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척척석사 노루-640화 (639/1,009)

나는 장로들의 선물을 받고 아내들한테로 갔다.

“귀한 물건은 맞구나.”

나무 토막을 요리조리 살편 베로니카는 괜찮은 물건이라는 듯 끄덕거렸다.

“당장 세계수의 새순만한 가치는 없겠다만, 이 물건을 내준 건 신뢰를 위해서겠군.”

“무슨 뜻?”

짬을 내서 정신수양을 하던 다나의 질문이었다. 베로니카는 완드를 나한테 돌려주었다.

“국내가 소란스럽지만 이런 천막과 경비병 뿐인 곳은 치안을 유지하는 건 쉽지 않아. 그러니 우리 신변을 위해서 잠깐 국외에 가 있어달라는 요청이 아니더냐.”

“엉. 대충 그런가 보던데.”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마당에 대가도 없이 부탁할 순 없었겠지. 세계수의 새순을 받고 입을 싹 닦아버렸다는 소문이 돌면, 국가의 새 상징을 키워내기도 전부터 명예가 땅에 떨어지잖느냐?”

기지개를 펴던 다나가 머리카락을 꼬아댔다.

“무슨 뜻인지 알아듣겠네. 자기 부하도 아니고 바깥에서 온 은인을 이용해먹고 내치는 놈들한테 다른 나라 엘프들의 지지가 모일 리 없단 얘기지?”

“그래. 지금 저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엘프의 대표국가’로서의 정당성이니까.”

알 만한 이야기였다.

‘알프헤임에서 살아남은 엘프들의 후손’ 따위가 아니라, 이 이세계의 유일한 ‘엘프의 나라’로 우뚝 서려는 것 아닌가?

시작부터 간판에 똥칠을 할 수는 없을걸? 그건 쵸큼 참피왕국 같잖아?

참피 엘프, 줄여서 참프. 21세기 엘프 메타랑 꽤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국제사회에서 외교를 좆 같이 하는 국가는 미운 털이 박히는 법.

제대로 각 잡고 안팎으로 엘프들을 모아서 으쌰으쌰 해 보려는데, 동방 곳곳에 흩어진 엘프들이 ‘느그들 애미 터진 사기꾼이라매요 에베베벱’하고 손절했다간 본전도 못 건질 거였다.

“말하자면 ‘지금 바로 보수는 못 챙겨주겠지만 이거 받고 믿어줘’라는 뜻의 선물인가.”

나는 완드를 랜턴에 비췄다.

나무 모양의 얼음이라도 되는 것처럼 약간 반투명한 게, 딱 봐도 판타지 영화에서 건져온 신비한 아이템 느낌이 물씬 났다. 루루핑, 루루팡, 뇌물로 얍!

‘콩고물을 받는 입장에선 나쁜 얘기는 아니군.’

우리는 말하자면 올림픽 시즌에 온 외교관처럼 융숭한 대접을 받기만 하면 된다.

값이라면 시세가 뻥튀기 된 세계수의 새순으로 치뤘으니 말이다.

실제로 철인 4종 똥물 레이스를 펼쳐야 할 엘프들의 황야의 똥꼬쇼요? 그거야 뭐, 걔들 사정이고. 쓰벌거 진짜 죽을 맛이면 도와달라고 했겠지.

나는 완드를 챙겨넣고 기분 좋게 웃었다.

“그럼 챙길 거 챙겨서 얼른 놀러 갔다 오자고.”

“괜히 늦장 부리다가 엘프들 싸움에 어울려 줄 의리도 없고.”

“그렇지. 여윽시 우리 눈나야. 맘이 통해.”

“뭐래.”

─콕콕. 다나는 샐쭉 웃으며 내 허리를 찔러댔다.

세계수의 새순을 전해준 걸로 세헤테피브라와의 의리는 충분히 지켰다.

보수를 줄지 말지, 준다면 얼마나 줄지. 그건 타타르니아 좆프들의 양심에 달린 문제다.

