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척척석사 노루-475화 (475/1,009)

수렵신 사티스(Satjit).

내가 알기로, 그건 나르메르-나일 쪽의 신의 이름이다.

보통 현대인들이 ‘판타지 종교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로마니아의 교단이고, 나르메르-나일의 종교는 특색이 존나 강했다. 사냥꾼의 신을 섬기는 사티스 교단도 대충 그렇다.

‘보는 건 처음이지만.’

나는 눈을 끔뻑거리다가 물었다.

〈예. 잘 부탁드립니다. 그런데 오프툼 님은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자네의 의혹을 걷어주려고 왔지.〉

친절한 말투랑 어울리게 넉살 맞은 말투였다. 하지만 몸에 두른 장비는 어딜 뜯어봐도 풀 무장이다. 뭔가 착오가 있어서 저 웃음기가 지워지면 좆될 각인데.

나는 매직 아이템으로 보이는 건틀렛을 보며 말했다.

〈사티스 님의 사냥개신가 보군요.〉

〈……서, 선배! 말투! 말투 신경 쓰셔야죠!〉

내가 툭 내뱉자 라리루라가 깜짝 놀라서 속삭였다. 사냥개라는 말이 보통 좋은 뜻으로 쓰이는 말은 아니니까, 내가 좀 거칠게 말을 한 걸로 생각한 거겠지.

〈흐허허. 걱정 말게, 어린 아가씨. 사냥개라는 건 우리가 자칭하는 이름이거든.〉

오프툼을 스나이퍼가 대충 자른 듯 수북한 턱수염을 긁적거리면서 껄껄댔다.

〈우리 교단의 형제자매들은 입교할 때, 평생을 들여 사냥하고자 하는 무언가를 수렵신께 맹세한다네. 그리고 그 사냥에 성공하는 날이 우리의 영혼이 신의 곁으로 가는 날이지.〉

저건 비유가 아니라 진짜다.

만약 고양이 톰이 제리를 사냥하는 걸 목표로 내건다면, 그 사냥에 성공해서 제리가 뒤지는 순간 톰도 같이 뒤진댄다. 딱 들어도 존나 무섭기 짝이 없는 게 과연 옛날 종교답다.

죽음 자체는 원만하고 아프지 않게 잠드는 식이라서, 수렵신의 신자들은 그걸 ‘사티스의 곁으로 갔다’고 부른다던가.

성표를 가리키며 오프툼은 씨익 웃었다.

〈그래서, 오래 살고 싶은 형제자매들은 태양이나 달처럼 이룰 수 없는 사냥을 사냥감으로 삼지. 반면에 나처럼 목숨귀한 줄 모르고 사는 멍청이들은 수렵신 님의 사냥개를 자칭하는 걸세.〉

라리루라는 웃음을 지어도 어딘가 무서운 기척이 풍겨오는 오프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내 뒤로 숨었다. 강력계 형사들이 친근하게 굴어도 무서운 것과 같은 이치였다.

〈그러면 어쩌다 여기까지 불려오셨는지도 알 것 같군요.〉

〈호. 우리 교단에 대해서 좀 아는 바가 있는가 보지? 이 브리타니아에선 드문 일인데. 들려주겠나?〉

생각보다 대화를 잘 하는 편인지 오프툼은 친근하게 말을 걸었다.

나는 연구 중에 책을 읽다가 봤던 얘기를 꺼냈다.

〈사티스의 사냥개 분들은 사냥감이 진짜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 능력…… 실례했습니다. 축복을 받는다고 들었습니다.〉

나르메르-나일의 신화 중에 그런 게 있었다.

한때 염소사냥꾼 디발디라는 나르메르-나일 인이 있었다.

그의 딸은 아름답고 마음씨가 고운 처녀로 유명했는데, 어느 날 덜컥 유행병에 걸려서 병상에 눕게 되었다.

