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즈를 끝낸 나는 다나와 팔짱을 끼고 걸었다.
‘다음엔 뭐하고 논담.’
역시 영화일까? 나 혼자서였으면 넷플릭스를 재탕하는 기분이라서 현타만 커졌을지도 모르겠지만, 옆에서 찰진 리액션을 보여주는 울 아내님이 계시면 지루하진 않을 것 같았다.
─꾸욱.
그런데 영화관으로 배경을 전환할까, 걸어서 돌아갈까 고민하던 내 팔을 다나가 잡아당겼다.
“머임?”
“……사람을 예열시켜 놓고 그냥 이렇게 끝내게?”
다나는 쭈뼛거리며 말했고, 나는 내가 눈치 없이 굴었다는 걸 깨달았다.
“존나 맞말이네.”
프로포즈를 했으면 그날은 두 손 흔들고 헤어져서 여운을 즐기던가, 깍지 끼고 모텔로 직행하는 게 예의 아니겠는가.
꿈 속이라는 고정관념이 아직 덜 빠졌나 보다.
하지만 집도 있는데 프로포즈한 날에 모텔에 가는 건 조금 아닌 것 같다. 우리의 스위트 홈으로 돌아가도록 하자. 나는 마관광살포의 포즈로 집중하며 꿈 속의 광경을 변화시켰다.
쿠르르릉…!
룬 마법을 발휘해서 순식간에 사르가디스의 내 방이 생성되었다.
얼마나 완벽한 재현률이었냐고 하면, 내가 북부로 떠나기 전에 두고 왔던 어른이의 장난감들─성인용품이나 코스프레 상품들─까지 떡 하니 굴러다닐 정도였다.
섹스 토이가 한가득한 종이 봉투를 집어드는 다나.
“이건 뭐야? 저번에 네 방에서도 봤던 것 같──”
우리 눈나는 끈으로 된 속옷을 집어들고 잠깐 패닉에 빠진 듯 넋이 나갔다가, 빨개진 얼굴로 날 보며 히죽거렸다.
“……개변태 새끼. 이딴 건 누구 입히려고 사 놨냐? 프랑? 아니면 라리루라? 베로니카도 부탁하면 입어는 주겠네.”
“왜 은근슬쩍 누나만 쏙 빠져? 우리 다나는 내가 부탁해도 안 입어주려고?”
뒤에 끌어안으면서 시시덕대자 다나는 놀리지 말라는 듯 내 뺨을 잡아당겼다.
“웃기지 마셔. 나처럼 봐줄 데도 없는 년이 입으면 뭐 해. 옷이 다 불쌍하다.”
“왜? 상상만 해도 귀여운데.”
“미친 놈. ……이 옷은 또 뭐야? 생긴 건 치마인데 입으면 골반에도 안 닿겠다. 새끼, 취향 하고는.”
“성처리 메이드 봉사복이래.”
“머갈통에 프릴 머리띠를 꽂는다고 다 메이드가 아니에요. 아니 근데 시발아. 이거 하필이면 색깔이 보라색이다? 설마 나 입히려고 산 건 아니지?”
나는 말없이 쳐다보았다. 때로는 침묵이 달변보다 많은 걸 말하곤 하니까.
“……………….”
그러자 다나는 입을 꾹 다물고 빨간 얼굴로 봉투를 바스락거렸다.
안에서 나온 옷은 메이드복이라고 여기려면 몇 개 정도는 더 부속품이 더 필요할 법한 의류였다. 필요한 천은 없는데 스타킹처럼 딱히 없어도 되는 파츠는 있었다.
“……이걸 입으라고? 내가?”
넹~ 맞워용~.
나는 비키니에 가까운 브라를 집어서 다나의 가슴에 슬쩍 올려놓았다.
다나는 손바닥보다 작은 천 면적에 마른 군침을 꼴깍 삼키고서 말을 더듬거렸다.
“아니, 그, 이런 개변태 같은 옷이 있다는 것도 오늘 처음 알았는데 시작부터 허들이 너무 높지 않냐?”
“내 시다바리 들어준다매.”
“……너 이 새끼, 노렸구나? 그때부터 각 잡고 이거 입힐 때만 노리고 있었지? 그치?”
“눈치 빠른 아내는 좋아해.”
나는 노가리를 까며 다나의 가슴도 깠다.
