?”

그러나 내가 꿈에서 베로니카에게 보여줬던 것과는 커다란 차이가 있었다.

틀림없기 굳게 닫혀서 이동을 통제해야 할 성문이, 사슬이 끊어진 것처럼 훤히 내려가서 도개교가 되어 있던 것이다. 이 알윈 시내에 수천의 군사라도 쉽게 들어올 듯한 대환영의 자세였다.

그야말로 꿈에서도 예상 못한 상황!!

우리는 한 순간 머리가 하얘져서 걷는 것도 잊고 정지했다.

“이 씹…… 뭔데? 왜 저게 내려가 있어?”

“쉿! 다나, 쉿! 적들이 눈치채면 안 돼……!”

아내들이 목소리를 낮추며 건물 그늘에 몸을 숨겼다. 혹시 저 앞에서 대기 중인 적의 본대가 이 후방 급습을 노리고서 어그로를 끌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정해진 포인트는 성벽 근처였기에, 우리는 일단 거기까지 접근했다. 그래도 내려와 있는 성문의 모습에는 변화가 없다.

“내, 내가 보고 올게!”

도적인 프랑이 성벽으로 접근했다. 심호흡을 하다가 건물 위로 올라가서, 후드를 쓰고 어둠에 녹아들듯 움직이는 프랑.

“프랑! 알윈의 도개교를 내리는 건 성벽 지하야!”

“늦지 않게 조심해! 앞으로 20분 정도밖에 없어!”

우리가 말하자 프랑은 OK 사인을 보내고 사라졌다.

“하, 씨. 망할…….”

나는 회중시계를 보며 조바심을 냈다.

다시 꿈에 돌아가도 베로니카가 다 끝난 합의를 철회하고자 꿈속에서 날 기다릴 가능성은 적었다. 〈공간이동〉의 타이밍을 놓쳐도 재도전할 찬스는 있겠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이 문을 방치하면?

트롤 킹의 군대에서 일부만 차출해서 선회해도 포위망이 떡 하니 완성돼 버린다.

안 그래도 도시의 주요 전력을 일발역전의 승리를 위해서 빼내왔는데, 그랬다간 트롤 킹을 족쳐도 이긴 게 이긴 것이 아니게 되지 않는가!

─덜컹, 덜컹.

그렇게 초조하게 발을 구르고 있을 때였다.

나는 태평하게도 성벽으로 다가오는 마차를 발견하고서 내 눈이 잘못됐는지 의심하고 말았다. 이건 또 뭐야?

“……잠깐?”

불길한 예감이 머리를 스쳤다.

그러고 보니까, 왜 마기마기의 마법사를 죽이고 코난드를 잡아갔던 트롤 주술사는 그 새끼를 살려서 돌려보냈지?

“오 치느님 맙소사(Cheese's Crust)…….”

소름 끼치는 예감이 등골을 스쳤다.

이건 내 실수였다.

멀쩡하진 않아도 그 내부 트롤러 새끼가 살아서 돌아오는 꼴을 봤는데, 진을 치고 있는 적군의 위용에 조급해진 나머지 그 새끼를 오딘의 눈으로 확인하지 않았던 것이다!!

─덜컹!!

나는 숨는 것도 잊어버리고 뛰쳐나가서, 마부도 없이 움직이는 마차의 문을 열어젖혔다.

“히이이이이익──!!!!”

안쪽에 있는 건 당연하다는 듯 벤자민 새끼였다.

햄스터 우리에 뱀을 집어넣은 것처럼, 혼자서 도망칠 궁리를 하던 벤자민은 마차의 벽에 달라붙었다. 그 새끼의 옷에는 튄지 얼마 안 된 사람의 피가 묻어 있었다.

도개교를 관리하는 병사가 있었을 것을 생각한다면, 이게 누구의 피인지는 생각할 것도 없었다. 이 새끼는 허리에 찬 매직 아이템으로 성문을 올려서 고정하는 쇠사슬을 끊어버린 것이다.

도개교를 내릴 줄 모르지만, 성문을 내리지 않으면 도망칠 수 없으니까.

“……어딜 가는 거냐?”

매직 아이템으로 움직이는 특수한 마차일까. 내 목에서는 칼날을 방불케 하는 차갑고 날이 선 목소리가 나왔다.

머리가 희다 못해 빠지고 외팔이가 된 벤자민은 사람을 깔보던 눈빛마저 사라져서는 비굴하게 고개를 저었다. 마치 지 잘못은 세상 천지 어디에도 없다는 듯이 말이다.

