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이 화상아──!!!!!”
─쩌억!! 다나의 무자비한 여래신장이 내 등판을 때렸다.
“못 당하겠다 싶으면 뒤로 빼든가 도와달라고 소리치든가 할 것이지!! 무슨 폼을 잡겠다고 혼자 아득바득 싸우다 팔을 짤라먹어, 팔을!! 멍청한 새끼야!!”
─짜악!! 짜악!!
이 여편네가 츄럴 주술사 잡고 레벨업이라도 했는지 남편 패는 솜씨가 예사롭지가 않다. 나는 머리를 지키며 비명을 빽 내질렀다.
“악!! 누나, 잠깐만!! 그래도 나 오러 배웠어, 오러!!”
“아, 그러셔요!! 우쭈쭈 잘했어요 병신아!! 얌전하게 창이나 휘둘러대다 보면 저절로 배울 만한 능력도 되는 새끼가 뭘 또 미련하게 팔까지 잘려가면서 배우셨어요!! 니가 오러 빨리 배우면 누가 와서 상이나 준대요?!”
다나는 그게 뭔데 야만인아 하는 태도로 내 귓볼을 잡아당겼다.
이런 씨발. 내 오러 자랑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다니.
존나 말할 타이밍을 잘못 잡았다. 칭찬 받을 건수를 좆도 의미 없이 날려버렸네.
“오, 오러 말고도 있어!! 저기 츄럴 놈들 은신처 아래에 막 존나 큰 유적도 있었어!!”
나는 어버버 거리다가 다른 건수를 꺼냈다. 뭐든 간에 다 던져가며 얘기의 물꼬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됐다.
“아마도 그 새끼들이 처음에 가지고 나왔던 유물들도 거기 존나 많을 거야!! 누나 학위 레벨업 각 날카롭게 섰음!! 와!! 박사 은장!! 와!! 연구소 표창장!!”
“와!! 시발 내가 고맙다 못해서 돌아버리겠어요, 남편님아!!”
─퍽! 다나는 빵끗 웃으면서 내 멀쩡한 쪽 팔을 때렸다.
“팔 한쪽 짤리고 유적 하나 찾아온 거면 내가 교수직 달 쯤에는 니 머갈통만 남아서 집에다 박제해 놓게 생겼네요!! 씨발 이 새끼가 오딘이 아니라 회니르 후계자였네!! 예르나년이 즈그 주인도 못 알아보고 개긴 거였네!!”
“테에에엥!!”
나는 꼴사납게 가드를 올리며 타격에 견뎠다.
다나의 등짝 스매싱이 맵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눈물이 그렁그렁한 아내님을 차마 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눈물 공격이라니 남편의 약점을 잘 아는군. 이건 정말 아프다.
하지만 일기토에서 수공을 쓰다니 비겁하기 짝이 없군. 내 실눈에 펑펑 울면서 나를 혼내는 다나가 비췄다.
─팍!
다나는 날 붙잡더니 웃옷을 들췄다. 내 가슴에 길게 난 칼 자국과 그걸 땜질한 검은 흔적이 드러났다. 다나는 목울대를 맞은 것처럼 말이 막혔다.
“……진짜 나쁜 새끼. 개미친 또라이 새끼….”
─흐끅, 흑. 다나는 턱까지 눈물로 적셔가며 씩씩거렸다.
“니가 팔 떨구고 와서 ‘헤헤 이겼당’ 하면 우리가 잘 했다 할 줄 알았어? 니 이거 좆도 잘 한 짓 아냐. 니가 니 몸 버려가며 이기는 건 우리 마음은 전혀 생각 안 하는 짓이라고. 알아?”
“아니, 누나. 왜 누나가 울어. 내가 내 몸 막 쓰는 거 하루이틀도 아닌데.”
“그럼 쳐 웃을까? ‘야, 논문거리 생겼다!’ 하고 실실 쪼개? 내가 널 여기까지 끌고 왔는데 니가 하루아침에 팔 장애인이 되면 나더러 어쩌란 거야? 내가 콱 뒤질까? 내가 나가뒤지면 너도 좀 철 들래?”