디발디는 딸이 좋아하던 염소 고기를 먹여주고자 하루 종일 돌아다녔으나, 안 그래도 척박한 나르메르-나일에 가뭄까지 겹쳤던 터라 끝내 찾아내지 못했다.

결국 새벽의 추위를 뚫고 피로로 눈이 흐릿해진 디발디는 자기 오두막으로 돌아왔는데, 집 근처에서 염소의 가죽을 발견하고 다급한 마음에 화살을 쏘았다.

하지만 그건 새벽 늦게 돌아와서 추위에 떨 아버지를 위해 모닥불인지 요리인지를 준비하던 그의 딸이었다.

해가 저문 사막의 추위에 가공이 덜 된 염소 가죽을 두르고 나왔다가 그만 변을 당했던 것이다.

대경실색한 디발디는 사제를 찾았으나 새벽이었기에 끝내 딸의 목숨을 잃고 말았고, 그 소식을 들은 수렵신은 안타까워 하는 마음에 자신의 신도들에게 ‘사냥감을 구분하는 축복’을 줬다는 이야기다.

당연히 신화니까 진짜 있었던 일인지, 있었어도 얼마만큼 왜곡된 설화인지는 모를 일이다.

그래도 그 신화가 전해져내려올 만큼, 수렵신의 사냥개들은 그와 비슷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오프툼은 껄껄 웃었다.

〈식견이 풍부하군 그래! 맞아. 자네 말대로 수렵신의 신도들은 간절하게 사냥하고자 바라는 사냥감이 진짜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있는 감각을 가졌다네.〉

그는 스나이퍼처럼 몸을 꽁꽁 싸맨 자신의 눈, 코, 입을 가리켰다.

〈……내가 사냥하고자 맹세한 것은 어떤 흑마법사일세. 뭐 30년 가깝게 애먼 흑마법사만 죽여왔네만, 그래도 덕분에 난 내 주변에 흑마법사가 있는지 감각적으로 알 수가 있어.〉

〈듣던 중 다행이군요. 말씀이 끝나고 ‘그럼 죽어라’ 하고 공격해 오진 않으실 듯 해서요.〉

내가 너스레를 떨자 그는 잘 안다는 듯 손짓을 했다.

〈그래. 자네가 흑마법사였으면 이렇게 떠들 일도 없었지. 그리고 무척 슬펐을 거야. 흑마법사를 사냥하는 동지가 알고 보니까 내 적이었다니, 그 얼마나 슬픈 일인가!〉

〈흑마법사 사냥꾼요?〉

누가? 내가?

나는 의외의 평가에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 보면 씨발 내 대외적인 활동의 태반은─유명한 것들로만 꼽으면─ 〈임모르탈리스〉와의 교전이었지. 그렇게 생각할 만 했다.

〈……따로 흑마법사들에게 원한은 없는디요.〉

〈그거 정말 아쉽군. 하지만 그게 정상적인 생각이야.〉

내가 떨떠름하게 말하자 오프툼은 장하다는 듯 끄덕였다.

〈내 조국에는 나처럼 미련한 삶을 사는 이들이 많지. 형제와 부모의 복수를 위해서 나이 쉰이 넘도록 피만 뒤집어쓰고 사는 건 건전한 삶이 아닐세.〉

나는 그 말에 어느 미스릴 클래스 모험가가 떠올랐다.

〈임모르탈리스〉의 척살에 인생을 바치던 나르메르-나일 출신의 여자 모험가. 알고 지낸 시간은 다 합쳐도 반나절이 안 됐지만, 존나 인상적이었던 만큼 잊기 힘든 인물이었다.

그 사람이 준 미스릴은 아직까지 잘 써먹고 있기도 하고.

오프툼은 히죽 웃고서 말했다.

