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심란해하던 우린 이야기를 나누다가 갈 곳으로 흩어졌다.
“탐사단 본대 쪽이 걱정이네. 누나 먼저 간다?”
“오래 자리를 비워둘 수만도 없으니까요.”
다나랑 티르시는 책임감 있는 사회인답게 일을 보러 돌아가고자 떠났다.
“……마음이 복잡하긴 하지만, 헤어지는 게 더 아쉽다.”
“금방 다시 만날 건데 뭐.”
프랑도 벌써 떨어진다는 게 아쉽다는 듯이 손가락을 빨다가 돌아갔다.
“아, 네페르티티. 이 깃털 챙겨가세요.”
“응. 분석, 맡겨?”
“네. 바이콘들한테요.”
“알았어. 이따 봐.”
“넹. 푹 쉬십셔.”
네페르티티까지 그렇게 떠나고 나자 라리루라랑 나만이 남았다.
“흐음……. 공간 마법이 담긴 유물이더냐?”
아니지. 베로니카도 남았다. 아내들을 보내놓고 본인만.
99대대의 매직 아이템을 살펴보는 우리 여신님.
‘너는 왜 안 갔어?’나 ‘볼 일이 남았어?’ 따위의 말을 했다가 베로니카가 꽁해지거나 눈을 가늘게 뜨면 대참사. 고로 나는 말보다 행동으로 나섰다.
─쪼물쪼물.
“……나의 그대여. 집중력이 흐트러진다.”
“안경을 쓴 모습이 너무 섹시하길래 그만.”
가슴을 만지다가 혼났다. 베로니카는 콧잔등의 안경을 밀어올렸다.
“분석을 보조하는 매직 아이템이다. 주인님의 그 눈에 비할 바는 아니겠다만.”
“걱정 돼? 뭐, 별 일이야 없겠지.”
내가 오딘의 눈이라고 명명한 이 눈깔의 존재는 베일에 싸여 있었지만, 솔직히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거라는 게 내 생각이었다.
‘이제 와서 봉인한다고 사태가 호전되진 않는다.’
직감적인 결론이었다.
생각해봐라. 울프헤딘의 권능과는 모색이 다른 힘이잖은가.
울프헤딘 → 오딘의 후계자니까 눈깔의 버프도 당연히 따라온다고 봤는데, 영혼을 구원하는 권능이랑 마법을 분석하는 능력은 프렌치와 한식만큼 다르다.
‘오딘처럼 한쪽 눈에만 생기는 버프도 아니고.’
결국 오딘의 눈으로 부르지만, 내가 아는 암컷 오딘의 권능은 아니란 뜻.
‘조심할 건 그 새까만 혼돈의 마나가 침투하지 않도록 하는 거다.’
다행히 그 문제는 우리 따님이 있다.
가족의 힘을 빌어서 병세가 호전되다니? 이것이 진정한 휴먼 드라마 아닐까?
─말캉말캉.
베로니카의 가슴을 탐닉하며 대갈통을 굴려보자 두뇌활동에 버프가 들어가는 느낌이다. 가슴은 늘 옳다. 그 다음으로는 허벅지와 엉덩이가 옳다.
“내가 왜 남았는지 신경 쓰이느냐?”
“안 쓰인다고 하면 거짓말이지? 그야, 할 일이 있어서 남은 거면 일이 끝나자마자 돌아가버릴 것 같잖아. 남편이랑 동생은 쓸쓸해요.”
“맞아요~? 쓸쓸하다구요~?”
라리루라도 베로니카의 배에 안겨붙었다. 으음, 밑가슴의 향기와 가슴의 중량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명당을 노리다니…! 라리루라 놈, 제법이군.
“……후, 후흥. 다들 아부만 늘어서는.”
베로니카는 입꼬리가 승천하려는 걸 필사적으로 막고는 헛기침을 했다.
“발퀴리에를 조정해야 하니까 남았다. 유물들도 봐 두고 싶고.”
“그랬구나. 방해되면 미안하니까 비킬까?”
“네에~♡ 저희는 뒤에서 꽁냥거리죠!”
