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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상처!!〉
나는 2010년대 초반, PC방의 소음을 지배했던 기술을 재현했다. 쿠과과과─!! 검은 질풍이 뻗어나가며 레티티아의 발퀴리에를 반으로 갈라 죽였다.
〈바람의 상처가 아니라 월아천충이었나.〉
아무튼 그만한 결과를 냈으면 됐다. 나는 추풍낙엽과 같이 뒤져나가는 발퀴벌레들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저런 양산형 기체는 잠깐 띄워주고 바로 병신이 되는 게 국룰이지!〉
아마도 레티티아가 직접 조종하는 만큼, 저 발퀴리에들은 세헤테피브라의 꿈속에서 나오던 년들보다는 강할 것이었다.
하지만 만해에 호로화까지 습득한 나에게는 일개 잡몹일 뿐! 나는 날카롭게 확장된 기감으로 지상에서 마나의 격동을 느끼면서 눈을 부라렸다.
‘레티티아는 냅두고 우선 발퀴리에부터 파괴한다.’
이세계에서 마나란 스타크래프트의 미네랄이나 가스 같은 것!
그리고 나는 유즈맵에서나 나올 법한 사기 유닛이고, 상대 발퀴리에는 오리지널 뮤탈이다. 한정된 자본─마나─ 싸움을 이겨내려면 상대의 자본을 깎아내는 게 최고의 묘수였다.
발퀴리에를 해킹해서 내 휘하에 두고, 그걸 자동사냥 시켜 상대의 발퀴리에를 저지! 그리고 내가 호로화 모드의 월아천충으로 무쌍을 벌이는 것이다.
‘그러면 저 썅년은 발퀴리에를 계속 뽑아낼 수밖에 없다!’
그렇게 계속 몸을 지킬 잡몹을 뽑아내며 마나를 낭비하고 약해진 본체를, 킬각을 노려서 직접 친다. 이게 가장 실패할 가능성이 적은 승리 플랜이었다.
그리고, 그게 이유였다.
내가 일부러 저 년이 발퀴리에를 꺼낼 때까지 기다리다가, 통제권을 빼앗고 바쁜 와중에 티배깅까지 한 이유!
이게 바로 참된 승부사(Duelist)의 심리전인 것이다!
〈발퀴리에를 몇십 마리 던져 봐라, 대갈 텅텅년아!〉
나는 민속놀이 스타크래프트에서 배운 전략을 그대로 구사했다. 가성비 좋은 유닛으로 적의 앞마당을 치우고, 발퀴리에라는 자원을 빼앗아서 적을 압박하는 것이다.
이대로 몰아쳐서 빨리 해치우고, 밑으로 내려가서 조력을 하자.
내가 그렇게 생각했을 때였다.
〈우후후. 초조해 하고 계시군요?〉
─푸확!! 빛의 창이 내 어깨를 스쳤다. 기민하게 피해내는 나였지만 오러권과 야수회귀의 더블 코팅이 순식간에 벗겨져버리고 말았다.
레티티아가 날개짓을 하며 돌진해서 찌르기를 날린 것이다.
〈……이 새끼!〉
나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으로 이를 갈았다.
저 빛의 창은 발퀴리에의 것과 똑같았는데, 사용된 마나가 차원이 달랐다. 저만하면 거의 고위 마법 2~3개를 섞어서 창 모양으로 압축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나를 오싹하게 한 건 그 위력이 아니었다.
창으로 찔러들어온 기술이 존나게 낯익었다. 【게르튀르】. 신대의 어느 창쟁이 누님이 만들고, 오딘에게 이름까지 하사받은 그 창술!
그게 발퀴리에에게 전해져, 수만 년의 세월을 넘어 이번엔 저 미친년의 손에서 펼쳐지는 것이었다. 나는 오딘의 눈으로 레티티아의 갑옷과 패시브 마법을 간파하고 외쳤다.
〈너 이 자동사냥충 씹탱아!! CPU한테 전투를 맡겨놓으면 그게 게임이냐!!〉
발퀴리에한테도 부여되어 있는 자동사냥 전투기술!