그리고 일 돌아가는 꼴을 보면 대외적인 국가의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우리한테 거하게 챙겨주려고 신경쓸 듯 하고.

생생정보통에서 촬영 나온 날의 국밥집 아지매 같은 심정이겠지.

부엌인데 화장은 왜 그렇게 찐하게 하고 계시죠? 비법양념장에 매니큐어가 들어가나? 하며 눈치를 줄 필요도 없다. 우리야 받을 거 받으면 땡이고.

“프랑하고 애들한테도 일이 잘 끝났다고 연락은 넣어뒀어. 고생한 만큼 쉬다 오자고.”

그렇게 해서, 환영식의 열기가 가라앉기도 전에 우리 4인조는 여행길에 나섰다.

『가시는 길은 저희가 모시겠습니다.』

이동에는 엘프 유목군인 몇 명이 대동했다. 다 테스트를 마치고 믿을 수 있는 이들인 걸 확인한 이들이라는 모양이었다.

‘마흐잔은 바쁠 테니까 못 왔겠지만…… 얘들도 한 가락씩은 해 보이는데?’

말 하나에 베로니카랑 같이 올라탄 나는 고개를 모로 꼬았다.

『북벌군 때문에라도 군부에서 인원이 빠지는 건 안 좋지 않습니까?』

『국방만큼 은인 분들의 안전도 중요한 일이죠. 일부러 소수정예로 꾸렸습니다.』

그러시댄다.

하긴. 그렇게 많아 보이지도 않고, 우리야 나쁠 것 없지. 시다바리는 다다익선인 거에요.

‘그래도 너무 많으면 그것 때문에 바이츠니아가 경계할 거고, 딱 적당하군.’

별동대나 무슨 외교사절 같은 걸로 오해해갖고 덤벼와도 곤란하다.

말머리를 돌려서 오리엔탈리즘 포탈에 탑승.

딱 일주일 쯤 되는 거리를 생략한 우리는 당당하리만치 느긋하게 벌판을 가로질렀다.

『히── 햐──!!』

『물과 식량을 내놔라!!』

『수레바퀴보다 큰 놈은 다 죽여!!』

물론 여행길 중에 매드맥스 유목민들─하프 엘프들도 껴 있는 게 환상적이었다─에게 습격을 받긴 했다. 마흐잔이 걱정하던 게 이 놈들이었겠지.

『살려보내지 마라.』

『예!』

『갸아아악!! 얘들아, 조졌다!! 저 새끼 저거 올지바타르야!!』

당연하지만 미친 개처럼 달려온 그들은 무림에 적응한 오리엔탈리즘 엘프들에게 처맞고는 꽁지가 빠져라 도망치는 꼴이 되었다.

『패잔병이 없게 해라! 무리를 데리고 보복하러 들지 못하게!』

『예! 쟈르갈 소대는 나를 따라라!』

심지어 대장격인 양반은 칼에서 오러가 나오고 있다.

거 봐, 역시. 나라마다 오러쟁이 1~2명은 있기 마련이라니까. 흙먼지를 피해서 점심을 먹던 나는 전투를 마치고 오는 그에게 물었다.

『저런 도적떼가 많은 편입니까?』

『부끄러운 꼴을 보여드렸습니다. 원래는 감히 저만한 숫자로 덤벼들진 않습니다만, 특히 실력과 생각이 모자란 놈들이었나 봅니다. 내일부턴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는 이쪽이 북방과 유목민족연합의 경계여서 더 저런 놈들이 많다며, 내일 중으로 국경을 넘으니 큰 문제는 없을 거라며 자신했다.

나는 대충 알겠다는 시늉을 하고 질문했다.

『올지바타르라는 게 여러분들 호칭입니까?』

유목 마적떼들의 대장이 비명처럼 내지른 말이 궁금해서 물은 거였는데, 내 질문을 들은 엘프는 씨익 웃었다.

