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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견을 마친 나는 각국 사절단의 대표를 감염자 격리실로 데려갔다.
참고로, 격리실은 딱 어감 그대로의 공간이었다.
〈카에디! 각국 대표 분들! 도망치시게!〉
저택 한 구석에 철통경비 중인 감염자 격리실.
별도의 철창에 감금된 고르갈리아의 외무대신은 우리가 찾아오자마자 목이 찢어져라 고함을 쳤다. 멍청한 표정을 짓는 사절들에게 사명감에 차서 소리치는 그.
〈거기 있는 울프헤딘 백작은 미친 흑마법사야! 이 실험실을 보게! 여기 감금된 각국의 사절들이 내가 보는 앞에서 몬스터로 변해버렸단 말일세!〉
〈네? 그, 저기…… 외무대신?〉
〈뭣들 하고 있나! 도망치라고 했잖나! 신시아 박사, 어서 벗어나서 이 사실을 바깥 세상에 알려야만 하네! 울프헤딘 백작은 사람의 몸에 벌레를 심고, 그들을 수족으로 부리고 있었던 걸세!!〉
이건 또 색다른 관점이네.
내가 입을 벌리면서 쳐다보자 그밖의 환자들은─이미 적출 치료가 끝난 사람들이다─ 경기를 일으키며 몸을 거칠게 떨어댔다.
〈백작님을 괴롭히지 마!!〉
〈응뇨벳?!〉
─투퍽!
하다하다 착란 상태에 빠진 외교관 여인은 외무대신의 죽빵을 갈겨서 기절시켰다. 다리 한 짝을 잃은 그녀는 타국의 외교부장관을 원펀치로 혼절시키고 냅다 무릎을 꿇었다.
〈울프헤딘 백작님 만세!! 만세!! 저희는 결단코 백작님께 반항할 생각이 없습니다!!〉
〈사, 살려주세요!! 전 괴물이 되기 싫어요!!〉
〈이, 이럴 순 없어!! 우릴 세뇌해서 스파이로 쓸 생각이지!! 흑마법사처럼!!〉
〈싫어, 싫어!! 벌레 들어오면 안 돼애!! 머리야, 제발 저항해 줘!!〉
어두운 목조건물에 감염자들을 가둬둬서 그런가. 아니면 부상을 입은 상태로 마취가 덜 깨서 머리가 좀 훼까닥한 건가. 다들 상태가 메롱한데.
엘리자베트는 하회탈 같은 억지미소를 지었다.
〈……울프헤딘 경?〉
〈……조명을 좀 더 밝게 해둘 걸 그랬습니다.〉
튼튼하게 만들기 바빠서 좀 뒤숭숭한 분위기가 된 건 맞다.
이렇게 보니까 식인종 연쇄살인마 영화의 촬영 세트장 같기도 하고.
‘아니면 벌레 몬스터가 돼 버린 외교관들을 수술대에 묶어둔 게 문제였나.’
천장이나 벽에 튄 혈액 같은 건 없는데, 그래도 수술대에 묶인 감염자와 괴물들은 좀 음산하기는 하다. 뭐 살짝 바이오 하자드 외전 느낌이긴 해.
벌레를 적출한 감염자들은 용태를 확인할 겸 다 독방─철창 딸린 것─에서 잠재워놓았는데, 아마 저들은 밤새 깨어나서 지들만의 상황파악(착각)을 끝내버린 모양.
〈죄송합니닷!! 죄송합니닷─!! 저희 외무대신이 죄송합니닷!!〉
〈아뇨. 오해할 만한 상황이긴 하니까요.〉
붕붕─!! 머리를 숙이며 사과하는 카에디. 나는 그런 그녀와 뻘쭘해 하는 사절들을 전부 이해한다는 보살의 마인드로 자비롭게 용서했다.
대충 세워둔 격리실에, 발퀴리에들은 뭐라 말을 걸어도 알아듣질 못하니까 조종당하는 감염자처럼 묵묵무답으로 일관할 뿐이라니.
눈을 떠 보니 여기 갇혀 있던 사람들은 오해할 만한 상황이었다.
메다닥─!
달려간 카에디는 외무대신을 깨우고 설득했다. 나는 그 사이에 아직 변신하지 않은 감염자의 수술대를 끌고 왔다. 치료 과정을 보여주긴 해야지.
근데 웨들 그렇게 안색이 시퍼러시지.