레티티아는 그 전투보조 A.I. 같은 마법을 자신에게 걸고, 발퀴리에와 똑같은 수준의 창술을 구사한 것이다!
그야말로 자동주행 파워드 슈트나 사이보그였다. 레티티아 년이 전혀 무술을 배우지 않았어도 몸이 알아서 발퀴리에가 습득한 신대의 창술을 펼쳐주는 식이었다.
게다가 저 씨팔련도 마나 하나는 뒤지게 많았다.
전투력의 위험도는 발퀴리에의 수십 배에 달한다!
〈아하하하하! 명색이 여신이라는 사람이 궁색맞게 창술을 연습하며 땀을 흘릴 순 없잖아요?! 노르드 님도 발퀴리에를 부리실 거라면, 하인에게 당신의 노고를 대신하게 만들 줄도 아셔야죠!〉
〈지랄 맞은 년!! 니 그거 대학원생 혐오야!!〉
자기 할 일을 남에게 시키고, 그 성과를 갈취하다니? 어쩜 이렇게 이세계의 범죄자 새끼들은 교수 같은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질 못한단 말인가!
─투쾅!!
분노가 나의 힘이 되었다. 나는 창술과 마법을 믹스한 하이브리드 전투법으로 레티티아의 공격을 받아치면서, 내 엘리트 대갈통 속의 주판을 두들겼다.
발퀴리에의 수장이라는 프레이야의 짝퉁년답게, 개인적인 무력도 따까리들보다 높다는 말인가? 원거리 공격 정도밖에 못 하는 줄 알았는데.
이래서는 전법을 전면 수정할 수밖에 없다. 나랑 이 년이 단기접전을 벌이게 되면, 발퀴리에를 족쳐서 상대의 마나를 깎아내겠다는 전법을 쓰지 못하니까.
카앙─!!! 빛과 어둠의 창이 부딪혔다. 구름을 폭발시키며 레티티아가 도약했다. 화려한 금발이 춤을 추며 니플헤임의 무채색 하늘에서 명주실처럼 펼쳐졌다.
〈멋져요, 정말로 멋져요! 저, 진심으로 당신이 좋아지려고 해요, 노르드 님!〉
〈개수작 마라! 니랑 나랑 나이 차이가 네 자릿수야!〉
날개짓으로 호버링하는 그년에게 나는 근두운을 타고 추격했다.
지금 막 만든 임시 비행기술이다. 〈구름 소환〉과 〈돌진 돌개바람(Strike Gust)〉을 술식 융합한 마법으로, Z-용사인 나한테 어울리는 비행 마법 되시겠다.
채앵─!! 레티티아는 방패로 내 오러 창술을 막아냈다.
〈여자의 나이를 거절의 핑계로 삼다니, 무심하셔라!〉
〈내 고향 역사를 다 합쳐도 니가 나이가 더 많아, 개미친 할망구 년아!〉
〈후후, 이렇게 피부 매끈한 노파 보셨나요!!〉
회피, 추격. 공중에서 흑백의 선을 그리며 우리는 전투기의 서커스를 방불케 하는 마나의 꼬리를 그렸다.
〈……씨발! 근두운 연비 존나 구리네!〉
나는 혀를 찼다. 내 근두운은 레티티아의 날개옷에 비해서 마나 연비가 나빴다.
‘저 년의 속도를 맞춰서 추격하려면 마나의 소비가 커진다!’
염병할. 이래서 어른들께서 중고차를 사지 말라고 하셨던 것인가?
손오공 씹새끼가 쓰다가 버린 근두운 따윌 타는 게 아니었는데!
〈썅년아! 내가 관심도 없는 년 뒤통수를 쫓아가야 하냐!〉
〈아하하! 관심이 있든 없든, 평생 여자의 뒤꽁무니를 쫓는 게 수컷의 숙명이죠!〉
레티티아는 90도의 직각 턴으로 밑으로 꺾으며 외쳤다. 내 마법이 진로를 차단하려는 걸 미꾸라지처럼 피한 것이었다.
