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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획정리가 되다 만 공터에 남자들이 모였다.
그들은 야음에 익숙한 듯 발소리를 죽이며 한데 모여서는 먼저 공터에서 기다리고 있던 남자에게 무릎을 꿇었다. 이마에 두 겹의 머리띠를 두른 남자였다.
그는 브리타니아에서 보기 힘든 복색이었는데, 안목 있는 사람이 보면 키타이에서 자주 발견되는 상인의 전형적인 옷차림이라는 걸 눈치챌 수 있을 것이었다.
『거처는 확인했나?』
단지 그런 사전 지식이 없어도 그렇게 하문하는 남자가 상인으로 위장했다는 건 누구라도 깨달을 수 있을 듯 했다.
오늘밤까지만 해도 유순한 인상이었던 남자에게서는 냉혹한 군기가 감돌고 있어서였다.
『예. 술법진이 깔리는 도중으로 보였습니다.』
부하의 대답에 남자는 턱을 쓰다듬었다. 그의 두 눈에 이채가 서렸다.
『이제 와서 부랴부랴 대처하는 건가? 아니군. 놈도 물건을 얻은지 얼마 안 된 거였어. 술법진의 수준은 어땠지?』
『……적지 않게 높았습니다.』
술법사의 대답에 남자는 혀를 찼다.
『외세의 술법도 얕볼 건 못 되는가. 완공되기 전에 공세에 들어가야 할진대……』
혼잣말을 반복하며 생각을 정리하던 남자는 그 주변을 돌아다니던 고양이를 발견하고 혀를 찼다. 꼬질꼬질한 게 어딜 봐도 길고양이였다.
『야만스러운 도시군. 들짐승이 너무 많아.』
─뻑! 머리띠를 두른 남자는 경멸스런 표정으로 고양이를 걷어찼다.
이유도 없이 걷어차인 고양이는 힘없이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 자그만 몸의 뱃속이 완전히 뭉개지고도 남을 발차기였다.
고양이는 도망치려는 듯 버둥거렸지만 몇 걸음 못 가서 주둥이와 항문에서 피를 쏟아냈다. 남자는 쓰러지는 미물에게서 눈을 돌렸다.
『곧 있으면 날이 밝는다. 이 도시 놈들이 일어나서 나돌아다니기 전에, 우리도 돌아간다.』
“돌아가? 어디로?”
부하들이 남자의 명령에 대답하기도 전에 질문 하나가 그들의 회화에 불쑥 끼어들었다. 남자는 속으로 대경실색하면서도 검을 뽑았다.
『일동, 발검!』
─채앵!
부하들도 각자 검을 뽑아들었다. 대화의 여지를 두지 않는 임전태세였다.
이 위험천만한 세상에서도 의외로 무기를 뽑는 걸 망설이지 않는 사고방식은 별로 흔하지 않다. 상대가 같은 인간인 이상, 찔리는 게 없으면 무기부터 내밀기보다는 말로 풀어가려 할 테니까.
고로, 그들이 벌인 행태는 지켜보는 입장에서 그 인성을 알아보기 참 쉬워지는 짓거리였던 셈이다.
“애비가 가정교육을 무협지로 해 줬나. 칼부터 뽑네, 씨부랄럼이.”
노르드는 웅웅대는 팔찌에 딱밤을 놓으며 혀를 찼다.
***
호기심에 따라와 봤더니만, 뜬금없는 씹새끼였네.
나는 집 주변을 서성이던 새끼들을 쫓아왔다가 영 불온한 분위기에 인상을 썼다.
생판 남이 현관 앞까지 쫓아오면 그게 좆 쩌는 미남미녀여도 섬칫해지는 21세기 사람으로서, 내 각박한 인심이 헛다리이길 바랐는데 말이다.
“브리타니아 말 알아듣지? 니들 어디 사람이냐?”
장르를 잘못 찾은 오리엔탈리즘 살수 놈들은 지 손에 들린 검만 굳게 쥘 뿐, 대답도 안 했다.
“과연……. 어릴 적에 조실부모한 것이군.”
나는 그 몰상식한 태도에 생각을 고쳐먹고 끄덕거렸다.
