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다벨리르에서 브리타니아까지.
이동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그렇게 멀지 않은데, 직선 통신으로 마나를 날리기에는 까마득한 거리. 그 마나가 분신 같은 게 되면 현대 기술력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듣는다.
교통/통신 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이세계다.
그런 세상에서 저 여왕, 이발디 16세의 분신은 얼마만한 의미를 가질까.
유물, 니다벨리르 왕가의 보물, 아니면 그 외의 이것저것. 떠올릴 수 있는 가능성은 많지만 나는 넋을 잃지 않고 안연자약하게 대응했다.
【분신으로나마 여왕 전하의 옥음을 전해들을 수 있으니 기쁘기 그지 없습니다. 그러나 저를 성에 초대하시는 것도 아니고, 전하께서 친히 왕림하실 줄은……】
【다망하신 분을 불러서야 쓰나요. 미리 연락을 넣지 못해 죄송했습니다.】
사과까지 하나? 나는 내심 곤란해졌다.
자기 나와바리에서 방귀 좀 뀐다는 인간들을 꽤 만나봤지만, 이 바닥의 국룰은 오만하지 않은 인간군상일 수록 상대하기 귀찮다는 점이었다.
물론 내 대외의 행보를 보면 왕후장상이라도 좀 물러나서 대화하는 게 옳다.
‘하지만 그걸 언행에서도 완벽하게 실천하는 건 다른 얘기지.’
아파트 부녀회장만 되도 경비원을 존중하면 진상 아지매들이 뒷담을 깐다던데, 그게 나라 대빵이면 어떻겠는가. 본인이 오만하지 않아도 입장 때문에 그렇게 굴어야 한다.
안 그러면? 왕의 위엄이나 자격 같은 걸로 꼬투리를 잡히고도 남는다.
그걸 무시할 수 있다는 건 여왕이 정치에 밝지 않거나, 반대로 너무 밝아서 권력을 강고히 하고 있다는 뜻이다. 소문을 듣는 한은 100% 후자다.
【경의 무용담과 정의로운 행보는 옥좌에 앉아 이야기로 들은 저조차 그 고결함에 감탄을 금치 못할 정도였습니다. 영웅과 같은 시대에 존재한다는 건 이런 느낌일까 싶더군요.】
【평소 흠모하던 분께서 금칠을 해 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엘리트한 대굴빡을 굴려대는 한편으로 사담으로 밑밥을 주고받는 우리.
사실 집단적 독백이나 다름없는 대화다.
외교관들을 대접하며 etc를 구구절절 대화하기.
이발디 여왕이 기어이 말을 꺼낸 건, 내가 ‘이래갖고 목 마를까 봐 마실 차가 꼭 필요한 거였네. 니미’하고 생각하던 무렵이었다.
【원정대 소식은 들었습니다.】
【전하. 저는 평민 출신이기에 우아한 수식어와 기품 있는 화법에 익숙하지 못하나이다. 여왕 전하를 배알하리라고 알았노라면 조금이나마 연습했겠습니다마는.】
‘예고도 없이 왔으면 빙빙 돌려 말하지 마’라는 뜻이다.
왕이랑 대화한다는 게 딱히 긴장되지는 않더라. 주간 퀘스트로 보는 보스몹 느낌이다. 쫄리던 건 쪼렙 시절 얘기지, 이제는 노가다의 일환이군.
【그렇게 하죠.】
이발디 16세는 쿨한 드워프였다. 인형의 모습인데도 성격이 보일 정도로.
【니다벨리르 왕실 역시 아즈테카 원정대에 협력하고 싶습니다.】
【말씀드리기 죄송하지만, 어려운 제안입니다.】
내가 외교 수식어에 익숙하지 않다고 야부리를 털기는 했지만, 그게 반쯤 구라라는 건 알 것이다. 이발디 16세의 목소리가 뚝 끊겼다.
표정이 안 보인다는 게 유리하긴 하군. 아무런 걱정없이 대놓고 고민해도 되네.
【즉답이시군요. 이유가 있으십니까?】
이런 자리에선 답이 정해져 있어도 텀을 두고서 말하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바로 대답한다? ‘어렵다’가 ‘지랄 노’라는 뜻이란 걸 생각하면 이건 협상이 가능한 포인트가 아니라는 얘기였다.
