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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척척석사 노루-758화 (757/1,009)

─푸확!

두껍던 문이 오러에 찢겨나가자, 마나에 반응한 함정은 바로 몬스터를 토해냈다.

괴물다운 포효는 없었다. 이계의 몬스터들 치고는 지성이 있는 편일지도 몰랐다.

‘두꺼비처럼 생겼군.’

하지만 하체는 뱀과 비슷했다.

두꺼비와 뱀의 키메라라. 쏟아지는 몬스터들은 아가미에서 혀를 쭉 뻗으며 전위에 있던 노르드를 노렸다. 그는 오러를 뭉쳐서 발사하고 돌진했다.

“앞으로만 뛰세요! 움직이면 맞으니까!”

티르시는 영창해둔 마법을 발사했다. 새 완드의 보석 부분이 뱀의 눈처럼 빛났다.

“〈빙결 석화(Frozen Petrification)〉.”

─쩌적! 달려들던 두꺼비 뱀들이 얼어붙었다.

타겟을 얼음으로 만들어버리는 고위 얼음 마법. 맞추는 게 어렵고 동료를 해칠 위험이 크기에 잘 쓰이지 않는 마법이지만, 이제는 남발해도 좋았다.

마법 투사체를 빠르게 만들고 유도 능력을 부여하는 완드의 효과다. 토나슈일루카틀의 눈동자로 제련한 물건이기에 성능은 더 바랄 나위가 없다.

“꽤 쓸모 있네.”

노르드는 지나치면서 얼어붙은 동상들을 3~4개 깨부수고 멀쩡한 두꺼비들을 도륙했다. 예상보다 손맛이 가볍다. 방어력이 낮아서였다.

“생각보다 영……”

중얼거리던 노르드는 입을 닫고 몸을 틀었다.

퓽─!! 두꺼비의 손이 시꺼먼 마법을 뿜어냈다. 피하자마자 머리에 맞불을 놔 줬지만, 다른 두꺼비들까지 동시에 마법을 발동하자 손이 부족했다.

물러난 노르드에게 마법이 쏟아졌다. ─투콰각! 이계의 마법으로 보이는 저주 덩어리를 빛의 검이 쏟아지며 꿰어버렸다.

“사람 정도의 지능은 있네.”

빛의 마나로 만들어낸 발퀴리에의 검을 손짓에 맞춰서 발사하는 다나. 가끔씩 빠져나가는 저주는 베로니카가 주문도 외우지 않고 불태웠다.

거기에 라리루라가 발사하는 마법 화살까지 뒤섞이자 혼란스럽기 짝이 없었다.

마법사들 간의 포격전은 화려하긴 한데, 거기서 구르는 전사들에겐 고역이었다. 노르드는 은색의 채찍을 든 네페르티티에게 말했다.

“여긴 조금 정신 사납네요. 저희끼리 안쪽으로 들어갑시다.”

“응.”

“나도 갈게.”

마법진은 안에 있다. 프랑까지 데리고 몰려드는 두꺼비를 썰며 뛰어든 노르드는 마법진 옆에 진을 친 살찐 두꺼비를 보고 혀를 찼다.

발견하자마자 오러의 창을 투척.

공간 도약의 룬과 【게르튀르】를 포함한 창이 날아들었으나, 두꺼비 앞에 접근한 순간 흩어졌다. 마나 자체가 실타래처럼 풀린 것이었다.

【Wer u'daha Kutau……】

주문을 연신 외는 두꺼비 마법사들.

거의 기어다니는 잡졸들과는 다르게 제대로 일어선 이들이었다. 하물며 문화성이 느껴지는 악세서리까지 걸치고 있다.

“노르, 번역 돼?”

“전혀.”

“기분 나쁜 마나. 적개심도 한가득.”

노르드와 프랑은 신중했고, 네페르티티는 살짝 더 과감했다.

─꽝!! 무슈흐렐리틀의 힘줄로 만든 채찍이 신축하며 방어막을 부숴버렸다.