“애미애비 없이 크느라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못 받은 거야. 호부무견자라고, 개새끼는 애미애비도 길바닥에서 굶어뒤지는 좆병신이었을 테니…….”
“……귀쟁이들과 붙어먹기나 하는 놈이 감히!!”
거 봐, 이 동네 말 할 줄 아네.
나는 날선 리액션에 낄낄대려다가, 문득 이건 또 무슨 개소리인가 싶은 워드를 발견하고 눈을 끔뻑거렸다.
“뎃……? 본인은 귀쟁이랑 붙어먹은 적이 없는 데스.”
호툴루실 얘긴가? 아니, 느낌 상 그런 게 아닌 것 같은데?
『쳐라.』
이번에도 고아 살수들은 질문에 대답할 생각도 없이 칼부터 휘둘렀다. 우리 친구들 부랄에 거세링 찬 소처럼 인내심이라곤 좆도 없어 뵈는걸?
어쨌든 상대가 먼저 칼질을 해 오는데 보고만 있을 수도 없다. 나는 인공 미스릴 메달을 꺼내며 탐관오리를 벌하는 암행어사처럼 외쳤다.
“콜 데스 나이트 미호크!”
위이이잉─!
발퀴리에들이 메달 안에서 튀어나왔다. 다 해서 3마리로, 적이 7명인 걸 고려하면 수로는 밀렸다.
하지만 굳이 내가 적들의 숫자에 맞춰줄 필요는 없었다.
‘이 녀석들은 마나를 많이 줄 수록 강해지니까.’
그 힘은 최대 미스릴 클래스 정도였지만, 아무튼 발퀴리에들은 실시간으로 공급받은 마나나 저장된 마나를 써서 싸우는 것이었다.
억지로 숫자만 늘려봤자 내가 공급하는 마나를 나눠 쓰면 힘만 약해진다. 3마리 정도가 실전에서 쓰기는 딱이다.
‘충전해둔 마나를 낭비시키기엔 아까운 수준의 적이고.’
결국 3마리 정도라면 내가 마나를 공급해 주며 플래티넘 클래스 정도의 힘으로 싸우게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거기다가 방어력은 내 공격에도 견딜 만큼 튼튼하고 말이다.
『요사스러운 사술을 쓰는군! 이까짓── 컥!』
칼잡이 한 명이 대뜸 외치면서 당당하게 공격을 가했다가 역공에 턱이 돌아갔다. 발퀴리에들은 두 손에 방패와 검을 들고, 날개 없이 진짜 기사처럼 맹공을 가했다.
“검도 쓰네. 인스톨 돼 있는 무술이 꽤 많군.”
감탄하면서 지켜보고 있자 발퀴리에들은 쉽사리 적들을 제압했다. 내가 적당하게 공급해 주면 대충 플래티넘 클래스 정도는 될 듯 했다.
『비겁한 놈! 네놈도 전사라면 직접 싸워라!』
『나도 그러고 싶긴 한데, 깝치다가 생채기라도 나면 또 아내님들한테 감금당할 상황이라.』
실제로 몰래 빠져나오려다가 발퀴리에들에게 딱 걸렸거든. 꿀잠을 자던 아내님들이 하나같이 잠옷 바람을 하고 튀어나오더라.
‘고작 하룻밤 감시를 안 했다고 이렇게 되냐’며 전시태세 칵크트 피스톨에 들어갔으니 당분간 또 감시 체제가 돌아가겠지.
내가 또 아내들의 감시망에 당했구나.
“집 노예 강북호의 자유는 어디로 간 데스?”
나는 저들이 지랄하거나 말거나 뜨거운 마초의 눈물을 흘렸다. 사실 내가 이제 와서 저런 새끼들 상대로 고생하기엔 짬이 좀 차기도 했고.
─퍽!
또 병신 1명이 방패에 명치를 까여서 기절했다.
나름 잘 버티는 걸 보면 실력이 없지는 않은데, 아마 우리의 실력도 제대로 안 알아보고 온 걸까. 고아 새끼들은 눈에 띄게 당혹스러워 하다 눈빛을 교환하고 산개했다.