〈천박한 말씨로 스스로의 지성을 숨기려고 해도 소용 없답니다! 저는 수컷의 본질을 보는 데 익숙해서요!〉
─펄럭!! 레티티아는 날면서 몸통을 돌리고 추격하는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소름 끼치게도, 그년의 미소는 한순간 혐오조차 뛰어넘고 매력적으로 보일 정도였다.
〈노르드! 당신은 지혜롭고 멋진 남자에요! 아무리 품성이 나쁜 말투로 제 방심을 유도한들, 여자는 마음에 둔 남자의 일거수일투족에 예민하답니다!〉
〈좆 빠는 소리 말고 아가리를 쌉치도록, 젖탱이 돼지부랄련!!〉
〈……지금 건 조금 상처 받았어요!!〉
〈그러라고 한 거야!〉
내가 조종하는 발퀴리에의 숫자가 10기까지 줄었다. 일부 개체를 다른 곳에 사용한 탓이었다. 깎여나가는 마나에 눈을 찌푸리며 레티티아가 뽑아내고 있는 녀석들을 또 해킹했다.
‘발경대, 집합!’
피피피피융─!!
발퀴리에 10개체를 우회시켜서 후방을 선점했다. 에이션트 할망구는 날개옷을 펄럭이며 턴을 하고서 창을 던졌다.
숫자 만큼의 빛의 창이 발퀴리에들을 한 번에 꿰버렸다. 저 멍청한 년들. 창이 너무 빨라서 창술을 펼칠 틈도 없이 그냥 천사 꼬치구이가 돼 버리네.
하지만 꼬치구이들이 목숨을 건 돌진으로 벌어낸 1초 간, 나는 레티티아의 앞까지 도달했다.
파스스슷─!!
빛살처럼 창을 휘두르며 3번의 유효타를 성사시켰다.
방어하려고 했던 걸까. 어설프게 생기다가 만 빛의 방패를 썰고서 레티티아를 쳤다. 갑옷을 두른 팔을 자르진 못했다. 저 썅년의 날개가 홰를 치려고 들었다.
창술을 1번 더 펼치기엔 늦다. 그 전에 레티티아가 범위의 밖으로 튈 것이다. 알 게 뭐냐. 내겐 주먹이 있다. 마침 손이 닿을 만한 인파이트의 거리다.
강철 의수가 과열할 정도로 오러를 퍼붓고…… 뭉게뭉게-총!!
〈──뒤져라, 할망구!! 장유유서 펀치!!〉
〈읏!〉
내가 주먹으로 날릴 수 있는 최대 위력의 권타가 레티티아 년에게 정통으로 들어갔다.
쿠우웅─!!!
─우직!!
〈크흡……!!〉
폭발음의 사이에서 레티티아가 내상에 각혈했다. 하지만 내 표정은 좋지 않았고, 찰나지간에 몸을 피하며 보인 그 년의 입꼬리는 웃음을 짓고 있었다.
‘상처가 얕았나!’
이 미친년, 피하지 못할 걸 알고서 일부러 가슴의 갑옷에 마나를 두르고 공격을 받았다!
전투에 지장을 줄 정도의 데미지를 입히지도 못했는데, 내 마나 소모는 적지 않았다. 체스로 말하자면 비숍을 잡고 나이트를 따먹힌 셈이었다.
엇비슷한 1대 1 교환비라기엔 정황 상 내가 딜교에서 본 손해가 더 크다!
〈후후후……. 그만한 농도의 어둠과 음의 마나를 용케도 다루시네요. 사실, 알리씨크에서 해주 시도를 했을 때부터 꽤 놀랍기는 했지만요.〉
팔랑…. 깃털을 떨어트리며 레티티아가 후퇴한 구름 위의 하늘에 멈췄다.
마침 나는 의수가 삐걱거리는 걸 느끼고, 이걸 잘라내고서 나메크 인처럼 새 팔을 재생시키는 시도를 해 볼까 고민하던 참이었다. 몸 상태를 회복시킬 유예를 버는 것도 나쁘지 않다.