〈그래도 자네가 임모르탈리스의 개자식들을 죽여뒀다는 건 감사할 만한 일이야. 사실 자네의 소식을 듣고 이 나라에 온 건데, 하도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니까 도통 만나볼 수가 있어야지.〉

〈그건 죄송하게 됐습니다. ……혹시 제가 죽인 놈들 중에 복수 대상이 있었으면 어떡하죠?〉

나도 예르나 년에게 복수심을 불태워 봐서 안다. 복수 대리랭이라니, 존나 개끔찍하다.

복수는 허무하다지만 그건 안 해본 사람들 얘기다. 정말로 허무하다고 쳐도 지가 마무리를 짓고 허무해야지, 남의 손에 일이 끝나버리면 그나마 느낄 후련함조차 없을 것이었다.

〈그건 신경 끄게. 흔적을 찾아봐도 축복이 반응하질 않았으니. 그 놈들은 내 원수가 아니었어.〉

〈흔적만 봐도 알 수 있습니까?〉

〈당연한 일 아닌가. 사냥꾼이 사냥감의 흔적을 보고도 정체를 알아차리질 못하면 쓰나!〉

오프툼은 자기 인생을 복수에 탕진하는 사람으로는 볼 수 없는 쾌활한 모습으로 내게 뭔가를 던졌다. 한 순간 쫄기는 했지만 평범한 금속찰이었기에 공중에서 캐치했다.

〈혹시 흑마법사 새끼들을 죽이고 싶어지면 언제든 사막을 건너 나르메르-나일로 오게. 사티스 교단에 그걸 제출하면 내 앞으로 소식이 갈 걸세.〉

〈아, 예.〉

이딴 거 존나 좆도 필요 없는데. 나는 표정을 숨겼지만 다 티가 났던 건지 오프툼은 픽 웃었다.

〈오기 싫은가 보군. 하지만 다시 보게 될 거야. 흑마법사 새끼들과 가장 치열하게 싸우는 곳은 나르메르-나일이니까. 사악한 마나에 대처하는 건 우리 조국의 전매특허거든.〉

〈예?〉

나는 잠깐 알아듣지 못하고 멍청하게 대답했는데, 오프툼은 무슨 할리우드 흑인 배우처럼 손을 저으며 가버렸다. 뭐여 이 쓰벌.

〈저 남자는 결백하오. 수렵신께 맹세코.〉

〈그, 그런가. 협력 고맙소.〉

〈뭘. 지나가는 길이었소. 나도 개인적으로 그와 만나보고 싶었고.〉

정원에 몰려온 뭐시기 기사단 사람들은 오프툼의 말에 어영부영 고개를 끄덕였다.

나를 커버쳐준 오프툼은 홱 돌아보며 익살맞게 윙크했다. 수컷 새끼의 윙크라니 역겹기 짝이 없지만, 인싸의 아우라가 혐오감을 좀 더는 듯 했다.

유쾌한 모습과 진중한 모습이 반반 섞인 꼴이 진짜로 연기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 같군.

“……미안하게 됐소. 우리 의심이 지나쳤군.”

“아뇨 뭐, 잘 끝났잖습니까. 일이신데 어쩔 수 없죠.”

─휙휙. 대충 대답하고 손을 저어서 축객령을 내렸다.

일은 잘 풀리긴 했지만 친절하게 배웅해줄 건 없겠지 뭐.

─우르르.

건방진 태도였지만 기사단 사람들은 크게 안심하면서 떠나갔다. 나로서도 이 사건이 괜히 또 내 이상한 소문에 박차를 가하지만 않았으면 좋겠구만요.

“……뭐였던 거에요, 결국?”

라리루라는 순식간에 끝난 해프닝이 어이가 없다는 것처럼 떠나가는 성기사단에게 혀를 빼물었다.

티르시도 딱히 기분이 좋지는 않아 보였지만, 원래 사람이 살다 보면 똥도 밟고 그러는 것 아니겠는가. 논문도 뺏겨본 내가 원만하게 끝난 일 갖고 풀발하면 그게 더 웃기겠다.

못 참을 만큼 빡치는 일이었으면 또 모를까.