마법 방어에 특화한 실드였다. 하지만 채찍이 더 뻗어가기도 전에 두꺼비 마법사 1마리가 노래했다. 다른 질감의 실드가 채찍을 막아냈다.

“실드, 여러 겹. 조심해.”

“4겹이에요.”

나이프를 던져서 실드의 빈틈을 찾으며 프랑이 첨언했다.

각자 1장씩 실드를 펼치는 두꺼비 마법사가 다 해서 4마리. 돌림노래처럼 마법을 발동하면 거의 무한하게 유지가 가능했다.

【Kuas…… H'amnr Vhil!】

그리고 그 중심에서 살찐 두꺼비가 주문을 외울수록 소환 마법진의 빛이 강해졌다.

그렇지 않아도 유적 안에도 많은 마법진이다. 저 속도로 나오면 얼마나 늘어날까.

외유를 즐기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봐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네페르티티는 방어. 프랑, 골렘 꺼내서 벽으로 삼아. 유적은 좀 부숴도 돼.”

두꺼비를 도륙하며 노르드는 역할을 분담했다.

“내가 신호하면 둘 다 근처 마법진을 박살내.”

“알았어. 〈백토인형(Doll of White Clay)〉!”

“……반말, 의외로 나쁘지 않아.”

프랑이 골렘을 소환하고 채찍이 미친듯이 사방팔방을 휘저었다.

─쫘악! 두꺼비는 스치자마자 물에 젖은 티슈를 방불케 하며 찢어졌다. 접근 금지의 살육공간이다. 네페르티티의 기술 중 하나였다.

【ᚱ(Raidō).】

노르드는 룬 스톤의 보조를 받으며 해체 술식을 멀리 날렸다.

닿는 족족 술식이 붕괴되면서 마법진이 무너지자 두꺼비 마법사들이 주문을 외웠지만, 네페르티티가 시체를 걷어차서 실드를 뒤흔들자 멈췄다.

“해체 끝! 역할 교대!”

─카각! 프랑의 나이프가 자유자재로 비행하며 마법진에 꽂혔다. 네페르티티의 채찍은 10미터로 늘어났다가 줄어들면서 먼 마법진을 부쉈다.

두두두두…!

유적 안에서 두꺼비들이 기어왔지만 거리가 먼 이상은 문제 없다.

브류나크에 바람의 마나가 감겼다.

“폭류파.”

두꺼비들의 기름과 누런 피가 창에 감은 바람의 마나에 휩쓸려 복도 안쪽에 흩뿌려졌다. 짓무른 액체가 두꺼비들이 달려오는 길을 흠뻑 적셨다.

〈구름 소환(Summon Cloud)〉

〈번개의 화살(Lightning Missile)〉.

2개의 마법을 조합해서 유적의 벽에 부여한다.

─파직. 적란운처럼 검은 수증기가 젖어든 복도 안쪽에 빼곡하게 차올랐다.

노르드는 그 공간에 룬 마법을 발동했다.

“ᚺ(Hagalaz).”

발음으로 발동하는 룬.

배운지 얼마 안 된 참이기에 참된 뜻은 깨닫지 못했지만, 재앙을 상징하는 문자는 번갯불을 품은 구름을 폭발시키며 유일한 통로를 도축장으로 전환시켰다.

잡졸들에게는 10미터에 달하는 복도를 뚫고 올 능력이 없다.

─꽈르르릉!! 탄 냄새가 지독하게 퍼졌다.

“개구리랑 뱀은 닭고기 맛이라던데, 진짜일까?”

“음. 듣고 보니 그랬던 것두 같애.”

“……프랑, 먹어 봤어?”

“식용 뱀. 나르메르-나일의 특산품.”

“뱀을요? 애벌레는 못 드셨으면서.”

─휙!

복도를 뚫고서 날아온 마법을 피하며 노르드는 오러의 창을 뽑았다. 말할 것도 없이 네페르티티가 채찍을 휘둘러서 첫째 실드를 부쉈다.

─쩌엉!! 챙그랑!!

빈틈없이 연속된 투척에 물리 내성의 벽까지도 부숴졌다. 4번째 실드를 맡은 두꺼비 마법사는 큰 동요 없이 자기 방어에 열중했다.