아니 뭘 또 말을 그렇게 하냐.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내가 멋쩍어하자 다나는 빨갛게 핏줄이 선 눈을 부라렸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말했다.
“누나가 미안해 할 이유 없어. 팔이야 자라든 붙이든 할 수 있을 거고, 계속 그러면 서로 힘들기만 하잖아. 내가 무슨 막 누나가 죽을 만큼 미안해 하길 바라는 것도 아닌데.”
─꾸욱. 다나를 끌어안아서 등을 토닥였다. 이렇게 하면 내 잘린 팔이나 상처도 안 보이겠지.
“누구 잘못인지 따지면 그냥 누나 남편놈이 미련하게 사는 멍청이라서 그런 거니까, 누나는 화만 내도 돼. 우리가 어디 남남인 것도 아닌데 잘잘못을 따져서 어쩔 거야.”
남편이 담배로 죽을 병에 걸리면 그게 담배 심부름을 해 준 아내의 탓인가? 지 좋다고 뻑뻑 피워댄 남편 잘못이지.
막말로 100% 다나의 잘못이라서 내가 팔다리가 잘려나가 애벌레 노르드가 되었어도, 나는 다나를 놔 줄 생각이 없다. 좆빠지게 구른 게 이혼 사유라니? 그런 건 너무 끔찍하잖아.
“오히려 내가 다 당황스럽네. 짤린 팔이야 붙이든 기르든 하면 되는데 살았으면 됐지. 누나 말대로 혼자 깝싸다가 팔 하나 가슴살 조금 덜어놓은 거잖슴.”
진짜 뒤질 뻔 했다는 얘기는 절대 하지 말아야겠군. 나는 몰래 다짐하면서 다나를 놓아주었다.
그 잠깐 사이에, 내 가슴이나 팔은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 내가 다나의 정신건강을 지켜주고자 복구한 것이었다. 아직 꿈 속 한정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평생 갈 상처도 아니니까, 누나는 정 미안하면 남편놈 팔 없이 살 동안 옆에서 시다바리나 들어 줘.”
“……뭘 도와주면 되는데?”
…쿨쩍. 코를 훌쩍이며 다나가 묻자 나는 그냥 웃었다.
“뭐든 간에, 다나 네가 옆에 있어주면 기쁠 거야.”
…끄덕.
다나는 자기가 잘못한 것도 아니면서 고개를 숙였다. 이거 분위기 어색해지네. 이럴 땐 대충 억지 텐션으로 밀어버리면 되겠지. 나는 다나의 등을 두들겼다.
“자, 아무튼 이 얘긴 이걸로 끝. 우리 울보 그만 좀 울자. 남편놈 가슴 붙여논지 얼마 됐다고 또 찢어지겠다.”
“……꼬우면 다음부터는 더 좆빠지게 굴러서 몸 성하게 돌아와.”
“좆 빠지기 VS 팔 짜르기인 것? 황금 밸런스 미쳤다. 팔 없이는 1년도 살 수 있지만 쥬지 없이는 못 살지.”
“미친 새끼.”
나는 뭘 당연한 소리를 하냐는 것처럼 웃었다.
그렇게 우리는 적당히 의자 같은 걸 만들어서 앉았다. 좀 전의 싸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서로 교환하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거의 나 혼자 떠드는 느낌이었다.
“……잠깐 스탑. 정리 좀 해 보자.”
다나는 붓기가 남은 눈을 피곤한 듯 눌렀다.
“그러니까 뭐야? 네가 살던 세상도 신들이 만든 곳이었고, 트롤이나 오우거나 같은 몬스터들은 저주를 받아서 저 꼴이 된 인류의 후손인데다, 그 놈들의 옛 국가의 유산이 지하에 잠들어 있다는 얘기?”
“그리고 오러도 썼다니까.”
“오러고 오럴이고 시발아. 니 객관적으로 봐서 그게 저 라인업에 비빌 만한 사건이라고 봄? 지구 촌놈 양심 어디?”
“오러…… 뿜었다고…….”
팩트가 내 연약한 멘탈을 두들기자 나는 크게 낙담했다.
