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갈아입는 걸 도와달라는 말은 핑계다.
문화 차이가 좀 있대도 캐쥬얼한 의류인데 입는 법을 모르겠다는 건 이상하지 않은가. 대충 지퍼 쓰는 법만 알아도 윗옷 아랫옷 걸치면 되는데.
욋옷을 입는 방향 같은 게 헷갈릴 수는 있어도 못 입을 거야 없다.
“아핫♡ 차가워요~.”
“피가 다른 데 쏠려서 그래.”
그런데 내가 그걸 굳이 지적할 필요가 있나?
나는 라리루라를 뒤에서 안고 윗옷을 입혔다.
다 알고 유혹하는데 튕기면 라리루라만 뻘쭘할 것이었다. 남편으로서 아내가 부끄럽지 않도록 해 주는 건 당연한 일이지. 암.
시착실의 거울에 밀착한 남녀가 비춰졌다. 라리루라가 내 턱을 쓰다듬었다.
“손놀림이 음흉하신데요~? 옷을 입혀주시는 데 왜 가슴골에 손이 가시나요?”
“누구 말마따나 손이 차가워서 손가락이 안 움직이거든. 손부터 녹이게.”
달라붙어서 크롭티를 입혔다. 소매가 긴 윗옷에 배꼽과 팬티만 시원하게 드러난 복장이 신기하게 꼴렸다. 라리루라가 눈가에 대고 V자를 했다.
“어때요? 저 어울려요?”
“카톡에 등록된 친구가 3자리인 인싸 같음.”
“이세계 촌놈도 알아들을 말로 해 주실래요?”
“친구나 남자들한테 인기 많을 것 같다고.”
“어떻게 아셨어요? 저도 제가 한 곳에 알 박고 살면 1년 안으로 그 영지 사람들 전원이랑 식사에 초대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카피바라 인간 같으니.”
크롭티 밑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브래지어가 좀 거슬리지만 거울에 비친 모습이 흐뭇하니 꼴렸다. 라리루라는 달콤한 신음을 흘렸다.
“앗…♡ 그치만 어차피 이젠 선배한테 길러지고 있는걸요…♡?”
“당연하지. 안 그랬으면 목줄에 내 이름 적어서 채워놨어.”
“목줄…… 그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네요. 흐앙♡”
브라를 끌어내리고 젖꼭지를 애무하다가 하의를 입혔다. 라리루라의 긴 다리가 이리저리 움직이는 게 상당히 매혹적이었지만 참았다.
다리를 붙잡고 신발을 신겼다. 매듭 묶는 법이 어려운 듯 라리루라는 끈을 엉성하게 묶었지만, 그 이상한 리본도 매력 포인트로 보일 만 했다.
거기에 검은 자켓과 모자를 걸치자, 모델 같은 체형의 미인이 탄생했다.
“완성! 이세계 라리루라 1호!”
라리루라는 스마트폰을 조작하면서 나를 안았다.
─찰칵! 귀엽게 포즈를 잡고 거울로 사진을 찍는 후배님. 인스타 같은 데 올라올 법한 염장 지르는 커플 투샷이었다.
나는 잔망스러운 아내의 허리에 팔을 감았다.
“라리루라 1호? 프리실라가 아니고?”
“프리실라 1호는 현재 비매품이에요! 소유주가 독점욕이 강하셔서!”
“왜? 앞으로는 질투심 부리지 말까?”
“네에~? 싫어요~. 라리루라가 딴 남자랑 눈만 마주쳐도 삐져주세요~.”
“존나 독점욕의 독점욕인 거임.”
“끈끈하다 못해 질척질척 찌걱찌걱한 관계네요! 그럼 다음 옷!”
양팔을 벌리고 허리를 갸우뚱 거리며 웃는 우리 후배님.
“그런데 저, 옷을 벗는 법도 잘 모르겠어요♡”
“그 정도면 평생 옆에 붙어서 보살펴줘야겠다?”
“정말요? 으음, 그럼 평생 배우지 말까……?”
“요게 잔머리 굴리긴.”
─홱! 바지를 끌어내리고 속옷 차림으로 훌러덩 벗겨버렸다.
“꺄~ 덮쳐진다~♡”
“흐흐흐. 소리쳐 봤자 아무도 안 온다.”
“그러기야 하겠죠. 자, 다음은 이거에요.”
라리루라는 간드러진 연기 톤으로 장난을 치다 다른 옷을 골랐다.
“이거 있죠? 남친이 좋아하는 치마 넘버 2라고 돼 있었어요!”
“그러고보면 번역은 돼 있었어?”
“왠지 모르게 읽히던데요!”
꿈이니까 그렇겠지. 대충 납득한 나는 새 옷을 받았다.
“테니스 스커트라. 남자들이 좋아 죽긴 하지.”
팔랑팔랑 흔들리는 치맛단이랑 꽉 조인 허리가 여성스러워서 그런가? 이유가 뭐가 됐든 예쁜 건 확실하다. 허리를 끌러서 라리루라에게 채웠다.