신을 섬기는 그들 형제의 종족은 상당한 지능을 가지고 있었다.

첫째와 둘째가 주문을 새로 발동시키는 동안에 셋째와 넷째가 실드를 유지하면 됐다. 순서대로 4장의 실드를 펼쳐버리면 방어는 완벽했다.

적이 늘어난다면 마법진을 타고 돌아가서 틈을 찾자.

저 인간들을 해치우고 북해로 올라가서, 그들의 신이 소실한 이유를 찾아야 했다. 신들의 싸움이 어떤 식으로든 종식했을 텐데, 그들의 신은 아무 신탁도 내려주지 않았잖은가.

그녀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이었다.

─퍽!! 셋째의 머리에 막대가 솟았다.

“미안, 브류나크! 나중에 닦아줄게!”

공간 도약의 룬으로 투척한 브류나크는 얌전히 웅웅거렸다.

3장 째의 마법 방어 실드를 만들던 두꺼비 마법사가 뒤로 넘어갔다. 오러의 창과는 달리 실체를 가진 창. 그것도 물리 방어 실드를 뛰어넘는 창에 당한 것이었다.

─투쾅!

4번째 실드도 눈 깜짝할 사이였다. 몹시 두꺼운 흑요석 소태도가 중화 식칼처럼 회전하며 두꺼비 마법사들의 목을 몸통과 결별시켰다.

“마지막, 하나!”

부메랑처럼 돌아온 소태도를 잡은 프랑은 몹시 늘어난 마나를 살려서 있는 힘껏 다시금 던졌다. 살찐 두꺼비는 죽은 자식들을 애도하며 방어막을 펼쳤다.

저 칼의 위력은 자식들이 죽은 순간에 확인했다.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거라고 본 그는 지체없이 마법진을 통해서 원래 세계로 돌아가고자 상체를 돌렸다. 뱀 꼬리가 바닥을 박차고자 솟았다.

─썩둑!

하지만 바닥을 치려던 꼬리는 실드를 부순 칼에 잘려나갔다.

살찐 두꺼비는 즉시 후방에 마법을 난사하면서 등을 돌렸지만, 빈틈없이 오러를 덮은 노르드는 그 마법을 몸으로 뚫고 배에 주먹을 때려박았다.

쾅─!! 타격은 육체를 뚫고 등 뒤로 내장을 쏟아지게 만들었다.

“후….”

브류나크를 뽑아내서 두꺼비의 목까지 깔끔하게 쳐낸 노르드는 마법진 건너편에 천리안을 돌렸다. 도저히 미개하다고는 못할 문명의 이계가 펼쳐져 있었다.

그 양식은 명계에서 봤던 도시와 꽤 비슷했다.

“얼씨구.”

고개를 갸웃하던 노르드는 마법진을 해체하고서 등을 돌렸다.

슈와아악─! 살찐 두꺼비에게서 마나가 솟으며 노르드의 몸으로 빨려들어갔다. 이쯤 되면 뭐 거의 확실하구만. 노르드는 브류나크에 묻은 피를 바람으로 닦아냈다.

유물 소태도를 털던 프랑이 물었다.

“노르, 왜?”

“이놈들, 오르틀라위퍼랑 닮았다 싶어서.”

기쁜 소식이었다. 노르드는 천리안과 룬을 조합해서 안쪽의 마법진까지 해체한 뒤에 발퀴리에를 불러냈다. 그는 그들에게 마나를 나눠주고 말했다.

“안쪽을 정리해. 마법진은 다 부쉈고, 나머지는 잡몹이야. 되도록 부수지 말고.”

“직접 안 가?”

네페르티티가 묻자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저희는 여기를 좀 뒤져보죠.”

***

발퀴리에들에게 짬때린 나는 그 근처를 구르던 사람 뼈다귀를 한참 뒤적거렸다.

아내들이 돌아올 때까지 셋이서 넝마가 된 옷을 뒤졌지만, 내가 원하던 건 유적의 끝을 찍고 돌아오는 발퀴리에들의 손에 있었다.