“일이 끝났으면 돌아가죠. 다친 사람을 일으켜 세워놓고 말 한 마디만 던져놓고 돌아가다니, 부아가 뻗치네요.”

티르시는 투덜거리면서 나를 방 침대에 도로 눕게 시켰다. 약도 다 먹었겠다, 이제 누워서 쉬면서 체력을 회복시키라는 뜻이겠지. 마나도 거의 회복되지 않았고 말이다.

몸이 지치면 마나의 회복 속도도 느려진다.

당연한 일이었다. 교통 사고로 입원한 사람이 ‘오래 쉬었으니까 체력 풀 회복함 뎃데로게~’ 하고 마라톤을 나가면 픽! 쓰려져서 뒤질지도 모르는 것과 비슷하다.

마나란 말하자면 영혼의 체력!

이렇게 골골거리는 상태여서는 회복도 더뎌진다.

“누워서 편지만 몇 통 쓸게요. 엘릭서도 받아야 되고, 저희 후원자 님한테 여쭐 것도 있어서.”

“네, 그러세요. 운송 길드를 통해서 보내시려고요?”

“예. 중간에 유실될 수도 있으니까 3통 씩 쓰렵니다.”

나는 그렇게 로마니아의 셀레나랑 코르넬리우스 어르신에게 쓸 편지를 티르시에게 맡겼다.

티르시가 어차피 자기도 마법사 길드에서 답장이 왔는지를 보러 갈 거라며 대신 가 주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잠깐의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우리 방에는, 내가 깨어났을 때랑 똑같이 나랑 라리루라만 남았다.

“……에헤.”

라리루라는 은근슬쩍 이불 위로 내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야, 음란 잼민이. 나 환자야.”

“에이, 선배도 참♡! 제가 그걸 모를까 봐요?”

스륵…. 얇은 환자복에 스치는 손길이 아찔하다. 허벅지에 포지셔닝된 자지를 라리루라의 손이 건드렸다.

“저는 그냥~ 평소에도 정력이 남아도는 선배가 자양강장제까지 마시셨으니 힘드실 게 뻔해서 그랬죠♡ 다른 언니들은 거기까지 생각 안 해 주실 것 같지 않아요?”

“내가 회복하는 게 먼저니까? 뭐, 그건 그럴 법 하네.”

아마 내가 먼저 해 달라고 징징대지 않으면 죽어도 안 해 줄 것이었다.

다나는 계속 매달려야 어쩔 수 없다는 듯 해 줄 거고, 베로니카는 반반. 그리고 프랑은 눈빛이 차가워져서 설교가 날아올 가능성이 크다. 99% 확률로 존댓말 모드가 될 것 같다.

남자는 숟가락 들 힘만 있어도~ 하는 얘기도 있지 않은가.

병석에 누워 있다고 성욕이 끓지 않는 것도 아니고.

“그렇죠? 그렇죠? 남심을 알아주는 좋은 후배죠?”

침대에 올라탄 라리루라는 이불을 들추고서, 바지를 벗기고는 내 자지를 손으로 감쌌다.

─쉿. 장난스럽게 입가에 검지를 세우는 라리루라.

“그야 상처가 낫는 게 우선이지만…… 언니들 모르게 잠깐씩 숨 돌리고 싶지 않아요?”

“쓰읍…….”

나는 혀를 찼다. 혼내는 소리가 아니라 고민하는 소리였다.

앞으로 숙인 라리루라의 가슴은 어느새 단추가 잔뜩 풀려 아슬아슬하게 유륜이 보이지 않을 정도까지 헤쳐져 있었다. 앳된 귀염상이 몰래 간식을 훔쳐먹는 아이처럼 웃었다.

“……저희, 둘이서 몰래 나쁜 짓 안 할래요♡?”

─낼름♡

이불을 벗긴 라리루라가 기운 없이 쳐진 귀두를 핥았다.

“이 요망한 꼬맹이가 말하는 것 보게?”