그렇게 딱 봐도 소녀소녀한, 대학원 새내기들이 입을 법한 옷이 됐다.
라리루라의 나이도 그 즈음이니까 어울릴 수밖에 없긴 하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왜 입혀주고 나니까 코스프레를 시킨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이래보나 저래보나 캠퍼스 커플 코스프레인데.
나이 30살 먹은 놈이 자기 로망을 띠동갑 가까운 여친에게 강요한 기분. 그래도 라리루라는 마냥 좋았는지 거울에 대고 몸을 이리저리 돌렸다.
“핑크색 티도 좋네요. 그런데 가슴이 엄청 껴요!”
“너만한 가슴은 전문점을 따로 찾아야 할걸.”
아니면 아까 전의 크롭티처럼 넉넉하게 입던가.
베로니카-라리루라 레벨만 돼도 그렇다. 네페르티티도 꽤 크니까 마지노선은 티르시인가? 프랑은 브라만 해도 해외 배송을 고려해야 할 거고.
언급이 안 된 다 모씨는 프리패스고.
─찰칵! 사진을 찍은 라리루라는 문득 생각난 듯 말했다.
“그러고 보면 이 치마가 넘버 2면, 넘버 1은요?”
“교복.”
“……입어드려요?”
“……나중에.”
작년까지 교복을 입을 나이였던 애한테 진짜로 교복을 입히면 내 쥬지랑 인내심이 원큐에 휘발될 거 같거든. 나는 라리루라의 뒷머리를 만져댔다.
“그런데 라리루라. 너 혹시 머리 기르게?”
“네? 어떻게 아셨어요? 아직은 티도 별로 안 날 텐데?”
“가까이서 보니까 알겠네. 아까 전까지는 그냥 자르는 게 1~2주 밀렸나 했는데, 끝이 다듬어진 걸 보면 일부러 기른 느낌이라서.”
“정말, 눈치 하나는 귀신 같으시네요! 사실 살짝 길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까 해서, 변신 목걸이로 몇 가지 모양을 실험해 보고 정했는데──”
라리루라는 얼굴이 환해져서 재잘거리다 갑자기 바짝 굳었다.
“타임. 잠깐 타임이에요.”
─주춤주춤. 경계하듯 물러서는 라리루라. 우리 아내들이 내가 염병을 떨어도 ‘또 시작이군’이라는 표정으로 지켜보는 이유를 알 것만 같다.
또 시작이군, 이 전직 서커스걸.
“왜 또 그러는데?”
“왜긴요. 자꾸 그렇게 숨 쉬듯이 유혹하지 말아주실래요?”
“저어가 뭘 했다구 그러시죵.”
“막 대화 틈틈이 평소에도 널 신경쓴단다~ 하는 어필을 하시면 곤란하거든요? 붙잡은 물고기한테 먹이를 너무 많이 주시면 살이 잔뜩 올라서 혼자선 아무 것도 못하게 된다구요!”
“토실토실한 게 먹음직스럽고 좋지 않나?”
“안 돼요! 절대로 안 돼! 애완동물이랑 가축은 180도 다른 거에요! 적극성도 없이 사랑을 받길 기다리기만 했다간 단순한 암컷 가축이잖아요!”
동물에 비유하는 건 좋지만 워딩이 너무 쎈데.
암컷 가축이건 애완용 암컷이건 느낌은 도토리 키재기 수준 같고.
라리루라는 콧김을 뿜으며 가슴을 폈다
“아무튼 안 된다면 안 돼요. 저희 공이랑 사는 확실히 하죠. 선배가 줘도 되는 건 제 몸의 전부랑 마음의 90% 정도니까요?”
“나 혼자 주주총회에서 나머지 10%도 부결시킬 수 있겠는데.”
“그렇게 나오시면 저도 제가 가진 선배 마음의 지분을 주장하겠습니다☆!”
“인수합병 엔딩이잖아.”
“세간에선 보통 결혼이라고 하죠?”
쓰벌. 옆구리에 니킥을 맞은 기분이야.
나는 농담하던 그대로 합죽이가 되었다. 합.
“……조금만 더 기다려. 빨리 끝낼 테니까.”
“옷 갈아입히는 걸요? 아니면 결혼식을?”
“둘 다요. 이 몹쓸 후배 녀석아.”
까르륵 웃으며 팔을 벌리는 라리루라. 나도 킥킥대면서 그 옷도 벗겨주었다.
“끙…….”
근데 쓰벌, 옆구리 지퍼가 당겨지질 않네.
“씁, 이 지퍼 왤케 뻑뻑해?”
힘을 주면 부숴질 것 같아서 고생하고 있자 라리루라가 키득거렸다. 무릎을 꿇고 자기한테 치마를 입혀주는 내가 너무 보기 좋았던 모양.