그렇지 시발……. 저 라인업에 비하면 내가 오러를 쓸 수 있게 됐다는 사실 따위는 고시원 현수막이나 지역 신문 라인에서 컷 당할 안건이지…….
“시발… 그래도 칭찬 좀 해 주면 어디 덧나냐….”
“응~. 우리 남편이 최고야~.”
다나는 건성으로 말하며 나를 가슴에 안고 토닥였다.
영혼이라곤 좆도 안 깃든 칭찬이건만 좋다고 헤벌쭉하는 내 남성성이 밉다. 폴리모프 트롤 수컷이랑 피부 비비다가 우리 존예 박사님 찌찌에 안기니까 존나게 행복한 것이에요.
껌딱찌 찌찌였으니만큼 포근함은 조금 모자랐지만, 그거야 애교로 넘어가자.
“그 유적지는 알윈에 보고 때리지 말고 나중에 찾아냈다는 식으로 가자. 우리끼리 좀 찾아보고 누나네 연구원들 불러서 쓸어담고 연구하면 몇 년은 일감 곤란하진 않겠네.”
가짜 팔과 진짜 팔로 등을 끌어안으며 말하자 다나는 남의 머리에 턱을 얹고 중얼거렸다.
“……인간형 몬스터의 일부가 옛 인류의 후손이란 흔적은 미리 치워버릴까 하는데, 도와줄래?”
“당연하지. 그딴 거 주장했다간 입증하기도 빡세고 학계에 욕만 딥따 쳐먹을 걸.”
선지자는 욕을 먹는 게 세상의 이치다.
이세계 생물학자나 연금술사들이 트롤 연구를 죽어라 했을 텐데, 인간=츄럴이라는 사실은 눈치채진 못 했다. 그건 츄럴 놈들이 인류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뜻일 것이다.
‘다시 말해서, 가설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는 거지.’
유적에 기록이 있겠지만 교차검증이라는 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잖은가.
그런데 고고학자인 우리 부부가 저런 거부감이 절로 드는 가설을 역설한다? 미친 소리!
‘증거 하나로 밀어붙이기엔 빡세고, 성공해봤자 득 볼 것도 없는 문제다.’
지구에서도 옳은 말을 한 사람이 마녀 사냥을 당하는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
후세에 ‘사실은 걔가 맞았음’이라며 재평가가 들어가봤자, 그때까지 좆고생을 할 우리의 앞날에는 아무 위로도 안 된다. 대충 그 가설을 암시하는 문구만 몇 줄 적고 끝내는 게 맞다.
‘암만 그래도 인간의 후손인데’ 같은 위선적인 생각은 전혀 안 든다.
마법을 쓰면 인간으로 변신하는 식인종 원숭이 같은 놈들 아닌가. 같은 인류로 봐 주라는 게 더 무리수였다. 뮤턴트는 시발 인간으로 태어났기라도 하지.
“하아. 또 머리 아픈 일이 늘어났네.”
다나가 피곤한 듯 한숨을 쉬길래, 나는 뺨으로 아주 조금 봉곳하게 솟은 가슴을 비비적대던 걸 멈추고 말했다.
“누나는 연구만 생각해. 그밖의 귀찮은 일은 내가 도울게.”
“그래, 거 고맙다. 대신 유물 몇 개는 줄 테니까 너도 학위 올리는데 써.”
“존나 그렇게 말하면 내가 뇌물 돌리는 것 같잖어. 학계의 발전에 기여했다고 해 주시겠어요?”
“소개합니다! 뽀찌 마스터!”
“이 년이 얼스터 야만인 피가 덜 빠졌네. 누나도 팔 하나 잘려보실?”
“그게 팔 짤라먹은 새끼가 할 농담이냐고 띨빡대가리야.”
“테에엥. 팔이 없는레후. 왜 없는레후?”
나는 낄낄대다가 진지하게 턱을 쓰다듬었다.
