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척척석사 노루-664화 (663/1,009)

***

요 몇 주간 영주의 업무를 대리랭 뛰고서 무척 통감한 사실이 있다.

뭐를 통감했느냐고 하면, 치안을 유지하는 입장에서 가장 빡도는 건 외부의 문제가 아니라 체제 안에서 싹트는 곰팡이라는 점이었다.

뒤지게 쎈 트롤 군대 같은 게 몰려오면 대책은 간단하다.

평소 준비해둔 전력으로 맞부딪혀서, 이기거나 지거나일 뿐이다.

오히려 그런 경우엔 대처하기는 쉬울 것이었다. 아예 상대가 안 되는 경우라면 눈앞이 아찔하기야 하겠지만 결과는 YES/NO로 갈리게 될 것이니까.

‘하지만 체제 안에서 터지는 문제는 다르지.’

내부의 문제에는 명확한 해결법이 없다.

요컨대 휴스로이트 빵 가게 32대손 존슨 씨가 술집 작부랑 불륜하다가 싸움이 났다, 같은 뻘짓은 뭐 어떻게 예측하거나 막을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 장르에서 가장 좆 같은 경우는 단연 테러리즘이다.

얌전히 밥만 먹던 김테러 씨가 갑자기 배때지에 묶은 폭탄을 뽑고 자폭하는 걸 뭘 어떻게 알고서 막겠는가? 통치자들한테는 알고도 예방을 못하는 문제만큼 빡도는 게 없는 것이었다.

나르메르-나일이 흑마법사들한테 시달린 것처럼, 그리고 테러와의 전쟁을 치르던 지구의 나라들이 그랬던 것처럼.

잘 정돈한 군대나 시내에서 갑자기 터지는 문제들은 늘 두통의 원인이다.

“다시 말해서 테러라는 건 최악의 인성질이다, 이 말이에요.”

인성질.

다시 말해서 협곡의 소환사이자 대한의 남아인 나 강북호의 전문분야란 뜻이다.

물론 진짜 테러를 저지르겠다는 뜻은 아니다.

‘대학원생이…… 테러? 말도 안 되는 소리지.’

떳떳하고 건전한 대학원생이 되고자 노력하는 내 삶에 그런 오점을 남길 순 없었으니까.

그렇지만 세상에 내로라 하는 식자들은 말한다. 테러와 군사 작전의 차이는 무고한 민간인들에게 끼치는 피해의 여부라고.

실제 전쟁에선 유명무실한 조항이지만, 민간인 사살은 전범 행위다.

하지만 아틀란티스를 불법점거한 어인들은 전부 인류를 증오하는 전사들!

‘게다가 저쪽이 먼저 떼거지로 선빵 쳤잖아?’

애당초 몬스터들한테 민간인이라는 개념을 적용하는 것부터가 에러다.

우리가 영토를 침범한 게 죄라고 쳐도, 상대는 남의 뒤통수에 창부터 던지는 놈들.

적 집단의 정체성은 범죄단체나 다름없었다. 정 꼬우시면 나라 대 나라로서 정식으로 항의하시길 바란다. 그러러면 일단 브리타니아 말부터 배워야겠네!

다나는 내가 생각을 정리하는 동안 얼굴을 약간 찡그렸다.

“그래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데?”

“어인 레이드── 그러니까, 전면전에 들어가기 전에 급한 불부터 끄자는 거야.”

“급한 불? 아, 뭔지 알 만 하네.”

다나는 벌써 눈치챈 듯 했는데, 그래도 설명은 해 둬야겠지.

나는 아내들에게 번갯불 콩 볶아먹듯 브리핑을 하고 캐서린을 시켜서 휴스로이트에 뿌려둔 골렘 절반을 모아왔다. 우리는 아직 웨스턴에게 얼굴을 보일 수 없었으니까.

‘나이도 지긋한 노인 분인데 졸도하게 만들 일 있나.’

배를 타고 나간 영주가 혼자 돌아왔다?

생각이 있으면 ‘배는 워쪈겨?’하고 자문자답을 하다가 바로 결론에 생각이 미칠 것이었다. 선장이 맨몸으로 육지에 돌아왔단 건 배를 잃어먹었다는 뜻이니까.

‘암무나 호야 회수해서 고쳐놓으면 되겠지.’