세상 남자들을 홀리면서 골수까지 빨아먹을 요물 같으니.

이것은 지구용사이자 꼴마초로서 방치할 수 없는 일이다. 남편인 나는 이 요망한 것이 불측한 생각을 못 품도록 혼쭐을 내 줄 의무가 있지 않을까?

세상 남자들을 대신하여 내가 이 음란함을 전부 받아들여 희생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숭고한 희생.

‘이게 정의지.’

나는 씩 웃었고, 라리루라는 허가의 뜻을 알아차리면서 내 자지를 물었다.

“션뱨는 갸만히만 계셰여♡ 졔갸 쟌뜩 뿁아드릴계여♡ 츄르르릅…♡”

일부러 야한 소리를 내며 침으로 자지를 적시는 라리루라. 흥건하게 젖은 자지는 번들거리며 라리루라의 손과 입 안을 흔들거렸다. 저릿한 쾌감과 사정감이 불알에 쌓인 정액을 들끓게 했다.

──하지만.

“……휴에?”

하지만, 오월 낙엽만 봐도 풀 발기하던 내 자지는 노출된 가슴을 보며 펠라를 받는 이 상황에서도── 어째선지 전혀 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뎃?”

식은땀이 흘렀다.

호흡이 가늘어졌다. 눈앞이 어지러워지면서 혼란에 천장이 무너져내리는 느낌이었다. 손발이 덜덜 떨리면서 형언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코즈믹 호러가 내 전신의 혈관을 타고 흘렀다.

탈력감.

그리고 위화감.

맞다. 위화감이다.

저 성기사단이 오기 전에, 티르시가 오기 전에, 라리루라랑 키스를 하거나 가까이에서 향기를 가득히 맡았는데도, 며칠 간의 강제 휴가를 가지느라 기운이 넘쳐야 할 내 자지는 좆도 서질 않았었다.

내 평소 성욕이라면 라리루라가 허벅지에 가슴을 올려두고 자는 모습만 봐도 풀발해서 이불을 걷어올렸을 텐데도!!!

“라, 라리루라? 잠깐만. 잠깐만 가까이 좀 와 봐.”

“넷? 아, 네! 네!!”

나는 직감적으로 전율과 공포를 예감하면서도, 라리루라와 밀착했다.

─말캉♡!

천상의 부드러움에 얼굴을 가득 파묻었다.

살내음과 라리루라의 가슴 향기가 콧속을 가득 매우면서 내 이성을 마비시켰다. 이대로 10초만 얼굴을 가슴으로 감싸고 있으면 짐승처럼 라리루라를 덮치고 올라타버리겠지.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그럼에도!!!!!!

─뒈짓.

기운 없이 축 쳐진 내 자지는!!!!

라리루라의 개꼴리는 가슴에다가 무호흡 코박죽을 시전한 지금에조차!!!!!

전혀 발기하지를 못하는 게 아닌가!!!!!!!!!!

“갸아아아아아아아악──!!!”

“서, 선배?! 선배!! 선배?! 정신 좀 차려 봐요!!! 선배!!!!!”

나는 생명의 근간을 모독하는 공포감에 비명을 지르다가, 끝내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다시 보게 될 거야.

─사악한 마나에 대처하는 건 우리 조국의 전매특허거든.

극도의 카오스 상태에 빠진 머리에, 오프툼이 떠나며 남긴 말이 메아리쳤다.

──어둠과 음의 마나는 빛의 마나와 완전히 극상성에 있는 마나다.

그리고 지금 나는 몸 깊숙하게 그 사악하고 비열하며 악역무도한 마나가 침투한 상황.

예르나가 무한 재생 분신을 만들었던 것처럼, 빛의 마나는 생명의 근간이기도 하다. 어둠과 음의 마나가 이것을 흐트러트린다면, 정상적인 생명 활동이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했다.

──즉.

내 쥬지드라는, 드래곤 레어에서 깊은 수면기에 빠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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