“아니 근데 오른팔을 가지치기 한 건 오히려 칭찬받아야 할 일 아닐까? 뒤질 수도 있었는데 산 거니까 잘 한 거 아닐까? 열심히 노력한 승자의 훈장이 아닐까? 늘 감사하십시오. 딱 10cm만 깊었어도 너그들 죽은 남편 부랄 만져야 했음.”
“빛의 검(Claiomh Solais).”
“누님! 이 아우가 이렇게 그랜절을 했습니다!”
다나가 손에 빛의 칼날을 소환하자 나는 한팔로 그랜절을 박았다.
그 칼 집어넣어. 발암의 상처 날리지 마.
그거 맞으면 칼빵 한 방에 네크로모프 되잖아.
다나는 고민스러운 것처럼 칼날을 매만졌다.
“쓰으읍…… 팔 한 짝만 남겨두고 다리도 없애면 딱 집에 박혀서 얌전하게 논문만 쓸 것 같은데…….”
“이열. 교수들도 돈 주고 특강 받으러 올 발상.”
대학원생도 그렇게는 안 굴리겠다 미친 년아. 내가 공포에 떨자 다나는 픽 웃으며 마법을 해제했다.
애초에 남의 꿈에서 웨 살상마법을 쓰는 것.
“농담이고,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할래. 일단은 나도 너도 못해도 하루는 못 일어날 것 같지? 그러면 니 꿈속에서 잠깐 놀다가 들어가자.”
“놀자고? 뭐하려고? 내 상상력도 무한하진 않은디.”
“여기면 니 고향 모습도 재현할 수 있는 거 아냐?”
“엥?”
……듣고 보니까 그렇네? 나는 입을 쩍 벌렸다.
“「석」과 「박」의 차이가 느껴지십니까?”
다나 박사님은 우쭐대며 가슴을 폈다.
그래봤자 내밀 만한 가슴이라곤 감자탕 앞그릇 정도지만, 그래도 충분히 자랑스러워 할 만 했다. 나는 꿈 속에서 나의 고향을 재현해 보겠다는 발상은 해 본 적이 없었으니까 말이다.
박사 학위는 야근으로 딴 게 아니었단 말인가? 나는 정말 오랜만에 우리 아내님의 머리 좋음에 탄복했다.
나 같은 「석」과는 격을 달리하는 이 초인적인 지능……!!
“그야말로 「박」대가리……!!”
“아니 시발아.”
“「박」대가리 펀치!! 「박」대가리 펀치!! 누나! 저는 커서 「박」대가리가 될래요!!”
“어? 빡도네? 빡도는데 꿈이네? 목 졸라도 안 죽네?”
“알겠으니까 우리 냉정하게 머리 좀 맞대 보자. 내 노예력 3년과 누나의 노예력 15년을 합쳐서 완벽한 꿈 속의 신도시 건립 논문을 써야 돼.”
“경력 차이가 5배인데 사원이 너랑 나 뿐이면 사실상 내가 사장 아니냐? 빨대쉑 실수했죠? 탈주 각 씨게 잡혔다. 특 A급 연봉을 내놓지 않으면 닌자하겠다.”
“대신 긔여운 A컵을 드리겟읍니다.”
“그거 받으면 패드 끼듯 B컵으로 늘어나냐 씹새야? ……아니지, 잠깐만. 생각해 보니까 여기서라면 내 가슴도 막 프랑보다 커지게 만들어 줄 수 있거나 하지 않음?”
“그런거나 하면 순도 100% 정신병자로 보일걸.”
슬랜더 빈유 여캐는 거유화하면 안 되요. 사회적인 합의가 있었어요.
내가 존나 혹하는 마음을 꾹 참고 정색하자 다나는 내 어깨를 잡고 흔들기 시작했다. ─휙휙!!
“한 번이면 돼…! 딱 한 번만 거유가 되게 해 줘…!”
“하이고 이것 참 미안하게 됐수다.”
“아 씨발아 좀!! F컵이 된 나 안 보고 싶냐고!!”
꿈의 아이템 풍유환이 눈앞에 아른거리자 다나는 참다못해 빼액 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막!! 어!! 만지게도 해주고 비비게도 해 주겠다잖아! 니 그런 거 좋아하는 거 다 알아 쌉놈아!! 씨이이발!! 찌찌가 그렇게 좋냐!! 어!! 찌찌가 그렇게 좋냐고, 개새끼야!!”