물 흐르듯 삭제되는 다나의 옷! 현실에서도 이런 무장해제 마법을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순식간에 혼자만 알몸에 되서 안긴 다나는 힉 소리를 내며 몸을 떨었다.
─치덕. 내 손가락은 천박하게 다나의 엉덩이와 허벅지의 경계를 쓰다듬었다.
“흐흐. 우리 누나 피부 매끈매끈한 것 봐. 내가 입혀줄까?”
“아, 알았어…! 알아서 입을게, 입을 테니까…!!”
“어허. 입혀준다니까. 가만히 있어. 차렷!”
“……차, 차렷….”
나에 대한 미안함이 남아 있던 걸까. 아니면 프로포즈의 흥분이 덜 가셔서였을까. 다나는 생각보다 순순히 이 개변태 메이드복을 입어주기로 마음먹은 모양이었다.
평소였으면 몇 번은 더 튕기다가 마지 못해 하는 느낌으로 입었을 텐데. 알몸으로 직립부동하는 다나의 수치심 가득한 얼굴은 그야말로 천연 비아그라 그 자체였다.
─폭.
나는 다나의 머리에 머리띠부터 씌웠다. 부들부들 떠는 눈매는 꿈에서 깨면 내 머리통을 한 대 후려갈길 듯 했지만, 이 상황에서는 귀여울 뿐이다.
목에도 프릴을 감으면서 다나의 입에 혀를 넣었다.
─쮸릅.
“……읍?!”
다나는 당황했지만 팔을 옆구리에 딱 붙이고 섰다. 빨리도 빳빳해진 젖꼭지를 놀리듯 톡톡 쳐주고 목에 리본을 맸다. 꼭 나 자신한테 줄 선물을 포장하는 기분이었다.
리본을 조금 세게 조이자 다나의 혀가 쭉 빠져나왔다.
나는 그 핑크빛 혀를 빨며 꼿꼿하게 선 다나가 열심히 혀를 굴리는 모습을 즐겁게 감상했다. 키 차이 덕분에 머리를 한껏 위로 쳐들고 혀를 내미는 다나는 터무니없이 야했다.
“후압…… 쯉…♡”
벗는 편이 덜 부끄러울 법한 팬티를 가랑이에 파고들 만큼 걸고 골반에서 리본으로 묶었다. 튀어나온 갈비뼈를 손으로 간지럽히면서 혀를 섞고, 입을 뗐다.
─짝!
엉덩이 골에 깊이 파고드는 T백을 자각시키듯 다나의 엉덩이를 가볍게 쳤다.
“응읏…♡?!”
찌르르…♡!
상스럽게 마른 엉덩이 사이로 파고드는 팬티 끈의 감촉에 몸을 비틀며 다나는 위화감에 몸서리쳤다. 나는 야릇한 골반에 밀착해서 바지 위로 발기한 자지를 비볐다.
“아주 비쩍 말라갖고 엉덩이만 토실토실해서는. 누구 좋으라고 이렇게 야하래?”
“후으, 흐…….”
발정 스위치가 들어갔는지 다나는 대답이 없었다.
나는 픽 웃고 그녀의 가슴에 속옷을 입혔다. 전혀 팬티를 감추지 못하는 짧은 메이드 미니스커트도 그녀의 허리에 감아맸다. 다나는 목줄이라도 채워지는 것처럼 음란하게 젖어든 눈빛으로 홀린 듯 그 과정을 바라보고 있었다.
…꾸욱♡
팬티 끈을 잡아당기며 다나를 침대에 밀어눕혔다.
작고 얇은 천이 고간에 깊이 파고들며 보지의 모양을 두드려지게 했다. 입을 손으로 가리며 눈을 돌린 다나는 다리에 채워지는 스타킹과 메이드다운 가터의 감촉에 할딱였다.
이거 생각보다 재밌네. 나는 기세를 타서 다나의 배에 내 쥬지가 들어갈 길이를 자로 긋듯이 표시했다.
생각해 보면 남자애도 로봇이건 뭐건 인형을 갖고 노는 건 재미있어 하지 않던가.
잼민이는 제 돈 주고 못 살 고오급 로봇만큼이나, 지고지순한 여친을 갖고 하는 옷 갈아입히기 놀이도 엄연한 어른의 놀이인 것이다. 벗기는 것과는 또 다른 흥분이 발기한 자지를 얼얼하게 만드는 기분이었다.