【아즈테카 원정에 보다 많은 힘이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히타이트의 단서를 뺏기기 싫다는 것도 본심은 맞지만, 본말전도는 곤란하다. 성공했을 때만 생각하면서 투자하면 개미도 기관도 폐사하기 딱 좋지.
【하지만 전하께서도 소식은 들으셨겠지요? 저 아틀란티스에서 있었던 불미스러운 사건을. 저는 그 일련의 행위가 반복될까 염려됩니다.】
【물론 들었습니다. 저의 소중한 신하들을 구해주신 덕에, 저도 귀공의 원정에 협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까요.】
원래는 저걸 역이용하려 했다는 건가.
외교관을 위험에 빠트렸던 것이다. 각 잡고 지적할 수도 있다.
그저 다들 ‘외교 자리에 발생한 테러 사건’ 같은 오점을 트집 잡기엔 똥 묻는 개인 게 문제지. 저 니다벨리르라고 역사 상 비슷한 일이 없었을까?
‘그런데 오히려 은혜가 어쩌고 하면서 숟가락을 꽂네?’
고마워서 그런다는데 뭘 어쩔 것인가?
저렇게 나오면 거절할 말도 궁색해진다. 대단한 여왕님이셔.
‘원정은 인력이 필요한 일이다. 제안을 받아들일 거라고 견적을 잡았어도 이상하진 않지만, 그래도 이번만큼은 조금 경우가 다르지.’
나는 커피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찻물에 목을 축이고 나서 말했다.
【많은 인원이 참여한다면, 개중에 어떠한 인간군상이 섞일지는 알 수가 없는 일입니다. 인선을 주의하더라도 그렇죠. 저번 판데믹 때는 범죄자가 배에 숨어 있더랍니다.】
이 아즈테카 원정에 평소 싸우던 적은 없다.
싸우게 된다면 오직 현지의 적 뿐이다.
〈편찬대대〉도 굴라나뢰크도 이 무대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아니, 각본가인 내가 배우 목록에서 먹줄을 죽죽 그어서 지워버릴 생각이다.
‘애미 없는 충왕대군이나 레티티아 같은 사태는 사절이다.’
외환에 맞서기도 바쁜데 갑자기 어느 엑스트라 같던 쌍놈이 변신하면서 ‘나는 어디어디 소속이신 누구누구시다’하면 존나 야마돌 것 같다고.
【……준비가 모자라질 수도 있는데 말인가요? 외부인의 위험과 원정의 실패를 저울에 놓으시고 그러한 결정을 내리셨다면야, 제가 말씀드릴 일은 아닙니다만.】
【저는 따지자면 무관(武官)이라, 준비 쪽은 더 적재적소인 분들께 부탁드렸습니다. 마침 이틀 쯤 전에 찾아와 계신데 불러드릴까요?】
【네?】
이발디 여왕은 어안이 벙벙해졌다가 수락했고, 그 울끈불끈한 금태양(금발 태양신의 대리인 양반)께서는 내 집무실에 다시 한 번 들이닥쳤다.
【──이 몸, 강림.】
보디빌더 같은 포즈를 취하는 나르메르-나일 인.
나도 이야기한 횟수는 한 손에 꼽는데, 비교적 사석이니만큼 처음 알현실에서 뵀을 때보다 익살을 떠는 게 인상적이다.
나는 그들에게 자리를 권하며 말했다.
【필시 구면이시겠지만 호스트로서 소개 드리겠습니다. 나르메르-나일의 최고 통치자 파라오 셰드멘호테프 폐하와, 샤드세브티 공주님이십니다.】
멀리멀리 사막국가에서 날아온 나르메르 일짱과 그 딸이다.
참고로 둘 다 트루-본인.
그러니까 말했잖아. 왜 이렇게 왕족들이 바깥을 돌아다니길 좋아하냐고.
어떤 미친 황제가 차세대 황위계승권 1위랑 딴 나라 귀족을 찾아온대냐. 다음 세대의 파라오라는 공주님은 외교관이 내려놓은 인형에 대고 인사를 했다.
【그 동안 평안하셨는지요, 여왕 전하. 샤드세브티입니다.】
【……네. 격무로 바쁘지만 건강은 좋답니다.】
자기도 도긴개긴이면서 이 미친 부녀의 존재에 충격을 삼키는 이발디.