“아, 아니. 방해되는 것까진 없는데……”
베로니카는 손을 뻗으면서 궁상맞게 굴었는데, 아까는 집중력이 흐트러진다지 않았나? 그러면 뭐 방해되는 거지. 나는 뒤로 빠졌다.
“선배, 선배. 이것 보세요.”
─톡톡. 라리루라가 건드려서 돌아봤다.
우리 후배님도 어디서 났는지 안경을 장착하고 있었다.
“짠~♡ 어때요? 예뻐요? 귀여워요? 막 침대로 테이크아웃 하셔도 되는……”
나는 굉장히 애매한 표정을 지었고, 라리루라는 꽁해져선 말을 잃었다.
“……우와, 엄청 미묘한 반응. 저 울 것 같아요. 아니, 울겠어요. 흐이잉……”
“이 꼴알못 녀석. 어울리는 안경을 써야지.”
전혀 안 어울리는 뿔테를 빼앗아서 룬 마법으로 변화시켰다.
안경알은 둥글고 크게. 라리루라는 눈이 크니까 분명 어울릴 것이었다.
‘요즘엔 좀 길렀지만 원래 단발이고.’
──단발이 어울리는 미녀는 안경도 어울린다.
이건 「상식」이다. 알겠지?
“자.”
그렇게 만든 안경을 얼굴에 씌웠다. 동그란 안경알에 깜빡거리는 커다란 눈망울과 오목한 콧잔등. 라리루라는 어색한 듯 손으로 안경테를 건드렸다.
“으…… 안경알이 무지 커서 무거운데요. 유리 낭비 아닌가 싶──”
“와 씨, 존나 귀엽네.”
“저 당분간은 맨날 이 안경만 쓰고 다닐게요!”
자기 감정에 솔직한 녀석 같으니.
─쪽. 라리루라는 헤벌쭉 웃다가 발끝을 최대한 세워서 내 입술에 키스했다.
“뭐야? 애정표시?”
“영역표시인데요?”
“네가 개냐? 남의 입술에 깃발을 꽂게.”
피식거리면서 농담하자 라리루라는 싱글벙글한 채로 침대에 휙 누웠다. 팔다리를 웅크려서 강아지처럼 접고 머리를 살짝 기울이는 그녀.
“멍멍♡”
“……이 발랑 까진 후배가.”
윗옷이 말려서 배가 다 보인다. 워매 남사스러.
“아뇨, 뭐♡ 여러모로 심란하기도 하고~ 땀을 좀 흘리면 개운해지지 않을까요?”
라리루라는 발끝으로 내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테에엥…! 발기해버렷…!
“좀 더 건전한 운동도 있을 텐데. 내가 애 하날 배려놨군.”
“죄의식 0인 대답 잘 들었구요. 여기서 문제♡ 프리실라 부인의 은밀한 취미는?”
“서커스 훈련.”
“땡~ 그건 안 은밀한 쪽 취미였구요~. 정답은? 두구두구두! 짠! 서방님께 조교받기!”
“차라리 까놓고 섹스라고 말하렴.”
─따콩! 바로 꿀밤을 놔줬다. 아프지 않게 놓은 탓인지 혀를 빼무는 라리루라.
“선배가 책임져 주신 게 잘못이에요~♡ 믿을 수 있는 어른이 보듬어주니까 저도 생각 없이 솔직한 바보가 돼 버리는 거랍니다?”
“완전 잼민이 마인드잖아. 끌끌, 남녀는 칠세면 부동석이라 하였거늘……”
“아핫♡ 그러면 왜 제 옆에 누우시나요?”
“그치만 우린 일곱살이 아닌걸?”
마주보고 누워서 끌어안자 라리루라는 간지럼을 탄 듯 꺄르륵거렸다.
“저희 9살 차이였죠? 그럼 선배가 원래 세계에서 대학에 들어가셨을 때, 저는 아직 2차 성징도 안 온 10살…… 으와와. 으와와와.”
“쓰읍, 그만. 서방님을 나쁘게 말하는 몹쓸 입은 여기냐?”