『아뇨, 제 이름이죠.』

아, 그러시군요. 이 근방에서 이름 좀 날리셨나 보네.

포지티브 볼드모트 쯤 되는 양반인가 보다.

***

그렇게 며칠 정도 벌판을 내달리니, 말 발굽이 밟게 되는 지면은 점차 마른 황야가 아니라 푹푹 쌓인 눈밭이 되기 시작했다.

“……엣츄!”

낙타랑 느낌이 꽤 다른지, 어색하게 말 안장에 앉아 있던 네페르티티가 재채기를 했다.

아마 이 추위 때문이겠지만, 그녀나 나나 온도 변화에 강한 달인급 전사였다. ─훌쩍. 코를 비비던 그녀는 나를 보고 뚱하니 입을 일자로 만들었다.

아니, 어쩌면 내가 아니라 나한테 안기는 우리 여신님을 봐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후후. 혼자 여행할 때는 추운 곳이 그토록 싫었거늘, 이젠 그렇지만도 않구나.”

내 목에 뒤통수를 문지르며 꼬리치듯 웃는 우리 베로니카 양이었다. 나는 그 배에 손을 감고 입꼬리를 당겼다. 우리 여신님 좀 봐. 옷 위로도 찌찌빵빵하네.

“룬 스톤을 주우러 다닐 때 얘기야?”

“그렇지. 작은 횃불이며 룬 마법의 온기를 빌어 헤매고 있자면 갈 곳 없는 허무함이 쌓이곤 했다. 그걸 있는 자존심, 없는 자존심 긁어 모아서 힘껏 버텼지.”

선지자의 후예로서, 전승되는 예언의 구도자를 찾아 세상을 떠돌던 시절.

다른 지성 있는 생물이랑은 가까이 가지도 못한 채, 혼자 눈바람을 뚫고 걷는 베로니카의 모습이 쉽게 상상이 갔다. 눈물이 멈추질 않는군.

“쓸쓸했겠네.”

“별로 그렇지는…… 아니, 그럴지도 모르지.”

부정하려던 베로니카는 눈을 반개했다.

“자기가 외롭다는 걸 깨달을만큼 다른 누군가의 온기에 익숙하지 못했기에, 혼자서 보내는 시간도 어찌저찌 버틸 수 있었던 걸까.”

모포를 두르고 나한테 괜히 엉덩이를 밀착하며 눈웃음 짓는 그녀로부터는 상상하기도 힘들지만, 베로니카한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그녀는 나를 골리려는 듯 능청스럽게 웃었다.

“……뭐, 그러다 보니 매일이 따듯하고 복작대는 주인님 곁을 차마 벗어나지 못하고, 어슬렁어슬렁 얼쩡대다가 깨닫고 보니 목줄이 채워진 처지다만.”

“니가 먼저 목줄을 입에 물고 ‘키워주세요’하며 찾아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랬던가? 기억에 없군. 아무튼 주인님을 섬길 수 있게 된 것만 해도, 나는 운이 좋았던 편이야. 역대 예지자들과 비교하면 말이다.”

시치미를 뚝 뗀 베로니카가 고개를 까딱거렸다.

“내 전대에도, 전전대에도── 수만 년의 세월 동안, 우리들 예지자의 일생은 시간 낭비로 시작해서 무의미한 노력으로 귀결됐다. 빗나간 예언만을 믿고 인생을 낭비한 셈이니 당연한 일이지만.”

“네 전대 예지자면…… 아델라이데?”

“바로 그렇다. 그 덩치 큰 녀석이 용케 들키지 않고 세상을 여행했다~ 싶지 않으냐?”

“뭐, 걔도 어릴 적엔 작았겠지. 그보다 너도 그 망아지 모드에서 보면 어린 편 아냐?”

망아지의 모습은 저주로 왜곡된 모습이긴 한데, 일단 바이콘의 생태를 보면 베로니카의 실제연령을 반영하긴 할 것이었다.