“시, 시민들과 함께 피난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1인용의 마차로 말이냐?”

이런 애미가 고구마 쳐먹다 못 막혀 뒤질 새끼를 봤나.

나는 오딘의 눈을 켜자 보이는 벤자민에게 걸린 마법과, 뚝 끊어진 도개교의 사슬을 번갈아보고 머리가 띵해졌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이런 개씹새끼들은 보이는 족족 죽여버렸어야 했다.

“……야 이 애미 뒤진 짝부랄 새끼야!!!!!!!!!!!!!!!!!”

나는 마차에서 끌어낸 벤자민의 턱주가리를 갈겼다.

─퍼걱!!!!!

힘을 전혀 조절하지 않았기에 놈의 턱은 돌아가지도 않고 케이크 시트를 뭉개듯 터져서 날아갔다. 시뻘건 피에 젖은 어금니와 턱뼈가 하늘을 처녀자리처럼 수놓았다.

“아보아아아아아악──?!!!!!!!!!!!!!!”

“조용히 하세요!!!!!!!!!!!!!!!!!!!!!!!!”

콰아아아아아앙──!!!!!!!!!

“게브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고성방가 멈춰어엇──!!!!!!!!!!”

콰앙!!! 콰앙!!! 콰아앙!!!! 콰아아아아아앙─!!!!!!!!

벤자민의 어깨에 핵꿀밤의 호흡 4연을 갈겼다. 남은 팔도 레고 팔 뽑아내듯 박살나서 떨어졌지만, 이 점은 설계 상의 결함일 것이었다.

“니 미쳤냐!!!!!!! 어!!!!!!! 미쳤냐고!!!!!!!!! 이 개띨빡 새끼가 마법에 조종당했어도 그렇지, 성문을 다시 올리지도 못하게 씹창을 내놓고 혼자 야반도주를 해!!!!!!!!!!!!”

내 주먹을 줄창 벤자민에게 죽음을 피하며 더한 고통을 줄 수 있는 부위를 때렸다.

이 새끼가 귀족이라는 사실도 지금은 내 머리에서 싹 사라진 상태였다. 뒷감당이고 지랄이고 이 새낄 못 죽이면 내가 홧병으로 뒤져버리게 생겼다!!!!!!!!!!!

“이럴 수는 없다!!!! 이건 강호에 죄를 짓는 거야!!!!!!!!!!”

“아고아아아아아악!!!!!!!!!!!!!!!!!!!!!”

콰앙!! 콰앙!! 콰아앙──!!!

한계를 초월한 분노가 새로운 힘이 되었다.

오랜만에 이성이 날아갈 만큼 머리가 돌아버렸다. 통제할 수 없는 극한의 분노가 내 배에서 휘몰아치며 야수회귀마저 성장시킨 듯, 가볍게 내지른 주먹이 팔 뽑힌 레고 휴먼이 된 벤자민의 다리를 발끝부터 짓이겼다.

이 무수하게 접히는 관절을 보라!!! 이건 사람에게서 볼 수 있는 해부도와는 궤를 달리했다!!!!

“니가 이러고도 사람 새끼야!!!!!!!!! 어?!!!!!!!!!! 말을 해 봐, 씨팔럼아!!!!!!!!!!! 니 피부 벗기면 나메크인 피부 나오지!!!!!!!!!! 존나 덥겠다 새끼야!!!!!!! 내가 벗겨줄게!!!!!!!!!!!!!!!!!!”

찌이이익─!!! 힘으로 찢어진 턱을 잡고 귀까지 찢었지만, 이 새끼는 인피면구를 쓴 트롤의 첩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조금의 의심도 없이 이 새끼가 트롤임을 확신하고 있었다. 이게 트롤이 아니라고? 내 28년 역사 상 이렇게까지 나를 빡돌게 한 존재가 손에 꼽을 정도인데???

“피부가 초록색인 건 트롤이다!!!!! 피부가 초록색이 아닌 건 훈련받은 트롤이다!!!!!!!!!!!!!!!!!!”

내 입에서는 미처 야수회귀의 강화에 사용되지 못한 듯한 구신의 마나가 분노의 브레스처럼 흘러나왔다. 혹은 끓어오른 피와 체온 탓에 입김이 엄청나게 넘치는 것이던가.

바로 어제 저녁, 장인어른은 말씀하셨다.

트롤이란 생물학적 분류가 아니라고 말이다.

트롤은 사악한 악의를 가진 정령과 같은 존재를 가리키는 말!!!!!!!!!!!