애초에 퇴각을 생각하고 잡은 장소였던 것일까. 6명의 고아들은 둘씩 3조로 흩어졌다.
그리고 그 순간, 근처 건물 옥상에서 그림자가 뛰어내렸다.
─푹!
검은 외투를 덮은 프랑이 사뿐하게 적의 어깨에 올라타서 나이프로 어깨빵을 놔 주었다.
그야 그렇지. 햇님도 안 뜬 야밤에 외출하려다 들켰는데, 내가 혼자 올 수 있었을 리가 없잖어?
『악……!!』
“쉿.”
당연하지만 사살하지 않은 건 프랑의 자비로운 성격 때문만은 아니었다. 프랑은 그 놈 모가지에 다리를 걸고 휘리릭 돌면서 다른 놈에게 던졌다.
─쿵!!
코끼리보다 힘이 센 암살자가 레슬링 기술을 쓴 듯한 광경이었다. 유도의 엎어치기 기술에 당한 듯 날아간 살수는 다른 놈을 엉켜 넘어트렸다.
“〈백토인형(Doll of White Clay)〉.”
어깨에 꽂힌 나이프에서 솟아난 하얀 점토가 그 새끼들을 포박했다.
그 선인장 영약 덕분에 마나량이 늘어난 걸까. 날렵한 동작이 더 갈고 닦인 데다가, 꼼꼼하게도 입까지 막아놓은 프랑이었다.
후다닥─!
다른 놈들은 전우애도 없는지 그러거나 말거나 꽁무니 빠져라 도주했다.
하지만 여기 사는 우리보다 자기들이 더 지리를 잘 알 거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었다.
“쯧!”
다른 2명의 눈빛이 흐려졌다. 그 새끼들이 튀던 방향에 또 우리 아내님이 있어서였다. 자다 깨서 붕 뜬 개털 머리를 대충 후드를 뒤집어 써서 감춘 수녀복의 미녀. 다나였다.
“……살기는 힘들겠네. 너도 밤중에 무슨 날벼락이냐, 이게.”
다나는 걷어차인 고양이를 건틀렛을 낀 손으로 쓰다듬었다. 나랑 테레사의 통제를 따르지 않았던 신참 길고양이다.
지들끼리 떠들길래 잠깐 방관했는데, 그새 지나가던 고양이를 걷어차서 죽여버렸던 것이다.
『저 기묘한 요물은 없다! 뚫고 나가!』
발퀴리에가 없어서 얕본 걸까. 살수들이 덤비자 다나는 길고양이를 내려놓고 마주 검을 들었다.
빛의 마나로 만든 검이었다. 마침 근처라서 손가락만 빨며 구경하던 나는 고개를 모로 꼬았다.
“검? 눈나가 웬 검?”
“잠깐 배워볼까 해서.”
다나가 새침하게 말하길래 나는 쓰게 웃었다.
“수녀복에 칼은 좀 미스매치인데.”
“수녀도 아닌데 뭐 어때.”
하긴, 그걸 따지자면 수녀복에 건틀렛도 마찬가지인가.
나는 무모한 연습을 하는 다나에게 야수회귀의 마나를 날려서 감싸주었다. 힘 버프는 없지만 방어력은 오르겠지.
“뭐야, 내가 칼 맞고 죽을까 봐?”
“걱정 많은 건 피장파장이지.”
다나는 살짝 입을 삐쭉대고서는 검을 휘둘렀다.
─챙!
검격의 교환은 순식간이었다.
당연히 오늘 검술을 처음 펼쳐본 다나의 공격은 무척 허술했다. 실드로 검을 막고 한 살수의 모가지를 꿰뚫는 데는 성공했지만, 다리에 반격을 맞고 만 것이었다.
“씁, 나랑은 영 안 맞네. 관두련다.”
당연히 그쯤이야 다나 자신의 실드 마법과 야수회귀의 마나로 커버됐는데, 다나는 불만인 것처럼 다리를 치고 튀려는 놈의 등에 칼을 내던졌다.
─푹!