베로니카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녀의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난 듯 헤엄쳤다.

“……글쎄? 일단 살아온 세월은 많은 편이지만, 그렇군. 그대가 손주를 볼 무렵에는 나도 일족의 나이 기준으로도 어엿한 성인이 될 것이다. 아마.”

“흐으으음……. 300살 먹고 룬을 제대로 배워야 성지를 나올 수 있다매? 그러면 딱 300살이 어른 나이겠고, 내가 손주를 볼 무렵이면……”

“아앗! 계, 계산하지 말거라!”

한동안 안장에서 난동을 피우던 베로니카는 뿔난 표정으로 말을 계속했다.

“여하간에 그렇다. 그들의 삶과 노력을 무위로 돌리지 않으려면, 내 대에서 꼭 저주의 끝을 봐야 한다는 소리였다. 결국 늘 하던 얘기이긴 하군.”

“노력이 무의미했을 수는 있겠지만, 그 삶까지 무의미하지는 않았겠지. 네 선대 예지자들이 다음 세대를 믿고 지식을 계승한 덕에 너랑 내가 만난 거잖아.”

낭비되는 삶은 있어도, 무의미한 삶은 없다.

새로운 룬이 준 깨달음이었다. 이런 걸 하루에 몇 개씩 깨달아서 정리한 오딘은 뭐하는 미친년이었지 싶을 만큼 심오한 진리이기도 하고.

베로니카는 놀란 듯 눈이 동그래졌다가 다시금 눈웃음을 지었다.

“후후, 그런가. 그거 선대들도 고생이 많았군.”

“그래. 자기들의 꿈을 이뤄준 후손이 좀 즐기며 살겠다는데 설마 뭐라고 그러겠어? 꼬우면 지들이 다시 태어나서 대신 하던가.”

“무책임한 만큼 믿음직스러운 주인님인걸. 나도 조금 본받을까.”

베로니카는 키스라도 하고 싶어진 듯 몸을 틀어대다가 얌전히 안겨서 실없는 웃음을 지어댔다. 내 품에 있기만 해도 행복해 하는 게 괜히 나까지 우쭐해지네.

‘그나저나 즐거운 여행길이라기엔 쫌 추운데.’

나는 입가를 가리는 목도리를 내렸다.

솔직히 요정향이라는 말의 이미지랑은 무척이나 상반된 추위여서, 혹시 이 씨팔럼들이 우리를 묻으려고 이러나 의심했을 정도였다.

상식적으로 오러쟁이 1명으로 우리를 이기려는 생각은 않겠는데, 그런 의심이 들 만큼 추웠다는 얘기다.

시베리아 벌판처럼 침엽수가 가득할 지경이다. 더는 말이 필요 없다.

물론 인종차별 차별주의자인 나는 그런 의심을 드러내진 않았다.

우리 가족만 해도 인종 및 종족 다양성의 모임 같지 않던가. 무슨 다민족 연합체 수준이다.

“아, 보인다.”

그때 무슨 추위를 막는 주술인가를 걸고 지루한 듯 졸던 다나가 문득 고개를 들며 말했다. 나는 그 말에 베로니카의 정수리에서 눈을 뗐다.

이 추운 날씨에 기이하게도 꽃밭이 펼쳐져 있는 공간이었다.

나는 이게 보통은 들어올 수도 없는, 그야말로 무슨 전설 속 이야기처럼 어린애가 숲을 헤매다가 간신히 도착할 법한 공간이라는 걸 눈치챘다.

선두의 엘프들이 뭔가 수를 써서 길을 연 것도 같다. 베로니카가 말했다.

“성이로구나. 꽤 큰…… 아니, 작은 건가?”

맥락없는 말이었지만 이해는 갔다.

원근감이 좀 이상해질 만큼, 완성도에 비해 좀 작은 성이었다.