이 새끼는 그야말로 그 정의에 140% 부합하는, 인간형의 트롤, 그 자체였다!!!!!!!!!!!!!!!

“다, 다나! 다나 어머님! 이 사람 좀 치료해 주세요!”

내가 지금까지보다 더욱 강해진 야수회귀에 힘 입어 인간 트롤 새끼를 찢어버리고 있자, 프랑이 피범벅이 된 경비병을 안아들고 달려왔다. 아마 벤자민에게 찔린 듯 등에 칼자국이 선명했다.

“이리 눕히거라! 다나! 너는 사위한테 가 보고!”

“아, 응!”

장모님이 즉시 마법으로 응급처치를 하셨다. 나는 달려온 다나에게 벤자민을 집어서 내밀었고, 다나의 건틀렛이 놈의 배를 터트릴 듯 후려쳤다.

“나가 뒤져!!!!!!! 이 염병할 빡대가리 새끼야!!!!!!!!!!!!!”

“크에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아니, 말리라니까?!”

장모님이 경악했지만, 이건 다나가 옳았다.

이 비명을 보라! 대체 이것의 어디가 인간인가! 비명부터 보통 인간의 음성과는 궤를 달리 하지 않는가!

이것이야말로 벤자민이 인간으로 위장한 트롤이라는 명명백백한 증거이지 않을 수 없다!

“둘 다 진정해!! 마음은 이해하지만, 내 얘기도 좀 들어!!”

프랑은 벤자민을 후려처서 마차에 던져버리고─아마 내장 어디는 터졌을 것이다─, 나랑 다나를 잡아당겼다.

“트롤이! 그것도 매직 아이템으로 무장한 트롤들이 여기로 오고 있어! 어둠에 숨어서 몰래 접근하고 있단 말야!”

“뭐?!”

다나는 경악했지만 나는 벤자민에 의한 분노를 빼면 전혀 흥분하지 않았다. 대신 두 사람에게 입에서 뭉게뭉게 브레스를 흘려대면서 설명했다.

“트롤 주술사가 벤자민 놈한테 주술을 건 거야!!!! 공포를 강화하는 주술을!!!!!!!!!!”

오딘의 눈이 내게 속삭였다. 벤자민은 사악한 마법에 걸려 있던 것이라고!!

하지만 정상참작의 여지는 제로였다. 제정신 박힌 사람이라면 좀비가 아무리 무서워도 좀비떼가 창궐한 아파트 밖에 나가지 않고 자기 방에 쳐박혀 있는 게 정상이다.

강렬한 공포를 일으키는 주술을 받았다고 성문을 씹창내서 튄다는 게 어디 말이나 되는가!!

“혀를 깨물 만큼 무서워도, 다른 시민들을 싹 다 뒤지게 만들어서라도 자기만 안전한 곳으로 튄다는 건 사람이 실천할 수 있는 발상이 아니야!!!!!!!”

사람 새끼라면 목에 칼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실천하지 못 할 끔찍한 선택이다!

실제로 도개교를 지키던 병사는 그럴 가능성은 조금도 상상하지 못했기에, 벤자민이 야부리를 털며 등을 찔러도 막지 못 한 것이다!!

벤자민이 사람 새끼라면 성문을 내릴 리가 없으니까!!

“Gyarrrrrrrrrrrrrr……!!!”

나는 진정하는 의미로 야수회귀를 껐다. 강해지는 건 좋았지만 이대로라면 이성까지 사라져버릴 것 같아서였다. 끈다고 강화되는 게 멈추는 것도 아니니까 손해볼 건 없었다.

‘띵크! 강북호! 띵크!’

냉정을 되찾은 이성으로 엘리트 대갈통에 생각을 촉구했다.

벤자민은 이대로 죽여버려도 된다. 어차피 증인도 한둘이 아닐 것이다.

설마 이런 고급 마차를 갖고 튀었는데 말리는 사람이 없었을까. 이 새끼가 여기까지 오면서 지랄한 증거가 한두 개가 아닐 텐데 뭐가 문제겠는가.

씨발 꼬우면 걍 로마니아로 워프해서 새 살림 차리고 만다.

“그래…… 나중 일을 걱정할 때가 아니지. 장모님, 리루아 씨. 일단 지휘부에 알려서──”

말하던 나는 리루아가 없다는 걸 눈치채고 무심코 기감을 뻗었는데, 우리 짐승소녀는 과연 나보다 행동이 빨랐다.

[Auuuuuuuuuu───!!]

달밤에 베르세르크의 하울링이 울려퍼졌다.

근처에서 제일 높은 건물에 올라간 리루아의 울음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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