거기까지 생각한 나는 띠꺼운 마음으로 대화에 응했다.
〈꼽냐? 내가 이런 쪽에서는 묘하게 재능충이더라.〉
초고교급 테러리스트의 재능이라니 솔직히 계륵 아닌가.
레티티아는 픽 웃고서 입가에 흐른 핏물을 닦았다.
〈어차피 거절 당할 거라고는 생각하지만, 말씀 좀 드려도 될까요?〉
〈뭐, 새꺄. 헌팅이냐?〉
〈네. 헌팅이에요. 저와 함께 해 주시지 않겠어요?〉
내 비꼬는 말에 미친 반신년은 선뜻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을 에인헤리로 삼겠다는 선언은 철회할게요. 노르드 님은 지성이 없는 노예로 만들기에는 너무 아까워요. 저희의 일행이 되어 주신다면, 그만한 대가도 약속드릴 수 있어요.〉
〈너희?〉
〈편찬대대. 그렇게 자칭하고 있답니다.〉
기어이 자칭까지 하는군. 나는 우리의 마나를 받아서 전투 중인 발퀴리에들을 힐끗 보고 말했다.
〈……취직을 권하려면 회사 소개 정도는 해 주시지?〉
〈그렇게 정보만 캐내려고 하셔도 소용 없답니다. 제가 좀 경륜이 되는 만큼 아는 게 많기는 하지만요. 대신, 원하시면 아내 분들도 함께 와 주셔도 상관없어요.〉
지랄도 유분수다. 내가 차라리 유대인 아내한테 나치에서 가스실 담당으로 취직하겠냐고 묻던데 같이 가자고 말하도록 시키는 게 더 양심적이겠다.
〈남한테 뭔가를 추천하면서 설명이 불충분한 새끼들은 50대 50으로 사기꾼이라고 생각하는데, 너는 어떠냐?〉
나는 이죽거리며 날면서 헤집어진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진심으로 권하는 거면 목적 정도는 말해 주지 그래. 니 직장은 최소한 1000년 넘게 유지된 집단이잖아? 목표의식 정도는 있을 거 아냐.〉
알프헤임을 멸망시켰던 무렵부터 존재했다면 최소 1000년 역사의 씨팔련들이다. 지구에서도 그 정도로 역사 깊게 어그로를 끌어놓고 멸망하지 않은 빌런들은 거의 없지 않은가.
레티티아는 내가 뇌까리듯 말하자 뻔뻔하게 웃었다.
〈물론, 온 세상의 평화로운 내일을 위해서죠.〉
〈개 같은 년. 내가 질문에 대충 대답했다고 그새 복수를 처 하네.〉
대화를 하려 든 내가 병신이었다. 나는 의수의 상태를 다 점검하고 고개를 저었다.
이 정도면 잠시 맞다이를 뜨는 것 정도는 가능하다. 회복 가능할지 확신할 수 없고, 또 마나 소모가 큰 만큼 다음 번 공격으로 마무리를 지을 생각이었다.
〈……알고 계시나요? 신화에서, 오딘의 아내인 프리야와 프레이야는 같은 여신의 이야기가 와전된 게 아니냐는 말이 있어요.〉
레티티아는 내가 싸움을 끝내려는 걸 눈치챈 듯, 화제를 틀며 그렇게 말했다.
〈노르드 님의 말씀대로, 이들 발퀴리에는 천공신 오딘의 작품이에요.〉
스스스스…….
창세의 권능의 응용인 걸까. 그 년은 자신의 곁에 발퀴리에 1마리를 이동시키고서 그 턱을 가볍게 쓸었다.
〈하지만 이상하지 않나요? 대체 왜 바니르 신족의 여신인 프레이야가, 애시르 신족의 수장인 오딘이 만든 병사들의 수장인 걸까요? 만약 그들이 부부 사이였다면 납득이 가지 않아요?〉
〈외교 간의 선물이었나 보지.〉
〈후후. 노르드 님이 나르메르-나일에 골렘을 유통시키고 계신 것처럼요?〉
〈그래.〉
발퀴리에는 마나를 받을 수록 강해지는 정령 같은 존재다.