“다나. 거울 좀 봐 봐.”
나는 애완견을 길들이는 것처럼 느긋한 움직임으로 그녀를 전신 거울 앞으로 데려갔다.
“……읏.”
다나는 숨을 삼키며 자기 팔을 끌어안았다.
이 쑥맥 누나가 한평생 남자의 손에 이런 천박한 섹스 전용 복장을 입혀질 거라고 생각이나 해 봤을까?
짐작하건대 아마 태어나서 한 번도 없었을 것이다.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며 말했다.
“나 하는대로 따라해. 웃으면서.”
“이, 이렇게?”
다나는 수치스럽게 웃으며 거울에 대고 양손으로 V를 만들었다. 다나의 옆에 찰싹 붙은 나는 그 귀여운 엉덩이를 주무르면서 카메라의 촬영 버튼을 눌렀다.
─찰칵!
그렇게 내 기억에 영구보존할 스샷이 완성되었다.
‘어디 유출할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닌데, 갈 데 가더라도 사진 한 장 정도는 괜찮잖아?’
짜릿함에 오싹해진 나는 다나의 엉덩이에 중지를 슬쩍 밀어넣었다. 따듯한 살갗은 일류 셰프가 부풀린 빵 반죽처럼 내 손가락을 포근하게 감쌌다.
“아웃….”
긴장에 빳빳해진 허리가 무색하게 탄력이 넘치는 엉덩이는 탱글거리는 소리가 들릴 듯이 먹혀들었다. 내 손길에 희롱당하는 것에 숨 쉬듯 익숙해졌다는 뜻이었다.
나는 얇은 목을 끌어안으며 헤실댔다.
“역시 최고야. 어울릴 줄 알았어.”
“……이딴 옷이 어울린다는 말은 사실상 욕 아니냐? 존나 천박한 옷이나 입는 변태년이라는 뜻 같은데.”
“그니까 칭찬이지. 남편 전용 변태년이잖아.”
“내가 어디가──”
뭐라고 하려던 다나의 입이 꾹 닫혔다.
아직 음부에는 별 터치도 없었는데 흥건해진 사타구니를 충분히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겠지. 이만큼 적셔놓고 말로만 부정해봤자 내가 발기한 상태로 안 꼴린다고 거짓말하는 거랑 마찬가지였다.
“솔직해서 좋다. 흐흐, 우리 누나 왤케 귀엽냐고.”
“닥쳐 좀. 머리 펑크날 것 같으니까.”
─풀썩.
말마따나 귀까지 빨개진 다나를 껴안고 침대에 다이빙했다. 나는 과한 보디 터치 없이 몸을 밀착하며 말했다.
“이러고 있으니까 누나한테 사랑받는 게 느껴져서 좋네.”
입으로 툴툴대는 게 다나의 매력이긴 하지만 가끔 이렇게 품 안에서 쥐 죽은 듯 조순하고 얌전해지는 것도 이 누나의 챠밍 포인트였다. 꼴리는 점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물론 안으면 느껴지는 마른 몸에 저절로 손주들 밥 멕이는 할머니들의 마음이 공감되고는 하지만, 적절한 슬랜더함은 우리 다나의 장점이기에 억지로 살을 찌우기도 좀 그랬다.
“……흐응. 고작 이 정도로?”
그런데 다나는 불만스럽다는 듯 중얼거리고서는, 내 품을 쏙 빠져나가서 도리어 내 위로 올라탔다.
그녀가 내 배에 올라타자 나는 픽 웃으며 옷을 지웠는데, 다나는 이런 말을 하는 게 부끄럽다는 듯 물었다.
“……꿈이어도 지나치면 기절은 하겠지?”
“꿈도 못 꿀 만큼 잠들 수는 있겠지. 깨면 다시 여기서 눈 뜨겠지만.”
“그럼 됐고.”
걱정거리가 해소되서일까. 내 배에 올라탄 다나는 이유도 없이 여기저기에 눈을 돌리며 계속 입을 달싹거리다가, 끝내 용기를 낸 것처럼 표정을 풀었다.
“……야, 노르.”
“응, 다나.”
“꿈 속이고, 조금 전에 프로포즈까지 받았으니까…… 딱 한 번만 말한다?”
다나는 나와 손가락을 깍지끼고서, 은은하게 웃었다.
“……사랑해, 바-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