양심 상 사과는 해야겠지만 말이다. 벌써 두가 아프네, 시발.

아무튼 이 작전은 그 암무나 호의 상태를 보기 위한 정찰이기도 했다. 나는 가급적 빨리 브리핑 회의를 마치고 우리 여신님에게 물었다.

“베로니카. 아틀란티스의 지형은 기억 나지?”

“당연한 물음이구나.”

“좋아. 그럼 발퀴리에랑 골렘 몇 체를 내가 말해주는 포인트로 보내줘.”

나는 깐부 깐프들의 룬 탐지기의 광경을 보면서 모사했던 지형과, 실제로 현지에서 확인한 위치를 대조하면서 간단한 요깃거리로 육포를 씹었다.

“어인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공간이동〉 마법진부터 지운다.”

1급 기밀은 적의 수중에 넘어가기 전에 처리해 둬야 했으니까.

현 시간부로 진도개 발령이다.

***

베로니카의 마법으로 선발부대를 파견한지 3분 정도 지났을까.

─파앗!

저택 바닥에 새로 새긴 〈공간이동〉 마법진이 번쩍거리더니 발퀴리에 1체가 걸어나왔다. 마법진 앞에서 대기하던 나는 겨누고 있던 창을 내렸다.

【어땠지?】

【적성 존재를 20체 사살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발퀴리에는 어인의 피를 얼굴에 묻힌 채 말했다.

【또한 공간이동에 의한 퇴각에 장애 없음. 적 집단에게 공간이동 마법을 저지하는 기술은 없으리라고 판단 가능합니다.】

【그래, 예상대로네.】

나는 마음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짐작했던 최악의 패턴은 아니었으니까.

발퀴리에를 마법으로 되돌린 베로니카는 심호흡하듯이 숨을 뱉었다.

“이제 어인들에게 〈공간이동〉을 막는 기술이 있었지만, 저번 퇴각 때는 미처 발동하는 게 늦어졌다── 같은 가능성은 없어졌구나.”

“어. 다음번에 생각없이 쳐들어갔다가 후퇴하지 못했다간 끝장이니까.”

베로니카의 말에 긍정하면서 팔짱을 끼는 나.

상상 가능한 최악의 사태는 결계 안에 침투하고 나서 탈출이 불가능해지는 경우였다.

어인들한테 우리의 퇴각을 막을 방법이 있으면 얄짤없이 아틀란티스에 갇힌다. 승리를 확신하기 전까지는 쳐들어갈 수 없다는 얘기다.

‘다행히 어인들한테도 그런 방법은 없는 모양이지만.’

사실 당연한 결과였다.

〈공간이동〉을 사용할 기술은 없는데 막을 수만 있다는 것도 어불성설 아닌가. 해킹을 막을 능력이 있는 해커가 정작 크래킹은 못한다는 소리잖냐고.

‘공간 계열 마법을 막는 유물 같은 게 있었으면 애초에 그것부터 분석해서 탈출했겠지.’

아무튼 언제든지 〈공간이동〉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건 확인됐다.

이제 아틀란티스에 고립될 걱정은 없었다.

‘상황이 이러면 바로 작전에 들어가도 되겠어.’

베로니카에게 눈짓을 한 나는 은신 장비를 챙기면서 발퀴리에를 불렀다.

【나랑 네 자매들, 그리고 골렘을 더해서 재진입한다. 너희는 다치지 않는 선에서 화려하게 눈을 끌어 줘. 절대 죽지는 말고.】

【이해했습니다.】

욘석들 빠릿빠릿한 것 보게. 존나 든든하다. 내 분대장 경험 상, 대한민국 강한육군은 후임님들은 물론이고 명령하는 나부터가 표정이 썩창 나 있던 게 보통이었는데.

나는 즉각 떠오르는 우스꽝스러운 생각을 고이 접어서 정리했다.

세상에는 시간이 해결해 주는 문제가 있고, 1분 1초라도 더 빠른 해결을 요구하는 문제가 있다.

이번 사태에 있어서 중요한 갈림길은 후자였다. 늦장 부릴 시간은 없다는 뜻이다.

본격적인 총력전에 앞선 게릴라 전이라고 해도 되겠지. 나는 내 장비를 점검하고 바로 마법진에 뛰어들었다.

목적지는 말할 것도 없이, 암무나 호의 갑판이다.