하지만 능력의 한계도 명백하다.
강한 병사이고, 병력 사이의 전쟁이라면 쓸모는 있겠지만, 신들을 해칠 정도의 대전사는 아니다.
마나를 암만 줘도 졸라 쎈 미스릴 클래스 정도가 한계.
게다가 눈깔밖에 오딘과 비교할 게 없는 나조차 탈취할 수 있는 허접 보안체계이니, 트로이 목마를 심는 기분으로 적대 관계나 다름없는 바니르 신족의 여식─프레이야─에게 선물할 수 있었겠지.
〈아쉽네요. 제가 당신에게 끌리는 이유로서는 운명적이고, 로맨틱한 가설이라고 생각했는데.〉
〈증거가 없는 가설을 망상이라고 하지. 꿈에 취해 사는 건 니 좆대로지만, 지껄여대는 가설 수준만 봐도 니가 소속한 〈편찬대대〉라는 집단이 얼마나 멍청한지 알 만 해.〉
나는 창을 놓치지 않게 강하게 쥐면서 말했다.
〈그리고 1000년이나 묵은 년이니 니년도 〈편찬대대〉의 핵심 요인(要人)이겠지. 한 치도 살려둘 이유가 없다. 추하게 살아보겠다고 도망칠 생각이라면 지금 해라.〉
〈발퀴리에 20마리를 제 【들판】 아래에 보내놓고, 어딜 도망치라 시는 건지.〉
씨발, 이걸 들켰네. 내가 아깝다는 표정을 짓자 레티티아는 쓴웃음을 짓고서, 지금까지 보여줬던 모든 표정을 싹 지우고 차갑게 읊조렸다.
〈노르드 님. 정말로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지만, 함께 와 주실 듯 하지는 않으니── 저 역시 노르드 님을 살려보낼 순 없답니다.〉
〈너희 비밀을 안 놈이 살아 돌아가면 안 되니까?〉
〈아니오. 잠시 겨뤄본 걸로 확신했기 때문이에요. 노르드 님은 저희의 지식과 뜻을 받아들이지 않는 한, 살아 계셔선 안 될 것 같아요. 당연히 에인헤리로도 삼을 수 없겠고요.〉
─척.
우리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똑같은 자세를 하고 서로 급소를 노렸다.
레티티아는 무표정하게 읊조렸다.
〈그러니까, 안타깝게도 작별이에요.〉
〈좆도 안타깝지 않은데? 나는 버킷 리스트가 1개 이뤄진 기분이야.〉
〈그런 쌀쌀맞은 말씀을 들으면서 같은 나라를 여행할 수 있었다면, 참 근사했을 텐데요.〉
〈또라이 년. 끝까지 개소리군. 참신한 유언이야.〉
쿠웅…!
발퀴리에들이 싸우는 소리가 멀찍하게 들렸다.
거리가 멀어서? 아니다. 예민해진 오감마저 흐릿하게 들릴 만큼의 집중력을 이 찰나의 긴장감에 쏟아붓고 있어서였다.
기계적인 창술이라면 내 눈으로 예측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읽어내고도 날개를 가진 적의 3차원 살법에 대응하려면 나도 비행 마법에 신경을 써야 했다. 전투 중에도 멀티 태스킹을 강요받는다는 뜻이다.
빗나간 발퀴리에의 창이 우리 얼굴에 그림자를 지게 하며 파공성을 냈다.
…와지끈!!
얼음 벽이 부숴졌다.
상하좌우도 구분되지 않는 폭발음은 같은 하늘 어딘가에서 싸우고 있을 티르시의 마법이 부숴지는 소리였다.
그렇게 그 굵은 음색이 귓가에 파고들려는 찰나지간.
피잉─!!
나와 레티티아는 같은 평행선 상에 놓고 쏘아진 총알처럼, 일직선으로 돌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