〈배, 백작? 이 공간은 도대체……〉
〈구제조치를 위한 수술실입니다.〉
먼저 와 있던 베로니카의 도움을 받아서 겉옷을 벗었다. ─착. 마스크와 장갑을 낀 나는 기계장치 같은 마도구를 가져와서 환자의 머리에 댔다.
〈이크.〉
기절한 환자가 혀를 빼물고 있네. 자상하게 입 안에다가 넣어주었다.
설득력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손과 연장을 알코올로 소독했다. 환자의 머리에 기계를 덮어씌운다. 수면 가스를 채워놓은 헬멧 같은 것이었다.
‘수술 중에 깨어나면 안 되니까.’
치이이익…!! 흰 연기가 헬맷 틈새로 샌다. 나는 눈을 찌푸렸다.
〈아직 개량의 여지가 있군.〉
〈주인님. 통증으로 깨어났다간 큰일이니, 바이츠니아에서 시행했던 첫 시술 때를 생각해서 마취용 포션을 몇 개 준비해 봤느니라.〉
〈좋네. 티…… 아니, 그녀의 특제품이지? 걱정 없겠군. 투여해.〉
각국의 외교관들 앞에서 티르시의 이름을 입에 담기는 좀 그랬기에 적당히 얼버무렸다. 인체를 좀 아는 바이콘 조수 2호 양이 마취제를 주사했다.
그때 키아라가 궁금하다는 듯 질문했다.
〈아, 혹시 환자의 배를 가르시려는 겁니까?〉
사절단의 낯빛이 새파래졌다. 그럴 수밖에. 치료 마법이 있는 이세계에서 배를 째는 수술은 존나게 보기 힘들거든.
나는 그 사람들의 걱정을 덜어주고 싶은 마음에 정겹게 대답했다.
〈아뇨. 개복(開腹) 없이 내장에 붙은 기생충을 이걸로 사살할 겁니다.〉
빵끗 웃으면서 길쭉한 침을 꺼내서 보여주었다.
안심하라고. 내가 점혈을 마스터하진 못했어도, 아내들 모유를 뿜게 하는 유두신권이랑 충왕대군 엿 먹일 고독 제거법은 철저하게 배웠으니까.
〈……천공신 맙소사.〉
지켜보던 드워프 외교관이 이마를 짚고 아찔한 듯 휘청거렸다.
어허. 어어디 수천 년 전통의 중화식 치료법을 그렇게 덮어놓고 혐오해? 이세계의 중원에는 아직 빨간맛 문화혁명이나 분서갱유도 없었다고. 아마.
근데 시발, 사실 나도 수술도구가 메이드 인 차이나라고 그러면 좀 불길하긴 해.
〈호. 그럼 기생충의 시체들은 어떻게 됩니까?〉
〈혈류에 막히는 것들은 구강으로 나옵니다. 그 외의 고독은 변으로 나오고요.〉
〈과연, 과연. 그러고 보면 키타이 출신이셨죠. 대처법을 아실 법 합니다.〉
잘 알겠다는 듯 필기까지 하는 키아라.
나는 그걸 기다렸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물었다.
〈시술 전에 혹시 질문 있으십니까? 제 시술이 미덥지 못한 분들이 계시다면, 여기 수술대에 누우셔서 일부 시술 과정을 직접 체험해 보셔도──〉
〈아니오! 이미 감염자들이 치료된 걸 보았으니 불필요한 과정이 아닐까요!〉
〈예!! 효과가 증명된 치료법을 의심할 마음은 추호도 없습니다!!〉
─도리도리! 사절들은 고개를 저었다.
나도 편하니까 좋지만, 저렇게 격하게 거부하는 걸 보니까 왠지 꼴받네.
‘원하면 점혈로 혈액순환 마사지 정도는 해 주려 했는데.’
미개한 이세계인들 같으니. 오리엔탈리즘이라고 빨아댈 때는 언제고 동양의 의학에는 왜 이렇게나 거부감을 보인다는 말인가? 하여튼 이세계인들은 이해할 수가 없어요.
나는 감자탕 뼈 뱉는 통처럼 생긴 침통을 두고 말했다.
〈현재 시간 11시 13분. 현 시간부로 제 06차 고독 적출수술을 개시합니다.〉
뭐 거창한 것도 없다. 손가락 대신 침을 꺼내서 몸에 푹푹 쑤셔박고 내장을 헤집어서 입에서부터 벌레를 토하게 만들면 끝이거든.
푹, 푹…!!
파르르르르…!!
〈꼬르르르륵…….〉
지금 헬멧 안쪽에서 거품을 무는 소리가 난 것 같은데, 내 착각인가.