파앗─!!

공간을 뛰어넘는 마법이 발생하는 빛이 눈앞을 하얗게 도색했다.

─슈슈슈슝!!

그리고 터져나온 마나의 빛이 잦아들기도 전에 예리한 무기들이 곤두세운 오감을 바늘처럼 파고들었다. 마법진이 발동하자마자 어인들이 냅다 창을 찔러넣은 모양이었다.

투명화 마법이랑 은신의 룬으로 몸을 감춘 나는 프랑보다 작은 골렘을 허리춤에 끼고 재빨리 회피했다. 이번 기습의 주역인 볼가 1호다.

발소리를 죽이면서 눈을 굴렸다.

‘양동작전은 실패인가.’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듀나미스 공방 특제의 골렘들이 얻어터지고 있는 광경이다.

새까만 연기가 올라오는 아틀란티스 중앙구역! 조금 전에 선발대로서 보낸 발퀴리에들이 잠시 깽판을 치다가 돌아온 곳이었다.

‘숫자 차이는 못 당하나.’

이기라고 보낸 골렘들이 아니니까 어쩔 수 없긴 했다.

양동작전을 겸해서 다른 곳을 먼저 쳤던 건데, 아쉽게도 어인들이 전부 골렘들을 족치러 우르르 몰려가지는 않았던 모양.

습격자가 다시 나타났는데도 자기 자리를 지킬 만큼 이성적이고, 통제까지 받는다니.

역시 상당히 지능이 높은 새끼들이다.

‘하지만, 그만큼 지능이 뛰어나면 행동을 예상하기도 쉽지.’

다시 말하지만 격이 다른 바보보다는 어설프게 정답을 내놓을 수 있는 적이 예상하기 쉽다.

특히 자기들의 전력이 더 뛰어나다면 기상천외한 책략보다는 정석으로만 움직이게 되는 법이었다. 은신 마법으로 몸을 숨기면서 갑판을 살폈다.

운 좋게도 암무나 호는 그 따개비 창의 세례를 맞고도 작살나지 않았다.

한 번에 너무 많은 공격을 당해서 실드가 뚫린 부분도 있긴 했지만, 아마 이대로 바다에 띄워도 잘만 움직일 것이었다.

씁, 다행이구만. 웨스턴한테 덜 미안하겠네.

‘근데 시발, 여기에만 50마리는 되네?’

갑판에 배치된 어인이 내 생각보다 많았다.

일부러 갑판의 마법진이 아니라 조금 떨어진 곳으로 공간이동 했는데도 지체없이 공격당했다. 그만큼 갑판에 있던 어인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만큼 모여 있다는 건, 어인 새끼들도 저 마법진의 가치를 이해했다는 것!

‘웬 떡이냐 하고 연구하러 달려왔군.’

아무래도 불길한 예상이 맞았나 보다.

기쁜 결과는 아니지만.

‘그래도 존나 서두르길 잘 했어.’

레이드 전에 이렇게 기습하러 온 게 영 허사는 아니었으니 말이다.

카멜레온 뺨따구를 왕복으로 후겨갈길 스피드로 눈깔을 굴렸다. 벽 파편에 마법진을 베껴쓰는 어인 몇 마리가 보였다. 덕분에 안심감이 더 짙어졌다.

‘새끼들, 아직 사본도 제대로 못 만들었네?’

다시 말하자면, 지금 이 자리만 제압하면 어인 새끼들의 텔레포트 대탈출은 막을 수 있다는 뜻!

찰나지간에 거기까지 생각한 나는 갑판을 우회하면서 마법진 쪽으로 대쉬했다.

“Eheuaaac!!!”

어인들은 기이한 기합을 내지르면서 공격했다. 저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나 대신, 어그로를 끌어주러 온 살인 메이드들을 말이다.

─채채챙!! 발퀴리에들이 어인들의 따개비 창을 막아냈다.

【적성존재의 소질을 확인합니다.】

【종족 판단, 불명. 암수 구분 불가의 51체.】

【에인헤리 적성 스캔, 생략── 배제합니다.】

그녀들의 눈이 유리알처럼 번뜩이며 후광처럼 룬 만다라가 펼쳐졌다.

퓨우우웅─!!