“선배도 참, 벗기는 건 잘만 하시면서 입혀주는 건 완전 못 하시네요? 여자 옷을 벗길 줄만 아는 성욕 몬스터라는 게 다 들키겠어요♡”
“너도 몰라서 물어보는 주제에 말이 많다?”
“모르는 건 지식의 문제지만 알고도 못 벗기는 건 지능의 문제랍니다~?”
단 둘이 있어서 그런지 오랜만에 옛날 성격이 좀 나오는군 그래.
‘하지만 예전에나 꿀밤으로 넘어갔지, 이제는 좀 다른데.’
오랜만이라서 생각이 못 미쳤나 보군. 내가 픽 웃자 라리루라는 의외의 반응에 눈을 깜빡이면서 살짝 불안스러워 했다.
“어? 아, 안 때리시게요……?”
“너한테 맞는 취미가 있는 줄은 미처 몰랐네.”
그렇게 말하며 스커트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파스스…!
라리루라가 뭔가 말하기도 전에 그것을 지웠다. 이 녀석이 입고 있던 옷도 꿈 속의 피조물이므로 내가 마나로 조작한다면 못 지울 도리가 없다.
“힉…?! 뭐, 뭘 하시는 거에요?!”
위아래 속옷이 사라지자 라리루라는 놀라며 치맛자락을 눌렀다. 그러고 보면 이 녀석은 평소에도 치마를 잘 안 입는 편이던가.
“난들 어쩌냐? 옷 벗기는 방법을 모르겠는데.”
“……우와, 치사해.”
“맘대로 말하렴.”
벽에 물러난 라리루라의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싫지만은 않은지 흠칫대긴 해도 저항은 않는다.
“꿈속에 있는 사람들은 진짜로 안 보인댔지?”
나는 라리루라에게 발기한 자지를 들이밀었다. 누구더러 변태라고 말할 자격도 없을 후배님은 그 속뜻을 바로 간파하고 목소리를 낮췄다.
“그,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않아요……?”
“먼저 시착실에 불러 놓고, 실컷 소리치기까지 했으면서?”
이번엔 라리루라가 합죽이가 됐다.
‘현실이었으면 직원이 와서 나가달라고 했을 게 뻔하지. 남녀 둘이 시착실 하나에 같이 들어와서 소리쳐댔으니까.’
그런데 아직도 감감무소식이지 않은가? 우리가 여기서 더 뭔가 한답시고 문제시될 이유가 없다. 진짜 문제가 되도 어차피 한순간의 꿈이고.
…꿀꺽.
거기에 생각이 미쳤는지 라리루라는 조심스럽게 커텐을 손으로 벌렸다.
사람들이 쇼핑몰의 내부를 태연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진짜가 아니란 걸 알기에 데이트할 때는 거슬리지만── 반대로 말하면, 상황 설정으로는 딱 좋은 정도의 NPC들.
그래서였을까. 라리루라의 결심은 빨랐다.
“……저, 저는 분명 싫다고 했어요.”
─홱! 정나미가 떨어졌다는 태도로 등을 돌리는 우리 후배님.
하지만 그렇게 나를 등지기도 잠시. 라리루라는 자기 손으로 치맛자락을 잡아서 엉덩이를 보이곤 살짝 뒤로 뺐다. 잡고 박기 좋은 후배위 자세였다.
“박기 좋게 허리를 내밀면서, 하기는 싫으시다?”
윤기가 흐르는 소음순에 손가락을 넣었다.
살짝 휘젓자 이미 상당히 습기가 고여 있었다. 자지에 길들여진, 남자에게 박히는 육욕에 익숙한 보지의 본능적인 발정태세였다.
“………………꿈이라면.”
거울에 손을 짚은 라리루라는 얼굴을 붉히다가 중얼거렸다.
“현실에서 하면 안 되는 걸 즐겨도…… 괜찮지 않을까요♡?”
라리루라의 눈동자가 음란하게 젖어들었다.
나는 말없이 웃고서 최대한 조용하게 삽입했다.
…쯔붑♡!
“후으으…♡”
뜨겁게 달궈진 열기가 하복부를 관통하는 감각.
라리루라는 그 자극에 목소리를 죽이며 허리를 떨었다. 내심 이렇게 되길 바라고 건방지게 굴던 후배가 보지를 꿰뚫린 것으로 즉시 얌전해지는 게 우스우면서도 사랑스러웠다.
파르르르…♡!
허리를 구부리면서 내 귀두에 스스로 성감대를 갖다대는 라리루라를 붙잡고, 그대로 벽에 뭉개듯 밀쳤다. 앞뒤로 압박하자 자지의 쾌감도 늘었다.
“오극…… 후엑♡”
목소리가 커지려는 라리루라의 혀를 손가락으로 눌러서 막았다.
마음대로 원하는 꿈을 꿀 수 있는 세상 아닌가.
야한 꿈을 안 꾼다는 게 어디 말이나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