별로 단련한 사람이 아니어서 그런가. 점혈할 때 반응이 약간 격하긴 하네.
〈허어어억……!!〉
〈빌어먹을. 위대한 태양신이시여, 부디 저들의 앞날에 기적이 있도록 보살펴 주시옵고, 또 거친 사막과 같은 시련을 내리시되 그로부터 구원하여 주시옵소서…!〉
사절들은 경련을 일으키는 환자들을 차마 보지 못하겠다는 듯 굴었다.
하지만 시술은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열댓 명의 감염자로부터 벌레를 적출한 뒤에는 그레고리 잠자가 돼 버린 사람들도 고쳐야 되거든. 나는 가면라이더 절망편이 돼 버린 환자 앞에서 두 눈을 질끈 감았따.
징그러우므로 별로 묘사하고 싶지는 않은 사족 하나.
벌레의 겹눈에는 눈꺼풀이 없다.
다시 말하자면, 기절하고 있어도 내 손바닥보다 큰 눈깔은 희번뜩 뜨인 상태다.
그걸 울프헤딘의 권능으로 해제하면 와꾸가 쩍 갈라지면서 외피며 다리가 굴러 떨어지는 것이고. 내 개좆밥 시절 PTSD인 하수도가 생각나서 돌아버릴 것 같다.
─후두둑! 메뚜기 대가리 껍데기가 벗겨졌다.
눈을 꾹 감고 그걸 쓰레기통에 모아서 버렸다. 진짜 정신 나갈 것 같애.
〈우우웁!!〉
〈오에에엑!!〉
참지 못한 사절이 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거 시발, 나도 솔직히 역겨우니까 토는 맙시다. 수학여행 가는 길의 고속버스에서 어떤 씹새가 못 참고 토하면 연쇄반응 터지는 거 몰라?
〈호오, 호오. 변신을 푸는 마법입니까? 형성된 겉껍데기는 벗겨지는 구조군요. 다른 종의 몬스터로 변신했어도 그렇게 될까요?〉
〈……물질적으로 형성되지 않으면 마나로 환원되겠죠. 울프헤딘 백작님께서는 놀라운 기술력을 굉장히 많이 보유하고 계시네요.〉
나랑 만난 뒤로 제일 흥미로워 하는 키아라랑, 나름 학술적인 관점을 보이는 아셰라드 학회장. 그 밖의 사절들은 이제 얼씬도 하고 있지 않다.
─후두둑!
그렇게 마지막 감염자를 완치시킨 뒤, 나는 식은땀을 닦으며 말했다.
〈시술은 이걸로 끝입니다. 선상에서는 혹시나 문제가 생겼을 때 치료하기 힘드실 테니, 며칠간 제가 대리로 통치하는 영지에서 머물다 가시기를 권장하겠습니다.〉
〈……고맙소, 백작.〉
니다벨리르의 외교관 드워프는 토악질을 참으려 하는 얼굴로 말했다.
〈백작은 악몽에 나오리만치 끔찍한 사술(邪術)로부터 우리 니다벨리르의 촉망한 인재들을 구해주었소. 비록 나라를 대표하여 말할 수는 없지만, 나 개인은 결코 이 은의를 잊지 않겠소.〉
〈저, 저희도 그렇습니다…….〉
사절로 온 외교관들은 허리를 숙이며 감사했다.
말로만 하고 입을 싹 씻는 놈도 있겠지만, 후일 보상을 가져다주는 사람도 있겠지. 아마 돈이 될 것 같기는 한데 손해볼 일은 아니었다.
마스크를 벗은 나는 길게 숨을 토해냈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며칠 안으로 회담을 하실 수 있길 바라죠.〉
양심 상 착한 일을 하고 보상까지 받으니 증말 기분이 좋네용.
역시 나는 의사가 체질에 맞았는갑다.
***
──각국의 환자들이 정양(靜養)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흐르고.
내가 이제 이교도 취급을 받아도 반박하기 곤란해질 정도로 영주님 신화를 써내려가기 시작하는 영지민들을 진정시키기 바쁘던 어느 날, 드디어 그 때가 찾아왔다.
해저에 가라앉아 있던 땅, 아틀란티스의 소유권.
그 소유권이 어느 나라에 있으며, 또 이 이동식 아일랜드를 소유한 나라는 어떤 국제 조약을 맺어야만 하는지 정해야 하는 자리.
다름 아닌 휴스로이트 국제회담의 날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