【히타이트의 해도? 이게 안에 있었어?】

악취에 코를 붙잡던 다나는 미스릴 금속 원반을 받고 눈을 깜빡거렸다.

【인간 남성의 시체를 발견. 회수했습니다.】

【……안에 들어왔다가 죽은 거야? 별로 이상한 얘기는 아니긴 한데.】

룬 어의 대화를 듣던 티르시는 머리를 꼬았다.

“이상하지 않나요? 퇴각 타이밍을 모르거나, 이 정도의 던전에서 못 도망칠 정도로 약한 사람들을 아즈테카에 보내진 않았을 텐데.”

“아핫♡ 의외로 저희가 너무 강할 수도요?”

“그랬으면 이 사람들처럼 안에서 전멸했겠을 것 같애.”

프랑은 신중하게 말을 골랐다.

“들어오면 갇히는 구조의 유적두 아닌데, 계속 안으로 들어갔다가 거기서 목숨을 잃었는걸? 절대 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을 거라구 생각해.”

“허나, 그렇다면 왜 전멸했지? 안에 더 위험한 함정이라도 있었느냐?”

베로니카가 물었지만 발퀴리에의 말로는 안에 별 건 없었다고 한다.

유적 자체가 별로 깊지 않았다. 누누이 말하듯 말이 유적이지, 만들어진 시기에는 그냥 건축물일 뿐이다. 막 게임처럼 몇십 층씩 만들 이유가 없다.

“으음. 몬스터라도 있었던 거 아닐까요? 그 왜, 엄청 센 괴물은 마지막에 나오는 법이잖아요! 짱 큰 거대 두꺼비 같은 게 쉭쉭대고 있거나……”

그렇게 말하던 라리루라는 고개를 저었다.

“그럼 발퀴리에들이 못 돌아왔겠죠? 직접 안에 가 보실래요?”

“내부는 천리안으로 봤어. 그냥 막다른 벽이랑 고장난 마법진 뿐이고. 하지만 괴물이 있긴 했을 거야. 히타이트 인들이 왔을 무렵에는.”

다나한테서 석판을 받은 나는 고개를 저었다.

“우신들이 어디서 왔나 했더니, 이 문을 타고서 온 모양이네.”

“……여길 타고 왔다구요?”

“더도 말고 덜고 말고, 딱 영혼만. 그리고 여기 저 두꺼비들의 육신을 빌렸겠지.”

다른 놈들은 몰라도 오르틀라위퍼는 그렇게 온 게 분명했다.

이 두꺼비들은 구신의 마나를 가진 종족이니까.

자주 싸웠던 그 명계의 서리거인들처럼 말이다.

다나는 팔짱을 끼며 탄식했다.

“히타이트 인들이 여길 만들었을 리는 없고, 운 나쁘게 그 현장에 있었나 보네.”

“어. 그치만 운이 나쁘긴 했어도 우연은 아니었을지도 몰라.”

“우연이 아니다? 그건 또 무슨 뜻이야?”

“여기에 오려고 아즈테카에 왔을 거란 소리야.”

아셰라드의 아들은 히타이트의 유적지를 탐사하다가 다른 차원에 날아갔댔지.

이계와 연결되는 마법진도 있지 않은가.

어쩌면 히타이트는 처음부터 차원이동의 기술을 찾고 있던 건 아닐까?

혹시 그게 사실이면, 나한테는 기쁜 일이었다.

히타이트가 차원이동 마법을 연구하고 있었다면, 그 유산을 뒤지다 보면 지구로 갈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잖은가.

나는 해도를 〈아공간〉 석판에 집어넣었다.

“챙길 건 다 챙겼어. 이만 집에 가자.”

토나슈일루카틀의 심장을 비롯한 드랍템은 전부 아틀란티스로 옮겼다. 아즈테카에 남긴 일도 딱히 없고, 해도를 분석하면서 귀환하면 되겠지.

브리타니아로 돌아갈 때다.

집을 그리워하기엔, 그 영주 저택에 이사간지도 얼마 안 되긴 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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