‘어린애들용 놀이공원 성을 퀄리티만 10배 정도 키운 것 같네.’

하늘은 맑은데도 오로라가 성에 쏟아지고 있질 않나, 얼어붙은 강물이 졸졸 흐르고 있질 않나, 꼭 겨울과 봄이 뒤섞인 것처럼 몽환적인 공간이다.

요정왕국이라기보단 양판소 정령계 느낌.

왕국에는 경비랄 사람도 없었고, 그저 여기저기 한가하게 날아다니는 요정만 있을 뿐이었다.

〈엘프다! 엘프들이 놀러 왔어!〉

〈엘프야? 어? 그럼 쟤들은 왜 귀가 짧아?〉

〈인간? 인간 아니야?〉

〈인간?〉

〈인간이다!〉

〈꺄아! 인간이 이쪽 봤어! 꺄하하하!〉

쓰애끼들, 준내 시끄럽네.

사람 꼬맹이만한 요정들이 날아다니면서 깔깔대니까 무슨 유치원에 온 것 같다. 다들 팅커벨한테 빠빠가루 좀 나눠받은 건지 훨훨 날아댕겨서 한층 정신이 사납다.

『요정왕국 실리 코트(Seelie Court)입니다.』

우리가 경치를 구경하길 기다리던 올지바타르가 말했다.

『장로회의 완드를 갖고 계시니 요정왕 폐하를 알현할 수도 있습니다만, 어쩌시겠습니까?』

『음. 그렇게 거창한 용무는 아닙니다. 그냥 좀 여행 온 기분으로 지내다가 목재에 빠삭한 요정을 찾을까 합니다. 제 무기를 보여주고 싶어서요.』

『무기라……. 알겠습니다. 수소문은 저희들에게 맡겨 주십시오.』

『음, 그래도 되겠습니까?』

『돌아가는 길까지가 호위이고, 본국의 연락이 오기 전까지는 대기해야 할 것입니다. 그 동안은 느긋하게 지내시지요. 여긴 온천도 있습니다. 아, 물론 저희가 쉴 공간도요.』

온천? 이런 추운 벌판에 온천이라.

‘온천…… 혼욕…… 수중 섹스…….’

……좋은데?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나는 요란법석을 다 떠는 요정들을 피해서 말에서 내렸다. 요정왕국은 온화한 기후라서 털옷이 적지 않게 더웠다.

털모자를 벗은 네페르티티가 다가왔다.

“어디로 가?”

“제 무기를 봐줄 요정한테요.”

안 그래도 요즘 전투하면서 마나 계승 현상이 잘 안 일어났다.

그건 곧, 내 창이 나 몰래 구신의 마나를 가진 엘프들의 마나를 쪽쪽 빨아먹었다는 뜻이다. 요요 씹새가 좀 굶겼다고 주인 음식을 처먹네.

‘내 마나통도 여기 오기 전보다 늘기는 했고, 또 무기가 강해지지 않았다면 아슈카트를 회쳐버리기 힘들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꼬운 건 꼬운 거다.

내가 거기까지 생각하고 있자 네페르티티가 내 팔에 찬 창─팔찌 모드─를 쳐다보았다.

“……내가 준 미스릴?”

“넹? 아, 맞습니다.”

그러고보면 내 창의 날붙이 부분은 유니콘 흑마법사를 쓰러트린 보수로 그녀가 줬던 물건이다. 그 미스릴에서 딱 반지 1개 만큼만 빼고 남은 전부를 클라라가 창으로 만들어준 것이었다.

그녀는 내가 긍정하자 뭐가 마음에 들었는지, 좀 기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준 미스릴.”

뭐가 그렇게 좋을까. 나는 약간 허당끼가 있는 귀여운 모습에 그만 못 참고 실실 웃었다.

그냥 막연한 느낌이긴 했지만.

왠지 여기서는 누구랑 싸우는 일 없이, 속 편히 놀다가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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