“아 씝펄 진정해 미친 누나야. 해 볼게. 해 본다고.”
내가 뭐가 이 누나를 그렇게 거유에 진심이게 만든 걸까.
참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세상은 이토록 수수께끼 투성이인 것이었다. 나는 고개를 젓고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상상하는 것은 최강의 찌찌이다.
하지만 내가 아는 브리타니아 제일 찌찌는 다나의 체형에 안 맞을 것이다. 나는 뉴런의 손상을 각오하며 여캐의 커스터마이징에 반나절을 투자하는 K-게이머의 이성을 불태웠다.
다나의 체형에 제일 완벽하게 부합하는 찌찌는…… 이거다!
“──천마거유빔.”
─쩌겅! 시뻘건 원적외선에 맞은 다나는 순식간에 찌찌가 부풀어올랐다.
부드러움과 탄력의 완벽한 밸런스!
마른 몸과 골반 크키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적절한 사이즈의 거유!
그야말로 지금의 내가 이미지할 수 있는 최고의 찌찌였다. 말 그대로 꿈의 거유다.
“……와아. 찌찌 짱 커졌다. 흐히히…. 행복하다….”
하지만 정작 그렇게 완벽한 가슴을 받은 다나는 커다래진 밑젖을 받쳐들면서 눈에서 생기가 사라졌다. 빅 딜도로 자위하는 걸 썸남에게 들켜도 저런 표정은 안 나오겠네.
“아니 또 왜. 키워달래서 키워줬는데 뭐가 불만인 것이지? 참고로 유두와 유륜 크기는 A/S 가능함.”
“그게 불만인 게 아니야 또라이 새끼야…….”
─물커덩. 다나는 혼이 빠진 눈으로 자기 가슴을 주물렀다.
“와아……. 딴 애들은 다들 이렇게 상반신에 묵직한 살을 달고 사는구나아……. 그렇구나아……. 나만 몰랐구나…….”
“슴부격차를 실감한 모양이군요. 솔직한 당신에게는 상을 드리겟읍니다.”
─호로록!
지방을 흡입하듯이 가슴을 쪽 빨아없애주자 다나는 하늘이 무너진 개국공신처럼 한탄했다.
“……마음의 허무함에 비해서 몸은 이상하게 홀가분해진 게 존나 개빡쳐.”
“사람은 각자 자신에게 맞는 핏이 있는 거란다.”
“주댕이 쌉쳐. 느그 아내 지금 자살 마려우니까.”
다나는 그렇게 존나 라면 한 그릇 뚝딱 먹을 시간을 헝겊인형처럼 엎어져 있다가 일어났다.
“……그래, 시발. 가져봐야 포기할 줄도 알고 그러는 거지. 됐고, 아무튼 네가 살던 곳을 재현하는 건 가능할 것 같냐?”
“쓰읍……. 솔까 좀 자신 없는데.”
지구의 풍경을 제대로 재현하는 게 가능할까?
잘 만들어내봤자 조금만 복잡하면 금방 이상한 옥에 티가 생겨날 것 같은데. 신라면을 끓였는데 계란 넣은 너구리가 돼 있거나 할지도 모른다.
내가 팔짱을 끼고 낑낑대자 다나는 그럼 됐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힘들면 관두든가. 노가리나 까도 시간은 충분히 가겠지.”
“쓰벌, 그렇게까지 말하면 못 참지. 마초는 일단 머리부터 박아보고 각을 잡는 생물인 것.”
“다행이네요 븅딱아. 그 지랄을 했는데 머리부터 잘리지는 않아서.”
아내님의 신랄한 한 마디가 등에 날아들어 꽂혔지만, 진짜 칼빵도 참았는데 이깟 걸로 갸아악 거리지는 않는다.
나는 미간에 손가락을 얹고 끙끙대다가 눈을 부릅떴다.
“심즈 ON.”
쿠구구궁…!
내 드림랜드에 콘크리트 빌딩이 솟아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