회복력 과잉 현상을 일으키는 발암 블레이드는 아니었지만, 발퀴리에의 무기를 흉내낸 듯한 빛의 칼날이 살수의 등을 관통했다.
쉭─!
그렇게 빈틈을 보인 다나에게 대장 격의 살수가 돌진했다.
한 끗발 하는 전사답게 쏜살 같은 대쉬였다. 그 디딤발에 담긴 탄력이 등허리를 타고 내려치는 검 끝으로 집약되어서 마치 한 줄기 채찍 같았다.
멀뚱하게 구경하던 나는 창의 팔찌에 손가락을 걸었다가, 마음을 바꾸고 룬 마법을 발동했다.
아직 대책 없이 새 룬을 습득하지는 않았기에, 이 순간 발동한 건 ᛒ(Berkanan)의 룬이었다. 내가 뻗은 손에 형광색 마나가 돌도끼처럼 뭉쳤다.
“벡터어어어-! 토마호오오오오크-!!”
쫘아아아악─!!
힘껏 던진 돌도끼는 프리스비와 같은 회전력을 뽐내며 머리띠 살수에게 날았다. 그 새끼는 검으로 흘려넘기려고 하다가 몸을 틀었다.
─파킥!
피한 건 옳은 판단이었다. 옷 안에 받쳐 입었던 숄더 가드가 피를 뿌리며 날았으니까. 아마 검을 써서 막았으면 갑옷 대신 대갈통이 뽑혔겠지.
통증에 발을 멈춘 머리띠 살수가 한탄했다.
“……확인만 하고 돌아갔어야 했군. 자중지란에 빠져서 바깥 세상의 소식을 등한시한 업보로다.”
“후회는 암만 일찍 해도 늦는 법이란다.”
“어떤 실수를 후회할지는 정할 수 있겠지.”
그는 검을 고쳐쥐며 소맷자락에서 칼날을 뽑아들어서 던졌다.
쉽게 피했지만 칼날은 끼릭 거리면서 폭발했다. 빛이 눈앞을 가렸다.
“염병, 눈뽕 에바야!”
이세계에서는 별난, 마나를 쓰지 않는 물품이라 잠깐 눈이 찌릿했다. 강한 발광 정도로 시신경이 나가지는 않았지만 시야가 빛으로 막혔다.
눈을 감고 감각을 곤두세우자 살수의 검이 깃털처럼 변하는 게 느껴졌다. 착각이나 환각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기에 그냥 주먹으로 바람을 뿜었다.
무술의 일종인지 뭉쳐서 묵직한 중검(重劍)처럼 변하려던 그의 검은 신기루가 걷히듯 파훼당했다. 청각을 기울이자 부릅뜬 눈이 코앞에 있었다.
“기술이 느려터졌군. 약점을 감추기 위한 눈뽕이었냐?”
대답을 안 할 게 뻔해서 주먹으로 배를 쳤다.
그 놈의 검이 주먹과 복부 사이에 끼어들었다가 허망하게 부러졌다.
텅─! 반발력이 느껴진 건 잠시였다. 갑옷에서 웬 파편이 튀면서 머리띠 살수가 후퇴했다. 올라오는 핏구역질을 참는 낯짝이었다.
“이걸 참네? 실력에 비해서 장비가 좋군.”
『더러운 입을 놀리지 마라, 배알도 없는 놈이!』
동문서답도 이 정도면 기술명으로 써도 되겠군. 독고구검이 아니라 독고아검인 것인가. 나는 냅다 덤비는 놈을 보고 탄식했다.
힘 조절을 할래도 이 새끼가 장비나 본인 실력 등등의 변수가 중구난방이라 적절한 위력을 잡기 힘들었다. 별 수 없지. 손에 힘을 힘껏 쥐었다.
“자다 깨서 좀 귀찮네. 팔 한짝만 부러지자.”
“뭐?”
낮게 기면서 돌격한 내가 손을 뻗었다. 그 놈은 자기 검을 던져버리고 허리를 낮추면서 주먹질을 가했다. 이것도 제법 단련한 태가 나는 펀치였다.