“아하. 거긴 가슴이에요. 입은 쫌 더 아래인데♡”
“흐음. 길치라서 잘 모르겠네? 여긴가? 아니면 여기──”
─우직!
뭐가 부숴지는 소리가 나길래 흠칫했다.
“이런. 깜빡하고 부숴버렸군.”
마룻바닥에 앉아있던 베로니카가 말했다.
어느덧 발퀴리에를 손보고 있던 그녀가 손에 든 마법 시약 같은 걸 부숴버렸던 것이다. 베로니카는 아무 감정도 없는 눈으로 우릴 바라보았다.
“계속 하지 그러느냐? 시종년의 눈치를 볼 필요 따위가 어디에 있다고.”
“……………….”
“……………….”
나랑 라리루라는 서로 짠 것처럼 눈을 마주치고 베로니카한테 달라붙었다.
“으흐흐. 화났어? 끼고 싶으면 말을 하지.”
“아하하, 언니 삐진 표정 귀여워요♡”
“자, 잠깐. 달라붙지들 말거라! 아직 조정 중── 앗!”
토라져서 화를 내는 것도 잠시. 베로니카는 당황하다가 그만 손을 미끄러트렸다. 시약 중 몇 개가 저울로 잰 양보다 많이 넘쳐흘러서 쏟아졌다.
“이크.”
내가 빠르게 주웠지만 이미 어느 정도는 발퀴리에게 흡수된 뒤였다.
“……어. 큰일났나?”
“크, 큰일이랄 것까진 없…… 하으으!”
“옴뇸뇸.”
놀란 내가 시약을 주워섬기자 라리루라가 베로니카의 귀를 물었다. 아름다운 안경녀 둘이서 서로 안고 뒹굴고 있으니 저 사이에 끼어들고 싶군.
“응?”
그렇게 생각하며 그만 발기했을 때였다. 베로니카가 무심코 부숴버린 열매 같은 시약이 바닥에서 사라지는 게 아닌가? 발퀴리에가 흡수한 건가?
─번뜩.
그때 발퀴리에가 눈을 떴다. 갑옷을 벗고 천옷 정도만 입은 미인이 일어났다. 날개는 접어뒀지만 가까이서 보면 확실히 미인은 미인이네.
‘근데 얘 왜 나랑 눈을 마주치지?’
아니, 아니었다. 눈을 마주치는 게 아니라 조금 더 밑에 시선을 보내는데.
“……인스톨된 기억을 점검합니다. 대상의 개체 식별명 ‘주인님’. 음경의 발기현상 확인 시의 기본 행동강령── 종래의 기억 및 기록에서부터 확인.”
브리타니아 어로 뭐라고 중얼거리던 발퀴리에는 이해한 듯 끄덕거렸다.
“제 16회 아내 기밀 회의 결론의 재확인.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우므로 인원을 늘려서 사정시킬 것.’ 본 개체 또한 사정 촉진이 가능하다고 판단, 사정관리를 시행합니다.”
“뎃?”
혼자 떠들던 발퀴리에는 나를 휙 들어서는 여관 침대에 던져버렸다. 저항하기엔 긴장감이 들려야 들 수가 없는 상황이었기에 속절없이 제압된 나.
“음경…… 용어 재정립. 자지의 건강상태를 확인합니다.”
바지를 벗긴 발퀴리에는 풀발한 좆기둥에 코를 가져다댔다.
“……음낭에 사정되지 않은 정액이 쌓여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제 2명령권자의 건강을 위해 시급히 배출할 필요가 있음을 제안드립──”
“아아앗?! 새치기 금지!! 금지에요!!”
“나, 남의 것에 손을 대면 도둑놈!!”
대경실색한 아내들이 발퀴리에를 잡았다. 힘을 겨루면 이기고도 남겠지만 발퀴리에는 저항 않고 쿨한 얼굴로 끌려갔다. 나는 바지춤을 올렸다.
“쓰펄, 뭐지? 해킹이라도 당한 것인가?”
“기, 기억을 넣는 과정에서 조금 실수가 있었던 모양이구나. 확인해보마.”