베로니카도 종종 사용하는 고열의 레이저가 뿜어지며 어인들의 이마에 화끈하게 구멍을 뚫어줬다. 출력제한을 해제한 화력에 어인들은 산지직송으로 고등어 석쇠구이로 직행했다.

“Atta─!! Atta─!!”

살아남은 어인들이 깩깩대며 소리쳤다. 사이렌 같은 초음파를 듣고 아래에 있던 어인들이 갑판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불가 1호를 마법진에 올려두고 타이밍을 쟀다.

베로니카에게 퇴각하는 타이밍을 전해야 했다. 하지만 평범하게 무전기처럼 미스릴 메달에 대고 말하면 안 된다. 어인들한테 위치를 들키면 귀찮다.

그렇게 발퀴리에랑 싸우는 어인들에게만 주의를 기울이던 때였다.

…찌릿!

목덜미를 스치는 흐릿한 살기!

메달을 입가에 가져가던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들킨 모양이었다.

“베로니카. 진도개 H로 들어가 줘.”

석판보다 휴대성이 좋은 미스릴 메달에─내부에 있는 발퀴리에에게─ 무전을 때리고 곧장 앞으로 몸을 날렸다. 살기가 눈 깜짝할 사이에 짙어졌다.

어인 중 한 마리가 내 은신을 간파한 것이었다.

─쿠르르르르르!!

폭포처럼 쏟아진 물이 갑판을 관통했다.

맞았으면 냉수 샤워 정도가 아니었겠는걸. 나는 팔찌를 뽑으며 외쳤다.

“웨스턴 씨, 미안! 그래도 내가 고치기 전보다는 멀쩡해!”

전함 같은 거라며! 부숴지는 것까지가 제 역할 아닐까!

공중제비를 돈 나는 겉옷의 마법을 해제하고서 가면을 벗었다. 갑판에 우뚝 선 돛대의 정상에서 다른 어인보다 어깨가 2배는 넓은 새끼가 날 꼬라보고 있었다.

“Tuuuu……”

어인은 형광색으로 반짝이는 블링블링한 석사를 발견하고 포효했다.

“Hiiiiiitaaaaaaaaaat──!!”

“……당신은 말하는 생선!”

오딘의 눈의 부작용이 입으로 튀어나왔다.

말이 헛나오지 않게 조심할 집중력까지 싸그리 사용한 탓이었다. 나는 입술을 매만지며 말했다.

“바다 생물 주제에 초음파도 아니고 육성으로 말해? 웃기는 놈들일세.”

혹시 말귀를 알아듣기라도 한 걸까. 나를 찔러 죽일 듯 쏟아지던 살기는 거의 눈으로 보일 만큼 짙어졌다. 꼭 잠수 결계 없이 해구 밑으로 내려간 듯한 압력이었다.

어인들 중에서도 특수하게 강한 개체!

하지만 그 정도의 적은 예상하고서 왔다. 나는 흐뭇하게 웃었다.

솔직히 말하면, 마스터 클래스 수준의 쌉괴물이 튀어나올 일은 없을 듯 해서 다행이다~ 같은 안심감마저 느끼고 있을 정도였다.

“안녕? 네가 이 동네에서 제일 강한 어인이지?”

갑판에 모인 어인들은 제법 강했다.

지금 발퀴리에들을 상대로 버티는 것만 봐도 그 실력은 일목요연하지 않은가. 여기 있는 새끼들은 어인 종족의 정예병인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지.’

정말 갇혀 있던 거라면, 여기 있는 마법진보다 중요한 건 없을 것이니까.

‘하지만 마법진의 중요성에 비하면 숫자는 많지 않다.’

아까 한 소리랑 모순되지만, 고작 정예병 50은 자기들의 명운이 걸린 〈공간이동〉 마법 파밍을 호위하기는 적어도 너무 적었다.

그야 밑에도 어인들이 우글거리고 있고, 지금도 계속 올라오곤 있다.

‘근데 갑판 면적을 고려하면 한 번에 올라와서 싸울 수 있는 숫자는 50이 고작이지.’

그리고 수백 수천이서 포위해서 덤벼드는 것만 아니라면 나랑 발퀴리에들에게 위험이 될 정도는 아니었다. 도망을 못 치고 지구전이 된다면 모를까.

창을 벌떼처럼 던져봤자 내 몸은 하나다.