그녀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여러분께서도 원정을 논의하러 오셨는지요?】
【그렇다, 이발디. 그도 그럴게, 이 원정에는 이 몸이 몸소 참여할 예정이니까!】
【……예?】
인형이면서 ‘니들 미쳤니?’라는 표정이 보인다. 근데 그 표정을 나한테 향하시는 건 괴잉장히 아니꼽거든요? 나도 피해자야 이 년아.
【지, 직접 가신다고요?】
【그러면 전조(前朝) 때처럼 후계자를 보낼까? 똑같은 실패에서는 배울 게 없기 마련이지. 하긴, 이 몸과 노르드, 거기에 키아라까지 함께라면 못 할 일이 어딨겠냐만! 크하하하!】
명색이 왕 주제에 얼마나 인싸면 벌써 나를 이름으로 부르고 계신다.
존나 골치가 아프다. 역시 커피가 필요해. 세상 달다구리한 믹스 커피가.
【……샤드세브티 공주.】
【저는 말렸습니다.】
무언의 질문에 눈을 피하는 샤드세브티. 아빠가 만인지상의 파라오인데, 그 파라오가 미친 놈이면 얼마나 눈앞이 아찔하겠는가.
진짜 끔찍한 건, 마냥 미친 놈이기만 한 건 또 아니라는 점이었다.
【구, 국정은 어찌 하시고?】
【후대에게 물려줄 만큼 물려줬다. 국정도 맡겨봤다. 파라오의 자리도 내 귀환 여부와 무관하게 딸의 앞으로 돌아갈 테지. 노르드와의 계약도 내 명의가 아니고.】
【계약?】
【골렘 발주 계약 말이다. 흑마법사 토벌 등에 꼭 필요했거든!】
티르시를 로마니아의 명예 귀족으로 만들어준 건 저 파라오다.
그래서 나르메르-나일의 수도에 도착한 나는 그 취임식 전에 그를 만나서 계약을 나눴다. 취임식 전후에 살짝 말했었는데 아내님들은 기억하실랑가 몰라.
그 계약 내용이란, 골렘에 관한 이모저모다.
그런데 셰드멘호테프는 그 계약의 주체를 자기가 아니라 딸에게 맡겼다.
그건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 〈임모르탈리스〉 토벌과 희귀금속 골렘으로 흑마법사 세스코가 돼 버린 나와의 계약을 후대까지 넘긴 거니까.
‘샤드세브티의 권력 기반을 다져둔 거지.’
직접 말하기엔 좀 그런데, 일단 나는 나르메르-나일에선 영웅 취급이다.
시민들에 한정한 이야기긴 한데, 아무튼 그러다 보니까 나와 공주가 계약을 맺었다는 건 생각보다 의미가 크다. 모반 자체가 어려워지거든.
모반에는 명분과 시기, 따라줄 사람과 군사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국민영웅인 나를 빼놓고 반역을 하자니 명분이 없다. 나를 회유해 봐도 파라오나 그 딸이 폭정을 펼치던 암군인 것도 아니다.
내가 몰락귀족인 티르시를 다시 귀족으로 만들어달라고 부탁했을 때, 셰드멘호테프는 기다렸다는 듯 그렇게 제안을 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게 말이다? 잡초란 확실하게 뿌리를 뽑지 않으면 또 자라나는 법이잖나. 그래서 〈임모르탈리스〉의 짝꿍인 뭐시기 탈리스가 또 나오지 않게 골렘을 증산했는데──】
손을 펼치며 말하던 셰드멘호테프는 그 얼굴에 쓴 코끼리 가면을 두들겼다.
【정작 이 몸의 대자비가 닿는 강역을 전부 일주하고 나니, 이게 웬걸! 골렘이 너무 많았다!】
존나 개빡대가리 같은 소리에 말을 잃는 이발디.
【그래! 흑마법사들은 거의 치워가는데 골렘도 병사도 손이 남더란 말이다!】
셰드멘호테프는 좆도 개의치 않고 기세 좋게도 외쳤다. 휙─! 팔을 휘두르면서 역동적으로 말하는 파라오에게 위엄은 1mm도 없다.