“정보 인스톨 과중에 발생한 오류는 없습니다. 명령권자 성명 ‘베로니카 에클립시스’의 보유지식 중 사적인 정보를 제외한 약 62%를 이해 완료했습니다.”
솜이 죽은 인형처럼 누운 발퀴리에가 대답하자 라리루라는 핫! 하고 놀랐다.
“……이 애 설마, 베로니카 언니의 음란 지식을 잘못 다운받은 거 아니에요?”
“음란 지식?!”
“업로드 다운로드 같은 표현은 또 어디서…… 아, 셰이드의 꿈에서인가.”
내가 이 2명한테 알려줬던 것 같기도 하다.
기억이 잘 안 나네. 별로 상관없긴 하지만.
“둘 다 기다리거라! 나의 음란 지식이라니 무슨 의미냐?! 그리고 말을 꺼낸 라리루라는 표현상의 기교라고 치더라도, 왜 주인님까지 당연한 듯 받아들이는건지 설명해라!!”
아무튼 나는 이해했는데 베로니카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발퀴리에를 붙들고 항의하는 그녀의 억울한 호소에 나는 고개를 모로 꼬았다.
“명령권자 베로니카의 침대 밑에서 문란서적을 발견한 발퀴리에 다수.”
내가 하고 싶은 대답은 발퀴리에한테서 나왔다.
“메이드 발퀴리에가 청소하는 사이만 꺼내놓고 다시 넣는 절차를 거치고 있으나, 명령권자 프란체스카가 통행 중에 목격한 적이 있습니다. 삽입된 기억과 대조하여 동일 서적임을 확인──”
“꺄아아아아아아아악──?!!”
“명령권자 베로니카에게 조언. 발퀴리에는 호흡하지 않으므로 본 개체의 파괴를 소원한다면 입을 틀어막는 행위는 무의미으붑읍읍……”
아가리를 쌉치게 만드는 베로니카. 난장판이 돼 버렸군 그래.
베로니카를 달래던 라리루라가 자애롭게 말했다.
“언니. 지난 일을 슬퍼해봤자 쓸데없어요. 결국 저희는 선배의 손아귀에서 온갖 퇴폐적 성행위의 노리개가 되겠다고 맹세한 여자들……”
“않이 저기요.”
“흐윽, 흑…… 그래도 최소한의 사생활은 보호해주리라 믿었거늘……”
“포기하면 편해요. 저는 언니보다 늦게 침소에 불려갔지만 벌써 사람들의 면전에서 알몸을 쬐고 조교당한 적마저 있어요. 늑대한테 물렸다고 생각하고 눈물을 꾹 참는 거에요…….”
이 마누라들이 보자보자 하니까 말하는 것 보게.
꼴이 받기 시작한 나는 발퀴리에의 손을 잡았다.
“가자, 발퀴리에. 방 하나 따로 잡게. 우리 아내님들은 나랑 뒹굴기 싫다네.”
“동의합니다. 명령권자들을 상대로는 하지 못할 거친 성적 취향도 본 개체라면 전부 받아들일 수 있으리라고 판단──”
““그건 아니지.””
─휙!! 다시 침대로 던져지는 나.
존나 쥐방울만한 동물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라리루라와 베로니카는 양쪽에서 내 팔을 폭신한 엉덩이로 깔아뭉개고는 옷을 벗었다.
“이런 굴욕까지 겪었느니라. 남에게 넘길 수는 없지.”
베로니카는 긴 손톱으로 내 귀두를 찔렀다.
“말하거라. 누굴 생각하며 흥분했느냐?”
“베로니카 님을 생각했습니닷!”
“……흐응♡?”
브래지어를 풀던 라리루라가 차갑게 미소지었다.
존나 외통수잖어. 나는 발퀴리에에게 도와달란 사인을 보냈다.
오딘이 설계한 신대의 기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록정보를 확인한 바, 약 30분이면 본 개체의 차례가 오리라고 판단합니다.”
“내 편은 어디에 있는데스?”
정자주유기 울어욧.