뺨을 스치며 옆으로 돌아간 나는 그 놈의 팔을 잡고 한 바퀴 돌렸다.
─우드득! 실크 로드를 타고 오는 길에 이세계 인도에서 요가를 배우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어깨 뒤로 180도 돌린 팔이 갑옷 째로 부숴졌다.
“아, 이 정도 방어력인가.”
『크아─ 악─!!』
비명 섞인 기합성이었다. 다리를 후리려 하길래 로우 킥을 갈겼다.
─빠각!
당연히 부러진 것은 머리띠 살수의 다리였는데, 바로 그 머리띠가 빛나며 상처의 깊이와 별개로 이 새끼의 몸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튕기듯 날아오는 어퍼컷을 팔꿈치로 끊고, 하는 김에 남는 힘으로 손목도 박살냈다. 갑옷의 강도도 알았겠다 힘 조절에 난항은 없었다.
“기합의 머리띠 컷.”
─서걱! 예리하게 세운 수도가 머리띠를 쪼갰다. 뺏을까 했는데 성능이 영 병신인 데다가 팔기에도 귀찮아질 게 뻔해서 부숴버리기로 한 것이다.
기어이 눈빛에 두려움이 피어난 머리띠 살수가 뒤로 나뒹굴었다. 수준 차이를 뒤늦게 깨달은 듯 했기에 나는 손을 털었다.
“봉건제 섬나라 오랑캐들 좆밥이라고 내려치다 정신승리 깨졌죠? 어림도 없지.”
“……네놈에게 줘도 좋은 건 목숨 뿐이다.”
…까득! 머리띠를 잃은 살수대장이 뭔가를 깨물었다.
“독인가? 진짜 어디 무협지에서 기어나왔나.”
나는 이대로 뒤지게 한 다음에 영혼과의 돌격 VJ 인터뷰를 개시할까 고민하다가, 죽일 거면 좀 더 이따가 죽여도 된다는 생각에 입을 열었다.
“다나.”
“명줄 붙어 있는 건 걔 포함해서 넷이야. 다른 놈들은 독 씹고 뒤졌더라. 칼날에도 독 묻혀놓은 걸지도 모르니까 나랑 프랑도 해독해 뒀고.”
역시 우리 눈나야. 칼 같은 일처리 솜씨 봐.
다나는 해독 마법으로 독기에 혼절한 띨빡련을 고쳐냈다. 살려둔 채로 심문하고, 뒤진 다음에 또 심문하면 되지 않겠는가.
‘근데 확실히 우리 누나 치유 마법 실력이 늘어난 것 같은데?’
난 그렇게 생각하며 구경하고 있었는데, 다나가 독을 걷어낸 살수 대장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앗, 갈비뼈 부러지는 소리.
“꺼으어억……!”
“일어나, 새끼야. 아직 뒤지긴 이르지.”
기분 잡칠 일이 이어졌던 탓일까. 다나는 뻗은 놈의 멀쩡한 다리까지 밟아서 분질렀다.
─빠각!
뼈가 부러지는 경험을 겪은 적은 거의 없지만, 상상만 해도 아플 텐데 남자는 이를 악물고 추한 비명을 참아냈다.
그 놈이 바로 입을 벌렸다. 혀를 깨문다면 뒤지든지 말을 할 수 없게 된다. 그걸 노릴 생각인 듯 했는데, 다나는 따분하게 말했다.
“혓바닥이든 뭐든 깨물려면 깨물어 봐. 곧바로 치료해 줄 테니까.”
혀를 깨물려던 남자가 멈칫했다. 저 동방에 치유 마법이 얼마나 보편적이고 효과적인지는 몰라도, 다나의 말이 뻥카가 아닌 건 알 수 있었겠지.
─콱!
데굴거리며 굴러가는 남자의 눈깔 옆에 프랑이 던진 나이프가 꽂혔다.
나는 침을 삼키는 그 놈 옆에 앉으며 물었다.
“우리 친구, 고향이 어디야?”
우리 친하게 지내자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죽음이 우리 사이를 갈라놓을 때까지만.
원래 외국에서 동향 사람이랑 만나면 서로 돕고 그러는 거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