그러니까 둘러싸서 몇 시간이고 계속 죽어가며 우리의 마나랑 체력을 깎아야 하는데, 어인들은 그 자살특공을 전법이라고 구사할 만큼 대가리가 후달리는 생물은 아니었다.

그럼 어떻게 할까?

‘당연히 가장 강한 전력을 이 암무나 호에 배치하겠지.’

몇 없는 배틀크루저를 본진이 아니라, 막 깔기 시작한 적의 앞마당에 꼴박하진 않을 테니까.

그러니까 저 새끼는 수천 마리 있는 어인 종족 중에서 가장 강한 개체라는 뜻이며── 내 눈으로 직접 본 결과, 충분히 싸워볼 만한 적이었다.

“──Kil!!”

돛대에서 점프한 어인이 먹이를 노리는 상어처럼 나한테로 돌격했다. 이 새끼 혹시 해적 출신인가? 공격법이 낯익은데?

나는 그 속도에 내심 놀라면서 가져왔던 물건을 꺼냈다.

“미션 컴플리트.”

─달칵. 스위치의 뚜껑을 열었다.

그러자 내 발치에서 광채가 뿜어졌다. 저택에서 주문을 전부 외운 베로니카가 나랑 발퀴리에들을 또 옮겨주려 하는 것이었다.

“Kiiiiiieeee!!!”

위험을 직감한 어인이 삼지창을 휘둘렀다. 마치 당장 그 헛짓거리를 멈추라는 듯한 맹공이었지만 나를 막기엔 몇 초 정도가 모자랐다.

콰앙─!! 오러를 감은 브류나크와 따개비 창이 부딪히며 갑판에 금을 만들었다.

“용서해라, 볼가 1호! 지금의 넌 골렘 폭탄이다!”

그리고 웨스턴 씨, 진짜 미안!

나는 힘껏 창을 튕겨내며 스위치를 눌렀다.

─찰칵!

화아아아악…!!

스위치를 누른 순간, 볼가 1호의 골렘 코어이자 마나 저장고가 오버클럭을 일으켰다. 투명화 마법조차 날려버릴 마나가 마법진 위에서 들끓었다.

내가 마법으로 어떻게 하려고 했으면 모든 어인들이 마나를 감지하고 몰려들었겠지.

하지만 이젠 알고도 못 막는다. 포위망이 너무 분산돼 있거든.

“──펠라 후 아크바르!!”

볼가 1호의 엔진은 부여 마법의 힘으로 고열을 일으킨 끝에 성대하게 폭발했다.

─콰아아아앙!!!!!

콰과과과과아아아아앙─!!!!!

연쇄하는 폭발이 갑판을 수놓았다. 〈공간이동〉 마법진은 갑판의 절반과 그 근처 어인 몇 마리를 동반하여 재조차 남기지 못하고 불타올랐다.

“Yu, Uearthy──!!!!!”

어인의 툭 튀어나온 눈이 터질 듯이 충혈됐다.

역시 폭탄 골렘을 준비한 건 정답이었다. 봐라. 발퀴리에들한테 처맞던 놈들까지 나한테 모조리 다 몰려들고 있지 않은가. 어그로 핑퐁 존나 빡세다.

“꺄아악!! 사인 요청은 순서를 지켜주세욧!!”

미친 듯이 다굴을 까대는 어인들의 공격을 야수회귀 실드로 막았다. 마나 낭비가 장난 아닌 방법이었지만 나로서는 문제될 것 없었다.

진돗개 H는 홍길동(Hong-Gildong)의 약자다.

번쩍 나타나서 테러 폭탄을 던지고 튀는 것.

이 축지법 매직의 가장 악랄한 사용법이다. 텔레포트 초능력자처럼 적의 몸에 뭘 집어넣고 할 것까지도 없다. 충분한 힘만 있다면 이 작전으로 충분했으니까.

─쩍!!

덩치 큰 어인의 창이 실드를 뚫었다. 나는 머릴 노리는 창을 고개를 젖혀서 피하고서 윙크했다.

“좋은 밤 되렴, 해산물들! 이따 또 집들이 올게!”

지금보다 많은 친구들을 대동하고 말이다.

파아앗─!!

나는 뒷말을 삼키고 〈공간이동〉의 빛에 몸을 던졌다.

역시 때리고 튀는 건 언제 해도 꿀잼이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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