【전부 어디 창고에 처박아만 두자니, 유지비는 하늘에서 떨어지나? 실로 큰일이었지! 세금이 줄줄 샌다! 딸에게 등짝을 얻어맞은 이 몸의 식은땀도 줄줄 샜다!】
【그, 그렇다는 말씀은.】
【옳다! 남는 자본을 적재한 적소에 투자했지! 남은 일을 마무리할 골렘들을 뺀 골렘들을 전부 다 이 원정대로 돌렸다!!】
나는 따블-로얄 패밀리 앞에서 무례하다는 걸 알면서 눈을 질끈 감았다. 태연하게 하는 얘기가 터무니 없어서 다시 들어도 골이 땡기는 거에요.
‘흑마법사 토벌은 테러와의 전쟁이지.’
그리고 전쟁의 기본은 속전속결이랑 대량생산.
여기까진 맞다. 듀나미스 공방의 기술력이 세계 제일인 것도 맞고.
【그, 누구였지? 하모예드라던가 하는 듀나미스 공방의 하부업체에 의뢰해서 만든 골렘들이다! 몇 번 운용해 보니 성능은 말할 나위가 없더군!】
기술력이 뛰어나도 일개 공방이 나라를 상대로 돈으로 승부할 순 없는 법.
얼마 전에 나르메르-나일에서 날아든 영수증의 금액 단위를 보고 지려버릴 뻔 했다. 아틀란티스 위에 울프헤딘 랜드를 짓고도 남겠더라.
나르메르-나일이 뽑은 골렘은 그만큼 많았다.
뒤지게 많았다.
물론 그거야 내가 만들어낸 흐름을 타고 국내의 흑마법사 씹새들을 뿌리 뽑는 일에는 필요한 지출이다. 그러니까 여기까진 정상적인 정책이 맞다.
‘그런데 그걸 아즈테카 행에 꼴박하는 건……’
시이발, 뭐 그래. 여기까지도 좋다고 치자.
생각하기 나름으로는 묘수일 수 있다.
왜냐고? 전쟁 후에는 꼭 군축이 뒤따르거든.
당장 한국 남자들이 북한만 없어져도 징병제가 끝날 거라고 믿는 것처럼, 적이 없어진 상황에선 전시만큼의 자본을 국방에 투자하기 힘들다.
한국은 중국과 러시아 때문에라도 2100년생의 SF 잼민이들조차 ‘나 때는 군대 안 갈 듯’하면서 희망회로에 버닝 소울을 불태우겠지만, 나르메르-나일은 그 정도까진 아니다.
하물며 골렘과 병사는 노동자와 로봇의 관계.
무인 편의점이 편돌이(안 편함)들을 대체해가던 것처럼, 골렘이 존나게 많으면 병사들이 할 일이 없다. 나라의 세금으로 밥만 축내게 된단 뜻이다.
‘병사가 할 일이 없으면? 당연히 해고지.’
그렇다고 ‘골렘 유지비! 병장 월급보다 싸다!’며 하루 아침에 일선의 3류 이하 병사들을 직장에서 싸그리 싹싹 숭덩숭덩 잘라버릴 것인가?
할 줄 아는 게 싸움 뿐인 게 태반인 병사들.
고등교육을 받은 장교의 비율은 1%는 될까.
하루아침에 밥 벌이 수단을 잃은 그들이 어디로 갈까. 그 체력을 살려서 농사로 들어갈까? 좋겠네. 농사지을 땅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겠군.
차라리 병사들이 하늘로 올라가는 게 빠르겠네.
흑마법사의 자리를 흑-마피아로 대체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해고도 불가능. 골렘들을 한 자리에 몰아놓고 캠프파이어를 하는 것도 세금 낭비다.
병사가 죽지 않게 만든 골렘이 오히려 병사들의 삶을 씹창내게 생긴 모순.
이걸 어떻게 해결하지?
정답은 전통적인 발상에 있다.
그래. 가장 확실한 수단은 ‘일본을 공격한다’다.
친환경전사들로 이루어진 정복국가의 사고방식, 그 첫째.
─전후 군축이 어려우면 전쟁을 또 하면 되잖아?
병사가 남는다고? 그게 뭐? 전쟁 중에 병사들이 많은 게 문제인가?
군비는 어디서 나냐고? 따서 개같이 갚으면 됨.
그런데 이게 웬 떡인지, 아즈테카 원정에 남는 병사들을 몰아넣을 기회가 생겼다. 파라오 대환희. 아즈테카-히타이트 코인 풀매수다.
굳이 정복국가가 아니어도 이런 짬처리식 ‘군인 처분’ 전쟁은 지구 역사에서도 있었던가.
‘그나마 골렘이라서 사람들이 죽는 건 아니니까 양심적인 편이지.’
그러니까 파라오로서는 명분과 실리 모두 얻는 정책이 맞다.
봐라. 이 심계의 깊이. 역시 강대국의 제왕이자 살아있는 신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성불한 꼬마 파라오도 후손의 능력을 보고 물개박수를 치겠지.
【그리고 그 골렘들을 이 몸이 지휘하는 거다!】
그 물개박수가 뺨따귀로 바뀌기까지는 얼마 안 걸리겠다만.
‘잘 가다가 왜 갑자기 본인이 거기 참여하냐고.’
아즈테카 코인에 떡상각이 보였다고 매수하는 건 좋다 치자. 근데 거따가 제 3금융에서 대출받아서 때려박는 건 무슨 심보인 것이지.
【뛰어난 마법사인 이 몸의 지휘니라! 골렘들은 만군에 필적하는 병사가 된다!】
【……참고로, 몇 마리를?】
실제 광인을 이해하지 못한 정상적인 여왕님의 질문.
셰드멘호테프는 씩 웃고 손가락 3개를 내밀었다.
【……3백?】
【가소롭도다, 이발디여! 그 키만큼이나 협소한 상상력이군! ‘3천’이다!】
여기서 잠시 삼국지 뇌를 빼고 봐 보자.
쌀먹 국가가 아니면 3천은 보통 숫자가 아니다. 아니, 그보다 바다를 타고 가는 원정에 3천이나 처박는 미친 놈이 어딨어요 씨발아.
그보다 골렘은 인간 병사도 아니다.
따져보자면 대충 파워드 슈트 보병.
스타로 치면 테란의 탱크나 드라군 쯤 된다.
의자왕 삼천드라군녀.
이 파라오는 정말 전설이다.
【……우리 니다벨리르의 상비군보다 많네요.】
【정말로 1만 골렘을 보내시겠다는 걸 극구 뜯어말렸습니다.】
조금만 더 말려주길 바랐어요.
아니, 1만 마리를 보내도 알아서 써먹을 테니까 니 아빠만 어떻게 집에 데려가렴. 강북호 소령이 지휘하는 중대에 셰드멘호테프 국방부장관이 꼽사리 껴 있잖아.
【그렇고 말고! 3천이라니 너무나도 애매하다! 그에 비하면 1만은 어떻지? 임팩트도 있고 딱 떨어지는 것이 실로 좋지 않은가!】
【3천만 해도 차고 남습니다. 상륙정은 어떻게 하시게요? 골렘이 헤엄도 친답니까? 배도 아닌데 금속덩이가 잘도 바다에 뜨겠습니다, 아버님.】
【아틀란티스는 물에 뜬단다, 내 딸아!】
【아버님도 골렘에 묶어 던지면 물에 뜹니까?】
【태양은 바다에 저물어도 다시금 떠오르는 법! 태양신의 대리인인 파라오 또한 그러하다!】
【그게 사실이건 아니건 해수면에 떠오르시면 건져드릴 순 있겠습니다. 아버님의 피라미드에는 퉁퉁 불어터진 미이라가 들어가겠군요.】
꽁트는 너희 집에 가서 찍어, 로얄 또라이들아.
【……왕실의 전속 장인들을 보내죠.】
이발디는 나랑 같은 두통을 느끼는 것처럼 눌린 목소리로 말했다.
【아틀란티스의 시가지 수복 등에 써 주시기를. 파견의 대가로 아즈테카 원정의 성과 등을 요구하지는 않겠습니다. 개인적인 용건은 따로 서면으로 전해드리죠.】
【보내주신 장인들은 출정 전에 돌려보내드리면 되겠습니까?】
【예. 원정에 참여 못한다면 그래야 할 테니.】
셰드멘호테프에 비하면 상식적인 결론이었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저 괴인 코끼리 마스크 파라오로부터 도망치려고 나랑 손절 치시는 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인데.
그냥 같이 가자고 할 걸 그랬나 보다. 도나도나 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